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먼저 찾아간 곳은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城隍林)이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 미리 공문을 보내 허락을 받아 놓았는데, 현장에서 이장님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성황림은 성황단(서낭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치악산의 서낭신을 이곳에 모셔, 100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면서 이 숲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숲에는 신이 산다고 믿으며, 신이 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이름도 신림(神林)이라 하였다고 한다. 사람들 출입을 통제하며 아름다운 자연림으로 보호된 이 숲은 현재 500년 된 전나무를 비롯해 50 종류 내외의 나무들과 다양한 초본류들이 자라고 있다. 성황림은 천연기념물 93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숲을 관통해서 성황단 앞으로 도로가 나있어서 숲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숲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의 노력으로 숲 둘레에 철책을 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한 결과 지금과 같은 숲이 되었다. 예전의 도로는 지금 낙엽이 뒤덮인 오솔길이 되어 있다.
가을이어서 숲 안은 고운 단풍이 들어 예쁘고 아늑하다.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자연스러움이 좋게 느껴진다. 비록 각각의 나무 이름을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어울려 자연스레 하나의 숲을 이루어가는 모습이 좋다. 자연에도 생존경쟁이 있지만 그것은 인간 세상과 다르게 조화 속의 경쟁이다. 결코 한 종이 또는 한 무리가 전체를 독식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영월 선암마을을 찾았다. 산허리를 돌아 올라가니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내려다보인다. U자형으로 휘감아 도는 평창강이 바다가 되고 그 사이의 땅모양이 한반도 그대로다. 강의 깊이라든가 동고서저형 지형이 실제와 비슷해서 재미있다. 지금은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여기는 7년 전에 마을주민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멀리 시멘트 공장이 서있어 이 아름다운 풍경에 흠집을 내고 있다. 옆의 동료는 저것이 중국의 공장지대를 상징하는 것이라 해서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곳을 보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분이 설명하는데 몇 해 전에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는 다리를 건설하려는 것을 억지로 막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을 본다. 한 동료의 얘기로는 우리나라 국토를 시멘트로 바르는 면적이 일본의 열배나 된다고 한다. 이젠 정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일행은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가 태평양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 쯤 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데크에 기대선 우리 일행이 우주관광에 나선 사람들로 연상되었다. 너무 황당한가, 그러나 미래 어느 때쯤에는 우주선 라운지에 앉아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앙성온천에 들렀다. 그러나 술이 고픈 나는 B와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이렇게 허전하고 쓸쓸한 것은 꼭 가을 때문만은 아니리라. 나 자신보다는 옆에서 슬퍼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보는 것이 더 힘들다.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내리길 빈다.
취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모부님의 부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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