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 24

천곡리 이팝나무

신천리 이팝나무와 함께 김해를 대표하는 나무다. 이 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6.9m다.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다. 천곡리 이팝나무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은 인공물이 없이 널찍하고 여유가 있다. 신천리 이팝나무와 대비가 된다. 그래선지 나무의 위엄이 훨씬 돋보인다. 이 정도면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할 만하다. 꽃이 필 시기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낸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18.02.28

성지(5) - 신석복 묘, 박대식 묘

7. 신석복 마르코(1828~1866) 순교자 묘 신석복 마르코는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서 살았다. 명례리는 피난 교우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농사를 지으며 누룩과 소금 행상을 하던 마르코는 병인박해가 일어나던 1866년에 대구에서 내려온 포졸들에게 붙잡혔다. 포졸들은 창원에서 장사를 하고 돌아오던 마르코를 며칠 동안 마을에서 숨어 기다리다가 체포했다. 마르코는 대구로 압송되어 배교를 강요당했지만, "저를 놓아주신다 해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할 것입니다." 하며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마르코는 열흘간 감옥에 갇혀 있다가 1866년 음력 2월 15일 교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가족들이 시신을 거두어 고향에 안장하려 했으나 지방 유지들의 반대로 낙동강 건너 노루목(김해군 한림면 장방리)에 묻었다. 그 후 19..

사진속일상 2018.02.28

신천리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185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다. 수령이 650년으로 추정되며 경남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에 있다. 엄청난 고목인데도 아직도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나무가 마을 우물을 보호한다고 믿어서 마을 사람들은 음력 섣달 그믐에 용왕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시원찮으면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는 여느 이팝나무와 마찬가지다. 신천리 이팝나무는 줄기 곳곳에 돌기가 많이 나 있다. 마을 가옥 가까이 있어 자리가 매우 비좁다. 겨울이 아니라 하얀 꽃이 피는 계절에 본다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때를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천년의나무 2018.02.27

김해

친지의 결혼식 참석차 김해에 간 길에 아내와 함께 봉하마을에 들렀다. 두 번째였는데 이번에는 부엉이바위로 해서 사자바위 전망대까지 다녀왔다. 휴일이었다 해도 방문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사자바위에 올라보니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포근하고 넉넉해 보이는 마을이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부엉이바위로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다. 꼭 그래야만 했나요? 그때의 MB는 지금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계속 반복되는 역사의 쳇바퀴가 답답하다. 김해 시내에 있는 수로왕릉에도 들렀다. 김해 김씨의 시조인 탓인지 결혼식을 마친 한 무리의 가족이 신랑 ..

사진속일상 2018.02.27

예장동 은행나무, 느티나무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자락에 두 그루의 고목이 나란히 서 있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다. 이곳은 일제 시대 때 통감 관저가 있던 장소다.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와 이완용이 강제 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의 현장이다. 두 나무는 우리의 부끄러웠던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을 터이다. 두 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정도 되었다. 약 100년 전에 찍은 사진에도 두 나무는 지금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온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도로도 똑 같지만 통감 관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기억의 터로 조성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8.02.24

눈 내린 남산

간밤에는 요란하게 천둥이 치면서 눈구름이 지나갔다. 아침에는 하얀 세상이더니 낮이 되면서 눈이 녹고 물기 촉촉한 땅이 되었다. 우수가 지나니 봄이 더욱 가까워졌다. 남산에서 경떠회원 일곱 명이 모였다. 오전에 남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나는 중간에 목멱산방에서 합류했다. 이번에 회원 중 셋이 한꺼번에 명퇴를 했다. 각자의 개성이 더욱 드러나는 때가 퇴직 이후다. 서로 다른 가운데 함께 뜻을 나누는 모임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목멱산방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충무로역 부근 카페에 잠시 앉았다가 헤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의 강권이 있어 소주 한 잔은 나누었을 것이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사진속일상 2018.02.24

불안의 책

오랜만에 묵직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기분은 많이 가라앉았다. 색깔로 치면 회색의 우울한 감정이었다. 고독, 허무, 몽상, 냉소, 권태, 무기력, 비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 책을 쓴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사람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났고 쓸쓸한 유년기를 보낸 뒤 번역 일을 하며 글을 썼다. 천성적으로 고독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많은 글을 썼지만 생전에는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도 페소아가 사망한 지 47년 만인 1982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은 리스본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소아르스의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소아르스는 곧 페소아 자신이다. 그가 살아간 공간은 사무실과 셋방과 리스본의 거리 뿐으로 좁았다. 사색하고..

읽고본느낌 2018.02.20

논어[27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종일 모여 앉아서 옳은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잔재주 부리기만 좋아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子曰 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 衛靈公 16 인간은 무리에 섞이기를 좋아한다. 초기 인류에게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현대인에게도 그런 유전적 본능이 있어서 모임을 만들고 그 일원이 되면서 안전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모임들이 얼마나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모여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이다. 시장 바닥의 소음과 다를 게 별로 없다. 가끔 수다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인(小人)은 소혜(小慧)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삶의나침반 2018.02.19

두 달만의 뒷산

올겨울은 바깥나들이가 뜸했다. 추웠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은 게을러진 탓이었다. 날씨 불문하고 바지런하게 쏘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이 계절은 겨울잠 자듯 웅크리고 있는 것도 괜찮다. 군불 뜨듯하게 지피고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책 보며 빈둥거리던 지난 겨울이 그리워진다. 이젠 그럴 고향집도 없어졌다. 뒷산에 올랐다. 지난 걸음 이래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도 뒷산은 부담이 없는 산길이다. 오르막에서도 호흡이 성마르지 않다. 뒷산은 늘 푸근하다. 뒷산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이번 명절은 동생이 귀향하고 나서 맞는 첫 번째 설날이었다. 막내와 조카네가 못 내려와서 두 형제만 단출하게 차례를 올렸다. 정말로 뭣이 중헌디, 다른 무엇보다 형제끼리 우애 있게 지내는 게 먼저일 것이었다. ..

사진속일상 2018.02.18

새해의 노래 / 김기림

역사의 복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가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민족과 민족의 아우성 소리 어둔 밤 파도 앓는 소린가 별 무수히 무너짐인가? 높은 구름 사이에 애써 마음을 붙여 살리라 한들 저자에 사무치는 저 웅어림 닿지 않을까 보냐? 아름다운 꿈 지님은 언제고 무거운 짐이리라. 아름다운 꿈 버리지 못함은 분명 형벌보다 아픈 슬픔이리라. 이스라엘 헤매이던 2천년 꿈 속의 고향 시온은 오늘 돌아드는 발자국 소리로 소연(騷然)코나 꿈엔들 잊었으랴? 우리들의 시온도 통일과 자주와 민주 위에 세울 빛나는 조국. 우리들 낙엽 지는 한두 살쯤이야 휴지통에 던지는 꾸겨진 쪼각일 따름 사랑하는 나라의 테두리 새 연륜으로 한 겹 굳어지라. 새해와 희망은 몸부림치는 민족에게 주자. 새해와 자유와 행복은 괴로운 민족끼리 나누어 가..

시읽는기쁨 2018.02.17

이현궁터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있었던 이현궁(梨峴宮)은 광해군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궁이다. 지금은 작은 표석만 있을 뿐 빌딩 숲으로 변해 궁의 어떤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원래 1만 평 정도의 넓이였다니 상당한 크기였던 것 같다. 인조 이후에는 행궁이나 왕족의 집, 군영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현궁터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되었다. 1500년대 후반에 광해군이 살았으니 그 즈음에 심어진 나무로 보인다. 나무 높이는 17m다. 길의 반 이상을 나무에게 내어주고 있지만, 은행나무는 높은 건물 사이에 끼어 옹색해 보인다. 나무는 남아 있어도 500년 전 이현궁의 모습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18.02.14

하나씩 차근차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분위기였다.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한반도를 감쌌다. 다행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고,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단일팀이 만들어졌다. 예술단과 응원단도 내려왔다. 갈등의 구조는 여전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북에서 내려온 대표단은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보여 반갑다. 10일 저녁에 남북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었다. 남북의 지도자들이 일반 관람석에 나란히 앉아 응원했다. 남과 북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환호하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불과 한 달 전만 해..

길위의단상 2018.02.13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이름 외우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정치경제 과목이 싫었는데 법칙의 명칭조차 어렵기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계효용'이니 '체감'이니 굳이 이런 한자 용어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좀 쉽게 부르는 말이 없을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다. 단위 재화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는 원리다. 예를 들면, 갈증이 나서 물 한 잔을 마시면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두 잔을 마신다면 두 번째 잔은 첫 번째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그냥 밍밍한 맛일 수 있다. 잔이라는 단위가 주는 만족도는 감소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인생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는 것만도 가..

참살이의꿈 2018.02.12

이세돌의 일주일

5,000년 바둑 역사에서 제일 충격적인 사건이 재작년에 있었던 인간과 알파고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구단이 1:4로 졌다. 일부 컴퓨터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예상 못한 쇼킹한 사건이었다. 바둑은 직관과 창의력이 중요하다. 컴퓨터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누구나 믿었다. 컴퓨터가 아무리 빠른 계산력을 갖추어도 인간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 이유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적인 수에서도 컴퓨터가 앞섰다. 바둑은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석이나 포석, 반면 운영에서 고정관념이 깨지고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요사이 프로기사 대국을 보면 알파고의 수를 흉내 내기 바쁘다. 작년에는 더 진화한 알파고가 세계 1위..

읽고본느낌 2018.02.11

논어[277]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子曰 不曰如之何 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 - 衛靈公 15 자신이 처한 상태에 대한 부정과 비판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단순히 현실에 대한 만족을 행복이라 할 수는 없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그러므로 유아적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공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삶의나침반 2018.02.10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

시읽는기쁨 2018.02.09

심야 바둑

윗집에서는 밤 12시 전후 두세 시간 동안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그때는 잠도 못 자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고작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소동이 잦아지길 기다릴 뿐이다. 직접 고충을 전하고, 관리사무소에 중재도 요청했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응해 살자면 내가 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아예 새벽 1시 이후로 늦추어졌다. 자다가 깨게 되면 더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윗집이 잠잠해져야 나도 침대에 들어간다. 요사이 내가 쓰는 방법은 바둑 두기다. 소음 스트레스를 잊는데 바둑이 최고라는 걸 발견했다. 바둑에 집중하다 보면 웬만한 소음은 비껴간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은 내 인격으로는 감당이..

길위의단상 2018.02.08

액땜

근심 걱정 없는 집이 있을까, 어디를 둘러봐도 일가일우(一家一憂)다. 어느 집이나 한 가지 이상의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팔자 편해 보이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없는 걱정도 만들어 내는 게 인간이다. 가끔 '근심이 없는 십오초'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무슨 재앙의 전조가 아닌지 두려워진다. 차라리 자잘한 근심 속에서 살아가는 게 마음 편하다. 작은 근심은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큰 근심의 액땜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이던가, 집안이 잘 나갈 때는 대문 위에 큰 돌을 올려놓고 지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조심하고 근신하며 지내야 한다는 뜻이리라. 도 이렇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

참살이의꿈 2018.02.07

노인과 바다

젊었을 때 읽었던 느낌은 어슴푸레하다. 고기와의 사투 장면만 남아 있는 걸 보니 그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체념이랄까, 자연과 인생을 대하는 노인의 마음이 각별히 다가온다. 산티아고 노인에게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친구며 형제다. 삶의 터전인 바다도 여성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 며칠 동안 청새치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이지만 바탕에는 생명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다. 배로 찾아온 휘파람새나 거북을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삶의 현장으로서의 바다는 사납고 거칠지만 삶을 대하는 마음은 따스하다. 고기를 잡으러 홀로 바다로 나간 노인은 고독하다. 고독을 벗 삼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큰 청새치를 잡았지만 귀항 도중에 상어의 습격으로 뼈만 남긴 채 빈손으로..

읽고본느낌 2018.02.06

논어[276]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기 자신을 깊이 뉘우치면서 남의 허물을 가볍게 여기면 원망을 사지 않을 거야." 子曰 躬自厚 而薄責於人 則遠怨矣 - 衛靈公 14 예수님도 말씀하시다. "왜 당신은 형제 눈 속의 티는 보면서도 당신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합니까? 보시오, 당신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당신 형제더러 '가만 있게, 자네 눈에서 티를 빼네 주겠네' 하고 말하겠습니까? 이 위선자, 먼저 당신 눈에서 들보를 빼내시오. 그 때에야 당신은 똑똑히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것입니다." 타인을 향하는 잣대로 자신을 본다면.....

삶의나침반 2018.02.05

술 노래 / 예이츠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우리가 죽기 전에 알 것은 다만 이것뿐 나, 잔 들어 입 맞추고 나, 그대를 바로보며 한숨짓노라 - 술 노래 / 예이츠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s;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 A drinking song / W. B. Yeats 최근의 진화생물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은 단순한 데서 온다고 한다. 행복은 생물의 본성을 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그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 한 잔 나누는 ..

시읽는기쁨 2018.02.04

고수는 다르다

정현 선수가 대활약했던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끝났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준결승까지 올라 페더러와 대결했다. 비록 졌지만 4강에 올라간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번 호주에서는 테니스 중계를 기다리며 행복했다. 정현 선수 때문에 오랜만에 페더러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결승전에서는 칠리치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오래 전 테니스를 할 때 동료가 백핸드를 배우라며 페더러의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 페더러의 폼이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감탄사가 연발로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두 손으로 백핸드를 치는데 페더러는 한 손으로 친다. 한 손으로 치면 힘은 약할지 몰라도 빠르고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힘을 별로 들이지 않..

길위의단상 2018.02.03

도피안사 느티나무

철원에 있는 도피안사는 '도피안(到彼岸)'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기억되는 절이다.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에 이른다는 의미가 각별하다. 국보인 철제비로자나불이 유명하다. 도피안사에 들어서면 가운데에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겨울이라 앙상해서 그렇지 여름 같았으면 느티나무 초록 그늘이 온 절을 뒤덮을 것만 같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600년으로 되어 있는데 한 그루가 그렇게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도피안사에서 이 느티나무는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만약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절 분위기가 무척 썰렁할 것 같다. 6.25 때는 이곳이 격전지였다. 절이 완파되는 피해를 입었어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느티나무가 대단하다.

천년의나무 2018.02.02

철원 두루미

두루미를 보러 철원에 갔다. 전에는 DMZ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양지리에 있는 두루미 관찰소를 찾았다. 한탄강 둑에 만든 건물에 들어가면 두루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먹이를 주기 때문인지 강에는 두루미와 고니가 많았다. 두루미는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가운데 재두루미 개체수가 제일 많았다. 약 50마리 정도가 한데 모여 열심히 모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좌우에 두루미 가족으로 보이는 무리가 있었다. 거리가 멀었지만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직접 감상한 것으로 만족했다. 대포 렌즈가 있었으면 하면 아쉬움은 남았다. 두루미는 한반도에서 5개월 정도 머물다 3월이면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전 세계 두루미의 30% 정도가 월동하기 위해 철원평야를 찾는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 ..

사진속일상 201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