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364

논어[119]

선생님이 가르친 것은 네 가지다. 학문과 행동과 충심과 신의. 子以四敎 文 行 忠 信 - 述而 21 이번에 를 읽으면서 주목하게 된 단어가 행(行)이다. 공자 가르침 중에서 실천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습(習)'도 실천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으로 연결되지 않는 배움은 헛것이다. 곳곳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여기서도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이 네 가지였다고 말한다. 그중에 행(行)이 들어있다. 공부에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현대 교육의 문제점은 이 둘 사이의 괴리에 있지 않나 싶다. 지식만 강조할 뿐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소홀히 한다. 참교육은 문(文)과 행(行)의 통합에서 ..

삶의나침반 2014.12.16

논어[118]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희들은 내가 숨겨 논 것이나 있는 줄 아느냐? 내게 숨겨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하지 않은 일은 없다. 그것이 바로 나다." 子曰 二三者 以我爲隱乎 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 - 述而 20 "그것이 바로 나다[是丘也]"라는 말에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숨겨 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가르침과 실천[行]이 일치했다는 선언이다. 꾸밈이나 가식이 없는 공자의 진면목이 보인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말씀보다는 이런 진솔한 삶의 모습에서 공자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삶의나침반 2014.12.11

논어[117]

선생님 말씀하시다."하늘이 내게 곧은 인격을 마련해 주셨는데 환퇴인들 제가 나를 어떻게 할 터인고!" 子曰 天生德於予 桓퇴其如予何 - 述而 19 공자가 송나라를 지나갈 때 환퇴가 해치려 했다. 공자 연보를 찾아보니 BC 495년, 공자 나이 57세 때의 일이다. 이즈음의 공자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앞서 광 땅을 지나며 고초를 겪을 때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사명이 있는데, 사람이 날 어쩌겠느냐는 자부심이다. 공자 쯤되니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공자도 애제자 안회가 죽었을 때는 하늘이 나를 버렸다고 탄식을 했다. 공자에게 '하늘[天]'은 무엇이었을까? 나이 50에 '천명을 알았다[知天命]'고 한 말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삶의나침반 2014.12.07

논어[116]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내 스승은 그 중에 있다. 좋은 점은 골라 그 뒤를 따르고, 좋잖은 점은 이를 고치게 된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 述而 18 이 말씀은 확대 해석하고 싶다. 세 사람이 아니라 혼자 길을 가더라도 내 스승은 도처에 있는 법이다. 꼭 사람만이 스승이 되라는 법은 없다. 나무나 풀, 구름이나 바람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차라리 인간은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승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으로 나누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도 좋은 점은 있으니 잘 살피고 본받으라는 당부일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4.12.02

논어[115]

선생님은 기괴한 것, 폭력, 반란, 귀신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子不語怪力亂神 - 述而 17 공자는 시(詩), 서(書), 예(禮)에 대해서는 늘 이야기했다는 구절이 앞에 나온다. 반대로 공자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괴(怪), 력(力), 난(亂), 신(神)이었다. 이것은 당시 세상을 어지럽히던 것으로, 공자는 이를 부정하고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네 가지 중에서 신(神)은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초월적 존재를 가리키는 것 같다. 영어 번역을 찾아보니 'spiritual beings'로 되어 있다. 이를 보면 공자는 절대자를 믿는다는 의미에서의 종교인은 아니었다. 형이상학이나 초월 세계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제례 의식을 가지고 유교(儒敎)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뒷날 유학의 이기론도 공자..

삶의나침반 2014.11.27

논어[11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 것을 즐겨 깍듯이 배운 사람이지." 子曰 我非生而知之者 好古 敏以求之者也 - 述而 16 나면서부터 알 정도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고 공자 스스로 말한다. 다만 열심히 배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공자의 열정이 '민(敏)'이라는 단어에 잘 나타나 있다. 앎에 대한 갈증이 공자를 만들었다는 건, 호학(好學)에서는 자신을 따를 자가 없을 것이라는 공자 자신의 자부심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노력해도 안 되는 아둔한 사람도 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사람이 있고, 하나도 못 깨치는 사람도 있다. 비록 태어나면서부터 알지는 않았다 해도 앎에 대한 자질은 뛰어난 분이 공자였다. 애쓴다고 누구나 공자 같이 되는 건 아니다. 공자도 그걸 부정하지는 않..

삶의나침반 2014.11.20

논어[113]

섭공이 자로더러 선생님의 일을 물은 즉, 자로는 대꾸하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왜 '그 사람된 품이 한 번 열이 나면 끼니도 잊고, 즐거움에 취하여 걱정도 잊고, 늙는 줄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葉公問 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 述而 15 자로만큼 공자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섭공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자신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려주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공자의 반응이 재미있다. 자신이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공자의 자기평가인 셈이다. 이 말을 들으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공자의 모습이 보인다. '발분(發憤)'이라는 표현이 특히 그렇다. 끼니..

삶의나침반 2014.11.15

논어[112]

선생님이 늘 이야기하던 것은 시와 역사와 예법이었으니, 이것이 모두 늘 이야기하던 것들이다. 子所雅言 詩書執禮 皆雅言也 - 述而 14 늘 이야기했다는 건 중요하니까 강조했다는 뜻이다. 공자가 제자들을 교육할 때 무엇에 중점을 뒀는지 알 수 있다. 시[詩]와 역사[書]와 예법[禮]이었다. 이것은 인간의 정(情), 지(知), 의(意), 세 측면에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시는 인간 우뇌의 영역이다. 공자는 시와 노래를 통해 인간을 감동시키고 정화하려 한 것 같다. 시인 백거이도 이렇게 말했다. "사람 마음을 감화시키는 것으로 시만 한 것이 없다[感人心者 莫先乎詩]. 공자가 을 편찬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시의 교육적 기능에 대해서 현대에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꼭 국어 시간에만 배우..

삶의나침반 2014.11.10

논어[111]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물죽을 먹고 찬물을 마시며 팔을 베고 누웠을망정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당찮은 재물이나 지위는 나 보기는 뜬구름 같애....." 子曰 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 述而 13 공자가 위나라에 있을 때 제자들과 백이 숙제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다. 백이 숙제가 부귀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은 사람이 가야 할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결국은 굶어 죽었지만 마음은 떳떳하고 오히려 기쁨을 느꼈으리라고 공자는 생각했다. 불의로 부귀를 누리는 것보다는, 빈한해도 의(義)의 길을 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러나 장자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백이 숙제도 도척과 같은 도둑놈이다. 도척이 제 이욕을 위해..

삶의나침반 2014.11.05

논어[110]

선생님이 제나라에서 '소(韶)의 곡'을 듣는 동안 석 달 동안 고기 맛조차 잊고 말씀하시다. "나는 모르는 사이에 이처럼 즐거움에 취하고 말았다." 子在齊 聞韶 三月 不知肉味 曰 不圖爲樂之 至於斯也 - 述而 12 소(韶)는 순 임금 시대의 음악이다. 얼마나 즐거움에 취했으면 석 달 동안 고기 맛조차 잊을 정도가 되었을까. 하루 이틀 정도야 입맛을 잃을 수 있지만 석 달이라니, 이를 보면 공자는 대단한 예술가이자 로맨티스트였던 것 샅다. 공자왈 맹자왈 하는 고리타분한 유교적 스승상은 실제 공자와 맞지 않는 이미지다. 감성적이고 자유분방한 공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건 유쾌한 일이다.

삶의나침반 2014.10.31

논어[109]

선생님 말씀하시다. "돈벌이를 해야만 하는 것이면 나는 마부 같은 벼슬이라도 하겠지만, 할 수 없을 바에야 나 하고 싶은 대로나 해 보겠다." 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 述而 11 부(富)에 대한 공자의 태도는 엉거주춤하다.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재물을 극단적으로 경계하는 장자학파와는 완연히 구별된다. 여기서도 돈벌이를 해서 돈을 벌 것 같으면 천한 직업이라도 갖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으니 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번역은 '돈벌이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이지만, '富而可求也'가 주는 느낌은 '돈을 버는 것이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라면'에 가깝다. 성공 확률이 낮으니 딴 일을 하겠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이상하다. 공자가 단순히 확률을 따져 일을 추진하는 분이 아..

삶의나침반 2014.10.25

논어[108]

선생님이 안연에게 말씀하셨다. "써 주면 일할 것이요, 버리면 잠자코 있을 것이니, 그야 나나 너는 그럴 수 있겠지!"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거느리신다면 누구를 데리고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맨주먹으로 범을 두들기고, 배 없이 강물을 건너려 들며, 죽어도 좋다고 날뛰는 사람과는 나는 함께 일할 수가 없다. 하기야 일을 당하면 실패할까 저어하며, 일이 성사되도록 잘 꾸며내는 사람이어야지." 子謂顔淵曰 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 有是夫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憑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謨而成者也 - 述而 10 재미있는 장면이다. 특히 자로의 성격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스승이 안연을 칭찬하는 말에 자로는 군대를 쓰는 일이라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느냐고 묻는다...

삶의나침반 2014.10.19

논어[107]

선생님은 상제의 곁에서 식사할 적에는 배부르도록 드시지 않았다. 子 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선생님이 곡을 한 그날은 노래도 부르시지 않았다. 子 於是日 哭則不歌 - 述而 9 인간으로서 당연한 예의와 배려다. 공자가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례보다 주목되는 건 공자가 노래를 즐겨했다는 사실이다. 곡을 한 그날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는 것은 평소에 자주 노래를 불렀다는 뜻이겠다. 공자는 인간 심성을 순화시키는 시와 노래의 교육 기능을 십분 활용한 것 같다. 그를 통해 본인도 인생을 즐겼을 것이다. 예술적 재능은 위대한 스승이 되는 필요 조건인가 보다.

삶의나침반 2014.10.13

논어[106]

선생님 말씀하시다. "달려들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았고, 애태우지 않으면 튕겨 주지 않았고, 한 귀를 보여 줄 때 셋까지 깨닫지 못하면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子曰 不憤不啓 不비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 述而 8 스승 공자가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모두 피교육자의 능동적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분할 분'과 '마음을 태울 비'라는 단어가 나타내듯, 앎에 대한 처절한 열망이 있어야 교육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를 보여줄 때 셋을 깨닫지 못하면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교육자의 자질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공부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스승은 옆에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렇게 박자가 맞을 때 교육은 이루어지고..

삶의나침반 2014.10.07

논어[105]

선생님 말씀하시다. "마른 고기 정도의 예물을 가지고 왔을망정 나는 제자로 삼아 주지 않는 일이 없었다." 子曰 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 - 述而 7 가르쳐주는 보답으로 제자에게서 예물을 받는 것은 공자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규모는 달랐겠지만 옛날 우리의 서당도 비슷했다. 훈장도 생활을 해야 했으니 보수를 받는 건 당연했으리라. '마른 고기 정도'라는 표현을 보면 하찮은 예물임에 틀림없는데, 그래도 제자로 삼아주었다고 강조하는 걸 보면 배우려는 사람의 의지를 중요시했다는 뜻이다. 교육 현장에서 첫째는 학인(學人)의 마음자세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가르침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억지로 붙잡고 놓고 사육하듯 가르치는 현재의 학교 교실은 그런 면에서 자격 미달이다.

삶의나침반 2014.10.02

논어[104]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리에 뜻을 두고, 곧은 마음을 간직하고, 사람답도록 애쓰며, 예술을 즐겨야 하느니라."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 述而 6 참된 인간이 되는 지침이라 할 수 있다. 도(道)와 덕(德)은 바른 마음, 인(仁)은 바른 행위, 예(藝)는 인생을 즐기는 지혜가 아닐까. 특히 주목되는 건 예(禮)가 아닌 예(藝)다. 유어예(游於藝), 예술을 즐겨라! 공자의 말씀이니 더 반갑다. 예는 인문학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제반 활동을 말하는 것이리라. 음악, 운동, 서예 같은 취미 생활을 포함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것이 예다. 참사람이 된다는 건 결국 삶을 예술처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4.09.24

논어[103]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정말 늙어 버렸나 보다! 오래도록 나는 주공을 다시는 꿈에 보지 못하니...." 子曰 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現周公 - 述而 5 육체의 노쇠보다 이상이 사라지는 게 더 안타깝다. 흠모하는 주공을 꿈에서 볼 수 없다는 것에서, 공자는 자신이 늙어가고 열정도 사그라지는 걸 느낀 것 같다. 열심히 고군분투했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적 완성의 길도 멀다. 공자의 회한은 스케일의 크기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이 공유하는 느낌일 것이다. 공자의 이상이 고작 주공을 닮는 것이었느냐는 의문도 들지만 지금 시각에서의 판단일 뿐, 당시는 2,500년 전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국가나 인물 대부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주례(周禮)를 회복하고픈 공자의 열망은 대단한 것이었다.

삶의나침반 2014.09.19

논어[102]

선생님이 집에 계실 때는 고분고분하시고, 부드러우셨다.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 述而 4 공자의 면모를 다시 보게 된다. 밖에서는 엄격하고 위엄있게 행동했더라도, 집에 들어와서는 자상하고 안색이 활짝 피셨다는 얘기다. 보통 남자라면 반대가 아닐까? 나를 돌아보더라도 부끄럽다. 가정은 화평(和平)의 기운으로 밝아야 한다. "집에 계실 때에는 고분고분하시고 부드러우셨다." 남녀를 불문하고 꼭 새겨둘 행동이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가 이런 데서 드러난다.

삶의나침반 2014.09.14

논어[101]

선생님 말씀하시다. "인격도 닦지 못하고 학문도 부실하며 옳은 일을 듣고도 행하지 못하고, 흠집을 고치지도 못하니, 그게 내 걱정이야." 子曰 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 - 述而 3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는 공자의 걱정이면서 우리 모두의 걱정이다. 공부의 목적은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인데 완성의 길은 멀다. 공자를 완전한 인격을 갖춘 성인(聖人)으로 보는 건 오해다. 그분 역시 인간의 한계에 대해 절망하고 근심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을 닦고 옳은 일을 행하기 위해 애쓰는 호학정신(好學精神)에서 공자는 모범이 되는 분이다. 걱정한다는 건 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찰하며 노력한다는 뜻이다. 흠집 하나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좋은 천성을 지키는 ..

삶의나침반 2014.09.08

논어[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잠잠히 마음 속에 새기고,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런 일은 나도 하기 힘든 일이야." 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 述而 2 젊었을 때 어느 스님으로부터 글씨 한 점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이라고 했더니 '學而不厭 敎而不捲'이라는 글씨를 써 주셨다. '배우는데 싫증 내지 말고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말라'라는 의미였다. 표구해서 책상 앞에 걸어두고 내 좌우명으로 삼았는데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아쉽게도 잃어버렸다. 글자는 약간 틀리지만 출처가 란 건 한참 뒤에 알았다. 바로 여기 '술이'편이다. 망자도 '학생(學生)'이라고 표현하듯 유학은 인간을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존재로 본다. 배움은 완결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진행형이다. 공자..

삶의나침반 2014.09.01

논어[99]

선생님 말씀하시다."옮기기만 했지 창작하지는 않았고, 옛 것을 그대로 믿고 좋아함은 은근히 우리 노팽님에게나 비교해 볼까 한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 老彭 - 述而 1 언젠가 그림을 그리는 분에게, 머리로 상상하는 경치를 그리면 더 멋진 그림이 나올 텐데 굳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 있다. 그렇게 되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상상력도 한계가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 같다. 그림이든 문학이든 모든 분야의 창작 활동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하나도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 공자님, 옛것을 너무 좋아하신다. 호고(好古), 온고(溫故)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사라져 간 옛 법도의 부활을 공자는 늘 꿈꾸고 ..

삶의나침반 2014.08.28

논어[98]

자공이 말했다.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어 그들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어떻습니까? 사람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찌 사람 구실만 한다고 할까! 그야 성인(聖人)이지! 요순 같은 분들도 그 일로 애를 태웠다. 대체로 사람 구실 하는 사람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우고, 제 앞을 트고 싶으면 남의 앞길을 터준다. 제 앞장부터 잘 처리할 수 있는 그것이 사람 구실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子貢曰 如有博施於民 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 雍也 24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우고, 제 앞을 트고 싶으면 남의 앞길을 터준다[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에서 내가 좋아하..

삶의나침반 2014.08.23

논어[97]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용의 올바른 실천이란 지극한 것인가 보다! 사람들은 오래 오래 실천하지 못하거든." 子曰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久矣 - 雍也 23 고등학생일 때 윤리 선생님에게서 들은 비유가 생각난다. 중국에는 한쪽을 두껍게 만든 병이 있는데 물을 적게 넣으면 쓰러지고 많이 넣어도 쓰러진다. 적당히 물이 들어가야 바로 서는 병이다. 중용의 비유로 이 병을 말했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가 중용이라는 뜻이다. 명쾌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 지대가 중용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중용의 덕이 지극하며 오래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심지어는 공자 자신도 중용을 실천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천하 국가를 고르게 다스리고,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하얀 칼날을..

삶의나침반 2014.08.18

논어[96]

선생님이 남자 부인을 만난즉 자로가 언짢아했다. 선생님은 맹세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만나지 않는다면 하늘이 나를 버릴 거야. 하늘이 나를 버릴 거야." 子見南子 子路不說 夫子矢之曰 予所否者 天厭之 天厭之 - 雍也 22 남자(南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위나라 영공의 부인인데 바람기가 있어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영공의 총애를 받아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런 남자를 공자가 만나겠다고 하니 자로가 언짢아했다. 공자는 그래도 꼭 만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하늘이 자신을 버릴 거라고까지 했다. 당시 상황을 모르고서는 이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공자가 왜 굳이 반대를 무릅쓰고 만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이 공자와 남자의 첫 번째 만남은 ..

삶의나침반 2014.08.12

논어[95]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널리 글공부를 하며, 예법으로 몸단속을 할 것이니, 그러므로 엇나가는 일이 좀처럼 없을 것이 아니냐!" 子曰 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 - 雍也 21 문(文)과 예(禮)는 군자됨의 두 축이다. 문이 지(知)라면, 예는 행(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앎과 실천의 조화를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우선 사람되는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 공부에는 한 분야만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라 통섭의 인문학적 정신이 요구된다. 세상의 이치와 사람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궁구하는 것이 공부다. 그 뒤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공자가 약례(約禮)를 말한 건 참된 인물로 살아가는 행동 양식을 규정하는 것이 예이기 때문이다. 공부와 삶이 나란히 박자를 맞추고 나아갈 ..

삶의나침반 2014.08.07

논어[94]

재아가 물었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습니다' 하면은 뛰어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왜 그렇기야 할라구! 참된 사람은 가보기는 하겠지만 풍덩 빠지지는 않을 거다. 둘리는 수도 있지만 속아 떨어지지는 않지." 宰我問曰 仁者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 雍也 20 원문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면'인데, 번역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다면'으로 되어 있다. '인'으로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으로 보면 구체적인 상황이 된다. 어찌 되었든 재아의 질문은 교묘하다.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는데 인자(仁者)라면 뛰어듭니까?" 뛰어든다고 해도, 안 뛰어든다고 해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질문이다. 군자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

삶의나침반 2014.07.29

논어[93]

선생님 말씀하시다. "술잔이 술잔답지 않으면 술잔일까! 술잔일까!" 子曰 고不고 고哉 고哉 - 雍也 19 이 말은 사람이 사람답지 못함에 대한 공자의 한탄일 것이다. 어느 날 제나라 경공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공자가 강조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 이 '~답다'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길을 성실히 걸어간다면 나라는 저절로 바로 서게 된다. 이것이 공자의 도덕정치다. 그러나 지배층은 '답다'는 걸 오용하여 피지배 계급이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데 이용한다. 전 ..

삶의나침반 2014.07.23

논어[92]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혜 있는 이는 물을 즐기고, 사람다운 이는 산을 즐긴다. 지혜 있는 이는 서성거리고, 사람다운 이는 고요하다. 지혜 있는 이는 경쾌하고, 사람다운 이는 장수한다."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 雍也 18 지혜 있는 이의 특징은 물[水], 움직임[動], 즐김[樂]이고, 사람다운 이의 특징은 산[山], 고요함[靜], 장수[壽]다. 물과 산의 이미지가 지(知)와 인(仁)으로 잘 연결된다. 굳어져 고여 있으면 지혜라 할 수 없다. 또한 인은 산처럼 움직임이 없다. 감히 내 경우에 적용시키면 나는 지(知)보다는 인(仁)의 성향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보다는 산, 움직임보다는 고요함을 좋아하는 안정적인 성향이 그렇다. 주변의 사람을 지자와 인자로 구분해 보는..

삶의나침반 2014.07.15

논어[91]

번지가 지혜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백성들의 옳은 사람 노릇에 철저하며, 귀신은 공경할 뿐 이를 멀리하면 슬기롭다 하겠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리니, 그러면 사람답다고 할 수 있겠지."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 先難而後獲 可謂仁矣 - 雍也 17 지(知)와 인(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다. 물론 제자 번지에 해당하는 맞춤 대답일 것이다. 공자의 말을 분석해 보면 제자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귀신을 공경할 뿐 멀리하면 슬기롭다'는 말은 공자의 현실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허무맹랑한 미신은 배격해야 한..

삶의나침반 2014.07.09

논어[90]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 이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중 이하의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 雍也 16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생각난다. 무지를 깨우치는 스승의 역할은 아이가 나오는 걸 도와주는 산파와 비슷하다. 아이를 배지도 않았는데 낳게 할 수는 없다. 공자 말씀도 비슷하다. 교육에 임하는 피교육자의 자세나 자질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말을 강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를 실감한다. 학생의 자질이나 열성과 교사의 인도가 맞아 떨어질 때 교육의 결실이 맺힌다. 이상적인 스승과 제..

삶의나침반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