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은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150만 평에 자리잡고 있다.역사적으로는세조의 묘로 결정된 뒤부터 이곳 주변의 삼림이 엄격하게보호되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임업시험장이 이곳에 세워졌으며, 1987년에 광릉수목원으로 개원하였다. 그러나 수도권에 있다 보니 워낙 입장객이 많아 지금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입장 제한을 하고 있다.
분회원들과 같이 광릉수목원에 다녀왔다. 입장 제한이 된 뒤로는 처음 가는 길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그동안 쉽게 가보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찾은 광릉수목원은 예전과 달라 길도 많이 생겼고인공적인 냄새도 많이 났다. 사람이 이용하는 편의성은 커졌으나 대신에 자연 그대로의 맛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봄의 숲은 아름다웠다. 온갖 나무들이 생존경쟁을 하면서 이루는 말 없는 조화의 세계는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했다. 때가 약간 지나기는 했지만 새 잎들의 연초록 색깔의 경연은 생활에 찌든 우리들 마음을 위무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숲에 들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지 동료들의 꽃과 나무에 호기심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전에 왔을 때도 피나물의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니 아마 봄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가장 눈에 자주 띈 꽃이 피나물이었다. 이런 풍경은 나에게는 좀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사실 일반적인 우리 산야에서 피나물이 이렇게 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피나물은 어릴 때는 삶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지만,그러나 약하긴 하나독성을 띄고 있는 식물이다.
철쭉의 어린 잎.꽃보다 이런 새 잎이 더 예쁘게 보일 때가 있다. 모든 새 잎은 갓난아이의 볼과 같이 여리고 귀엽다. 아기자기한 생명의 기운이 샘솟듯 피어나는 것 같다.
화단에서 금낭화를 만났다. 내 경험으로 금낭화는 사진발을 잘 받는 꽃이다.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쁘게 잘 나온다. 그래서 금낭화만 보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이 꽃은 포토제닉상을 받을 만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애기똥풀이 이곳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수목원은 아무래도 인위적 선택이 작용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자연 가운데서 그런 비자연스러움을 느낄 때면 약간 당혹스러워진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수목원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또한 눈에 여러 꽃들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 있다 보면 질리게 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투박하고 소박한 맛이 다시 그리워진다.
동료들이 전나무 숲길을 지나고 있다. 쭉쭉 뻗은 저 기상이 부러운 듯 고개가 모두들 위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전나무, 소나무, 리기다소나무, 잣나무를 침엽의 갯수로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
생태관찰로의 나무로 된 길은 숲을 지나 길게 이어졌다. 여기서는 동료들과 일부러 멀리 떨어져 혼자 침묵 속에 걸었다. 이런 데서는 절로 사람의 소리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흰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아그배나무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다.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의 한 순간이 얼어붙은 듯 정지했다. 먼 훗날, 2008년 봄의 광릉수목원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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