노인이 되는 입구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 있다. 나이 든다고 절대 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다. 더 철딱서니가 없어지고 옹졸하게 된다. 그런 내 꼬락서니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서글픈 일이다. 몸이 쇠약해지는 건 차라리 괜찮다. 나이가 들면 원숙해지고 인격도 높아질 거라 생각한 건 젊었을 때의 착각이었다. 퇴직 이후의 삶을 연상하면 우선 여유가 떠올랐다. 시간의 여유와 함께 당연히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관용과 이해, 그리고 흘러가는 세상을 관조하는 힘은 노년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친구는 별로 없다. 늙으면서 가장 경계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되는 일이다. 인생의 경험이 옹고집으로 변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자기 세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