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는 군데군데 소나무가 자란다. 조경용으로 심은 지 8년이 되었다. 소나무는 베란다 창을 통해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움츠리고 있더니 이제는 적응했는지 쑥쑥 자라난다. 봄에 돋는 새순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이러다가는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을 곧 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맘때면 연기가 일듯 송홧가루가 날린다. 창을 열어두면 베란다 바닥이 금방 가루로 덮인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꽃가루가 생기는지 신기하다. 박목월의 '윤사월'을 나직이 읊조려 본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올봄은 외딴 산 속 눈먼 처녀가 부럽다.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진 그 적막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