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단풍 여행 - 대청호와 청남대

샌. 2012. 10. 26. 15:09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울릉도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차도가 없었다. 부득이 울릉도 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봉을 오를 수 없는데 울릉도에 갈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울릉도에 인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마침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 청주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울릉도 대신 내륙 지방 단풍 여행을 하기로 했다. 23일 아침에 장례 미사에 참례한 후 인근에 있는 대청호와 청남대에 들렀다. 이래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 가게 되었다.

맑은 날이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청호에는 아직 오색 단풍은 오지 않았다. 청남대 산책로를 걷고, 맞은편 호반길을 드라이브했다.

청남대는 대청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60만 평의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2003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그동안 다섯 대통령이 88회 471일간 이용했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이 만든 청남대는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도 사전 예약을 해야 승용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고, 입장료도 5천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용버스를 타야 출입할 수 있다. 청남대라는 장소가 권위주의를 마냥 아쉬워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청남대 본관. 1층은 회의실, 접견실, 식당, 손님실로 되어 있고, 2층은 대통령 전용공간이다.

본관 앞에 있는 반송 길. 청와대 들어가는 길에도 반송이 심어져 있는데 여기도 반송이다. 잘 가꾼 나무가 탐스러웠다.

양어장에 있는 음악 분수. 마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고 분수가 춤을 추었다.

청남대 산책로에는 다섯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전두환 대통령길과 노무현 대통령길을 걸었다.

9홀 코스의 골프장. 옆에는 낙우송 길이 있다.

1년에 며칠을 이용한다고 이렇게 거창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좋은 경치를 구경하면서도 괜히 화가 났다. 관리하는데 비싼 비용을 들일 게 아니라 이젠 자유로운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건 어떨까?

청남대 구경을 하고 나서 점심은 한정식 집 '마중'에서 했다. 소문난 집 답게 종업원이 친절했고 음식맛도 좋았다. 식당 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는 게 별 거 있나요 마음 나눈 사람끼리 오손도손 마주 앉아 보골보골 된장찌게 끓여놓고 밥 한 그릇 맛나게 먹는 것이지요 사는 게 별 거 있나요 진실한 사랑 얻은 사람끼리 도란도란 가슴 안고 앉아 차 한 잔 마시는 것이지요

돌아나오는 길에 괴산군 문광면에 있는 양곡저수지를 지나게 되었다. 저수지 풍광과 함께 둑방의 은행나무 길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찍으러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수안보파크호텔에서 일박을 했다. 같은 층 객실로 관광버스 네 대에 타고 온 젊은이들이 들어와 밤잠을 설쳤다. 프런트에 항의해 봤지만 젊음의 열정을 어찌 말리겠는가. 두 시가 넘어서야 잠잠해졌다. 아침 식당에서 만난 분은, "요즘 젊은이들 기본이 안 돼 있다."며 혀를 찼다.

우리는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여행의 객기를 푸는 것도 좋지만 내 행동이 옆 사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조심해지지 않을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숙소의 이런 상황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가 머뭇거려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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