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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답답한 마음을 안은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앙공원으로 향한다.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동네에 이런 위안거리가 있다는 게 무척 고맙다. 오늘 노을은 은은하게 구름을 물들이며 번진다. 아름답게 채색된 저녁 하늘은 희로애락의 인간 세상을 아랑곳없이 내려다본다. 그런 자연의 무심함에 숙연해진다. "Que Sera Sera" -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안 일어날 일은 안 일어날 것이다.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다. 노을 구름을 배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는 여객기를 따라가다.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신호대기에서문득 올려다본 하늘색아아 파아랗습니다 오이지 짓눌렀던 그 오래인 맷돌짝무릎 아래저리 순하게 흩어놓다니요 흔들어, 흐은들어 머리 얼마나 헹구었었는지잔잔히 추억 쪽으로 흘러가네요하아얀 새털구름 떼 웬일인지 목이 메여옵니다 - 그리고 가을입니다 / 안영희 가을 하늘은 저리 푸르고 새털구름은 흩어져 자유롭게 흘러간다. 자연이 너무 무심해서 더 서글퍼지는 계절이다. 내 가슴속 무겁디 무거운 맷돌짝이 새털구름처럼 가벼얍게 흩어질 날이 올 것인가. 머리 헹구듯 깨끗이 씻어질 날이 올 것인가. 한 고비가 넘어가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리라. 결코 저 가을 하늘처럼 되지는 못하리라. 그러함을 알면서도 살아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오늘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두렵다. 울컥 목이 메여올 것 같다.
10/19(월) X-레이 사진상으로는 폐의 반 이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이 정도면 심한 기침과 가래가 동반될 것 같은데 둘 다 양호하다. 기침은 집에 있을 때 심했으나 점차 진정되다가 병원에 와서는 거의 사라졌다. 현재 주된 치료는 폐 염증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 주사 처치다. 다행히 염증 수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오후에 담당 의사님과 면담을 가졌다. 이런 상태면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입원이 필요하단다. 식사량은 병원에서 나오는 죽의 반 정도만 억지로 드신다. 망가진 폐는 이제 어찌할 수 없고, 식사를 통해 원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집에서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20(화) 아침에서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식욕촉진제를 투여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허락했다. 여동생과 같이 점..
지인이 빌려줘서 읽은 책이다. 정치인 이해찬은 나와 동년배로 같은 학번이고 같은 시대를 살아낸 사람이다. 삶의 이력은 다르지만 한때는 같은 캠퍼스 생활을 공유했다는 면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읽었다. 그해는 교련 반대 데모로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수학을 과락해서 계절 학기 수업을 들었다는 점도 같았다. 은 최민희 의원과의 대담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생생한 육성을 듣는 것 같다. 앞서 나왔던 과 같은 스타일이다. 김대중이 더 큰 정치인이지만 한 세대 앞선 분이어서 거리감이 있었고, 이해찬의 음성은 같은 시대를 경험해서인지 훨씬 더 실감 있게 다가왔다. 나의 청장년 시절을 반추해가며 추억 속에 잠길 수 있었다. 이해찬은 유신이 선포되고 학교가 문을 닫자 고향에 내려갔다가 아버지의 질타를 받고 다시 상경..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구순 특별 회고록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70여 년의 비폭력 투쟁'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티베트가 1950년에 중국에게 점령, 흡수된 후 달라이 라마는 1959년에 인도로 망명해서 티베트 불교와 민족 문화를 지키기 위한 운동의 중심이 되었다. 이 책은 70여 년간 그가 싸워 온 여정의 기록이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간직한 우리로서는 티베트의 사정이 남 같지 않다. 우리는 36년간 지배를 받았으나 티베트는 76년째 국권을 빼앗기고 망명정부가 독립 투쟁을 하고 있다. 이미 티베트 국내는 중국의 동화 정책으로 저항의 싹이 돋아나지 못하고 있다. 언어는 중국어로 통일되고 학교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여 티베트 아이들을 일찍부터 부모와 격리시킨다. 민족의식을 차단할 목..
동네 중앙공원 전망대에서 만난 어느 날의 저녁 하늘이다.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맞춤한 시간대에 찾아갔다고 할 수 있다. 전망대에는 나처럼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긴 듯 해 지는 하늘을 감상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잘 나올까, 나만 바빴다. 서쪽 하늘에서 비켜 선 하늘 다른 부분의 구름이 예뻤다. 저 하늘 색깔처럼 맑고 투명하게, 저 구름처럼 가볍게 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쉼 없이 부글거리는 내 마음이 과연 얼마나 진정될 수 있으랴.
여동생에게서 어머니 상태가 나빠졌다는 연락이 왔다. 추석에 식사를 못하시면서 기력이 쇠해가는 걸 느꼈는데 이즈음 들어 급격히 악회된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부리나케 내려갔다. 10/12(월)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우선은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혀 드렸다. 원기 회복에 대한 얄팍한 기대를 가지고서. 10/13(화) 밤새 잦은 기침이 이어졌다. 어제 링거 영향인지 아침에는 다소 기력을 회복했다. 소량의 식사를 하고 종일 잠에 뻐져 들었다. 그러나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힘들어했다. 동생과는 며칠 더 지켜보자고 했다. 오전에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후에는 햇볕이 났다. 집 주변은 가을의 색깔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누워 있기만 했다. 잘 보시던 TV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없어졌다. 일상의..
중앙공원이 생긴 뒤로 동네 산책이 뜸해졌다. 잘 단장된 길이 생겼으니 발걸음은 편리한 쪽을 향하게 된다. 그러나 길은 제마다의 특색이 있다. 어제저녁에는 일부러 동네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사람 사는 옛 정취가 조금은 남아 있는 길이다. 저녁 햇살에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동네에는 아직 이런 밭이 꽤 남아 있다. 전에는 논도 있었는데 개발이 되면서 없어졌다. 이곳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집을 그렇게 지어대도 늘상 부족하다고 난리다. 묘한 일이다. 뒷산길은 언제나 정겹다. 늦은 시간인데도 맨발 걷기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10월에 든지 한참 되었는데도 앵앵거리며 달려드는 산모기가 한가하고픈 산책을 방해했다. 벚나무와 자작나무 잎들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AI가 세상..
북쪽에서는 이 나무를땔감으로 쓴다고 탈 때 나는 소리를 따라'자작'나무라고 한다고 남쪽에서 사는 나는의아하면서도 부럽다 이 고운 나무를 어찌불 아궁이에 넣을 수 있는지 (151001) 네 그림자를 따스히품어주는 마음이 사랑 (151002) 너는 항상빛나고 있었어 보는 방향이 달라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야 (151003) 꿈과 함성이 모여역사가 된다 (151004) 통신탑 - 우리가 외딴섬임을 일깨워주는 육지의 등대 (151005) 저 세상을꿈꾸며 바라보기만 하고살았어 발버둥쳐도컴컴한 터널에서벗어나지 못하는 (151006)
용두회 다섯 명이 대모산 자락길을 걸었다. 지하철 일원역에서 대모산에 들어가니 일원장미공원이 나오고 자락길과 연결되었다. 공원과 걷는 길이 잘 꾸며져 있었다. 우리는 데크길을 따라 공원 주변을 돌았다. 걷기라기보다는 산책 수준이었다. 초가을이었지만 초여름의 녹음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한 달쯤 뒤면 울긋불긋 단풍 숲이 될 것이다. 짧은 걷기를 한 뒤 가락동으로 나와 당구를 치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당구장에서는 녹화된 내 영상을 보면서 스트로크가 엉망인 것을 발견했다. 다른 무엇보다 바른 자세에 신경을 쓸 일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