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명랑하다.
늘 텅 비어있기만 한 아파트 단지의 작은 놀이터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아이들로 북적댄다.
기구에 매달려 깔깔거리는 아이도 있고, 이러저리 쫒고 쫒기며 달음질치는 아이들도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거리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병아리들의 지저귐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이 정겨워서 절로 미소가 인다. 그러나 당연한 풍경이 이젠귀하게 느껴지는 세태가 된 것 같아 씁쓰름하기도 하다.
방과 후의 학교 운동장에도 뛰어노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쯤 되면 한낮인데도 운동장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예전 우리 때만해도 자리를 잡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요즘은 시분을 다투는 학생들 스케줄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농촌에서는 아이들이 없어서 적막하고, 도시에서는 어디로 다 숨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아이들은 놀이터를 버려두고 다 어디로 갔을까?
흙과 바람과 해에게서 우리의 아이들을 훔쳐간 약탈자는 누구인가?
잠시 마음이 우울해지지만 그러나 통통 튀듯 들려오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에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그 소리에는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싱싱하게 뻗어날 생명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고 연약한 저 새싹들에게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