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갔을 때 길을 걷다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놓쳐서 액정이 깨졌다. 바닥이 우둘투둘한 시멘트길이였는데 마침 액정면이 직접 부딪치면서 여러 군데 거미줄이 생겼다. 다행히 휴대폰은 정상으로 작동했다. 당장에는 실수를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언짢았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은 거였다. 화면 보기가 불편하니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볼 일이 없을 터이고, 이참에 휴대폰과 거리를 두고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액정 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집에 있으면서도 수시로 핸드폰을 켜고 무슨 연락이 오지 않았나 확인한다. 그냥 습관적으로 손이 휴대폰으로 간다. 늙은 백수에게 특별하거나 긴급한 연락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개 본 걸 또 보고, 할 게 없으면 뉴스라도 검색하며 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