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 29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피타고라스는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피타고라스가 살았던 시대는 BC 500년경으로 그 시대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의 저작도 없다. 피타고라스는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이집트 등 선진 나라를 전전하며 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뒤에 이탈리아 크로토네에서 피타고라스 학교를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오비디우스의 말미에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책에서는 피타고라스를 거의 신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독특한 심안(心眼)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과 원리를 터득했다고 한다. 희대의 천재성에 지칠 줄 모르는 탐구의 열정이 더해졌다. 그가 이해하는 우주를 보면 신비주의자를 닮았다. 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중 일부를 옮겨본다. "그대들이여, 음식으로 그대들 육체를 더럽..

참살이의꿈 2017.05.31

논어[239]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난 속에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자가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子曰 貧而無怨 難 富而無驕 易 - 憲問 8 백성이 가난하면 나라를 원망하게 된다. 원망이 쌓이면 폭발하는 법이다. 정치란 모름지기 가난한 사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부자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요사이 말로 하면 성장보다는 복지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아닐까 싶다. 최근 한 정치인의 노룩패스(No look pass)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부자나 권력자가 교만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희한하게도 부와 권력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인간들이 잘도 거머쥔다.

삶의나침반 2017.05.30

대단하다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 사진을 보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영부인들이 찍은 기념사진이다. 그런데 남성이 한 명 끼어 있다.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연인이라고 한다. 베텔 총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2015년에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유럽연합 국가 지도자 중 최초의 동성 결혼이어서 화제를 모았단다. 총리의 연인은 이날 영부인의 자격으로 당당히 사진을 찍었다. 서양 사람들 의식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와 비교하니 더욱 그렇다. 지난달 대선 토론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느냐의 여부로 논란을 벌였다. 진보 성향의 후보조차 찬성한다고 밝힐 수 없었다. 아마 소신껏 말했다면 우수수 표가 떨어졌을지 모른다. 만약 자신이 ..

길위의단상 2017.05.29

붉은 마침표 / 이정록

그래, 잘 견디고 있다 여기 동쪽 바닷가 해송들, 너 있는 서쪽으로 등뼈 굽었다 서해 소나무들도 이쪽으로 목 휘어 있을 거라, 소름 돋아 있을 거라, 믿는다 그쪽 노을빛 우듬지와 이쪽 소나무의 햇살 꼭지를 길게 이으면 하늘이 된다 그 하늘길로, 내 마음 뜨거운 덩어리가 되어 타고 넘는다 송진으로 봉한 맷돌편지는 석양만이 풀어 읽으리라 아느냐? 단 한 줄의 문장, 수평선의 붉은 떨림을 혈서는 언제나 마침표부터 찍는다는 것을 - 붉은 마침표 / 이정록 울산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 서쪽 낮은 산에 걸린 붉은 해를 마주보며 달렸다. 고속도로는 석양빛을 반사하며 붉게 빛났다. 마치 레드 카펫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석양 풍경은 언제나 비장하고 장중하다. 석양을 '붉은 마침표'로 본 시인의 시각이 새롭다. 태양..

시읽는기쁨 2017.05.29

다윈의 정원

장대익 선생의 다윈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달리 논문식으로 무척 딱딱하다. 학술용어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진화학의 사전 지식이 없으면 어렵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이런 책은 읽기가 만만찮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만 알아보는 식으로 대략 훑어보았다. 그렇지만 을 통해 현대 진화론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조망할 수 있다.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내용이 여럿 있다. 책의 1부는 현대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학술적으로 다루고, 2부는 진화학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진화학의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저자의 견해로 비판한다. 이 책의 부제가 '진화론이 꽃피운 새로운 지식과 사상들'이다. 인간에 대한 견해를 상기시켜주는 내용이 맨처음 나온다. 도킨스가 에서 밝힌 것으로,..

읽고본느낌 2017.05.28

탄천 걷기

미세먼지 걱정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요사이 맑고 깨끗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늘은 더 화창하다. 뉴질랜드의 공기와 하늘이 이랬다. 우리도 어쩌다 이런 날이 아니라 늘 이래야 정상인 나라가 아닌가. 날씨 따라 기분도 통통 튄다. 새로 맞춘 선글라스를 찾으러 야탑에 나간 길에 탄천길을 걸었다. 투명한 대기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가웠지만, 거침없이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서울 방향으로 가는 길은 햇볕을 등져서 다행이었다. 야탑역에서부터 가락시장까지 혼자 따복따복 걸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안도현의 책 에 걷기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혼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이 아니다. 걷는 일이 유아독존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일이라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 세계는 우리의 걷기..

사진속일상 2017.05.26

절물휴양림 새우난초

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새우난초 꽃밭이 있다. 귀한 새우난초만으로 꽃밭을 꾸민 것은 처음 보았다. 새우난초는 제주도와 서해안에서 주로 자란다. 절물휴양림의 새우난초는 색깔로 보아 금새우난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난초 종류는 워낙 변이가 많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절물휴양림에서 새우난초로 눈 호사를 했다.

꽃들의향기 2017.05.25

진화하는 AI

알파고가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작년에 이세돌 프로를 눌러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강화 학습을 통해 실력이 몇 단계 더 향상된 2.0 버전이 되었다. 중국에서 세계 1위인 커제와 대결 중인데 기보를 보니 인간은 이제 상대가 안 된다. 작년까지는 알파고가 프로들 기보를 보면서 공부했는데, 이제는 자기 스스로 학습한다고 한다. 바둑에 관한 한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전해도 창의성에서는 인간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에는 생각했다. 바둑에서도 그랬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우주에 있는 원자 숫자보다 많다면서 컴퓨터는 도저히 그 모두를 계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선입견이 작년에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때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더 ..

길위의단상 2017.05.25

메꽃

이때껏 메꽃 사진을 올리지 못했다. 너무 흔해서 소홀히 여겼나 보다. 야생화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꽃이 메꽃이다. 수수하면서 내팽겨쳐둬도 어디서나 저 혼자 잘 자란다. 고이 가꿔야 하는 화초와는 다르다. 꽃을 봐도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메꽃, 갯메꽃, 나팔꽃은 잎 모양으로 쉽게 구별된다. 그중에서 메꽃은 잎이 삼각형 모양으로 길쭉하다. 다른 풀과 섞여서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좋다. 메꽃에서는 문명 이전의 소박한 삶의 원형이 느껴진다. 오늘 경안천을 걸으며 만난 메꽃이다.

꽃들의향기 2017.05.23

논어[238]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껴 주는데 애써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진심일진대 깨우치지 않을 수 있을까!"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言 能勿誨乎 - 憲問 7 사람을 사랑[愛]과 진심[忠]으로 대하면 그에 대한 보답이 돌아온다. 아껴 주면 힘써 도와주게 되고, 진심 앞에서는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된다. 마침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시점인지라 그분이 이런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랑과 진심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도 돌리게 하는 힘이 있다. 얕은 꾀나 술수로 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삶의나침반 2017.05.23

선우사 /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먹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이 희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 선우사(膳..

시읽는기쁨 2017.05.22

서양금혼초

처음 봤을 때는 민들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잎이 달랐다. 확인해 보니 서양금혼초라는 외래식물이었다. 근래에 제주도에서 번성하기 시작하는 풀이다. 서양금혼초가 제주도의 초원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보기에는 괜찮지만 토종식물을 잠식해 들어가서 문제라고 한다. 서양금혼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으면 유채꽃밭을 보는 것 같다. 번식력이 좋으니 가만두면 제주도의 들판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일부의 우려가 이해되지만 인위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조정 작용은 자연 생태계에 맡겨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도의 5월은 서양금혼초로 인해 더욱 환했다.

꽃들의향기 2017.05.21

사일런스

엔도 슈샤쿠의 을 읽은 것이 20년쯤 전이다. 아직도 소설 속 두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하나는, 기독교인을 판별하기 위해 성화를 밟게 하는 장면이다. 일본말로 '후미에(踏繪)'라고 한다. 기발하면서 잔인한 방법이다. 또 하나는, 배교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해변에 세운 십자가에 묶고 밀물이 되면서 물에 잠겨 익사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들의 고통이 나한테까지 전해져 전율했다. 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일런스'을 보면서 내가 상상했던 이 장면들이 어떻게 그려졌을지가 먼저 궁금했다. 상상과는 일부 차이가 났지만 두 상황의 처절함을 전하는 데는 화면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원작을 감동을 지켜낸 좋은 영화였다. 영화의 무대는 17세기 초 천주교 탄압이 극에 달하던 때의 일본이다. 일본에 파견되어 전교하던..

읽고본느낌 2017.05.21

귤꽃

"서울에 있다가 제주도에 오니 살 것 같다. 마을에 들어서니 꽃향기가 제일 먼저 반기더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이 전화로 한 말이다. 집안 행사로 서울에 왔다가 공기가 탁하다며 일찍 내려갔다. 지인의 집은 귤 과수원에 둘러싸여 있다. 요사이는 매일 달콤한 향기 속에서 산다고 전했다. 귤을 먹기만 했지 귤꽃은 이번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처음 봤다. 이 시기에 제주도에 있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꽃은 늘 신기하고 예쁘다. 귤꽃이 순백의 색깔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과일꽃처럼 요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담백하면서 기품이 있다. 거기에 은은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더해진다. 귤꽃 향기에 취하는 제주도의 5월이다.

꽃들의향기 2017.05.20

제주도(2) - 민속촌, 외돌개

장모님과 함께 하는 제주도 여행 사흘째, 민속촌과 외돌개, 허브동산을 둘러보았다. 노인 취향의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민속촌과 허브동산을 우리도 처음으로 가 볼 수 있었다. 제주도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조용해서 좋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게 신기했다. 나흘간 있으면서 딱 한 번 중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온 젊은이 셋이였다. 조심해 보이는 기색이 완연했다. 사드가 준 선물이었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에 가자, 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민속촌은 제주도의 옛날 주택을 잘 재현해 놓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해야 제주도에 대한 공부가 될 것 같다. 바닷가 산책로로 외돌개 해변을 찾았다.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난한 길이다. ..

사진속일상 2017.05.20

새천년비자나무(2)

제주도 비자림에서 자라는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키는 14m, 굵기는 어른 네 아름에 이른다. 안내문에 보면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령이 800년이 넘는다. 11년 전에 이 비자나무를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제주도에 들리면 이 비자나무를 찾아보곤 했다. 이번에는 장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였다. 비자나무는 자유분방한 나무다. 개성이 강해서 수형도 갖가지다. 그런데 새천년비자나무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랬으니까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앞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깊이를 생각한다. 비자나무는 찾아왔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7.05.19

제주도(1) - 우도, 비자림

효도관광으로 장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걷기는 피하고 동선이 짧도록 일정을 짰다. 다행히 장모님은 지팡이를 짚으시기는 하지만 평지길을 걷는데는 무난하시다. 아직 제주도 여행 정도는 무리가 없다. 3박을 한 곳은 '샤론의 집' 펜션이었다. 독채에 우리만 머물러서 다른 숙박객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다들 수면에 예민해서 한밤중의 소음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둘째날은 우도(牛島)에 갔다. 작년에는 아내와 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았는데, 이번에는 장모님 때문에 렌트카를 가지고 들어갔다. 작은 섬이지만 차가 있으니 편리하긴 했다. 섬을 반시계방향으로 일주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풍경. 검멀레해수욕장의 후해석벽(後海石壁). 마침 썰물이어서 비양도 등대까지 걸어 ..

사진속일상 2017.05.19

논어[237]

선생님 말씀하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사람답지 못한 수가 있기는 하지만, 지저분한 사람치고 사람다운 사람은 없다." 子曰 君子而不仁者 有矣夫 未有 小人而仁者也 - 憲問 6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는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인(仁)하지 못한 군자도 있다고 한 게 아닐까. 반면에 소인(小人)치고 인한 사람은 없다. 소인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사람이다. 군자는 대의를 따른다. 그렇지만 군자 중에도 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인자(仁者)는 품성면에서 군자보다 한 단계 위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나마 인(仁)에 가까운 사람이 당선되어 다행이다. 부끄럽게도 소인 행세를 자랑하는 후보도 있었다.

삶의나침반 2017.05.14

자연이 들려주는 말 / 로퍼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내맡겨라. 관용하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어라. 그리고 날아올라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이 느끼도록 하라.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척 로퍼 I Listen I Listen to the trees, and they say: "Stand tall and yield. Be tolerant and flexible."... I Listen to th..

시읽는기쁨 2017.05.14

애착 줄이기

심란한 날이 있다. 그런 날 마음을 관찰해 보면 무언가에 애착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애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 집착을 없애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이다. 노년에는 더 그렇다. 구분하자면 집착은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밖에 있는 대상을 향한 집착이다. 돈, 명예, 자식 등이다. 늙으면 대체로 돈과 명예에는 초연해지지만 자식에 대한 애착은 더해진다. 자식에는 손주도 포함된다. 그러나 돈 욕심이 줄어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욕에 찌든 노년만큼 추한 것도 없다. 다른 하나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다. 건강이나 오래 살고 싶은 욕심 등이다. 노쇠해지면 건강에 관심이 가는 건 어찌할 수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인위적으로 바..

참살이의꿈 2017.05.14

그런 일

지난 정권에서 절필을 선언했던 안도현 시인이 다시 시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다. 그러나 절필 기간 중에도 산문집은 여러 권 나왔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인데 새로 쓴 글보다는 예전 것을 모은 게 많다. 신선한 맛이 떨어진다. 책을 내는 것도 좋지만 담긴 내용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이젠 시인의 나이에 걸맞는 사유의 깊이를 보게 되길 바란다. 시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기대다. 나로서는 를 쓸 시절의 작품이 참 좋았다. 전교조 운동으로 해직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낸 뒤 시골 학교로 다시 복직된 때로 알고 있다.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너무 과작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눈길이 오래 머무는 한 줄의 문장이 있다. 에 실린 '시작 노트'의 일부다. "시인..

읽고본느낌 2017.05.13

한양도성길 걷기(2)

용두회에서 두 번째 한양도성길 걷기다. 전체 18km를 우리 수준에 맞게 세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이번에는 숭례문부터 창의문까지 인왕산을 지나는 길이다. 도성을 따라 4대문이 있다. 4대문의 본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발견했다. 우리 역사에 너무 무지한 게 부끄러웠다. 동 - 흥인지문(興仁之門), 서 - 돈의문(敦義門), 남 - 숭례문(崇禮門), 북 - 숙정문(肅靖門)이다. 이중에 현재 소실된 상태로 볼 수 없는 것이 돈의문이다. 일제 때 전차길을 내면서 해체했다고 한다. 이번에 걸으면서 보니 '돈의문 터'라는 안내와 함께 가림막이 설치된 걸 보니 다시 복원하려는 것 같다. 11시 가까이 되어 남대문에서 출발했다.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색다른 덕수궁 주변을 지났다. 도심..

사진속일상 2017.05.12

보고 싶은 것만 본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이번 선거는 좀 싱겁다. 한 후보가 워낙 독주를 하고 있어서 이미 몇 달 전에 결정이 났다. 타 후보들이 큰소리를 치긴 하지만 허장성세로 들린다. 막판에 걱정스러웠던 반대 진영의 단일화 변수도 없었다. 이제 몇 시간 뒤에 내 판단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은 대부분 강도만 다를 뿐 보수적 경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고향 학교 동문 단톡방은 유별나다. 거의 문자 폭력 수준으로 극우적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온건한 보수는 말없이 조용히 있다. 일부 극렬한 인간들이 단톡방을 점령하고 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한다. 자제시키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데 이렇게 세상을 보는 게 다르구나, 참 신기할 뿐이다. 사람은 제 보고..

길위의단상 2017.05.09

서산 마애불 / 박경임

삼국시대부터 바위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부처님 아직도 나오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 뒤쪽은 못 나왔는데 그래도 좋은지 웃고 있다 - 서산 마애불 / 박경임 이학도 기질을 못 벗었는지 계산 본능이 살아난다. 서산 부처님이 1,400년 동안 2cm 정도 나오는 정도라면, 인간의 일생이면 1mm 쯤에 해당한다. 인생이 짧다지만 허투루 여길 크기가 아니다. 진력하면 바위를 1mm 밀어낼 수 있는 삶이다. 그만큼이라도 진보하면 생의 의미는 있다. 그런 힘으로 살아야겠다.

시읽는기쁨 2017.05.08

논어[236]

선생님 말씀하시다. "올바른 사람은 반드시 바른 말을 하지만, 말을 잘한다고 반드시 올바른 사람은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다고 반드시 사람다운 사람은 아니다." 子曰 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德 仁者 必有勇 勇者 不必有仁 - 憲問 5 대선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서로간에 덕이 있네, 없네, 라는 논쟁이 있었다. 공자가 말하는 유덕자(有德者)의 충분조건은 바른 말을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이 덕을 논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중에 하나는 망나니 같은 사람도 있다. 어떻게 공당의 후보로 선출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공자의 이 말씀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말과 행동이 반듯해 보일지라도 사람의 품성과는 무관할 수..

삶의나침반 2017.05.07

끝없는 벌판

메콩 강에서 오리를 기르며 유랑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가출한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는 집을 불태운 뒤 어린 남매를 데리고 배 한 척에 몸을 맡긴다. 상처투성이인 그가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을 할 리가 없다. 남매는 벌거숭이인 채로 냉혹한 자연과 세상에 내던져진다. 책을 덮으니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다. 은 베트남 작가인 응웬욱뜨의 소설이다. 젊은 여성 작가인데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스하고 깊다. 적의보다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앞선다. 작가는 문학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 남매의 성장기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베트남 소설은 처음 읽어 보지만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 생명력이란 길 위의 질경이와 같다. 발바닥에 무..

읽고본느낌 2017.05.06

5월에

5월을 맞아 양가의 어머니와 장모님을 찾아뵙다. 작은 선물을 드리고 밖에 나가 외식을 하다. 특히 올해는 어머니 곁으로 동생이 들어와서 한 시름을 덜게 되다. 두 분 모두 큰 병 없이 건강하신 편이라 자식으로서 고맙기만 하다. 부모가 장수하면 자식과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맞다. 두 분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과 달리 이제는 동지 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 공감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나도 이제 노인 반열에 들어가게 된다. 좀 씁쓸하기도 하다. 시대가 변했으니 기준을 70세로 올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장모님은 바닷가에서 자라셔서 해산물을 무척 좋아하신다.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서천 특화시장에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쇼핑을 하다.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이 ..

사진속일상 2017.05.05

아프면 서러워

우리 동네에도 종합병원이 생겼다. 손주가 옆에 있으니 병원에 자주 들락거린다. 어린아이는 병치레가 잦다. 대부분이 감기 증세다. 옛날 같으면 참고 견딜 만한 것도 요즘은 무조건 병원에 간다. 그 결과 약을 달고 산다. 기침이 심하다고 최근에는 두 번이나 폐 사진을 찍었다. 조기 치료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과잉 진료가 아닌지 안타깝다. 그러나 옆에서 콜록대는 자식을 보며 버티기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속말을 참고 기사 노릇을 할 뿐이다.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다 보면 이런저런 환자를 본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아프면 안 되는데, 라는 독백이 절로 난다.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 지지난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일 두려웠던 건 무력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길위의단상 201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