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27

석촌호수 한 바퀴

봄 환절기에는 부음이 잦다. 인천 작은집에 다녀오는 길에 석촌호수에 들렀다. 버드나무 연초록 이파리가 돋아나는 호수길을 한 바퀴 돌았다.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4월 1일부터 시작된다는데 너무 이르지 않나 싶다. 개나리는 피기 시작하는데 벚꽃은 아직 꽃망울 단계다. 공기는 매캐해도 봄을 맞으러 나온 사람은 많았다. 롯데월드타워가 4월 3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뒷말이 많았지만 이왕 만들어진 것,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명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석촌호수 위를 지나는 잠실호수교 아래는 어둡고 칙칙했는데 최근에 예쁜 벽화로 새단장되고 있다. 마침 첫째가 이 작업을 주관하고 있어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수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천장도 예쁘게 꾸밀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사진속일상 2017.03.31

손주 때문에 웃는다

동해에 살던 외손주가 가까이 왔다.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만날까말까 했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 본다. 다행히 어미가 육아를 맡고 있어 손주를 봐줘야 하는 부담은 없다. 딸은 다시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솔직한 내심은 지금대로 제가 키웠으면 좋겠다. 맞벌이 부부가 되면 아무래도 손주에 온전히 매일 수밖에 없다. 세 살이 된 손주는 이제 제 의사 표시가 분명하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니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다.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때다. 사실 아내와 둘이 있으면 웃을 일이 거의 없다. 둘째는 남자아이인데도 첫째보다 애교가 많다. 손주 때문에 웃음 근육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인다. 남자라서 호기심을 가지는 대상도 첫째와는 다르다. 관심 우선순위가 자동차, 로봇..

길위의단상 2017.03.29

논어[231]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은 인물이 백성을 가르치되 칠 년이 되면 전쟁에 내보냄직도 할거야." 子曰 善人 敎民七年 亦可以卽戎矣 선생님 말씀하시다. "교육 없는 백성을 끌고 전쟁한다면, 그것은 죽여 버리는 것이라고나 할거야." 子曰 以不敎民戰 是謂棄之 - 子路 24 공자에게 반전주의 정신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병사에게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교육은 병법이나 군사기술에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나라를 지키는 힘은 인(仁)과 의(義)에 바탕을 둔 인문정신에서 나온다는 걸 공자는 말하는 게 아닐까. 내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살생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것만으로 전쟁에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왜 싸워야 하고 어떤 마..

삶의나침반 2017.03.27

뒷산 생강나무꽃

생강나무꽃은 뒷산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이다. 숲은 4월이 되어야 초록색으로 변한다. 3월은 아직 대부분 나무의 꽃이 피기 전이다. 겨울의 황량함 가운데서 생강나무꽃만이 노란색 황일점으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뒷산에는 생강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노란 생강나무꽃을 보면서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영문도 모른 채 수장된 어린 영혼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하나하나의 넋이 인양된 세월호와 함께 생강나무꽃으로 피어난 지도 모르겠다. 올 봄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생강나무꽃이다.

꽃들의향기 2017.03.26

뒷산 한 바퀴

산에 들면 봄을 본다. 갓 돋아나는 애기 잎을 보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한다. 내 마음 속에도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것 같다. 겨울 동안에는 뒷산 출입을 하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오른 뒷산을 배낭 메고 한 바퀴 돌았다. 포근했다. 멀리 떠나면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것이 여행의 참 의미인지 모른다.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생강나무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산길에는 벌써 애기괭이눈도 환하게 피었다. 밀포드에서 신었던 등산화를 버리고 새 신발로 바꾸었다. 이제 내 걷기는 다시 안으로 수렴해야겠다. 여기에 온 지 어느덧 7년째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탈각을 시도해 볼 때가 되었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으련다.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안다.

사진속일상 2017.03.26

나도 보험에 들었다 / 이상국

좌회전 금지 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택시기사가 핏대를 세우며 덤벼 들었지만 나도 보험에 들었다 문짝이 찌그러진 택시는 견인차에 끌려가고 조수석에 탔다가 이마를 다친 남자에게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했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의 불행이나 죽음이 극적일수록 보험금은 높아질 것이고 아내는 기왕이면 좀더 큰 걸 들지 않은 걸 후회하며 그걸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구를 바꾸며 이 세계와 연대할 것이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 나도 보험에 들었다/ 이상국 아내가 공기 청정기를 사 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일이 아내의 일과가 된 지 오래였다. 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걸 보..

시읽는기쁨 2017.03.25

세계행복지수

얼마전 유엔에서 2017년 각 나라의 행복지수 랭킹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155개 국가의 3천 명 이상의 사람을 조사해서 순위를 매겼다. 행복을 수치로 나타낸다는 게 얼마나 타당할까 싶기도 하지만 일면의 참고 자료는 되리라고 본다. 평가 항목은 일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수명, 인생 선택의 자유도, 관용 정신에 국민의 사회 의식 수준을 포함했다. 심리적 행복도보다는 물리적 행복 조건에 대한 반영 비율이 높다. 객관적 평가라고 보여지며 당연히 선진국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의 나라는 이렇다. 1. 노르웨이 2. 덴마크 3. 아이슬란드 4. 스위스 5. 핀란드 6. 네델란드 7. 캐나다 8. 뉴질랜드 9. 호주 10. 스웨덴 우리나라는 56위에 등장한다. 가까운 일본은 51위,..

참살이의꿈 2017.03.24

상주에서

세월 앞에 버틸 장사는 없다.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고 새로운 존재가 그 뒤를 잇는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고향집을 지은지 54년이 되었다. 다른 한옥의 나무를 가져다 뼈대를 만들었으니 실제 나이는 훨씬 더 오래 되었을 것이다. 한때는 여덟 식구가 북적였지만 지금은 연로하신 어머니 홀로 지키고 계시다. 이제 이 집도 지상에서의 연을 마감하려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상주에 사는 동생네 집에 간 날, 750살이나 되신 감나무를 찾아갔다. 나이에 많이 뻥튀기가 된 나무다. 사람은 나이 드는 걸 감추는데 나무는 나이 많은 걸 자랑한다. 자주 어머니를 뵙지만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다. 오랜만에 같이 감나무 앞에 섰다. 늙으면 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지 나도 이제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사진속일상 2017.03.23

폭풍의 날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별로 일을 만들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가끔 폭풍이 몰아칠 때가 있다. 내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와서는 일상을 휘저어놓는다. 며칠 내에 잠잠해지기도 하지만 여파가 오래 가기도 한다. 인생길 곳곳에 지뢰를 숨겨둔 신은 심술궂다. 10년 전에 끊은 담배 한 갑을 태웠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담배 생각이 저절로 났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데 담배의 공이 컸다. 담배와 알코올에 있는 심리적 위안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일은 돌이켜 보니 내 인과응보인 측면도 있다. 일을 명확히 처리하지 못하는 습성이 한몫을 했다. 마찰이 두려워서 무마한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증폭되면..

참살이의꿈 2017.03.21

논어[230]

자로가 물었다. "어떻게 되어야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선선하고 떳떳하고 벙실벙실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지. 벗들에게는 선선하고 떳떳하며, 형제끼리는 벙실벙실해야지." 子路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子曰 切切시시怡怡如也 可謂士矣 朋友 切切시시 兄弟 怡怡 - 子路 23 를 읽는 것은 옛 말씀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한문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번역된 대로 뜻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벗들과는 바르고 의리 있으며, 형제들과는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형제들은 잘잘못을 따지는 관계가 아니다. 벗들에게는 관대하면서 가족에게는 까다로운 것이 보통 사람들의 성향이 아닌가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젠 제 위치를 찾아갈 때가 되었다.

삶의나침반 2017.03.19

통가리로 야생화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통가리로를 트레킹할 때 만난 야생화가 인상적이었다. 척박한 화산암 지대에서 피어난 꽃이 제일 예뻤다. 이름은 전혀 모르는 꽃들이다. 트레킹 대열에서 자꾸 뒤처진 이유는 이 야생화들과 눈맞춤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꺼내 한두 장 찍다 보면 일행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 뉴질랜드에서도 환경이 좋은 데서 자라는 꽃은 크면서 색도 화려했다. 반면에 통가리로에서는 주로 흰색의 꽃이 작으면서 귀여웠다. 우리나라 야생화 분위기여서 더욱 반가웠다. 바람꽃을 닮아 '통가리로 바람꽃'이라 불러보기도 했다. 특이했던 지형과 함께 예쁜 꽃에 눈을 팔았던 통가리로 트레킹이었다.

꽃들의향기 2017.03.1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칠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것들 때문에 - 눈에 넣어도 ..

시읽는기쁨 2017.03.18

연금술사

뉴질랜드 여행 중에 읽은 책이다. 바쁜 일정에서 짬을 내기가 힘들었고, 일행이 트레킹을 떠날 때 혼자 숙소에 남아 빈둥거리며 책을 읽었다. 나에게는 무엇을 보고 경험하기보다 이런 여유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이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호사였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책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온 구절이었다.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현자에게 보냈다. 젊은이가 찾아간 현자의 주택은 화려했고, 여러 사람들로 북적였다. 겨우 현자를 만나 행복의 비결을 물었더니 현자는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뒤에 오라고 했다. 그리고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숟가락을 건네며, 돌아다니는 동안 찻숟가락의 ..

읽고본느낌 2017.03.16

뉴질랜드의 나무

한 달 동안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큰 나무를 찾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단체로 가다 보니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나무가 '카우리'라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카우리는 2천 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 카우리 숲에 가 보지 못했다.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서 본 흰색 줄기의 나무. 나무 이름이 'Eucalyptus Viminalis'라 적혀 있다. 퀸스타운(Queenstown) 공원에 있는 큰 나무. 혹 이 나무가 카우라인지 모르겠다. 퀸스파크에 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 오클랜드 박물관 앞에 있는 괴목. 이번에는 유명 관광지와 트레킹이 목적이었다. 만약 다음에 뉴질랜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꽃과 나무 중심의 여행을 해 보고..

천년의나무 2017.03.14

뉴질랜드(12) - 헤밀턴 가든, 오클랜드

뉴질랜드 여행 24일째, 긴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클랜드로 향하는 길, 헤밀턴을 지나며 잠시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 들렀다. 휴일이어선지 다른 곳과 달리 놀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군데군데 야외 공연도 벌어져 시끌벅적했다. 헤밀턴 가든의 꽃들. 눈에 익은 꽃도 많았다. 헤밀턴 가든은 세계의 대표 정원을 모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 석회암 동굴인데 이 동굴 안에 사는 반디벌레로 유명하다. 캄캄한 곳에서 반디벌레는 빛을 내서 먹이가 되는 곤충을 유인한다. 천정에 붙어 거미줄 같은 먹이줄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빛으로 유인한다. 수많은 반디벌레들의 빛은 아름다우며 경탄을 자아낸다. 마치 하늘에 별이 떠 있는 것 같다...

사진속일상 2017.03.14

뉴질랜드(11) - 통가리로 트레킹

통가리로(Tonggariro)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북섬에서 가장 높은 루아페후(Ruapehu, 2797m), 응가우루호에(Ngauruhoe, 2291m), 통가리로(Tonggariro, 1968m)의 세 화산이 인접해 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gariro Alpine Crossing)은 이들 화산 사이를 지나는 20km의 트레킹이다. 완주하는데 8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차 때문에 통가리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양 지점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통가리로 가는 길,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루아페후다. 오른쪽의 원뿔 모양의 화산이 응가우루호에이고, 가운데 밋밋한 산봉우리가 통가리로다. 황량하면서도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

사진속일상 2017.03.13

뉴질랜드(10) - 로토루아, 레드우즈

로토루아(Rotorua)는 온천 도시다. 화산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지표에서는 끓는 물과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패키지 여행에서도 이곳은 필수 코스다. 로토루아에 있는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오래전부터 마오리족이 살던 마을로 지금은 민속촌으로 변해 있다. 마을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며 간헐천도 있다. 나에게는 화산 지형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오리족이 직접 가이드를 하며 마을을 안내한다. 마오리족 교회. 묘지. 뉴질랜드 인구의 9% 정도가 마오리족이다. 백인과 큰 차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뉴질랜드 주류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인과 마오리족이 서로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마오리족의 민속 공연. 마오리족은 인사할 때 혀를 쑥 ..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9) - 북섬으로 넘어가다

뉴질랜드 여행 18일째, 카이코우라(Kaikoura)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넬슨에서 카이코우라까지는 224km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이코우라는 바다가재 요리로 유명하고, 원하는 사람은 향유고래 관찰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동안 해안을 따라 난 철도와 나란히 달렸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 철로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렸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 여파로 길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카이코우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 중 계획과 어긋난 유일한 경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공항 가까이 있는 'Aarburg Airport Motel'은 넓은 잔디 마당이 좋았다...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8) - 아벨타스만 트레킹

아침을 먹고 웨스트포트(Westport) 시내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Long Black)'이라고 부른다. '숏 블랙(Short Black)은 약간 달콤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때문에 점심은 11시 쯤 적당한 쉼터에서 먹었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간단히 때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아침 식사는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로토로아 호수(Lake Rotoroa). 호수 둘레를 산책하려 했으나 샌드플라이 때문에 쫓겨났다. 도로 옆 쉼터에서는 어디서나 캠핑카를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캠핑가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우리도 인원만 적었다면 캠핑카 여행을 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독방을 썼던 모투에카(Motueka)의 숙소, 'White El..

사진속일상 2017.03.11

뉴질랜드(7) - 팬케이크 바위, 태즈먼 해변

뉴질랜드 남섬 푸나카이키(Punakaiki)에 있다. 마치 팬케이크를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어서 '팬케이크 록(Pancake Rocks)'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채석강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면서 아기자기하다. 3천만 년 전에 이곳은 바다속이었다. 바다 생물과 모래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지층이 융기한 후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단단한 부분이 살아남으면서 이런 기이한 지형이 조각 되었다. 생성 원인이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고 온전히 납득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간극에 신비가 존재하고 경탄이 생겨난다. 팬케이크 바위도 그러했다. 우리는 태즈먼 해를 왼쪽으로 끼고 계속 북상했다. 이제 남섬의 북쪽 끝에 가까이 이르렀다. 가다가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해변에서 휴식을 취했다. 폴윈드(Foulwind..

사진속일상 2017.03.10

뉴질랜드(6) - 와나카, 폭스 빙하, 프렌츠조셉 빙하

밀포드 트레킹과 크루즈 관광을 마치고 테아나우에서 숙박하며 나흘 동안의 피로를 씻어냈다. 밀린 옷가지도 세탁기에 돌렸다. 다시 맑은 날씨로 돌아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뉴질랜드 여행 열사흘째, 테아나우에서 애로우타운(Arrowtown)을 거쳐 휴양도시인 와나카(Wanaka)로 향했다. 다시 만난 와카티푸 호수. 와나카로 넘어가는 고개. 풍광이 아름다운 와나카 호수(Lake Wanaka). 와나카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로 남북 길이가 42km나 된다. 수심은 300m 정도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레포츠를 즐기러 사람들이 와나카를 찾는다. 우리가 묵었던 유스호스텔 'YHA Wanaka'. 6인실의 남녀 공용이었는데 인도 처녀가 팬티를 빨아 화장실에 걸어 놓아 황당했었다. 다음날 아침, ..

사진속일상 2017.03.09

뉴질랜드(5) - 밀포드 크루즈

밀포드 트레킹을 마친 후 바로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관광에 나섰다. 정확한 명칭은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가 아니라 '밀포드 피오르(Milford Fjord)'라고 해야 옳다. 지난 2백만 년 동안 12번의 빙하기가 있었는데, 마지막 빙하기는 1만~1만 3천 년 전이었다. 이때 뉴질랜드 남부 산들은 얼음 속에 갇혀 있었고, 빙하가 흘러가면서 대협곡을 만들었다. 밀포드 피오르는 길이가 16km이고, 평균 수심은 330m다. 가장 넓은 곳은 폭이 2km에 이른다. 이곳은 연간 강우량이 6,800mm나 되고, 일년 중 절반이 비가 내린다. 패키지 여행의 필수 코스가 이곳 밀포드 크루즈 관광이다.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했다. 산에 구름이 덮이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했다. 앞에 보이는 높..

사진속일상 2017.03.07

뉴질랜드(4) - 밀포드 트레킹

'밀포드 트레킹' 때문에 뉴질랜드에 왔다. 세계 3대 트레킹이라고 하면 중국의 호도협 트레킹, 페루의 마추픽추 트레킹, 그리고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킹이 꼽힌다.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그만큼 밀포드 트렉은 누구나가 걷고 싶어하는 길이다. 뉴질랜드 여행 열흘째, 드디어 밀포드로 들어간다. 3박4일 동안 헛(Hut)을 이용하는 트레킹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테아나우다운스(TeAnau Downs)에서 배를 타고 그레이드워프(Glade Wharf)로 이동한다. 여기가 트레킹 출발점이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건 샌드플라이(sandfly)였다. 우리말로 하면 '모래파리'인데,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다. 물리면 피부가 발갛게 변하고 엄청 가렵다. 흔적이 한 달 넘게 가기도 한다. 밀포드만 ..

사진속일상 2017.03.07

뉴질랜드(3) - 모에라키 바위, 터널 비치, 퀸스파크

모에라키 바위(Moeraki Boulders), 뉴질랜드 남섬 모에라키 지방 해변에 산재한 둥근 돌들이다. 지름이 1~6m로 다양하고, 무게가 7t이 되는 것도 있다. 멀리서 보면 공룡알 비슷하게 보인다. 자연이 만든 것이라니 무척 신기하다. 어떤 과정으로 이런 모양의 돌이 생겼는지 누구나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명쾌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입구의 영어 안내문은 읽어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뒤에 자료를 찾아보니 대체적인 형성 과정은 이렇다. 이 돌들은 방해석 결정체로 약 6,500만 전에 형성되었다. 동물의 뼈나 유기물을 핵으로 해서 퇴적물이 방사선 모양으로 들어붙기 시작했다.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 데는 어떤 전기적 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단단해진 결정체는 바다 속에 있다가 1,500만 년 전..

사진속일상 2017.03.05

뉴질랜드(2) - 와카티푸호와 밴로몬드 트레킹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는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빙하가 흘러내리며 판 골짜기를 긴 호수가 만들어졌다. 길이가 무려 77km에 이르며, 주변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호숫가에 있는 퀸스타운(Queenstown)은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인구는 14,000명 정도지만 시내에 나가면 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호수를 따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 있다. 'Glenorchy Paradise Rd.'로 불리는 퀸스타운에서 글레노키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쉬는 곳마다 절경이다. 호수 물빛은 코발트색이지만 부분 부분 다른 색깔도 나타난다. 호수면이 그리는 무늬가 신비하고 아름답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도 만들어져 있다. 아침 자유시간을 이용해 'Sunshine B..

사진속일상 2017.03.04

뉴질랜드(1) - 후커밸리 트레킹

2월 3일 8시 5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과 오클랜드를 경유하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는 4일 12시 25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렌터카를 인수한 다음 제랄딘(Geraldine)으로 향했다. 예약한 안도라 모텔이 체크인이 안 돼 대체 숙소를 구해야 했다. 일행은 트레커 아홉 명이었다. 여행 둘째날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있는 후커밸리 트레킹을 했다. 마운트 쿡(Mt. Cook)은 해발 3,725m로 뉴질랜드 최고봉이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3천 미터가 넘는 20개의 산봉우리가 서던 알프스를 이루고 있다. 정상부는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 있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이 마운트 쿡에서 등정 연습을 했다. 후커밸리(Hooker Valley) 트레킹은 화이트 ..

사진속일상 2017.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