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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2026 병오년(丙午年)을 맞아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뵙고 왔다. 20대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명절 귀향이다. 어머니는 겨울이라 바깥출입을 삼가고 주로 실내에서 지내는 탓에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어머니는 조각 퍼즐 맞추기에 진심이다. 노인임에도 조각을 맞추는 집중력이 대단하다. 난이도가 높은 그림도 기어이 해 낸다. 복잡한 그림은 완성하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리지만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집중한다. 나도 도전해 봤지만 너무 어려워 두 손 들고 말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동생이 권한 건데 이제는 퍼즐 맞추기의 달인이 되었다. 고향에 가면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경험한다. 이만하니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상시로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 나이에 노모가 살아계셔서 명절 귀향을 하는 사람은 주위에 없다...
제나라 위왕은 때때로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음탕하게 놀며 밤새도록 술 마시기를 즐겨, 술에 빠져 나랏일을 다스리지 않고 정사를 경대부에게 맡겨 버렸다. 백관들은 문란해지고 제후들이 나란히 침탈하여 나라의 존망이 아침저녁으로 절박한 지경에 놓였으나 주위 신하 가운데 감히 간언하는 자가 없었다. 이때 순우곤이 위왕에게 수수께끼를 냈다."나라 안에 큰 새가 있는데, 왕의 뜰에 멈추어 있으면서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이것이 어떤 새인지 아십니까?"왕이 대답했다."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울었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그러고는 곧 각 현의 현령과 현장 일흔두 명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그중 한..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본 영화다. 암으로 치료받던 준이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고, 의사는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으니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한다. 급하게 연락받은 가족들이 다 모인다. 준에게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남편과 3녀1남이 있다. 여느 집안처럼 여기도 가족간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둘째와 셋째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서로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하고, 첫째는 천방지축이다. 막내아들은 직업도 없이 무능력하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 준의 심정이 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따스하다. 준이 두 딸을 화해시키려 애쓴 결과 둘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반목을 씻어낸다. 무심하게 보인 아버지의 아내를 향한 사랑을 확인한 아들은 마음을 연다. 물과 기름 같던 가족들은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우..
다른 사람이 쓴 자전기를 읽다 보면 나도 지난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타인에게 보여준다기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해 본다는 의미가 클 것 같아서다. 옛날 선비들은 나이 쉰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자서전을 썼다고 한다. 지금 같은 장수 시대에는 과거의 쉰이라면 일흔 쯤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작가인 비비언 고닉의 는 이런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에세이와 글쓰기,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잘 드러내준다. 작가가 대학에서 글쓰기와 비평에 관해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 같다. 여러 서구 작가들의 글을 인용하며 무엇이 글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갖게 하는지 설명한다. 예문들이 우리 것이 아니라 아쉽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요사이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가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는 것과, 점심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이는 것이다. 당구는 하수로 겨우 게임을 할 정도지만 같이 어울려 즐길 만은 하다. 오전에 당구장에 가면 테이블은 전부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당구는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 중 하나다. 당구는 노인의 무뎌지는 운동 신경을 지켜주는 좋은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몸을 풀고나서 점심에 곁들이는 반주는 달콤하다. 당구 친구들은 술에 있어서는 반반으로 갈린다. 건강을 생각하는 금주파와 무시하는 음주파가 있다. 음주파라고 해야 술꾼은 아니고 각자 소주 한 병씩이다. 한 병으로 고정된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전에는 한 병으로는 부족하여 추가로 시키면서 소주병이 쌓여갔다..
처음 간 절집이 친근하다모르는 말 쓰는 사람이 반갑다 친구 얼굴이 생소하다늘 다니던 골목길이 낯설다 가끔 어리둥절하는기시감과 미시감 신비하다, 너와 나 우리의거미줄 같은 얽힘이 (150101) 같은 곳에 서 있다고같은 것을 보는 건 아니야 천 개의 마음이 있으면천 개의 세계가 있는 거야 천 개의 바람이 불고천 개의 태양이 뜨는 거지 그리고한 세계를 만들지 마치 무수한 물방울이 모여무지개를 그리듯 (150102) 여보세요나 여기 있어요 색깔과 모양과 향기로 외치는 아우성을들어봐 (150103) 면장(面牆)을 해야면장(免牆)을 하는 거라고 번뇌를 통해별빛을 바라보는 거라고 절집에서는 담장도설법을 한다 (150104) 내 마음에도일렁이는 그림자 있어 스산히 나부끼며휘젓는다..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다. 한글 자모음을 익히는 중인데 때때로 선생님이 주는 글귀를 따라 쓰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음 주 설을 맞아 세뱃돈 봉투에 적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장을 연습했다. 수강생이 12명인데 각자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골라 그린 뒤 한군데 모았다. 서툴지만 정성을 다한 결과가 보기 좋았고, 다들 뿌듯해했다. '봄'이라는 글자도 몇 형태로 흉내내 보았다. 초보자가 붓을 다루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붓펜이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나온다. 대신 붓은 화선지에 먹이 배어드는 느낌이 좋다. 선생님은 붓으로 배워두어야 나중에 어떤 글씨라도 쓰기 쉽다고 한다. 지금은 붓으로 배우지만 나중에는 아마 붓펜 쪽으로 기울지 않을..
타샤 튜더(Tasha Tudor, 1915~2008)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서 그녀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STILL, TASHA TUDOR: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이다. 타샤 튜더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쓰고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타샤 튜더는 평생을 버몬트에서 정원을 가꾸며 자연을 친구 삼아 동화 같은 삶을 산 분이다. 그녀의 삶이 동화가 되고 그림이 된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타샤 튜너의 삶은 로망이자 꿈으로 이를 만들어 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전시는 타샤 튜더가 그린 그림 중심으로 되어 있고 그녀가 쓴 그림책 원본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따스함이다. 그녀를 소개하는..
생각을 멀리하면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밀고 드는 그리움 - 그리움 / 이영도 이영도와 유치환 시인의 애절한 그리움을 배경으로 이 시조를 읊으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리움을 노래한 것 중에 이만한 절창이 또 있을까. '삶' 대신에 '살음', '왈칵' 대신에 '월컥', '밀려오는' 대신에 '밀고 드는'이라는 시어를 선택한 감각이 특별나다. 그로 인해 감지되는 시인의 그리운 마음에 나는 아득해진다. 유치환 시인의 강렬한 '그리움' 역시 그녀를 향한 게 아니었을까.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야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서로 만나지는 못하면서 5천 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는 무슨 이런 연분이 있을까. 20년 넘게 지속된 ..
"엄마, 죽는 게 쉽지 않제?""진짜, 죽는 기 보통 일이 아니네."폐암 4기를 진단받아 2년간 치료를 한 후 예후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서 나오며 모자가 주고받은 수월한 농담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암은 전이되고 상황이 악화된다. 항암제도 소용 없어지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두 달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은 외아들인 송강원 작가가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애절한 심정을 기록한 책이다. 부제가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이다. 부산 출생인 작가는 미국 유학 중 어머니의 투병 소식을 듣고 귀국해 마지막 시간을 함께 했다. 책에 '딸 같은 아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작가는 딸 이상으로 다정다감한 아들인 것 같다. 같은 경상도 남자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