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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여수천 산책로에 사람이 많이 나온 걸 보니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여름 고생했던 에어컨도 이젠 쉴 때가 되었다. 기세등등하던 염제(炎帝)는 슬슬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고 있다. 이 또한 상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당구 모임 후 오랜만에 2차 술자리를 했다. 너무 배가 불러서 바로 버스를 타는 대신에 여수천 산책을 나선 길이었다. 그런데 기분은 왜인지 슬프면서 쓸쓸했다. 가을이 반가우면서도 거북한 걸까. 낡아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쓰디씀일까. 뭔가 변죽만 울리면서 어릿광대 짓거리로 살아가는 것만 같다. 무거워진 마음은 역설적으로 한없이 가볍다. 미풍에도 쉽사리 흔들린다. 사소한 자극에도 무너지려 한다. 뭐, 버텨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여태껏 그리 살아오지 않았는가. 어쨌든 살아지게 되..
봄여름가을겨울 (150820)) 나 하나의 무게에도허덕이며 쩔쩔매는데 당신은 대체어떤 분이시길래 (150821) 그대 오시나, 미련 두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150822) 높고푸르고장쾌하게 네 꿈도 그러하기를 (150823)
여름 막바지, 전주 가는 길에 대천해수욕장에 들렀다. 해수욕은 못 할망정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어서였다. 휴일이었지만 해수욕장은 썰렁했고 파장 분위기였다. 어린 손주가 있었으면 즐겁게 놀 수 있었으리라. 튜브를 빌려서 아내도 기꺼이 물 속에 들어갔으리라. 그러나 두 노인네만으로는 흥이 나지 않았다. 끝내고 샤워하면서 뒷정리하는 것도 귀찮을 뿐이었다. 대신 바닷물이 들고나는 경계를 걸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의 뭇 남녀들을 구경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나만한 나잇대가 보이지 않았다. 이젠 어딜 가나 그러하다. 기원과 당구장만 빼고는. 장모님을 뵈러 전주에 가서 사흘을 있었다. 첫날 저녁에 마신 반주가 과해서 다음날 애먹었다. 둘째 날, 장모님을 정형외과와 은행에 모시고 간 것 외에는 집안에서 빈둥거렸다...
마음을 깨우고남에게 베풀고물질을 아껴라. 이 셋으로세상을 살피고 사람을 살리고 자신을 살찌울 수 있다. 不眛己心 不盡人情 不竭物力 三者可以爲天地立心 爲生民立命 爲子孫造福 - 채근담 11 노자의 삼보(三寶)가 떠오르는 구절이다. '마음을 깨우고'는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에, '남에게 베풀고'는 자(慈)에. '물질을 아껴라'는 검(儉)과 대응한다. 겸손, 사랑, 검소함이다. 왜 그리 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적극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뒤로 물러나는 것은 숨어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함으로써 남보다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베풀고 물질을 아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리면서 자손이 복을 받게 된다. 고담준론이 아니라 중국인의 현실적인 체세훈인 셈이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 ..
잘 만들었다고 세평이 자자해서 극장에 찾아가서 봤다. 그러나 지인 중에서는 별로라는 사람도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소문처럼 대단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지만. 영화는 호메로스의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으나 그게 오히려 족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신화적 요소가 강한데 더 상상력의 날개를 폈다면 좋았으련만. '오디세이'는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10년 동안의 여정을 다룬다. 외눈박이 거인, 갑옷 거인족, 마녀, 세이렌, 바다 괴물, 포세이돈 신의 도전을 받으며 부하를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오디세우스는 여신 칼립소의 섬에서 7년 동안 갇혀 지낸다. 오디세우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타카에서는 그의 왕위를 노리는 무리..
내 고향 남쪽 바다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요그 잔잔한 고향 바다지금도그 물새들 날으리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어디 간들 잊으리요그 뛰놀던 고향 동무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고향에 다 있는데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온갖 것 다 뿌리치고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지고내 마음 색동옷 입혀웃고 웃고 지나고저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 치고물 들면 뱃장에 누워별 헤다 잠들었지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내 몫엣 즐거움은 아무 데도 없는 것을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동자들 아비 된 사이인생의..
광복절을 전후해 넷플릭스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봤다. 믿음직한 지인이 추천해 주어서였다. 2018년에 tvN에서 24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다.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초기를 시대 배경으로 한다. 신미양요 때 미국으로 건너간 유진이 미군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애신과 만나면서 생기는 사랑과 국권 회복을 위한 의병들의 투쟁을 그렸다. 고전적인 사랑과 우정, 의리, 그리고 대의를 향한 용기와 희생이 전편에 깔려 있다. 구한말의 시대상을 잘 그려냈다고 본다. 24부작을 한꺼번에 몰아보는데 부담이 되었다. 추천을 받으면서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몰입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사랑과 의병 투쟁의 두 축으로 전개되는데 전체적으로 간지럽다는 느낌이었다. 여성적인 감성이 남성들의 ..
그날하늘에서가만히 지켜보던 그 달빛은어디로 갔을까 (150814) 세상을 뒤집어보고 싶거든 이리로들어오라구 (150815) 쓰러진 천 년 스기 옆에서새 생명이 싹튼다 생멸을 거듭하며어디로 가는 걸까 아득히 먼 데서 지켜보는안타까운 눈빛들 (150816) 네 마음밭에는 다양한 씨앗이 뿌려져 있어 긍정과 희망은 행복의 씨를 깨우고미움과 절망은 불행의 씨를 깨우지 그러니 너에게 달려 있어네가 결정하는 거야 무슨 꽃을 피우는지는 (150817) 옷도 제각각동작도 제멋대로 아파트 칼각이부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다 (150818) 이 세상은고해라면서요 그렇게 말하고는이토록 천진하게웃고만 계십니까 (150819)
어제는 81주년 광복절이었다. 나라의 광복과 함께 민족정신의 광복도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나의 해방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났다고 진정한 해방이라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족쇄에 얽매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해방 직후에는 이념이, 지금은 그에 더해서 자본의 논리가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무자비한 생존경쟁의 늪에 빠져 있다. 해방은 지나간 얘기가 아니다. 해방은 과거 못지않게 현재에도 필요한 우리의 소명이다.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디 정신'을 사모한다. 인디 정신은 내가 철 들고 나서부터의 지향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디(indie)'는 통제 체계(거대 자본, 정부)의 주류로부터 독립되어 그 영향 아래 있지 않는 활동을 가리킨다. 영 단어 'indepe..
기분 내서 벌인 일은 시작이 곧 끝이다.몇 걸음을 가겠는가?정이 솟으면 알았다 싶지만 들어서면 캄캄하다.불빛은 어디 있는가? 憑意興作爲者 隨作則隨止 豈是不退之輪 從情識解悟者 有悟則有迷 終非常明之燈 - 채근담 10 '기분이나 느낌으로[憑意興 從情識]' 일을 시작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경구로 읽힌다. 깨달음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느낌이나 식견에 의지하면 길을 잘못 들게 된다. 그릇된 길임에도 옳은 길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신념이 강한 종교인들에게 더 위험이 크다. 여기 나오는 '불퇴지륜(不退之輪)'과 '상명지등(常明之燈)'은 불교에서 완전한 깨달음과 지혜를 의미한다. 그 길에 들어섰다고 쉽사리 판단하지 말라.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