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빗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 가을비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내린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덮여 있고 밖은 어두침침하다. 열린 양쪽 창문으로 낙숫물 소리가 구슬픈 음악처럼 울린다. 지금 같은 초가을의 때, 가을비는 기분을 멜랑콜리하게 만든다. 누가 어깨를 툭 치면 찔끔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다. 아침에는 가까운 공원을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낮이 되니 만사가 귀찮다. 이럴 때는 부침개와 막걸리 한 잔이 내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준다. 아내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손주 얘기, 이웃 얘기, 텃밭과 터 얘기 등이 또 다른 반찬이다. 과거 회상으로 접어들려는 아내를 나는 한사코 말린다.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고단한 일일 거라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