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208] 자로가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먼저 실행하고, 먼저 노력하라." 좀 더 청한즉 "싫증을 내지 마라." 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請益曰 無倦 - 子路 1 공자의 맞춤식 가르침의 하나일 것이다. 공자의 대답에서 자로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자로는 리더형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솔선수범하는 면이 부족할 수 있다.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를 물었더라도 공자의 대답은 비슷했을 것 같다. 삶의나침반 2016.08.19
논어[207] 증선생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학문을 통하여 벗과 사귀고, 벗을 사귀어 사람 구실의 도움이 되도록 한다." 曾子曰 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 顔淵 19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증삼의 말은 너무 교과서 같다. 더 심하게 말하면 교조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름에 선생의 칭호인 '자(子)'를 붙인 것도 그렇다. "군자는 학문으로 벗과 사귀고, 벗으로 인(仁)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받는다." 지당하지만 어딘지 편협한 느낌이다. 인은 공활한 하늘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08.13
논어[206] 자공이 벗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심으로 타일러서 잘 인도하도록 하되 듣지 않거든 그만두어라. 모욕을 당하게 되도록까지 할 것은 없느니라." 子貢 問友 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之 無自辱焉 - 顔淵 18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다. 꼭 친구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말이다. 책임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옳다. 다투게 되면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만 서로 고집하는 것이다. 결국 관계도 파탄 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상대가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08.05
논어[205] 번지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을 사랑해야 한다." 앎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번지가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만들 수 있다. 樊遲 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樊遲 未達 子曰 擧直조諸枉 能使枉者直 - 顔淵 17 이 대목을 보며 문득 헤세의 가 떠올랐다. 우리말로는 '지와 사랑'으로 번역된 책이다. 번지가 스승에게 물은 두 가지가 헤세가 다룬 주제와 닮았다. 인(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자는 간단명료하게 답한다. "愛人[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과도 상통한다. 그리고 사람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결국 행위와.. 삶의나침반 2016.07.30
논어[204] 번지가 기우제 봉우리 언저리에서 선생님을 따라 노닐 적에 물었다. "인격을 높이고 잘못을 씻고 멍청하지 않도록 하자면 어떻게 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은 질문을 하는구나! 애는 남 먼저 쓰고, 소득은 뒤로 미루는 것이 인격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자기의 잘못만을 따지고 남의 잘못은 따지지 않는 것이 잘못을 씻는 방법이 아닐까! 불쑥 분을 못 참고 몸을 그르쳐 걱정을 부모에게까지 끼친다면 멍청한 짓이 아닐까!" 樊遲 從遊於舞雩之下曰 敢問 崇德 修慝 辨惑 子曰 善哉問 先事 後得 非崇德與功其惡 無功人之惡 非修慝與 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 顔淵 16 인격 도야의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단정형이 아니라 "~이 아닐까?"라는 형식의 권유형이다. 제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어법이다... 삶의나침반 2016.07.22
논어[203] 자장이 선비는 어떻게 되어야 사리에 툭 틔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떤 것 말이냐? 네가 사리에 툭 틔었다는 것은." 자장은 대답했다. "나라 안에서는 이름을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을 날려야 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은 이름을 날리는 것이지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은 인품이 곧고 바른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과 얼굴빛을 살피면서 항상 남의 밑에 들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라에서도 사리에 툭 틔고, 집안에서도 사리에 툭 틔게 된다. 대체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얼굴빛은 사람답게 꾸미면서 행동은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조금도 자기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라에서도 이름은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은 날리게 되는 거다.".. 삶의나침반 2016.07.14
논어[202]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었다. "만일 억지꾸러기들을 죽여서 바른 길로 나오도록 하면 어떨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를 하면서 왜 죽이자는 거요?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할 것을! 윗사람의 인품은 바람이요, 아랫사람의 인품은 풀잎이니,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쓸리고야 말걸." 季康子 問政於孔子 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 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 顔淵 14 공자의 정치는 덕치(德治)다. 먼저 지도자가 군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하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공자의 머릿속에는 요순시대의 이상사회가 그려졌을지 모른다. 계강자가 공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은 불문가지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 공자는 말한다. 그.. 삶의나침반 2016.07.05
논어[201]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선생님께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녕코 그대가 바라지 않는다면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은 안 할 것입니다." 季康子 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 顔淵 13 계강자와의 계속되는 대화다. 이번 대답은 상당히 신랄하다. 네 탐욕과 도둑질을 그만두라는 의미다. 계강자가 들어줄 리 만무했다. 공자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계강자는 노나라의 실권자였다. 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태도가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 사람, 공자의 모습이다. 삶의나침반 2016.06.22
좌파논어 제목이 재미있어 읽어 본 책이다. 지은이인 주대환 씨는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민노당원으로 정치 일선에도 나선 분이다. 그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무너지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에서 찾았다고 고백한다. 책은 독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전해지는 메시지가 다르다. 특히 고전은 더 그렇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 저자의 의도도 중요하겠지만 각 개인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고전으로 남을 수 없다. 고식적인 자구 해석에서 탈피해야 고전을 읽는 맛이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도 신선한 시각에서 를 읽은 결과물이다. 지은이가 를 읽는 키워드는 '연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자당을 만들었다. '군자'도 공자당원이 되기 위한 자격 기준으로 읽는다. 동지들과 잘 지내.. 읽고본느낌 2016.06.21
논어[200]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의 정(正)이니, 임자가 바르게 이끌면 누가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 顔淵 12 "정(政)은 정(正)이다."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면 누가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에게도 주고 싶은 말이다. 제 수신(修身)도 못 하는 사람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바르다'의 첫째 조건이다. 다음으로는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개혁이다. 복잡한 사회가 되면 인치(人治)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하다. .. 삶의나침반 2016.06.15
논어[1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남의 장점을 키워 주되 단점은 조장해 주지 않는다. 속 좁은 인간은 이와 반대다."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 顔淵 11 에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내용이 자주 나오지만 군자는 무엇이고 소인은 무엇인지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속성은 제시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안갯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군자는 '참된 인물'로, 소인은 '속 좁은 인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군자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학이란 군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동양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군자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후세 사람은 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지만 당시의 공자는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군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삶의나침반 2016.06.09
논어[198] 자장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똑바로 앉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정성껏 일해야 한다."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 顔淵 10 자장에 대한 맞춤형 충고이리라. 게으르지 말고 정성껏 일하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자장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결국 수신(修身)이다. 마음 바탕이 안 된 사람, 제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다. 현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6.03
논어[197]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마디로 따져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유일 거야!" 자로는 승낙을 머뭇거리지 않았다. 子曰 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 無宿諾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비를 가리는 것쯤 나도 남과 다를 것이 없으나 송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子曰 聽訟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 顔淵 9 이 두 구절은 하나로 연결해 읽고 싶다. 행정가로서의 자로의 결단력에 대한 칭찬이 앞부분이라면, 뒤는 더 근원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다. 아예 송사 자체가 없도록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역시 공자님다운 말씀이다. 그런 태평천하가 과연 구현될 수 있을까? 점점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5.27
논어[196] 제나라 경공이 선생님께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왕은 군왕다웁고, 신하는 신하다웁고, 아비는 아비다웁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지." 경공이 말했다. "좋습니다. 정말이지! 군왕이 군왕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비가 아비답지 않고, 아들이 아들답지 않으면 먹을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나만 먹을 수 있겠소?" 齊景公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 臣臣 父父 子子 公曰 善哉信如 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 顔淵 8 선생 노릇을 할 때 제일 많이 한 잔소리가 "학생'답게'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본인이 선생'답게' 사는 지는 별로 따져보지 않았다. 그런데 '답다'라는 말에는 세상의 위계 질서에 맞게 살아가라는 압력이 들어있는지 모른다. 군(君)과 신(臣), 부(父.. 삶의나침반 2016.05.22
논어[195] 극자성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바탕만이면 그만이지 문채는 무엇한담!" 자공이 말했다. "아차차! 선생의 인물론이야말로 네 필 말마차도 혀는 따르지 못하는 것을! 문채가 바탕이요 바탕이 문채라, 범의 가죽 바탕은 염소의 가죽 바탕과 같은 것인데...." 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夫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곽 猶犬羊之곽 - 顔淵 7 형식[文]과 본질[質]에 관한 오래된 논쟁이다. '옹야(雍也)' 편에 나온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공자의 말에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형식을 강조하느냐, 본질을 강조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형식은 꾸미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본질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배어나와서 형식을 이루어야 한다. 여기서는 자공의 비유가 눈에 .. 삶의나침반 2016.05.16
논어[194]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백성들이 믿게 되어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에 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군비를 버리지."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식량을 버리지.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 子貢 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顔淵 6 당시 춘추전국 시대 상황으로 볼 때 공자의 이 말씀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사력이 없으면 나라가 버텨낼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경제, 국방, 믿음 중 제일 먼저 .. 삶의나침반 2016.05.10
논어[193] 사마우가 근심하여 말했다. "남들은 다 형제가 있지만 나만 없단 말이야!" 자하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죽고 사는 것도 천명이요, 부귀도 하늘의 마련'이라 했는데, 참다운 인간은 존경하면서 자기 도리를 잃지 않고, 공손하게 사귀면서 예의를 지키니, 온 세상 사람이 다 형제같다. 참다운 인간이 무얼 형제 없는 것을 걱정해서야 되나!" 司馬牛 憂曰 人皆有兄弟 我獨亡 子夏曰 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 無兄弟也 - 顔淵 5 앞에 나온 '군자는 근심 걱정하지 않는다'와 연관된 일화로 보인다. 자하의 말은 응당 옳다. 그러나 위로하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공감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 '욥기'에서 환난을 당한 욥에게 친구들이 한 말이 생각난다. 바른.. 삶의나침반 2016.05.04
논어[192] 사마우가 참된 인물에 대해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근심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근심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그러면 훌륭한 인물이라고 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돌이켜 생각하되 잘못이 없으면 무엇이 근심되고 무엇이 두려울까?" 司馬牛 問君子 子曰 君子不憂不懼 曰 不憂不懼 斯謂之君子矣乎 子曰 內省不懼 夫何憂何懼 - 顔淵 4 군자(君子)란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윤동주가 바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부끄럽지 않으니 사적인 근심이나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근심마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을 것이다. 군자란 자신이 아닌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소인(小人)은 세상은 .. 삶의나침반 2016.04.29
논어[191] 사마우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다운 이는 말을 더듬거린다." "말만 더듬거리면 사람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실행이란 힘든 것인데 말을 안 더듬거릴 수 있겠느냐?" 司馬牛 問仁 子曰 仁者其言也인 曰 其言也인 斯謂之仁矣乎 子曰 爲之難 言之得無인乎 - 顔淵 3 안회, 중궁, 사마우가 각각 '사람 구실[仁]'을 물을 때 공자의 대답은 다 다르다. 아마 각자의 성정에 맞게 응답해 주었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사마우는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인자(仁者)는 어눌하다"는 공자의 말에 바로 "어눌하면 인자가 됩니까?" 라고 묻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공자가 강조하는 것은 말보다 실천이다. 실천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 함부로 입을 나불거릴 수는 없.. 삶의나침반 2016.04.21
논어[190] 중궁이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밖에서는 큰손님을 보듯하고, 백성을 부리되 큰제사를 받들 듯하며,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그러면 나라에서도 원망을 안 듣고 집안에서도 원망을 안 듣게 될 것이다." "제가 비록 불민하지만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仲弓 問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人 在邦無怨 在家無怨 仲弓曰 雍雖不敏 請事斯語矣 - 顔淵 2 인(仁)의 실천 강령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말씀이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황금률도 포함되어 있다. 성경에는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행하여라'라고 약간 다른 표현으로 나온다. 공자 쪽이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 짙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밖에.. 삶의나침반 2016.04.13
논어[189] 안연이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욕을 억누르고 예법대로 실천하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으니, 하루만 사욕을 억누르고 예법을 실천하더라도 천하 사람들이 모두 사람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은 내게서 되는 것이지 남에게서 될 법이나 할 일이냐!" 안연이 말했다. "자세한 것을 일러 주십시오."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법대로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법대로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법대로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법대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안연이 말했다. "제가 비록 불민하지만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 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仁乎哉 顔淵曰 敢問其目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顔淵曰 回雖不敏 請事.. 삶의나침반 2016.04.04
논어[188] 선생님이 광 지방에서 난을 당했을 때 안연이 뒤처졌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안연이 말했다. "선생님이 계신데 어떻게 죽겠습니까?" 子畏於匡 顔淵後 子曰 吾以女爲死矣 曰 子在 回何敢死 - 先進 17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스승의 제자 아낌과 제자의 스승 공경이 짧은 대화 속에 오롯이 들어 있다. 공자와 안회는 스승-제자를 넘어 학문적 동지였고 가족 이상의 관계였다. 안회가 죽었을 때 공자는 자식을 잃었을 때보다 더 슬퍼했다. 노나라를 떠나던 해에 공자 일행은 광 지방에서 곤경을 겪는다. BC 497년, 공자 나이 55세 때였다. 안회는 25살 청년이었다. 이때부터 14년 동안의 제후국 편력이 시작된다. 삶의나침반 2016.03.27
논어[187] 자로가 묻기를 "듣는 즉시 실행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형들이 계신데 어떻게 듣는 즉시 실행할 수 있을까!" 염유가 묻기를 "듣는 즉시 실행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듣는 즉시 실행해야 한다." 공서화가 말하기를 "유가 '듣는 즉시 실행할까요?' 한즉 '부형이 계신다' 구가 '듣는 즉시 실행할까요?' '듣는 즉시 실행하라' 하시니, 저는 어리둥절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는 머뭇거리므로 몰아센 것이고, 유는 곱절이나 서두르므로 멈칫하게 한 것이다." 子路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 如之何其聞斯行之 염有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公西華曰 由也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 求也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赤也惑 敢問 子曰 求也退 故進之 由也兼人 故退之 - 先進 16 과하면 누르고 모.. 삶의나침반 2016.03.20
논어[186]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솜씨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진실한 인물이라고 할까! 볼품만 좋은 사람이라고 할까!" 子曰 論篤是與 君子者乎 色莊者乎 - 先進 15 공자는 말보다 실천을 앞세운 분이다. 군자란 언어가 아니라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말솜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언변이 화려하고 논리정연하면 외화내빈인 경우가 흔하다. 겉은 볼품 없으나 안이 실한 게 낫다. 그래서 '자로' 편에서는 질박함[木]과 어눌함[訥]이 인(仁)에 가깝다고 했다. 말과 주장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지로 사람을 보아야 한다. 삶의나침반 2016.03.11
논어[185] 자장이 사람을 잘 지도하는 방법을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차근차근 밟아가지 않으면 깊은 방속까지 들어갈 수가 없다." 子張問 善人之道 子曰 不踐迹 亦不入於室 - 先進 14 중학생일 때 본 영어 참고서 속 표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공부에 왕도(王道)는 없다." 공부를 손쉽게 하는 방법은 없으니 꾸준하게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지금은 이해한다. 여기 나오는 공자 말씀을 들으니 그때의 문구가 떠오른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씩 밟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그 작은 걸음이 모이면 훌쩍 앞으로 나아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마치 산길을 걸을 때처럼. 봉우리에 닿아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봉우리가 까마득하지 않은가. 모든 건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한다. 삶의나침반 2016.03.04
논어[184] 자고는 어릿어릿하고, 증삼은 고지식하고, 자장은 편벽하고, 자로는 거칠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회는 그럴 듯하지. 항상 가난하지만..... 자공은 천명을 받지 않고도 재물을 모았고 억지라도 잘 맞았다." 柴也愚 參也魯 師也벽 由也언子曰 回也 其庶乎 屢空 賜 不受命 而貨殖焉 億則屢中 - 先進 13 우리와 달리 중국은 전통적으로 인물 품평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제자의 단점을 지적한다. 공개적으로 이런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다만 안회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안회의 가난을 보는 스승의 안타까운 심정이 비친다. 자공의 부에 대해서도 어감에서는 그다지 탐탁치 않아 하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보는 공자의 태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뭐든지 지나친 것은 .. 삶의나침반 2016.02.24
논어[183] 계씨는 주(周) 천자의 경공들보다 더 큰 재벌인데, 염유가 세금으로 훑어서 더욱 더 붙도록 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 제자가 아니다. 애들아! 북을 치면서 조리를 돌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季氏 富於周公 而求也 爲之聚斂 而附益之 子曰 非吾徒也 小子 鳴鼓而功之 可也 - 先進 12 원문에 나오는 '북을 치면서 공격한다'는 표현은 마치 전쟁 상황 같다. 그만큼 공자의 분노가 대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염유는 이 사건으로 인해 공자 학당에서 파문당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권력자인 계씨 편에 붙어 그의 사익을 도왔기 때문이다. 백성들에게 세금을 과하게 부과해서 돈이 개인의 치부에 쓰인다는 건 공자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제자가 그런 일을 했다. 정치(正治)를 통해 바른 세상을 만들고자 불철.. 삶의나침반 2016.02.19
논어[182] 자공이 묻기를 "자장과 자하는 누가 더 잘났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지근하다. "그러면 자장이 더 나은가요?" "지나친 것은 미지근한 것과 같다." 子貢問 師與商也 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 先進 11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공은 그래도 지나친 게 낫지 않느냐고 재차 물어본다. 지나침이나 모자람이나 '균형[中]'에서 벗어난 상태다. 오히려 지나친 것이 큰 화근이 될 때가 많다. 현대 문명이 그렇다. 지나치고 넘쳐나는 게 만병의 근원이 된다. 결핍보다 과잉의 독소가 무섭다. 긴스버그의 시 '너무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너무 많은 공장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 . 너.. 삶의나침반 2016.02.12
논어[181]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의 거문고를 왜 내 집 문안에서 켜게 하는고." 제자들이 자로를 업신여겼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제법 당상에 오르기는 하였지만 아직 방안에만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子曰 由之琴 奚爲於丘之門 門人不敬子路 子曰 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 - 先進 10 당시에 악(樂)은 기본 교육과정 중 하나였으므로 누구나 악기 연주를 배웠을 것이다. 각자가 이른 수준에 따라 연주하는 장소도 달랐던 것 같다. 자로는 아직 방에 들 정도는 안 되었다. 스승에게 퇴짜 맞은 자로를 제자들이 업신여기자 스승은 자로를 변호한다. 당상에 오른 실력만도 제법이다. 무인 기질인 자로의 거문고 연주를 다른 제자들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공자의 개인별 맞춤식 교육과 함께 제자들 사이의 갈등도 살짝 엿보이는 .. 삶의나침반 2016.02.05
논어[180] 노나라 사람들이 돈을 다시 지으려고 한 즉, 민자건이 말하기를 "옛 것을 그대로 놓아 둘 일이지 어찌하여 다시 지으려고 하는고!"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는 말을 잘 않지만 말을 하면 들어맞거든!" 魯人 爲長府 閔子騫曰 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 - 先進 9 당시 노나라에서 화폐 개혁을 하려고 한 것 같다. 민자건의 반대하는 말을 듣고 공자는 칭찬한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 예화에서 보이는 민자건의 성품은 본받을 만하다. 말수는 적지만 입을 열면 바른 말을 한다[不言 言必有中]. 민자건은 앞에서 효성이 지극한 제자로 소개된 바 있다. 대체로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삶의나침반 201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