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75

서울둘레길 걷기(18)

용두회 걷기는 7, 8월 두 달간 쉬었다. 그래서 작년 봄에 시작한 서울둘레길 걷기 종료가 마냥 늘어지고 있다. 어제는 둘레길 8코스의 네 번째 구간을 걸었다. 우이동 탐방안내센터에서 4,19묘지, 솔밭공원을 거쳐 연산군묘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다섯이 함께 했다. 이 구간은 산길과 동네길이 반복되며 어수선한 편이다. 그래도 안내 표시는 잘 되어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중간에 4.19묘지를 지나는데 조망이 좋은 전망대가 있다. 혁명이 일어난 지도 벌써 56년 전이 되었다. 저기 잠들어 계신 분들은 우리보다 10년 정도 선배가 되신다. 공원으로 잘 정비된 우이동 솔밭공원을 지나 방학동 연산군묘까지 계속 걸었다. 습도는 높았으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걷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한낮에는 긴팔 티셔츠가 좀..

사진속일상 2016.09.02

더위 가신 경안천을 걷다

희한하다. 어젯밤에 반가운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일변했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느낌이 다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무더위와 땡볕에 바깥출입 엄두를 못 냈는데 오늘은 가벼운 배낭 매고 경안천으로 나갔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올여름 더위는 대단했다. 1994년의 혹서를 아직도 잊지 못하지만 2016년도 그에 못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비다운 비 한 번 내리지 않아 체감 더위는 오히려 1994년보다 더한 것 같다. 올해는 에어컨 신세를 톡톡히 졌다. 그래서 깜짝 찾아온 가을 날씨가 더없이 반갑다. 경안천 천변길을 즐겁게 왕복했다. 목현천 주차장에서 경안천으로 나가 오포교를 돌아오는 코스다. 이번에 트랭글로 확인해 보니 12km가 약간 넘는 거리다. 시멘트 길이 많지만 몇 차례 흙길도 나온다..

사진속일상 2016.08.26

강변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올림픽공원에서 삼삼회 모임이 있어서 강변역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많이도 걸었던 길이다. 발을 내딛는 모든 곳에 추억이 서려 있다. 지층이 쌓이듯 나이가 들수록 추억도 두꺼워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된다. 당시에는 고통이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 예쁘게 채색해 놓았다. 노년의 버팀목 중 하나가 추억의 힘이다. 잠실철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강을 건넌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난 길이다. 그동안 스카이라인도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게 연말에 준공 예정인 롯데타워다. 성내천 둑길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이 둑길을 걸었다. 한강까지 나가 강물을 보며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15년 전이다. 벚나무가 많이 컸다. 올림픽공원에 들어가서 약..

사진속일상 2016.06.17

마름산과 경안천을 걷다

여름 산행에서 제일 힘든 게 산모기의 공격이다. 한 번 따라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다. 오늘은 백마산에 오르려고 산에 들었는데 시작부터 대여섯 마리가 달라붙는다. 아무리 쫓아내도 소용 없다. 습도가 높은 날이어서인지 더 심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갈 밀포드 트레킹에서도 '샌드플라이'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고 있다. 샌드플라이는 살을 헤집고 피를 핥아 먹는 날벌레다. 한 번 물리면 몇 주 동안 고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망 달린 모자를 구입하려고 한다. 명소에 가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활공장에서 전망이 열린다. 마름산 꼭대기는 누군가 정갈하게 빗질을 해 놓았다. 일주일 전에 트레커와 왔을 때도 눈길을 끌었는데 오늘도 똑 같다. 매..

사진속일상 2016.06.11

서울둘레길 걷기(17)

서울둘레길 8코스 세 번째 구간을 걸었다. 전체로는 열일곱 번째다. 북한산둘레길의 '흰구름길'과 겹친다. 이 코스는 상당히 오르내림이 심하다. 사유지를 지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날씨마저 더워서 일행은 힘들어했다. 그래서 계획했던 수유리 솔숲공원까지 가지 못하고 4.19국립묘지에서 끝냈다. 정릉에서부터 2시간 30분 걸었다. 맑고 시야도 깨끗한 날이었다. 요사이 걱정거리인 미세먼지도 사라졌다. 전망대에 오르니 북서쪽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 북쪽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의 연봉도 병풍처럼 펼쳐졌다. 산을 보면 그 품에 안기고 싶어진다. 아직도 산을 사랑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올들어 등산이랍시고는 딱 한 번 남한산성이 전부다. 더 움직여야겠다. 근간에 ..

사진속일상 2016.06.03

서울둘레길 걷기(16)

서울둘레길 8코스 두 번째 길을 걸었다. 이 구간은 평창동 주택가를 한 시간 정도 통과한다. 딱딱한 시멘트 길을 걷지만 부촌 동네의 멋진 주택을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다. 이 길 주변에는 절이 유난히 많은 것도 특징이다. 걷는 동안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극명한 대비가 느껴졌다. 동시에 부러움과 질시가 공존했다. 이날은 어린이날 휴일이었다. 북한산 오르는 등산객이 연이었다. 그러나 정상으로 가는 길과 나누어지니 한산해졌다. 용두회원 다섯 명이 같이 했다. 지나는 길에서는 북한산 서쪽 능선이 보였다. 왼쪽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다. 평창동에는 고급 주택들이 북한산 산자락에 모여 있다. 동네 분위기가 아랫 마을과는 영 다르다. 현 시대는 돈 많은 사람이 양반..

사진속일상 2016.05.06

삼삼회에서 남산 걷다

삼삼회에서 신록의 남산길을 걷다. 회장이 바뀐 뒤 모임 스타일이 달라졌다. 저녁에 만나 식사하는 대신, 오전에 만나 가벼운 걷기를 하고 점심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변했다.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지난 모임에서는 인왕산에 올랐고, 이번에는 남산길을 걸었다. 여섯 명이 모였다. 새로 나온 한 친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51년 만에 만났다. 시골 초등학교라 남학생 반은 하나밖에 없어 6년을 같이 보냈는데도 얼굴이나 이름이 낯설었다. 그래도 공통의 추억에 웃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다. 길 주변에는 꽃이 많아 이리저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일행에 자꾸 뒤처져도 좋았다. 성곽길을 따라 팔각정에 올랐다. 팔각정에서 남산공원으로 내려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중심부. 하필 올들어 제일 심한 황사가 찾아..

사진속일상 2016.04.23

칠사산 걷기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이 넷 있는데, 그중에서 칠사산(七士山)은 다양한 풍경을 접할 수 있어 좋다. 산 아래 경안천을 따라 난 길은 강과 산을 같이 즐길 수 있다. 전에 비해 길이 넓어지고 시멘트로 포장된 게 아쉽지만, 그런대로 고즈넉한 시골 맛이 난다. 칠사산 걷기는 1시간 가량 경안천을 따라 걸은 뒤 산으로 들어 능선을 따라 정상을 경유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강변을 따라 걸을 때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엔돌핀이 팡팡 솟아오른다. 봄 햇살이 몸을 뚫고 들어와 세포를 춤추게 한다.세상의 부귀영화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자연 속 걸음에는 마약 효과가 있다. 모든 것 잊고 걷는 지금이 최고다. 내일이 총선일이라 도로를 지나는 유세 차량의 목소리 톤도 더 높아졌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사진속일상 2016.04.12

서울둘레길 걷기(15)

동면을 끝내고 서울둘레길 걷기를 재개했다. 지난해에는 매월 두 번씩 만나 14회에 걸쳐 7코스까지 걸었다. 이제 남은 건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8코스다. 이 코스는 길어서 네 구간으로 나누어 걸으려 한다. 8코스 시작은 구파발역이다. 진관내천을 따라 북한산에 드는데 은평뉴타운 가운데를 지난다.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한 날, 이내 겉옷을 벗어야했다. 길은 계단이 많고 오르내림도 잦지만 겨우내 굳은 몸을 풀기에는 적당했다. 계속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친구의 거친 숨이 막았다. 녹번동 방향으로 하산해서 녹번역에서 걷기를 마감했다. 네 명이 함께 했다. * 걸은 시간: 3시간(10:00~13:00) * 걸은 거리: 6km * 걸은 경로: 구파발역 - 선림사 - 하늘전망대 - 장미공원 - 녹번역

사진속일상 2016.03.19

인왕산 자락길

늙으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는데 나는 반대다. 아침 일고여덟 시가 되어야 겨우 일어난다. 삼삼회에서 인왕산에 오르기로 하고 10시에 경복궁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을 못 지켰다. 근래 벌써 두 번째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해서 정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고 대신 손쉬운 인왕산 자락길을 걸었다. 인왕산 남쪽 자락을 따라 3.2km의 길이 숲 속으로 꼬불꼬불 나 있다. 가볍게 걷기에 적당한 길이다. 산에 올랐던 일행과 끝 지점인 창의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시작점은 사직단이다. 단군성전 옆 길에는 어천절(御天節)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어천절이란 이름이 생소한데 단군이 승천한 걸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자락길은 사직단 - 단군성전 - 황학정 - 택견수련터 - 수성동계곡 - 버드나무약수터 ..

사진속일상 2016.03.03

남한산성 한 바퀴

나라나 가정이나 평화를 지켜나가기는 어렵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고집이 충돌하면 불화가 생기고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못난 놈이 꼭 네가 틀렸다고 큰소리 친다. 오랜만에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았다. 사소한 일로 아내와 티격태격한 뒤였다. 다 부질없는 노릇이라는 걸 걸으면서 깨닫는다. 너와 나를 가르는 성벽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걸었다. 벽 하나 사이지만 나와서 보는 경치는 또 달랐다. 약간 싸늘한 겨울 공기가 상큼했다. 서울을 조망하는 전망대에서는 시선을 앗아가는 물건이 하나 우뚝하다. 거의 남한산성 정상 높이에 육박하는 롯데월드타워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마침 여객기 한 대가 서울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거의 중간 높이로 날아간다. 멀리서 보기에는 매우 아슬아슬..

사진속일상 2016.02.25

추위가 풀어지다

일주일 넘게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물러갔다. 이번 한파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고, 한낮에도 영하 10도 부근에서 수은주가 주춤거렸다. 제주도에는 폭설이 더해져 공항이 이틀간 폐쇄되었고 수만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32년 만의 추위였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대만에서는 백 명 가까이 동사했다는 소식이다. 옛날을 돌아보면 쨍하게 맑은 겨울이 떠오른다. 삼한사온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어린 생각에 어째서 기온이 일주일 주기로 변하는지 신기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가 뒤죽박죽이고 막무가내다. 자연 현상마저 인간 세상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낮 기온이 영상으로 돌아오니 반갑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경안천에 나가 세 시간 정도 걸었다. 미당이 자신을 키운..

사진속일상 2016.01.28

새해 첫날 걷기

좋은 게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나쁘다고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짧은 인생 중에도 쉼 없이 돌고 돈다. 말과 문자로 복 풍년이 되는 날, 복(福)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복만 따로 있을 수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복과 화는 서로 엉켜 있다. 복만 많이 받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일 뿐이다. 새해 첫날 경안천을 따라 용인 모현까지 걸었다. 천변은 살짝 얼었고 오리는 자맥질을 멈추었다. 드론을 날리는 사람 옆에서 잠자리 같은 네 날개 기계가 신기해서 구경을 했다. 영상의 날씨에 지팡이 짚은 할머니도 산보를 나왔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새해가 되어도 별 결심이 생기지 않으니 좋다. 새로운 기대나 설렘이 없어서 좋다. 바람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걸은 시간..

사진속일상 2016.01.01

직리천

매일 두세 시간은 산책을 하자고 연말이 되어서야 다짐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신선한 공기와 밝은 햇살이다. 집 주변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곳은 경안천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경안천의 지류인 직리천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경안천에는 많은 지류가 있다. 그중에서 집 가까이 직리천이 있다. 직리천은 영장산에서 발원해서 태전동을 지나 경안천으로 흘러든다. 중간에 목리천과 중대천과 만난다. 셋 중에서는 직리천이 중심이다. 직리천과 중대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중대천은 고불산 밑에서 시작해 중대동을 거쳐 직리천과 합류한 뒤 경안천으로 들어간다. 직리천은 위로 올라가도 천의 폭이 상당하다. 겨울이라 수량은 빈약하다. 지금은 도시 개발로 볼품없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어엿한 냇물이었을 것이다. 산책로가 ..

사진속일상 2015.12.27

대신 뒷산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처음이다. 트레커에서 충주에 있는 계명산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만나는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알람을 해 놓지 않은 불찰이었다. 대신 혼자 뒷산에 올랐다. 요사이는 몸이 좋지 않다. 몇 주째 계속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어렸을 때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히말라야에 갔을 때 경험했던 고산증세와도 비슷하다. 산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그나마 기분은 좀 나아진다. 밀폐된 집안에서만 생활해서 생긴 산소 부족증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이겠다. 무조건 밖에 나가 매일 두세 시간 정도는 산책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일주일 정도 실천해 보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몸이 말썽을 부린..

사진속일상 2015.12.19

경안천 걷다

몸을 너무 사리면 안 되겠다 싶어 경안천에 나갔다. 아무리 쉬어도 차도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험하게 굴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저도 슬그머니 달아날지 모른다. 지난봄 이래 경안천 걷기는 처음이다. 바로 옆에 두고도 이 모양이다. 먼 나라 걸을 생각만 궁리하고 있었지 정작 동네 길은 소홀히 한다. 반성할 일이다. 트레커에서는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과 밴 여행 계획이 거의 세워졌다. 26일의 일정이다. 결심했지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며칠 계속된 영하의 기온이 오늘은 누그러지고 햇빛이 나왔다. 걸으니 상쾌하고 좋았다. 오래 멈추었던 기계가 삐거덕거리며 작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새로 신은 운동화에 발가락이 아팠고, 긴 걸음에 허벅지가 땅겨오는 것도 즐겁게 참을 만했다. 전철 ..

사진속일상 2015.11.30

서울둘레길 걷기(14)

열네 번째 서울둘레길 만남으로 7-2코스를 걷다. 둘레길 걷기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에는 7명이 함께 했다. 요사이는 연일 비가 내리며 스산하다. 잔뜩 흐린 하늘이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시작한다. 불광천을 따라가다가 왼쪽 산길로 들어간다. 마지막 단풍이 고왔고, 낙엽 밟는 산길도 좋았다. 늦가을 길에 취했는지 방향을 잘못 잡아 1시간 가량 알바를 했다. 산길 공사중인 데서 표지판을 놓친 게 실수였다. 이 코스의 중심은 봉산(烽山, 207m)이다. 고려와 조선 중기에 걸쳐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봉수(烽燧)가 있던 곳이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받아 남쪽으로 수도 한양의 안산 봉수대로 전달했다. 봉산에서는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좋다. 동쪽 방향으로는 북한산이 보이고 아래 동네는 은평구..

사진속일상 2015.11.20

서울둘레길 걷기(13)

용두회의 열세번째 서울둘레길을 걷다. 6코스 후반과 7코스 전반부 길이다. 정해진 코스보다 조금씩 더 걷고 있지만, 그래도 올해 안에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이더니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 낮에는 햇살 따갑다. 연무로 시야도 좋지 못하다. 양평역에서 11시 약속인데 안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늘 먼저 와 기다리고, 늦는 사람은 항상 늦는다. 안양천을 따라가는 둑방길이 참 좋다. 맞은편에는 목동 열병합발전소가 있다. 길은 천변으로 내려오고, 양화교 아래를 지난다. 한강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인다. 녹조로 덮인 하류의 한강물은 너무 더럽다. 가양대교를 건너기 위해서는 지하보도를 통과해야 한다. 염창공원에서 김밥과 과일로 점심을 때우다. 가양대교를 건너다. 난지도 노을..

사진속일상 2015.10.17

안산과 인왕산을 넘다

희뿌연 가을이다. 서대문 냉천동에서 안산에 들었다. 작년에 가끔 찾아와 아픈 가슴을 달랬던 그 길이다. 일 년이 지났다. 상처는 아무는 듯 하다가 다시 저려온다. 생각만 하면. 전화 벨이 울렸다. 베낭에서 꺼내다가 끊어졌다. 고종사촌 이름이 떠 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병환 중인 고모부 얼굴이 떠올라 산길이 시무룩했다. 너는 왜 이 땅에 와서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 거니? 생긴 대로 살아가는 서양등골나물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안산 정상을 지난 후 무악재역으로 내려왔다. 배가 고파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육교를 건너 홍제동에서 인왕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달동네 골목길을 헤매다가 겨우 입구를 찾았다. 기차놀이 하지 않을래요? 기차바위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을 붙이고..

사진속일상 2015.10.08

서울둘레길 걷기(12)

일주일째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그 환한 가을 속을 걸었다. 12차 서울둘레길 걷기였다. 6코스는 석수역에서 시작하여 안양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구름 한 점 없어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걱정이었는데 길은 둑방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나무 그늘이 고마웠다. 길에는 점심 시간 짬을 이용해 산책나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다섯 명이 모였다. 한 사람은 다리에 쥐가 나서 중간에 포기했다. 우리 나이가 될수록 평소에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 다리 건강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길은 흙, 시멘트, 탄성 포장재 등으로 되어 있어 단조로움을 덜어주었다. 안양천과 양쪽 둑방길은 주변 시민들에게는 산소 같이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최근에 개장한 고척동 스카이돔 야구장. 오목교에서 길을 벗어나 양평역에서 전철을 ..

사진속일상 2015.09.18

서울둘레길 걷기(11)

지난 번에 비로 중단했던 낙성대에서 서울둘레길 11차 걷기를 시작한다. 5코스 관악산길 후반부 9km를 걷는다. 한 달에 두 번씩 행하는 이 걷기는 동기들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 그 얼굴이긴 해도 정기적인 만남이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 다른 과에서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낙성대(落星垈) 강감찬 장군 동상. 948년에 이곳에서 장군이 태어났다. 그날 하늘에서 여기로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한다. 산길의 망태버섯. 삼성산 자락에 있는 호압사(虎壓寺). 호환을 줄이기 위해 태종 때 세운 절이라고 한다. 때죽나무 연리지. 관악산을 지나는 서울둘레길 5코스(12.7km)는 오르내림이 적당한 산길이다. 호압사 주변은 산림욕장을 비롯해 걷기 좋은 산책길을 잘 조성해 놓았다. 이런 길은 걸을수록 산의 정기를 받으..

사진속일상 2015.09.04

와일드

아버지의 음주와 폭행, 가난 속에서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낸 셰릴에게 삶의 버팀목이었던 엄마마저 암으로 죽자 절망한 나머지 방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급기야는 남편과도 이혼하고 인생을 포기할 즈음에 셰릴은 마지막 구원처로 고독한 걷기를 선택한다. 미국 서부의 산악지대를 따라 난 PCT 걷기에 나선 것이다. 영화는 셰릴이 94일 동안 이 길을 걷는 모습을 과거의 상처와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3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위험한 야생의 숲과 사막을 걷는 길은 한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죽음을 각오한 실존적 결단이 아니면 감히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셰릴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감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여정의 종착지에서 결국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이..

읽고본느낌 2015.07.18

서울둘레길 걷기(9)

서울둘레길 4-2코스는 양재시민의숲에서 출발하여 관악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우면산 자락을 따라간다. 북상하는 태풍 낭카의 영향으로 바람 시원한 날이다. 우면산 높이 정도면 정상을 통과하는 것도 괜찮을 법 하건만 둘레길은 산의 아랫 부분을 따라 지나간다. 다른 구간보다 오르내림이 좀 있다. 숲을 지나는 길이라 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좋다. 길가에는 홑왕원추리가 한창이다. 3월부터 걸은 걸음이 이번으로 둘레길 반을 주파했다. 일 년에 완주하는 목표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남쪽을 돌 때는 걷기를 마친 후 양재동에서 치킨에 생맥주를 한 후 당구를 치는 게 정해진 순서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가 된다. 서울둘레길 걷는 날은 신나게 노는 날이다. * 걸은 시간: 3시간(10:00~..

사진속일상 2015.07.17

관절은 누구 편일까

관절을 무척 조심하는 친구가 있다. 무릎 연골이 닳는다고 산에도 잘 가려 하지 않는다. 건강은 미리 대비해 두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등산을 즐기는 친구는 많이 사용해야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열심히 걷는다. 하루 예닐곱 시간의 산행은 보통이다. 누구 말이 맞을까? 무릎을 조심하는 친구는 사용하면 닳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서 오래 쓰자는 주의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평생을 농사일로 무릎을 혹사한 어머니는 여든 중반이 되어도 넉넉히 밭일을 할 정도로 성성하다. 반면에 도시 생활을 한 장모는 무릎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지팡이가 아니면 걷지를 못한다. 무릎을 사용한 밀도로 치면 어머니가 장모보다 수십 배는 될 것이다. 오히려 장모는 운동 부족..

길위의단상 2015.07.12

서울둘레길 걷기(8)

이제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같이 산길을 걸어보니 분명히 알겠다. 몇 차례 뒤처지기만 하다가 오늘에야 앞에서 끌어도 무리 없음을 확인했다. 물론 이 팀원과 비교하는 건 별 의미 없기는 하다. 이번에 걸은 서울둘레길 4-1코스는 10.3km로 전체 21개 구간 중 제일 길다. 4시간이 걸렸다. 대모산과 구룡산을 지나는 산길은 무척 좋다. 정상을 거치지 않고 중턱을 따라 난 길은 적당한 오르내림이 알맞다. 길은 마지막에 구룡산을 휘감아 돌면서 여의천을 따라 양재시민의숲까지 이어진다. 양재천과 합류하는 여의천은 처음 걸어 보았다. 이정표를 보면 상류로 청계산까지 연결되는가 보다. 노년 초입에 선사내들 얘기는 정치 이야기가 주다. 다들 자기들 세계에 갇혀 있다. 대부분이 꼴통이라 불러도 좋은 보수주의자가 되..

사진속일상 2015.07.03

서울둘레길 걷기(7)

서울둘레길 3-3 구간을 걷다. 송파구에 위치한 성내천, 장지천, 탄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강남이어선지 주변이 깔끔하고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강북쪽과 비교가 된다. 건강 산책하는 시민도 많다. 성내천(城內川)은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발원하여 마천동, 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간다. 가뭄인데 왠 물이 넉넉한가 했더니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물을 끌어서 흘려 보낸단다. 그래선지 물이 맑고, 큰 잉어들이 놀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장지천(長旨川)은 시골 개울을 연상시킨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를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역시 청량산에 시작하는 장지천은 탄천과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간다. 탄천(炭川)을 건너면 종착지점인 수서역이다. 3-3 구간은 그늘은 없지만 주로 천변을 따르는 ..

사진속일상 2015.06.19

서울둘레길 걷기(6)

6차 서울둘레길 걷기로 3-2코스 일자산길을 걷다. 강동 그린웨이와 겹치는 길이다. 용두회원 다섯 명이 함께 하다. 작은 오르막이 나와도 뒤처지는 나를 본다. 다른 때는 늘 앞에서 이끌었는데 지금은 꽁무니 따라가기도 벅차다. 팔자 뒤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래도 이만하니 다행이라고 자위를 한다. 병실에 있었을 때를 돌아보면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길거리와 숲길에서는 마스크를 한 사람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메르스 때문이다. 현재 환자 수는 35명, 사망자는 2명이다. 천 명 이상이 격리 상태다. 휴교한 학교도 많다. 초동 대처를 잘못해서 얼마나 화를 키우는지 이번 사태에서도 본다. 의심 환자를 중국으로 출국시키지 않나, 우왕좌왕할 뿐 세월호만 닮은꼴이다. 친구 중에 ..

사진속일상 2015.06.04

서울둘레길 걷기(5)

5월 서울둘레길 걷기는 몸이 아파 참가할 수 없었다. 2-2코스와 3-1코스였다. 그중에서 3-1코스를 오늘 혼자서 걸었다. 글피면 3-2코스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결을 위해 미리 걸어둘 필요가 있었다. 3-1코스는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한강 광진교를 건너 고덕역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녹지를 따라 연결되긴 하지만 주택가와 도로를 지나야 하는 구간이 많아 그리 즐거운 길은 아니었다. 강동구 지역은 둘레길 표지도 분명하지 않아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우울 모드가 걸으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화 난 일이 있어도 걷기에 집중하다 보면 봄볕에 눈 녹듯 없어지는데 오늘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몸 상태도 아직 백 프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저기압이라면 능히 즐길 만하다. ..

사진속일상 2015.06.01

서울둘레길 걷기(3)

서울둘레길 2코스는 화랑대역에서 광나루역까지 12.6km다. 서울 동부 지역인 용마산 능선과 아차산을 지난다. 혼자였으면 한 번에 걸었겠지만 잘 걷지 못하는 동료가 있어 두 코스로 나누었다. 일차로 화랑대역에서 망우리고개까지 전반부 길을 걸었다. 이 코스는 주로 묵동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복잡한 시내도 지난다. 전체 서울둘레길 중 여건이 좋지 않은 편에 들 것 같다. 잘 조성된 중랑캠핑숲을 지나면 망우리고개에 닿는다. 5km 정도니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잔뜩 흐린 날씨가 걷기 막바지에는 천둥이 치며 비가 쏟아졌다. 부랴부랴 마무리를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된 날이었다. * 걸은 시간: 1시간 30분(10:00~11:30) * 걸은 거리: 5km * 걸은 경로: 서울둘레길 2-1코스(화랑대역 - ..

사진속일상 2015.04.17

서울둘레길 걷기(2)

용두회의 서울둘레길 걷기 두 번째로 1-2코스 불암산길을 걸었다. 당고개역에서 화랑대역까지 불암산 산자락을 따라 걷는 7km의 평탄한 길이다. 적어도 산 중턱까지는 올랐으면 싶을 정도로 나한테는 밋밋했다. 1-1코스보다는 아기자기한 맛이 덜했다. 네 명이 만났는데 앞으로 고정 멤버가 될 것 같다. 나머지는 걷기에 관심이 없거나, 마음은 있으나 시간 여유가 없어 나오지 못한다. 우리 넷은 걷고, 당구 치고, 한 잔 하는 게 순서다. 다 좋은데 마지막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필요하다. 산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했다. 산을 찾은 사람들 표정도 환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꽃 축제 소식에 가슴이 설레는 봄이다. 길가에 있는 바위. 아무 설명이 없지만 숫바위와 암바위로 이름 붙여 보았다. 아침에는 해가 비치더니..

사진속일상 201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