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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믿음이 쏠리면 속임을 당하고나를 내세우면 스스로 당한다.내 잘남으로 남의 못남을 가리키지 말고내 못남으로 남의 잘남을 시기하지 말라. 母偏信而爲奸所欺 母自任而爲氣所使 母以己之長而形人之短 母因己之拙而忌人之能 - 채근담 13 한쪽 말만 듣다가 간사한 사람에게 속는다. 내 능력을 과신하다가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내 장점을 과시하며 남의 단점을 드러내기도 하고, 나의 무능으로 남의 유능함을 시기하기도 한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렇듯 은 균형된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현실적인 가르침이다. 오늘 가르침 중에서는 '편신(偏信)'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한쪽 말만 들어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간사한 사람에게 속기 쉽다. 시야가 좁은 사람일수록 큰소리를 치며 자기 식..
넷플릭스에 올라온 7부작 미국 드라마다. '에덴의 동쪽' 하면 젊었을 때 본 영화가 생각난다. 50년도 더 전이어서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제임스 딘의 모습과 유전지대, 달리는 기차 같은 단편적인 장면만 떠오른다. 소설도 읽어보지 않았으니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드라마를 봤다.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3대에 걸친 트래스코 가문의 이야기다. 드라마 제목처럼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비극이 세대를 이어가며 변주되어 나온다. 애덤과 찰스, 애런과 칼이 카인, 아벨과 겹친다. 카인과 아벨 이래 형제간의 갈등과 불화는 인류의 풀 수 없는 숙명인 것 같다. 하나는 착하고 순진하며 다른 하나는 영악하고 질투가 많다. 이런 미움과 반목의 원인으로는 인간의 뿌리 깊은 인정 욕구가 아닌가 싶다..
중앙공원을 통과하여 도서관에 다녀왔다. 요사이는 활자가 가까워지지 않아 빌린 책은 다 못 읽은 채 반납했다. 다른 책 두 권을 빌려오긴 했으나 읽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짧긴 하지만 중앙공원에는 숲길이 있다. 숲에 드니 가을의 품에 안긴 것 같다. 화려하진 않아도 노란색과 갈색으로 물든 나뭇잎의 색깔이 정겹다. 숲은 가을의 향기로 가득하다. 2026년 가을은 밖으로 나가는 단풍 구경 없이 이렇게 보내게 될 것 같다. 사실 흥미도 잃어서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단풍 사진들에도 그러려니 한다. 오늘 저녁노을은 밋밋했다. 석양이 차단되어 빛이 닿지 않으면 구름은 채색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하늘은 그 나름의 특색으로 빛나는 것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아닌가. 노을을 마주보며 인생의 덧..
해 질 무렵 나가는 산책을 '노을 산책'이라 부르기로 한다. 노을 보기를 겸하는 산책이다. 예전부터 해가 지는 저녁 무렵을 좋아했다. 소란했던 하루가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대다.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구별도 사라진다. 석양(夕陽)은 은은하여 두 눈을 뜨고도 바라볼 수 있다. 대낮의 강렬함과 날카로움이 없다. 해가 눈높이로 기울 때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는 서쪽과 북쪽 방향으로 트여 있어 지는 해를 보기에는 최적이다. 큰일을 치르고 나니 남은 터는 전쟁이 지나간 폐허 같다. 서로 찌르고 벤 상처로 가득하다. 이 과보(果報)를 어찌 받을 것인가. 당분간은 저녁 하늘만 벗 삼아 지내야겠다.
해넘이를 보러 나선 길이 헛헛했다. 저무는 가을 풍경 탓만은 아닐 것이다. 사위는 온통 단풍색으로 찬란하지만 내 마음은 무채색이다. 같은 길이어도 여느 때와 다른 길이었다. 오늘 해넘이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배경이었다. 구름 장식 없이 밋밋한데 서서히 지는 해가 하늘을 은은하게 물들였다. 몸을 움츠리는 나를 따스히 위무해주는 고요한 저녁이었다. 아무런 미련 없이 아쉬움도 없이 해는 진다. 아름답고 장엄하다. 지상의 수많은 생명체에게 온기와 에너지를 전하고 태양은 소리 없이 사그라진다. 그가 남긴 잔광도 곧 어두운 하늘에 묻힌다. 나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한다.
어머니 돌아가시다. 전날 병원에서 뵙고 나오며 우리집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길 거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집으로 오면서 A 요양병원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B 요양병원에 찾아갈 계획이었고, 결정되는대로 전원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적어도 올 겨울은 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이야. 10/28(수) 아침에 동생한테서 어머니 상태가 나빠져 집중치료실로 옮겼다는 연락이 왔다. 부리나케 짐을 챙겨 아내와 달려갔다. 운전하는 내내 회복하실 수도 있다는 기대와 이대로 큰 고통 없이 돌아가시는 것도 축복이라는 두 감정이 오락가락했다. 어머니는 집중치료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힘겹게 숨을 쉬고 계셨다. 고갯짓으로 반응은 했지만 말소리는 내지 못했다. 폐와 심장 상태가 ..
체했을 때 소화제를 먹으면 속이 뻥 뚫린다. 마음의 체증에는 걷기가 소화제의 역할을 한다. 이런 날은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서는 게 최고다. 아무 목적 없이 그저 걷기만 해도 효과가 나타난다. 오랜만에 경안천에 나가본다. 중앙공원이 생긴 뒤로 경안천에 나갈 일이 드물어졌다. 시내를 통과하며 설렁탕으로 점심을 때운다. 설렁탕의 뽀얀 국물이 헛헛한 속을 채우면서 마음까지 따스하게 위무해 준다. G스타디움이 있는 체육공원을 한 바퀴 돌고 억새가 익어가는 경안천 길을 걷다. 청석공원 임시 무대에서는 소박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무수하게 얽히고설킨 인간의 관계를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사념이나 행위라도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 언젠가는 그 흔적이 나에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다..
답답한 마음을 안은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앙공원으로 향한다.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동네에 이런 위안거리가 있다는 게 무척 고맙다. 오늘 노을은 은은하게 구름을 물들이며 번진다. 아름답게 채색된 저녁 하늘은 희로애락의 인간 세상을 아랑곳없이 내려다본다. 그런 자연의 무심함에 숙연해진다. "Que Sera Sera" -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안 일어날 일은 안 일어날 것이다.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다. 노을 구름을 배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는 여객기를 따라가다.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신호대기에서문득 올려다본 하늘색아아 파아랗습니다 오이지 짓눌렀던 그 오래인 맷돌짝무릎 아래저리 순하게 흩어놓다니요 흔들어, 흐은들어 머리 얼마나 헹구었었는지잔잔히 추억 쪽으로 흘러가네요하아얀 새털구름 떼 웬일인지 목이 메여옵니다 - 그리고 가을입니다 / 안영희 가을 하늘은 저리 푸르고 새털구름은 흩어져 자유롭게 흘러간다. 자연이 너무 무심해서 더 서글퍼지는 계절이다. 내 가슴속 무겁디 무거운 맷돌짝이 새털구름처럼 가벼얍게 흩어질 날이 올 것인가. 머리 헹구듯 깨끗이 씻어질 날이 올 것인가. 한 고비가 넘어가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리라. 결코 저 가을 하늘처럼 되지는 못하리라. 그러함을 알면서도 살아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오늘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두렵다. 울컥 목이 메여올 것 같다.
10/19(월) X-레이 사진상으로는 폐의 반 이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이 정도면 심한 기침과 가래가 동반될 것 같은데 둘 다 양호하다. 기침은 집에 있을 때 심했으나 점차 진정되다가 병원에 와서는 거의 사라졌다. 현재 주된 치료는 폐 염증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 주사 처치다. 다행히 염증 수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오후에 담당 의사님과 면담을 가졌다. 이런 상태면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입원이 필요하단다. 식사량은 병원에서 나오는 죽의 반 정도만 억지로 드신다. 망가진 폐는 이제 어찌할 수 없고, 식사를 통해 원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집에서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20(화) 아침에서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식욕촉진제를 투여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허락했다. 여동생과 같이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