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초남이 성지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초남이 성지는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1756~1801)가 나고 자란 곳으로, 그와 그의 가족이 복음을 몸소 실천한 삶의 현장이다. 일찍 천주교를 접한 유항검은 1784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었다. 주변 뿐만 아니라 멀리 고창과 영광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 호남 최고의 부자로 평소에 잘 베풀고 종들을 형제처럼 대한 덕행이 복음을 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장남인 유중철 요한이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고자 하는 지향을 발하였을 때 이를 지켜주기로 결심하고 같은 뜻을 지닌 한양의 이순이 루갈다와 혼례를 치르게 했다. 동정부부는 이곳에서 하느님을 뜨겁게 사랑하며 4년 동안 동정을 지켰다고 한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유항검은 전주에서 능지처참형을 받았고, 다른 가족도 대부분 처형 되었다. 유항검의 어린 자녀들은 거제도, 흑산도, 신지도로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특히 유항검의 막내딸 유섬이는 9살의 나이에 거제도로 유배 가, 그곳에서 71세가 될 때까지 거룩한 삶을 살았던 것이 최근에 알려졌다.
그들이 살던 초남이의 궁궐 같은 집은 파가저택(破家瀦澤)형을 받아 웅덩이로 변했다. 그 자리 위에 지금의 성지를 만들었다.
동정부부가 살았던 집의 표지석.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때 유항검, 동정부부인 유중철과 이순이, 차남인 유문석, 조카인 유중성이 복자로 선포되었다.
아담한 성당 내부.
초남이 성지는 시골 동네 가운데에서 티나지 않게 자리잡고 있다. 작고 소박하면서 잘 꾸며진 성지다.
성지 앞에는 '호남 천주교 발상지, 1784년'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1784년은 유항검이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해다. 호남 지역 천주교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유항검과 동정부부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접한 바 있다. 그분들이 살았던 장소에 오니 신앙 선조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화려하지 않고 아담한 성지 분위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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