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75

다산길 2코스를 걷다

남양주 다산길은 13코스까지 만들어져 있다. 그중에서 2코스 일부를 오늘 걸어보았다. 다산길 2코스는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와 중앙선 도심역을 연결하는 15km 길이다. 주로 한강변을 따라 길이 조성되어 있어 제일 경치가 좋은 코스다. 다산유적지에서 강변으로 나가면 2코스가 시작된다. 잠시 산길로 들어갔다가는 이내 다시 강과 만난다. 그뒤부터는 풍광 좋은 강변길이 북쪽으로 쭉 이어진다. 능내리는 연을 많이 심었다. 지금은 연근 수확철이다. 직접 연근을 팔기도 한다. 여름에 연꽃이 필 때는 한강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룰 것 같다. 여기를 나서면 1, 2, 3코스가 함께 만난다. 옛 철길을 보행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었다. 옛날에 서울에서 고향을 오갈 때 이 철길을 이용했다. 그러나 선로가 옮겨가고..

사진속일상 2012.10.04

이배재에서 남한산성까지 걷다

옛 동료와 만나 산길을 걸었다. H 선배와는 2년 만에 만났다. 손주를 봐주느라 그동안 두문불출하시다가 오늘 겨우 시간을 내셨다. 사모님이 편찮으시니 선배가 아이 보는 일을 도맡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산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신다. 선배의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손주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봐주어야 한단다. 정말 자식이 뭔지 모르겠다. 오후에는 유아원에 보낸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해서 산행을 짧게 했다. 이배재에서 남한산성까지였다. 산야는 가을로 물들고 있었다. 설악산에서는 벌써 단풍 소식이 들린다. 지금부터 11월 초까지가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남한산성 오복집에서 두부전골로 점심을 하고 광주행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그동안 남한산성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버스를 타고 하산한 것은..

사진속일상 2012.09.26

고불산을 넘어 집에 오다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뒤 햇살이 더욱 환하다. 하늘도 푸른색을 되찾다. 이런 날은 걷기 본능이 마구마구 꿈틀댄다. 분당 야탑에 있는 치과에서 이빨 치료를 받고 고불산을 넘어 집에까지 걸었다. 탑골공원에서 산에 들어 능선길을 따라 걷다가 고불산을 지나 우남아파트로 내려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걷기에 좋은 산길이었지만 실수로 물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내내 갈증에 시달려야했다. 산 아래 내려와서는 기진맥진했다. 분당 메모리얼 파크 옆의 소나무 길. 고불산 정상에서 바라본 성남 지역. 지난 태풍으로 산길은 밤송이와 나뭇잎으로 덮여 있어서 어수선했다. 오늘 길은 처음 걷는 길이 대부분이었는데 타박타박 걷기에는 아주 좋았다. 영장산과 연계해서 다시 한 번 걸어봐야겠다.

사진속일상 2012.08.31

강동그린웨이를 걷다

물리회 스물네 번째 산행은 강동그린웨이를 걸었다. 아침 9시 30분, 고덕역에 네 명이 모였다. 날은 잔뜩 흐렸다. 고덕역 4번 출구에서 조금 나가면 명일근린공원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야트막한 야산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안내 표시판이 잘 되어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이곳은 녹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서울과 하남의 경계선을 따라 길은 실처럼 이어진다. 천호대로를 지나면 일자산공원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둔촌동(遁村洞)이란 지명은 이집(李集, 1327-1387)의 호인 둔촌(遁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집은 고려말의 학자였는데 공민왕 17년(1368)에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은거했다고 ..

사진속일상 2012.02.25

전주 완산칠봉

2월 19일(일), 이번에는 전주천을 따라 완산칠봉에 갔다. 덕진동에서 40분 정도 걸으면 산 아래 완산공원에 닿는다. 완산칠봉(完山七峰)은 전주시 남쪽에 있으며 전주를 대표하는 산이다. 서울로 치면 남산 쯤 될 것이다. 주봉인 장군봉(185m)을 비롯해 옥녀봉, 무학봉, 백운봉, 용두봉, 탄금봉, 매화봉의 일곱 봉우리가 나란히 산줄기를 따라 이어져 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이 이 완산을 점령하고 관군을 맞아 격렬한 전투를 벌인 현장이기도 하다. 1981년 처가에서 약혼식을 하고 양가 가족들이 이 완산칠봉으로 구경을 왔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전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로부터 30년이 넘게 흘러 그 자리에..

사진속일상 2012.02.21

전주천을 따라 치명자산에 가다

2월 18일(토), 전주 덕진동에서 출발하여 전주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며 치명자산까지 갔다. 치명자산(致命者山, 360m)은 호남에 처음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 영입과 서양 선진 문화 수용을 주장하다가 국사범으로 처형된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그의 처 신희, 동정부부로 순교한 큰 아들 유중철(요한)과 며느리 이순이(루갈다), 둘째 아들 유문철(요한) 등 일곱 분이 하나의 유택에 모셔진 곳이다. 이분들은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 때, 9월부터 4개월여에 걸쳐 전주 남문 밖, 전주옥, 숲정이에서 처형되었다. 원래 이 산 이름은 승암산(僧岩山)이었으나 순교자의 묘가 들어오면서 치명자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순교자의 산'이란 뜻이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산상성당이 나온다. 성당 위..

사진속일상 2012.02.20

겨울 아침의 산길

서울로 나가는 아내를 바래주고 겨울 아침의 산길을 걷는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으나 산에 드니 따스하다. 이미 봄이 잉태된 소리를 듣는다. 올겨울에는 눈을 보기 어렵다. 살짝 몇 번 흩날렸을 뿐 땅에 쌓인 적은 없다. 발걸음 따라 건조한 흙먼지가 날린다. 날 포근해지면 강원도로 달려가 눈과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 칠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주 시내의 모습. 내가 사는 동네를 가운데에 넣었다. 칠보사 마당에 있는 목련의 솜털에 윤기가 돈다. 그러나 아직은 추위에 몸을 도사리고 있다. 딱새도 만났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먹이를 걸어놓았는데 그 주위를 배회하며 떠나지 않는다.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지 "삐- 삐-", 경고음을 내며 어서 가라 독촉한다. 어제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이는 무지하기 때..

사진속일상 2012.01.30

설봉산에 오르고 온천욕을 하다

이천에 있는 설봉산(雪峯山)은 따스한 추억이 있는 산이다. 갑자기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오후가 되어서야 아내와 집을 나섰다. 이런 게 백수의 좋은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때라도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 산 아래 있는 설봉공원은 예전과 달리 깔끔하게 단장되었다.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너무 많이 변해 전에 올랐던 입구는 찾지를 못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길을 따라 산에 들었다. 설봉산 산림욕장이라는 나무문을 지났다. 호암약수터를 지나 능선에 오르면 설봉산성(雪峯山城)이 나타난다. 유물로 볼 때 삼국시대 백제의 석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산성 둘레는 약 1km이고, 칼바위 부근에 장대 건물터도 발견되었다. 두 개의 판석이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생겼다. 칼바위 부근에 있는 소나..

사진속일상 2012.01.10

친구와 남한산성 성곽길을 걷다

친구와 남한산성 성곽길을 한 바퀴 돌았다. 두 주 만에 걷는 걸음이었다. 산에 오르니 바람이 찼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듯 잔뜩 흐렸다. 원래 대학 동기들 22차 산행일이었으나 날씨가 추워선지 둘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러다간 홀로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남문을 중심으로 해서 성을 일주하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성곽길은 언제라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약간은 부족한 듯한 이 정도가 내 체력에도 맞다. 걸으면서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의 버킷 리스트가 재미있었다.친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데도 많다. 퇴직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었다. 오전에 산길을 걸은 뒤 따뜻한 두부전골로 몸을 녹이고 헤어졌다. 전날 과음..

사진속일상 2011.11.26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걷다

십이령(十二嶺)길은 옛날에 울진과 내륙 지방을 연결하는 길이었다. 보부상들이 울진장이나 죽변장에서 해산물을 사서 봉화, 영주 등에서 파는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열두 고개를 말한다. 이 길은 보부상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이나 선비들도 이용했다. 지금은 금강소나무숲길이라고 부르고 그 일부가 현재 1구간(13.5km)으로 개통되어 있다. 나머지 2구간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이 길 외에도 소광리를 출발점으로하는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이 만들어져 있고, 앞으로 5구간까지 준비되고 있다. 지난 12일에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걸었다. 전날저녁에 트레커 팀원들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 있는 민박집에 도착해서 일박했다. 아침 9시, 집합장소에 걷기 예약을 한 4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간단한 안내와 주의사항을 듣고 두..

사진속일상 2011.11.14

개화산 약사사

서울 강서구 개화산에 있는 약사사(藥師寺)는 원래 이름이 개화사(開花寺)였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이 있는 걸로 보아 꽤 오래된 절로 보인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開花寺'라는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지금의 약사사를 한강 건너편에서 그린 것이다. 마침 전 직장 동료들과 개화산에 갈 기회가 생겨서 머리로 겸재의 그림을 떠올리며 약사사와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산이나 절의 모습은 그림과 많이 달랐고, 다만 삼층석탑은 그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많이 변했을 법도 하다. 산세도 나무가 있고 없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림에서는 개화산 바로 아래로 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지금은 한강이 멀리 후퇴해 있다. 절밑에 버드나무와 밭이 보이..

사진속일상 2011.10.15

반포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걷다

판사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고가 한 차례 연기된 뒤였다. "원고에게 부과한 세금을 취소하라!" 순간 고생했던 여주 생활과 그 후유증이 떠올라 눈물이 맺혔다. 돈보다는 내 자존에 관계되는 문제였다. 억울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다음에 소송을 도와준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판사님, 감사합니다. 한강을 혼자 걸었다. 가을 바람이 서늘했고 하늘은 청명했다. 마음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사라졌다. 걷는 걸음이 가벼웠다. 한강을 오랜만에 걸었다. 옛 생각이 많이 났고 기분은 들떴다. 세상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 걸은 시간; 4 시간(11:00 - 15:00) * 걸은 거리; 14 km * 걸은..

사진속일상 2011.09.20

이배재에서 산성역까지 걷다

어제는 잠실에서 약속된 저녁 모임에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산길을 따라 걸어가기 위해서다. 그동안 너무 비가 자주 내려 걷기에 굶주렸다. 두 달 내내 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창 뜨거워야 할 8월 더위가 실종되었다. 이배재고개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형제봉을 거쳐 망덕산에 이른다. 해발 500 m인데 여기서부터는 남한산성까지 산줄기를 따라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평지를 걷는 것 같다. 검단산을 지나 남한산성 남문인 지화문(至和門)에 닿았다. 두 시간을 넘게 걸었더니 피로가 밀려왔다. 이럴 때는 막걸리 한 잔이면 생기를 찾을 수 있는데 매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원래는 마천역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산성역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남문에..

사진속일상 2011.08.19

광주 목현천

광주 목현천(木峴川)은 목현동과 송정동을 지나 경안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작은 하천이다. 이배재고개가 있는 산에서 발원하여 길이가 약 8 km 정도 된다. 집 가까이 있어서 가벼운 산책을 할 때면 이곳으로 나간다. 지금은 큰 비가 내린 뒤라 물이 깨끗한 편이다. 아이들이 물장구 치며 노는 모습이 친근하고 다정하다. 목현천은 시골에 있는 하천을 닮았고 그런 분위기가 나서 좋다. 아내 말로는 밤에 가면 더 느낌이 좋다고 한다. 목현천은고향 내음이 나는 정겨운 하천이다. 광주 시내도 그렇다. 시골스러운 점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는 걸 나는 읍내에 나간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외곽에 살지만 시내까지 걸어다니기에 넉넉하다. 오가는 길에 논도 지나고 밭도 지난다. 목현천도역시 세련되지 않아 도리어 좋다. ..

사진속일상 2011.08.02

남한산성을 일주하다

셋이서 남한산성을 일주했다. S, Y, 두 형과 남문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나무와 풀꽃 공부를 하면서 느릿느릿 걸었더니 4시간이 걸렸다. 사흘 연속으로 퍼붓던 비가 아침부터 그쳤고 간간이 햇빛이 나왔다. 남한산성에 오면 옛 생각이 많이 난다. 40대 때 제일 많이 찾은 산이 남한산성이었다. 들꽃을 배운 산도 남한산성이었다. 남한산성에 난 모든 길은 대부분 다 걸어보았을 것이다. 또 남한산성을 지나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는 걸 즐겼다. 비 오는 날이면 더욱 그랬다.남한산성 곳곳에 개인적 추억이 어려 있다. 남한산성에 서어나무가 많이 자라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Y의 얘기로는 앞으로 서어나무가 점점 더 번성할 것이라고 한다.이것이 서어나무 열매다. 성 옆에 있는 병암남성신수비(屛岩..

사진속일상 2011.07.29

경안천을 따라 모현까지 걷다

낯선 길을 걸을 때는 긴장되고설렌다.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된다. 어제는 마침 구름이 잔뜩 끼어 따가운 햇볕을 가려 주었다. 이런 날은 그늘이 없는 길을 걷기에 적당하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경안천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앞산을 넘어 경안천으로 들어섰다.길에는 장마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용인 방향으로 걸어볼 예정이다. 천변을 따라 산책로가 광주에서 용인까지 만들어져 있다고 들었다. 방향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길만 따라 걸으면 된다. 천변길의 분위기는 서울에 비해 투박하고 어수선했다. 그래도 다행히 도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자동차 소음은 들리지 않아 좋았다.경안천은 자연 상태 그대로다. 물은 풀과 모래 사이를 이리저리 휘감고흐른다. 그런데 걷는 사람은 하나도없었다..

사진속일상 2011.07.23

경안천습지생태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꾸민 공원이다. 인간중심이기보다는 자연을 더 소중하게 여긴 공간이어서 이곳에 들면 마음이 편하다. 인공적인 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다양한 생물들이 강의 습지에서 서식한다.습지는 또 수질을 개선하는 작용도 한다.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이 습지로 변했다. 용인과 광주를 거쳐서 흐르는 경안천의 오염이 심했으나 지금은 많이 정화되었다. 광주시 퇴촌에 있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팔당댐으로 유입되는경안천의 맨끝 지점에 있다. 공원은 나무데크로 길을 잘 만들어 놓아서 산책하기에 좋다.조금은 쓸쓸한 기분에 젖어 걸으면더 좋겠다. 그래서 여럿보다는 혼자서 걸을 때 어울리는 길이다. 석양이 지는 저녁에 이 길을 걷고 싶다.

사진속일상 2011.07.01

경안천을 걷다

이사를 오니 경안천이 옆에 있다. 경안천(慶安川)은 용인에서 발원하여 광주를 거쳐 분원리에서 한강과 합류한다. 길이가 약 50 km 되는 한강의 지천이다. 집에서 도서관을 거쳐 경안천에 처음 나갔다. 책 속에 묻혀 있는 것도 좋지만 새 길을 걸어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행복이다. 광주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천변이 청석공원이다. 하천 양쪽으로 넓은 부지에 운동이나 휴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공원에서는 마침 ‘우리 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눈요기를 했다. ‘광주시 우리 꽃 연구회’에서 주최한 것인데 꽃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이 알찼다. 황사가 지나가는 중이어서 걷기에는 좋지 않은 날씨였다. 바람도 세게 불었다. 마스크를 하고 걷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하류 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곳 광..

사진속일상 2011.05.04

도봉산길을 걷다

아직 미개통된 북한산 둘레길의 도봉산 구간을 트레커 팀과 걸었다. 지난 번에 북쪽 구간을 걸었고, 이번에 남은 마지막 구간을 걸었다. 이로서 트레커 팀은 북한산 둘레길 70 km를 네 차례에 걸쳐 완전히 일주했다. 나는 그중에서 1/2만 걸은 셈이다. 이번 구간은 망월사역에서 시작하여 우이동에서 끝났다.여기는 간이 방향 표시가 되어 있어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제 곧 시설물 공사를 할 것 같다. 정식으로 길이 열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북적댈 텐데 우리는 그 전에 걸어 조용해서 좋았다. 휴일인데도 사람들을 거의마주치지 않았다. 길 곳곳에 이런 임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구간은완만하고 부드러운 산길이다. 일부에는 나무로 된 예쁜 표지판도 걸려 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라 제 각각..

사진속일상 2011.03.27

북한산 둘레길 미개통구간을 걷다

북한산 둘레길은 현재 남쪽 구간이 열려 있다. 북쪽으로 사패산을 돌아가는 코스는 이번 여름에 개통 예정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예상되는 길을 이번에 미리 걸어 보았다. 어제 히말라야 팀 9명이 함께 했다. 전철 불광역에서 모여34번 시외버스를 타고 샛터 정거장에서 내렸다. 집을 나설 때는 비가 내렸는데 어느새 눈으로 변했다. 주변은 온통 눈세계였다. 가벼운 하이킹이라 생각하고 우의나 스틱 등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심란해졌다.다행히 산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발이 가늘어지더니 곧 그쳤다. 올 겨울 산행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덕분에 첫 눈길 산행을 행운을 얻었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의 북한산과 도봉산, 사패산을 한 바퀴 도는 약 70 km의 산길이다. 현재는 북한산과 우이령길을..

사진속일상 2011.03.02

안양예술공원

낮에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저녁 약속 장소인 안양예술공원으로 갔다. 3시간의 여유가 생겨 천천히 산책하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혹 북 카페라도 있으면 책이라도 보며 쉴 요량이었다. 전에는 안양유원지라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안양예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원지보다는 예술공원이 훨씬 고상하고 품격 있게 들린다. 무엇이든 작명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명만 한다고 포장이 내용을 대치할 수는 없다. 여기는 공원이기보다는 음식 거리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길을 따라 먹고 마시는 가게들밖에는 없다. 여관이나 모텔이 전시장이나 공연장보다 더 자주 보인다. 이름은 예술공원이지만 예술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각 작품들이 산재해 있지만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

사진속일상 2011.02.13

걷기의 의미

발을 다쳤다. 추운 날 시멘트길을 다섯 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다리에 무리가 된 모양이다. 오른발을 디디면 통증이 온다. 열흘 가까이 긴 외출은 삼가고 있다. 마음대로 걷질 못해 답답하긴 하지만 하릴없이 집에서 쉬는 것도 괜찮다. 마침 지난주 경향신문에 박홍규 선생의 칼럼이 실렸다. 자신만 보고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 내 근시안적 걷기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길도 상품이 되었다. 올레길, 둘레길 같은 상품명도 있고, 고객을 끌려는 광고도 한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걸으러 간다. 이름난 길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서점에 가면 걷기에 관한 안내서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국이 걷기 열풍이다. 강을 살린다고 강을 파헤치고, 도로를 만든다고 산을 깎아낸..

참살이의꿈 2011.02.01

과천에서 구의동까지 걷다

집 가까이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양재천이다. 서울로 들어갈수록 복잡해지지만 과천 쪽은 한적해서 좋다. 찻길도 멀어 자동차 소음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있다. 오늘 다시 양재천을 걸었다. 과천 선바위역에서 시작하여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마쳤다. 혹한이 풀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하의 날씨였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얼굴에 닿는 냉기가 따가웠다. 그래도 이만하면 걷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점심시간 때에 산책나온 직장인들을 제외하고는 길은 텅 비었다. 겨울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양재천을 두 시간여 걸으면 한강에 닿는다. 이번에는 상류쪽 잠실로 향했다. 인생이 덧없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덧없는 건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나 태도가 아닌가 싶다. 애욕이라든가 집착 같은 것...

사진속일상 2011.01.21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출발했다. 한 팀은 북한산 향로봉을 향했고, 우리는 진관사(津寬寺)에서 효자동 방향으로 둘레길을 걸었다. 직장 동료 9명이 함께 했다. 눈 때문에 출발을 많이 망설였다. 다행히 북한산 아래에 들어서니 함박눈은 그쳤다. 산의 나무들에 예쁜 눈꽃이 피었다가 이내 녹았다. 길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일부 산길의 눈은 녹지 않아 발밑에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정겨웠다. 북한산 둘레길은 처음 걸어보았다. 진관사에서 효자리 입구까지 왕복 8 km 정도를 걸었는데 숲을 지나고 동네도 지나는 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다. ‘내시묘역길’로 불리는 구간이었다. 길에서 전 직장 동료들을 우연히 만났다. 옛 얼굴들이 반가웠다. 그분들도 북한산 둘레길 걷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밤에는 잃었던 지갑을 되찾는..

사진속일상 2010.12.09

수색에서 서오능까지 걷다

스물한 번째 는 봉산(蜂山) 능선길을 따라 수색에서 서오능까지 걸었다. 봉산은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거북이를 닮았다 하여 구산(龜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은평구 구산동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산이기도 하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일산으로 가는 큰길을 따라 가다가 수색교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산길이 시작된다. 길이가 약 7 km에 이르는길은 고도 200 m 내외의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지는데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전 구간이 부드러운 흙길로 되어 있다.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부는 싸늘한 날씨였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는데 잘못했으면 걷기를 취소할 뻔 했다. 밑에서 모자를 사서썼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많이 떨었을 것이다. 걸을 때는 ..

사진속일상 2010.12.04

선바위에서 장지까지 걷다

스무 번째 는 선바위에서 장지까지 걸었다. 양재천, 탄천, 장지천을 지나는 구간이었다. 올 가을처럼 게으른 적도 없었다. 최근 한 달간 걷기를 거의 못했다. 자주 자가용 신세를 졌다. 오죽했으면 옆의 동료가활발히 움직이라는 충고를 했을까. 아침에는 천둥소리 요란하며 유리창이 시끄러웠다. 다행히 낮이 되며 하늘이 걷혀서 새로 산 워킹화 줄을 매었다. 가까이 있는 양재천으로 나갔다. 갈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역시 길 위에 서니 생기가 찾아왔다. 몸이 풀리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발과 몸의 근육들이 깨어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뻐근하긴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쉼없이 계속 걸었다. 길은 물기로 촉촉해서 더욱 부드러웠다. 탄천으로 접어든 뒤부터는바람이 거세지고 황사가 나타났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은 별로 보이..

사진속일상 2010.11.27

하늘재를 걷다

수안보온천 여행 둘째 날,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수안보성당까지 가게 되었다. 수안보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산자락에 위치한 성당이 예뻤다. 절로 마음을 여미게 될 만큼 정갈했다.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어수선한 저잣거리를 지나온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강아지도 사진을 찍고 싶은 모양이었다. 성당에 들어설 때부터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더니 사진을 찍는 옆에서 자기도 포즈를 취했다. 귀엽고 순해 보이는 강아지였다. 아침에는 잔뜩 안개가 끼었다. 집을 떠나면 잠을 설친다. 나이가 들수록 낯선 방에서 잠드는 게 쉽지 않다. 우선 베개가 맞지 않아서 잠자리가 불편하다. 아내는 더하다. 수면제를 먹었지만 내 코 고는 소리에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은 월악산 만수봉에 오르려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될 ..

사진속일상 2010.10.27

수타사 산소길과 구룡령 옛길

강원도 여행 첫날은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 산소길을 걸었다. '산소길'은 강원도에서 만든 숲길 이름이다. 2018년까지 약 70개의 산소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총 길이는 500 km 가까이 된다.수타사 산소길은 그중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길이다. 길은 수타사(壽陀寺)에서 시작하여 수타사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해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전체 길이는 약 4 km가 된다. 계곡 오른쪽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은 부드럽고 완만한데 왼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오르내림이 심하다. 수타사 계곡은 흰 암반과 바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길 중간 쯤에 있는 귕소는 특히 눈길이 갔다. '귕'은 소여물통을 가리키는 말이다. 굵은 나무를 길게 파내어 소여물을 담았다. 이곳의 생긴 모양이 닮아서 그..

사진속일상 2010.10.16

양평동에서 사당까지 걷다

열아홉 번째 는 양평동에서 안양천, 도림천을 거쳐 사당까지 걸었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햇살이 따가워 가능하면 그늘을 찾아 걸었다. 그래도 걸음은 가벼웠다. 내 마음도 뭉게구름처럼 부풀었다. 길 위에만 서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만약 내 호(號)를 지어야 한다면 '우보'라고 해야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한자로는 '又步'로 '또 걷는다'는 뜻이다. 양평동에서 안양천으로 나가 상류 쪽으로 걸었다. 오른쪽으로 목동 지구를 끼고 지나갔다. 오늘은 빌딩들과 구름이 잘 어울렸다. 안양천을 30분 정도 걸으면 도림천과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도림천(道林川)은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울대학교를 지나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를 거쳐 안양천으로 유입되는..

사진속일상 2010.09.04

걷다

여주 밤골에서 떠나온지 3년이 넘었다. 그런데 당시 세금 계산이 잘못 되었다며 추가분 2천여만 원을 더 내라는 연락이 지난 달에 세무서에서 왔다. 농지를 자경한 것 같지 않으니 고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경작했다는 증빙서류를 붙여 청구서를 제출했는데 인정할 수 없다는 통지를 어제 받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 선바위역에서 내려 양재천을 걸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는 비는 맞았고 굵은 비는 다리 밑에서 피했다. 10년 전 밤골 땅을 구입할 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경작하겠다고 신청해서 여주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 세무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

사진속일상 201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