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16

함석헌 읽기(15) - 퀘이커 300년

이 책은 함석헌 선생의 번역서다. 퀘이커 운동이 시작된지 300돌을 맞으면서 퀘이커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하워드 브린턴(Howard Brinton)이 쓴 가 원저다. 퀘이커 신앙은 독특한 데가 있다. 개신교의 일파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톨릭에 더 가깝다. 챙이 넓은 모자에 수수한 검은 옷을 입고 문명을 거부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퀘이커는 예수의 복음에 가장 근접한 삶을 살지 않나 싶다. 그만큼 관심의 대상이다. 선생도 해방 후에 퀘이커를 접하고 모임에 나가면서 친우회원이 되었다. 퀘이커를 알기 위해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하기도 했다. 퀘이커가 매력적인 건 '침묵의 예배'다. 고정된 전례나 목회자가 없다.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임하심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묵상 중에 떠오른 영감을 나눈다...

읽고본느낌 2013.10.14

함석헌 읽기(14) -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저작집 30권 중에서 1권부터 13권까지를 읽었다. 처음에는 전집을 모두 읽겠다고 했지만, 점점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져 뒷부분은 관심 있는 부분만 골라 읽기로 했다. 선생의 대표 저작이 이 다. 선생이 역사를 보는 키워드는 의미와 고난이다. 모든 역사에는 뜻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인 선생은 하나님 섭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중에서도 한민족은 유독 고난을 많이 겪었다. 선생은 우리 민족을 '수난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짓밟힌 갈보가 된 여왕이다. 그러나 고난은 무의미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 고난은 더 높이 들어 쓰기 위한 하나님의 단련이다.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민족정신이다. 그러나 편협한 민족주의는 아니다. 우리의 융성한 민족 문화를 ..

읽고본느낌 2013.09.01

함석헌 읽기(13) - 우리 민족의 이상

함석헌 저작집 13권은 여러 군데서 한 강연문이 실려 있다. 선생은 남 앞에 나서지 못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지만 강연문을 읽어 보면 굉장한 달변가임을 알 수 있다. 원고 없이도 두세 시간은 너끈히 때울 수 있는 분이시다. 선생의 글과 말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를 준비하자는 내용이 많다. 고난과 비극의 역사를 털어내고 새 철학, 새 종교, 새 정치를 해보자는 것이다. 둘로 찢어진 걸 하나로 살리는 철학과 종교, 네 나라 내 나라 구분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중에서 1961년에 국토건설 요원에게 한 강연이 눈길을 끈다. 민족 정신의 각성과 의식 혁명을 젊은이들에게 요청하는 긴 내용이다. 강연 마지막은 이런 사자후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이제부터 할 국토개발에 대하여 한마디..

읽고본느낌 2013.06.25

함석헌 읽기(12) - 평화운동을 일으키자

이 책은 평화를 주제로 한 글과 강연집이다. 함석헌 선생이 평생 꿈 꾼 것이 평화의 세계였다. 한반도의 평화에서 세계의 평화, 그리고 내적으로는 마음의 평화까지 선생이 일관되게 싸운 것은 평화를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은 평화를 방해하는 제일 원인이 국가주의라고 본다. 국가의 지배자들은 민중을 통제하기 위해 분열시키고 싸움을 붙인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원수다, 의(義)다, 악(惡)이다 하고 서로 시비한다. 그들의 철학으로 하면 전쟁이 없어서는 아니 되고 상벌도 없어서는 아니 되고 차별도 없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한 세상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한 번 평화가 없어지면 그것이 본성인 양 잘못 생각하여 점점 더 악해진다. 이것이 오늘날까지의 인류 역사의 줄거리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

읽고본느낌 2013.05.10

함석헌 읽기(11) - 세계의 한길 위에서

11권은 함석헌 선생이 외국 여행을 하는 중에 쓴 글들이다. 선생은 세 번 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마지막이 1979년이었으니 연세가 여든이었을 때였다. 수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며 교민을 만나고 강연을 했으니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했던 것 같다. 혁명을 꿈꾸고, 지구의 미래를 사색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던 선생은 여든이라는 나이지만 정신은 청춘이었다. 외국에서 쓴 글에는 도리어 한국의 정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다. 그것은 선생의 여행 목적이 주로 퀘이커 모임이나 회의에 참석하는 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에 서구와 비교하여 편협한 우리 국민성을 비판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의 가장 나쁜 버릇이 당파 싸움이요, 가장 결점이 생각이 좁은 것이라는 걸 외..

읽고본느낌 2013.04.28

함석헌 읽기(10) - 오늘 다시 그리워지는 사람들

제10권에는 함석헌 선생이 존경하는 인물들에 대해 쓴 글이 실려 있다. 선생이 제일 존경한 사람은 간디였는데, 그에 대해 쓴 글이 7편으로 제일 많다. 그다음이 남강 이승훈으로 5편이다. 나머지는 유영모, 우치무라 간조, 김교신, 장준하, 셸리가 등장한다. 함 선생은 남강의 전기도 썼다. 남강 선생은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1907년 평양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에 큰 감명을 받고 구국 운동에 뛰어든다. 도산의 연설이 끝나자 남강은 인파를 헤집고 연단으로 나아가 하단하는 도산의 손을 잡으며 당장 머리를 깎고 옳은 일을 위해 나서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때 남강은 43세, 도산은 30세였다. 도산의 평양 연설은 워낙 유명해 과연 어떤 내용인가 궁금했는데 함 선생이 쓴 '남강 전기' 안에 그 내용이 ..

읽고본느낌 2013.04.18

함석헌 읽기(9) -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 2

함석헌 저작집 9권에는 1975년부터 1980년까지 '씨알의 소리'에 실렸던 선생의 글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재미있었던 내용 중 하나는 예수쟁이를 선생 나름대로 분류한 것이다. 종파에 따라 기독교를 가톨릭, 개신교,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으로 나누지만 실질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생활하는 것에 따라 분류한다면 다르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1. 천당족 2. 성신족; 사실대로 말한다면 '무당족'이라고 해야 한다. 3. 은혜족; 은혜가 아니라 싸구려 안일주의다. 4. 향원족; 공자 이르시기를, 향원(鄕原)은 덕(德)을 어지럽히는 자들이라고 했다. 맹자는 향원을 풀이하기를, "비난하려고 해도 어디 꼬집을 데가 없고, 찌르려 해도 찌를 곳이 없어, 시..

읽고본느낌 2013.04.10

함석헌 읽기(8) -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 1

8권에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잡지에 실렸던 함석헌 선생의 글이 모여 있다. 당시는 내가 대학생이었고, 군사독재의 철권통치가 극에 달했을 때였다. 캠퍼스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데모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는 선생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없었고, 선생의 글을 찾아 읽었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학생 운동권에서도 종교적 이미지가 강한 선생은 크게 주목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선생은 온갖 탄압 속에서도 를 꾸준히 발행하며 국민 각성 운동을 지속했다. 나름의 일관된 행보를 이어나간 것이다. 종교 집회는 열심히 찾아다녔으면서 선생의 글이나 강연회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지금은 부끄럽다. 선생의 글을 40년이나 지나 늦게 읽어보지만,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햇수는 중요하지 않다. 70년대 선생의 말씀은..

읽고본느낌 2013.04.05

함석헌 읽기(7) -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

7권에 있는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는 1970년의 창간호와 2호에 연속으로 실렸던 글이다. 태어나서부터 해방이 될 때까지 선생의 종교적, 사상적 변화 과정이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걸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 운명적으로 걸어온 길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에는 '인생은 갈대'라는 제목으로 1973년도에 썼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는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어림, 젊음, 일함, 찾음, 깨달음, 날아올라감의 여섯 토막으로 나누고 이를 갈대에 비유해서 읊은 시가 나온다. 선생이 50세 때 지은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생의 후반부를 찾음, 깨달음, 날아올라감의 단계로 묘사한 것이 흥미롭다. 선생의 종교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어림 인생은 연한 갈대 연한 순 날카론 맘 쓴 바다 노한 물결..

읽고본느낌 2013.03.26

함석헌 읽기(6) -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함석헌 저작집 6권에는 선생 개인의 인생 역정이 그려진 글이 여럿 실려 있다. '내가 겪은 관동대지진' '내가 맞은 8.15' '내가 겪은 신의주학생사건' 등과, 종교적 체험을 설명한 '이단자가 되기까지'가 대표적이다. '남강, 도산, 고당'에서는 세 분 스승과 만난 일화도 소개되고 있다. 선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히 알 수 있는 글들이다. 신의주학생사건이 일어났을 때 선생은 평안북도 자치위원회 문교부장 일을 맡고 있었다. 소련군이 진주한 뒤 시내는 공포 분위기로 변하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1945년 11월 23일에 학생들이 반소, 반공 시위를 할 때 학생들이 학살당하는 현장에 선생은 있었다.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위의 주모자로 몰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 선생이 월남할 수밖..

읽고본느낌 2013.03.19

함석헌 읽기(5) -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5권에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비롯해 21개의 글이 실려 있다.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심(憂國心)으로 가득하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1958년 '사상계' 8월호에 실린 글로 '6.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선생 글의 주제가 깨어 있는 씨알이 되자는 데 있다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만큼 선생의 외침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제목도 없다. 이번 대선 투표 성향을 분석했더니 소득 최하위층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제일 높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려 66%로 문재인 지지율 34%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되었다. 반면 중상층에서는 그 격차가 2%에 불과했다. '가난한 사람은 왜 부자를 위해서 투표하는가'라는 의문이 이번에도 들었다. 그들은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

읽고본느낌 2013.02.05

함석헌 읽기(4) -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

4권에는 1960년대 초중반에 쓰인 글이 주로 실려 있다. 그때는 민정이양과 한일회담 등 정치적으로 상당히 혼란한 시기였다. 선생은 줄기차게 군사정권에 대항하며 권력자와 각을 세운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회담 역시 반대한다. 돈과 경제를 위해 민족 자존심을 팔아먹는 걸 좌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계엄령을 발동하고 조약을 비준한다. 선생은 이렇게 외친다. "달러가 아니고는 못 사나요?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면 어떻습니까. 나라 운명을 한일회담에다가 매고, 비겁하게 벌벌 떨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살려면 우리 손으로 우리끼리, 살다 못 살면 같이 죽지 하는 각오를 해서만 이 난관을 열 수 있습니다. 나더러 무식하답니까. 어저께 우리 집에 강도로 들어와서, 우..

읽고본느낌 2013.01.23

함석헌 읽기(3) - 새 나라 꿈틀거림

함석헌 선생 사상은 비폭력 평화주의다. 선생의 글을 읽어보면 간디와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은 걸 알 수 있다. 비폭력 평화가 뜻은 좋지만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군대와 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잘못되면 국가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생은 비폭력 이상을 버리지 않는다. 국가가 망하더라도 뜻은 남는다고 한다. 선생은 '우리나라의 살 길'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이북에서 침입하는 경우에도 아무 무력의 대항 없이 태연히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심하면 죽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런 평화적인 태도로 맞으면 이북군이 아무리 흉악하더라도 절대로 그 흉악을 부리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첫째는 그들도 사람이요 한국 민족이기 때..

읽고본느낌 2013.01.18

함석헌 읽기(2) - 인간혁명

'혁명'이라는 말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2권은 함석헌 선생의 혁명에 관한 글을 묶었다. 그러나 선생은 힘에 의한 혁명을 주장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인간 혁명'이다. 폭력에 의한 혁명은 또 다른 혁명을 낳을 뿐이다. 인간이 변하는 혁명이라야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나갈 길은 비폭력혁명의 길이다. 이것이 일반 혁명가들과는 다른 선생의 독특한 점이다. 선생은 혁명의 근거를 생명의 본성에서 찾는다. 생명은 변화하고 자라는 것이다. 나무는 연륜을 지어야 하고, 뱀은 허물을 벗어야 한다. 끊임없이 탈바꿈함으로써 생명은 진화한다. 또,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의 지배자는 보수주의와 반동주의로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역사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악에 대한 투쟁이 곧 혁명이다. 현대문명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읽고본느낌 2013.01.07

함석헌 읽기(1) - 들사람 얼

한길사에서 펴낸 30권으로 된 함석헌 저작집을 읽으려 한다. 왜 지금 함석헌인가? 어두운 시대를 이겨낼 힘을 선생한테서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생의 사자후를 다시 들어야 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다. 따스한 봄볕만 바라는 세태에서 한 소리 큰 뇌성을 듣고 싶다. 이번에 1권을 읽어보니 선생의 말씀은 예언자의 목소리며 혁명의 외침이다. 요단강 세례 요한의 고함이다. 어둠과 불의의 시대를 밝히는 횃불이다. 지금도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말씀이다. 선생은 험난한 20세기를 온몸으로 사셨다. 일본 강점기, 해방, 6.25, 이승만독재, 4.19, 5.16, 군사독재 등을 거치며 생명 존중과 인간 자유를 위하여 싸웠다. 선생의 사상은 민중과 씨알, 고난사관, 비폭력 평화주의,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세계..

읽고본느낌 2012.12.31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사람들 틈에서 살지만 사람이 그립다. ..

시읽는기쁨 200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