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 35

낮에 나온 반달

오후에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달이 떠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원 모양의 달이 또렷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중학교에서 물상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태양과 달의 운동 단원이었던 것 같다. 한 아이가 질문했다. "선생님, 달은 낮에 볼 수 없나요?"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럼 볼 수 없지. 낮에 달이 떠 있어도 하늘이 너무 밝기 때문에 달은 안 보이는 거란다." 이 대답이 잘못되었다는 걸 몇 년이 지나서야 눈치챘다. 명색이 과학을 전공한 선생이 낮에 뜬 달을 본 적이 없었다니. 아니, 봤더라도 그러려니 했지 앎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낮에는 해, 밤에는 달이라는..

길위의단상 2020.05.31

미스김라일락

해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에 미국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인 미더(E. M. Meader)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갔다. 향기가 진하고 병해에도 강한 나무의 특성을 알아챈 미더는 이 나무를 개량하여 이름을 '미스김라일락'이라 붙였다. 당시 사무실에서 식물 정리를 도와주던 한국 여자 호칭이 '미스김'이었다고 한다. 꽃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한 미스김라일락은 우리의 털개회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라일락이 되었다. 미스김라일락은 꽃이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었다가 점점 라벤다색으로 변하며, 만개할 때에는 흰색으로 변하고 매혹적인 향을 발산한다. 라일락 중에서도 향기가 제일 강하지 않나 싶다. 매력적인 꽃이지만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사..

꽃들의향기 2020.05.30

경안천습지공원 금계국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에 금계국이 만발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노란색 띠가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 장관이다. 이렇게 한 종류로 꽃밭을 넓게 조성하면 풍경이 단조로운 반면 스케일은 압도적이 된다. 지형에 따라 꽃을 선택하고 식재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 같다. 공원 둑길은 공사중이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그린 로드' 조성 사업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끊어져 있던 걷기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길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잘 정비해 주길 바란다. 각 구간을 상징하는 꽃길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20.05.29

연필로 쓰기

최근 지인으로부터 일산 호수공원에서 김훈 작가를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가는 20년째 일산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호수공원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다. 의 전반부는 호수공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물이 소재로 등장한다. 일산 호수공원에 나가면 벤치에 앉아 있는 작가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처럼 김훈 작가는 글을 쓸 때 연필을 고집한다. 컴퓨터의 편리함을 알겠지만 연필이 주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버리기 싫은가 보다. 글 쓰는 행위나 문체에서 작가 특유의 고집이 읽히기 때문에 작가를 좋아한다. 건조한 듯 담백한 듯하면서 의미의 정수를 캐내는 작가의 문체도 좋다. 는 작년에 나온 작가의 산문집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세상을 관조하는 듯하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다. 특히 신문에 발..

읽고본느낌 2020.05.28

용인휴양림에서 놀다

이번주에는 손주와 용인자연휴양림에 갔다. 손주를 데리고 노는 데는 일반 공원보다 휴양림이나 산이 낫다. 손주도 자연 속에 들어가는 걸 더 좋아한다. 요즘 시국에는 사람이 적은 곳이라야 마음이 편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다양한 시설과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숲에는 짚라인 같은 어드벤처 기구도 있다. 아이들 놀이터나 휴식할 수 있는 시설도 넉넉하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당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여러 차례 왔지만 손주와 함께는 처음이다. 산길은 잠깐 걷고 주로 놀이터 주위에서 놀았다. 조금만 산 속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쉼터가 많다. 자리를 깔고 느긋하게 낮시간을 보낸다. 손주는 올챙이를 잡는다고 돌 위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모른다. 사내 아이들은 움직이는 생물..

사진속일상 2020.05.27

백당나무꽃

꽃 모양은 산수국과 닮았다. 그러나 산수국은 색깔을 띠고 있는데(보라색이 흔하다), 백당나무꽃은 흰색이다. 산수국은 범의귀과, 백당나무는 인동과로 둘은 완전히 다른 나무다. 백당은 '백단(白壇)'이 변한 이름으로 짐작한다. 그보다는 북한에서 명명한 '접시꽃나무'가 더 어울린다. 흰 접시에 음식이 담긴 생김새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흰색 꽃은 수술이나 암술이 없는 가짜 꽃이다.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이런 가짜 꽃을 만든다. 이런 치장술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게 예외가 없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처럼 타자를 기망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식탁을 차려놓고 초대하니까.

꽃들의향기 2020.05.26

벌과 하느님 / 가네코 미스즈

벌은 꽃 속에, 꽃은 정원 속에, 정원은 토담 속에, 토담은 마을 속에, 마을은 나라 속에, 나라는 세계 속에, 세계는 하느님 속에, 그래서, 그래서, 하느님은, 작은 벌 속에. - 벌과 하느님 / 가네코 미스즈 "일본 센자키에서 외동딸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온순했다. 두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재혼한 뒤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집안일을 돕다가 어른들이 정한 남자와 결혼했으나 남편은 그녀가 글 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방탕한 남편과의 불화와 병으로 괴로워하다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네코 미스즈(1903~1930), 짧은 약력과 시 몇 편으로 그녀를 얼마나 알 수 있겠냐마는 왠지 그 이름만 들어도 슬퍼진다..

시읽는기쁨 2020.05.25

7년의 밤

정유정 작가의 스릴러 소설이다. 여성작가라는 선입견을 씻어줄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다. 그러면서 상황이나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는 아기자기하며 세밀하다. 불의의 사고로 낭떠러지로 내몰린 뒤 아들을 지키려는 남자(최현수)와, 딸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다른 남자(오영제)의 대결 이야기가 숨 막히게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광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는데 범죄와 폭력 스토리는 빠질 수 없다. 작가가 이런 소설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그중에서 제일 주목된 인물은 오영제다. 내가 아는 싸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싸이코패스는 자기 것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특징이다. 자기 물건을 부순 고양이를 ..

읽고본느낌 2020.05.24

98일만에 모임 나가다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만나는 당구 모임에 나갔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로 외부 모임에 나간 게 98일만이다. 그간 가족끼리 바깥나들이는 했어도 친구 만남은 삼갔다(불가피하게 상가 조문과 치과 진료는 있었다). 대중교통도 98일만에 이용했다. 거리에 나가니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착용률이 90%는 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몇 시간 계속 쓰고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적은 데서는 살짝 벗기도 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더니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팔로 입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러려면 왜 마스크를 쓰는지 모르겠다. 불안해서 다른 칸으로 옮겼다. 마스크를 펼치지 않고 쓴 사람도 있었다. 코와 입을 겨우 가릴 정도였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사진속일상 2020.05.23

금강경[21]

"'나에게는 가르칠 진리가 있다.' 수보리여, 그대는 여래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에게는 가르칠 진리가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곧 여래를 헐뜯는 일이 될 것이니 그것은 여래의 가르침을 바르게 깨쳐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말할 만한 진리가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보리여,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이때 지혜의 아들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오는 세상에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믿는 마음을 낼 중생들이 있겠습니까?" "수보리여, 저들은 중생이 아니고 중생이 아님도 아닙니다. 수보리여, '중생이란 중생이 아니라 중생이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

삶의나침반 2020.05.22

장수동 은행나무(2)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장수동만 아니라 인천시의 자랑이다. 이렇게 멋지고 우람한 은행나무를 본다는 게 영광이며 감사하다. 나이가 8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높이 30m, 둘레 8.6m에 이를 정도로 크면서, 5개의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뻗어 있어 형태가 매우 아름답다. 인천광역시 기념물 12호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내가 볼 때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 '베스트 텐'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은행나무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겨울이었다. 봄에 초록 잎을 입은 모습을 보니 더 감탄이 나온다. 왕성한 수세로만 본다면 8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다. 예전에는 음력 7월과 10월에 마을 주민들이 제물을 차리고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런 전통은 이..

천년의나무 2020.05.21

인천대공원 나들이

손주를 데리고 인천대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차로 약 50분이 걸리는 거리다. 비가 내린 뒤 맑고 청정한 날씨가 펼쳐졌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는지 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이 많았다. 처음 가 본 인천대공원은 예상 외로 넓으면서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리라고 여겼는데 세 시간 넘게 있으면서도 반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공원 안에 있는 8만 평의 수목원이 제일 좋았다. 인천 시민의 휴식과 힐링 공간의 역할을 하는 멋진 공원이다. 공원 중앙에 호수가 있고, 둘레에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놀이터를 제일 좋아한다. 공원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요소가 많다. 산에 갔을 때는 한 눈 팔 여지가 없었는데 공원은 다르다. 그래서 좀 피곤했다. 호수를..

사진속일상 2020.05.21

금낭화(2)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진빨이 잘 받는 꽃이 있다. 눈으로 보면 예쁜데 사진으로 찍으면 영 별로인 꽃이 있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보기 좋게 나오는 꽃이 있다. 금낭화는 후자에 속한다. 찍으면 작품이 된다. 금낭화의 '금낭(錦囊)'은 '비단 주머니'라는 뜻이다. 옛날에 아이들이 옷에 매달아 차고 다니던 복주머니 모양을 닮았다고 본 모양이다. 그보다는 금낭화를 볼 때마다 단발머리 소녀가 연상된다. 요사이는 신식이라서 빨간 염색을 했는가, 금낭화를 보면서 누구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옛 동네의 소녀 하나쯤 있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0.05.20

시인의 마을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는 세 시간째 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넓은 평원의 단조로운 풍경이 질리도록 펼쳐졌다. 다들 눈을 감은 채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한국에서 가져온 테이프를 운전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플레이어에 꽂았다. 정겨운 우리 가요의 멜로디가 독일 버스 안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독일에 연수를 온 지 두 주일째, 뒤에서 소곤거리며 잡담이 들리던 버스 안이 숙연해졌다. 몇 곡의 트로트가 지나가고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이 나왔을 때 내 가슴은 떨리기 시작했다. 노래 분위기와 당시 상황이 어쩜 그리 절묘하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어울리지 않게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주리오 누가 내 마음의 위안 돼주리오 ..

참살이의꿈 2020.05.19

경성에서 보낸 하루

청소년과 함께 떠나는 경성 여행기다.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의 어느 봄날이다. 친일파 두취(頭取, 은행장)의 아들이 유학 중인 동경에서 귀국하여 하루 동안 경성을 둘러보는 내용이다. 사실적인 묘사가 실제로 당시 경성 시내를 거니는 듯하다. 1934년은 일제의 식민 통치 체제가 더욱 단단해지고 해방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져 버린 시대였다. 1937년 중일전쟁을 앞두고 전시 체제로 돌입하기 직전의 비교적 안정된 시대였으며, 식민지의 그림자를 덮어버릴 정도로 경성은 화려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졌다. 그때 경성은 인구가 40만 정도 되었는데 일본인은 12만 정도였다. 경성은 북촌과 남촌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일본인은 주로 남촌에 거주했다.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시설이나 유흥업소도 남촌에 주로 형성되었다...

읽고본느낌 2020.05.18

코로나19를 보는 글 두 편

코로나19를 대하는 글 두 편을 옮긴다. 첫 번째는 지난달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종철 선생의 칼럼이다. 제목이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이다.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 / 김종철 인류가 소위 문명생활을 시작한 이래, 역병은 인간 사회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세계의 역사는 어떤 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때로는 국지적으로, 때로는 대륙 전체에 걸친 역병의 창궐과 그 후유증으로 세계사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인 요인은 생산력의 발전이나 계급투쟁 혹은 전쟁이 아니라, 감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표적인 예는 중세 말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페스트일 것이다..

참살이의꿈 2020.05.17

붉은병꽃나무

우리 아파트 둘레에 붉은병꽃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5월이 되어 꽃이 피면 불타는 듯 아파트를 감싼다. 꽃 하나하나를 보면 그리 잘 생긴 꽃은 아니다. 오히려 억센 느낌을 받는다. 병꽃나무 자체가 본래 생명력이 강하다. 병꽃나무 중에서는 붉은병꽃나무 꽃이 제일 화려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이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워주니 조경용으로는 최고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편이다. 아파트 안을 산책할 때 자꾸 눈길이 간 붉은병꽃나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5.16

지적 생명체 실험 실패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실제 주인은 유전자다. 유전자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지적 존재인 인간을 이용할 뿐이다. 처음부터 지적 존재가 되도록 계획하고 유도한 주체는 유전자다. 인간은 오로지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이기성이 제일 잘 발현된 존재가 호모 사피엔스다. 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이다. 지구는 살아 있다. 지구는 토양과 대기, 해양과 생물 생태계를 포함해서 조화롭게 작동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존재다. 지구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무기물은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지구의 상태를 조절 유지해 왔다. 만약 지구 시스템을 파괴하는 요인이 생기면 지구는 그를 제거할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다. 두 이론이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지구의 위기 상황이..

길위의단상 2020.05.16

손주와 휴양림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유명산자연휴양림에 갔다.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않는 손주를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일에 하루는 손주와 놀기로 했다. 지난주는 전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건너뛰었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자락에 있다. 휴양림 안에 자생식물원이 있어 숲 속에서 꽃 관찰하기에 적당하다. 휴양림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통제 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 명분이 생겼다. 발걸음은 먼저 자생식물원으로 향한다. 꽃 구경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도 찾아보고...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아이는 잔디밭을 뒹굴고 뛰어다닌다. 우리는 신기하다는 듯 그 모습을 지켜본다. 평일의 식물원에는 우리 외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사진속일상 2020.05.15

영국의 노동자들에게 / 셸리

영국의 노동자들아, 무엇 때문에 그대들을 업신여기는 지주들을 위해 밭을 가는가? 그대들의 폭군들이 입을 사치스런 옷을 무엇 때문에 힘들이고 근심하며 짜는가? 무엇 때문에 나서 죽을 때까지 먹이고, 입히고, 지켜 주는가? 그대들의 땀을 짜내려 드는 아니 그대들의 피를 마시려 드는 저 배은망덕한 게으름뱅이들을 영국의 부지런한 자들아, 무엇 때문에 많은 무기와 사슬과 채찍을 만드는가? 고통을 모르는 이 게으름뱅이들은 그것으로 그대들의 강요된 노동의 생산물을 약탈할 텐데 그대들은 여가, 안락함, 평온, 피난처, 음식, 부드러운 연인의 향기를 누리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값비싼 고통과 근심으로 그대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대들이 뿌린 씨를 다른 사람이 거둔다네 그대들이 찾아낸 재산을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네..

시읽는기쁨 2020.05.14

여산동헌 느티나무

전북 익산의 여산 동헌(東軒)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여산은 현이었다가 세종 18년(1436)에 원경왕후의 외가가 있는 곳이라 하여 군으로 승격되었다. 아마 이 느티나무는 그 시기에 동헌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은 약 600년이다. 옆에도 다른 느티나무가 몇 그루 있다. 느티나무 아래엔 백지사 터가 있다. 백지사(白紙死)란 죄인의 얼굴을 백지로 덮고 물을 뿌려 질식사시키는 방법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백지사 처형을 당했다. 이 느티나무는 동헌 뜰에서 벌어진 잔인한 광경을 다 보았을 것이다. 150년 전의 상황이 아득하다. 세상은 일변했고, 느티나무만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20.05.13

공조팝나무

조팝나무에도 종류가 많다. 이름이 익은 것만도 조팝, 꼬리조팝, 당조팝, 일본조팝, 참조팝, 그리고 공조팝이 있다. 그중에서 공조팝나무꽃은 조팝나무꽃이 지고 난 뒤인 5월이 되어야 핀다. 조팝에 비해 꽃이 탐스럽고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 계절의 여왕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정원 울타리에 공조팝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조팝나무, 이팝나무 같은 이름에는 배 곯은 민초들의 한숨이 스며있는 듯 해서 가슴이 아리다. 꽃이 피는 시기가 마침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때다. 요즘 사람이 꽃을 보며 조밥과 이밥을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조팝나무를 '눈버들(雪柳)이라 부른다. 조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버드나무 가지에 눈이 내린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낭만적인 명칭을 붙일 여유조..

꽃들의향기 2020.05.13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코로나19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의 시스템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류를 파멸시킬지 모른다. 코로나19를 자연계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로 받아들여 본다. 는 리오 휴버먼(Leo Hubeman)이 쓴 책으로 1930년대에 나왔다. 90여 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추천받았다. 이 책은 나 같이 이과를 전공을 사람도 읽기 쉬우면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발전해 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이고, 2부는 '자본주의에서 ..

읽고본느낌 2020.05.12

내월리 느티나무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명곡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옆으로 741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칠월 칠석에는 이 느티나무 밑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마을의 화합을 다지며 행운을 비는 굿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나무 둘레에는 주민의 기원이 적힌 종이가 달려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 해 온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이고,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6m다.

천년의나무 2020.05.11

성지(23) - 천호, 여산, 숲정이

34. 천호성지 천호(天呼)성지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산(天壺山)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박해 시대에 다리실 교우촌을 비롯해 많은 신앙 마을과 공소가 있었다. 에 따르면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첩첩산중이었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명서 베드로 등 다섯 분과 다른 무명의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다. 2007년 준공된 부활성당으로 콘크리트 벽과 부정형의 외관이 특이한 성당이다. 예수가 묻힌 무덤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기해박해 10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비. 야외 제단. 성물박물관. 피정의 집. 아내와 장모님은 미사에 참예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지참하지 않아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천호성지는 넓은 터에 잘 가꾸어진 성지다. 개인적으..

사진속일상 2020.05.11

5월의 전주수목원

코로나19로 전주수목원이 폐쇄되었다가 8일에 재개장했다. 전주에 내려간 길에 잠시 짬을 내 들렀다. 전주수목원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수목원이다. 고속도로 건설시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복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에 조성하였다. 처음에는 조경수의 포지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10만 평의 부지에 4천 종 가까운 다양한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종합 수목원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선지 조용한 분위기에 많은 식물이 전시된 알찬 수목원이라 할 수 있다. 공기업이 운영하지만 여느 수목원 못지 않은 정성이 느껴진다.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로 수목원에 들어왔다. 그런데 꽃 구경을 하며 녹색 숲을 걷다 보니 마음은 어느덧 무장해제가 되어 있다. 자연이 주는 치유 효과다. 오전 두 시간 정도를 천천..

사진속일상 2020.05.10

무도리 소나무

오랜만에 멋진 자태의 소나무를 만났다. 제천시 송학면 무도3리 마을 입구를 지키는 소나무다. 마을 주민이 이 소나무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석비에 새긴 설명으로 알 수 있다. 오랜 옛적부터 이 소나무를 서낭당으로 모시면서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날 밤에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서낭제사를 정성껏 올리고 있다 한다. 그리고 나무를 영원히 보호하는데 온 정성을 다할 것음을 밝히고 있다. 나무 밑에는 '성황신위(城隍神位)'라 쓰인 돌 비석이 있다. 나무는 원줄기 1m 정도 높이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며 부채살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며 생육 상태가 좋다. 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을 주민의 정성이 느껴진다. 나무는 수령이 600년 정도며, 높이는 13m, ..

천년의나무 2020.05.06

금강경[20]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처의 몸으로 부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빛나는 부처님 몸만으로는 부처님을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 몸'이란 '부처님 몸'이 아니라 '부처님 몸'이라고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생김새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거룩한 여래의 생김새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생김새'란 '여래의 생김새'가 아니라 '여래의 생김새'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0(몸도 여의고 생김새도 여의고, 離色離相分) 불교에서 불상이나 부처님 유골을 신성시하는 것은 오히려 깨달음의 길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종교에서 거룩한 ..

삶의나침반 2020.05.06

도화리 버드나무

제천시 송학면 도화리에 있는 버드나무다. 안내판에는 지명이 지곡마을이라 적혀 있다. 이 버드나무는 무도천과 2차선 도로 사이에 있다. 도로에 가깝지만 나무가 자라는 터가 넓어서 여유가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혼자 덩그마니 있는 모습에 잠시 내려 가까이 가 본 나무다. 이 버드나무 수령은 약 200년이고, 나무 높이는 14m, 줄기 둘레는 3.4m다.

천년의나무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