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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이웃 동네에 '매화마을'이 있다. 여기는 아파트 단지명을 꽃과 나무 이름으로 지었다. '매화마을' 외에 '장미마을' '솔마을'도 있다. 이름값을 하려는지 '매화마을'에는 매화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그리고 지금 매화꽃이 한창이다. 올봄 매화는 이 마을에서 즐긴다. 홍매 향기가 엄청 진하다. 목련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목련 아래 동백도 보인다. 산수유. 마을 옆을 지나는 개나리 길. 초목들은 아른아른 봄색으로 물들고 있다. 봄은 온갖 꽃들이 연주하는 합창 교향악이다. 우리는 시각으로 꽃을 보지만 청각으로 꽃을 듣는 생물체를 상상해 본다. 어쩌면 그쪽이 더 현란한 봄을 느낄지 모른다. 생명의 환희송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는 고드름을 떼어내칼싸움을 하고 놀았지 몸에 닿으면 제가 먼저부러졌던 고드름 칼 누구에게도 상처를입히지 않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칼이래요 (150115) 사람 몸에 좋다는소문이 나면 안 돼 이게 보물주머니라도 되는 양마구 꺾어갈 거야 사람들아, 몸에신경 쓰기보다 죽어가는 제 영혼이나측은히 여기렴 (150116) 마흔이 넘어서는써 본 적 없는 말 "우리집에 놀러 와!" 다정한 너에게꼭 하고 싶은 말 "우리집에 놀러 와!" (150117) "High Thinking, Simple Life" 이 아름다운 말 앞에서어찌 나는 관념 놀이만 할까 진지하면 무거워지고단순하면 경박해지다니 (150118) "보수적인 부모는 편안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고, 진보적인 부..
신학 용어에 '디아포라(diaphora)'와 '아디아포라(adiaphora)'가 있다. '디아포라'는 성경에서 언급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으로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할 가치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양보할 수 없다. 반면에 '아디아포라'는 성경이 명백하게 말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인 사소한 것이다. 사람의 형편에 따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디아포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고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인간은 진리라고 하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 게 인간이다. '절대' '진리' 같은 말의 위험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인간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인간은 '아디아포라' 같은 하찮은 것에 목숨을..
집 주변에 핀 개불알풀꽃이 올해는 유난히 귀엽고 청아하다. 다른 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예쁘다. 곁에 제비꽃이나 냉이, 꽃다지가 피어 있지만 조연일 뿐이고, 올해는 개불알풀꽃이 주인공이다. 산수유나 매화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너를 오래 들여다본다. 넌 어디서 왔길래 이리 곱게 반짝이는 거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개불알꽃 색깔은 하늘을 닮았다. 코발트색, 에메랄드색으로 부르는 가장 청명한 하늘의 색이다. 작은 꽃잎 하나하나에 하늘이 담겨 있다. 나는 '올봄의 꽃'으로 개불알풀꽃을 지명해 준다. 작은 입 벌리고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사람들 사는 곳에 오두막 지었건만그럼에도 수레 소리 시끄럽지 않네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마음이 멀면 사는 곳도 외져진다네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을 따며느긋이 남쪽 산을 바라보네산기운이 아름다운 해질 무렵새들이 짝을 지어 돌아오네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구나설명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結廬在人境而無車馬喧問君何能爾心遠地自偏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山氣日夕佳飛鳥相與還此中有眞意欲辨已妄言 - 飮酒5 / 陶淵明 도연명의 '음주(飮酒)' 연작시 중 다섯 번째 편이다. 아마 도연명의 시 중에서 제일 유명하지 않나 싶다. 내가 한자 원문으로 외울 수 있는 시이기도 하다. 어제도 화선지를 펼쳐놓고 붓으로 이 시를 마음 내키는대로 써 봤다. 도연명의 시에는 중국의 다른 시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감정의 과잉 상태가..
부제가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이다. 김진영 선생이 생애 마지막 1년여의 나날과 심경을 적은 글이다. 자신이 자신을 애도하는 일기인 셈이다. 선생은 암 투병을 하다가 2018년에 세상을 떴다. 선생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았다. 그동안 이어지던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되었다.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환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 글은 그사이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의 기록이다.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철,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사유들, 혹은 그냥 무연히 눈 앞으로 마음 곁으로 오고 가고 또 다가와서 떠나는 무의미한 순간들이 그 기록의 내용..
지은이인 그레이스 조(Grace M. Cho)는 미국 스태튼아일랜드대학 사회학 교수로 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국인이다. 한 살 때인 1972년에 미국인 아버지를 따라 태평양을 건넜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이 심했던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0대 때 어머니가 조현병이 발병하면서 어두운 사춘기를 겪는다. 그녀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 대학 교수가 되고 어머니의 한 많은 일생을 이 책으로 펴냈다. 그녀는 성장하고 나서 어머니가 미군을 상대하는 매춘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조현병을 생물학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면서 사회학자로서 세상의 구조악을 드러내는 일에 몰두한다. 동시에 어머니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 도 그런 작업의 결과물이다..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김영랑 시인이 노래한 바로 그 봄 하늘이 펼쳐졌다. 길을 걸으며 수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도 이런 하늘이 남아 있다는 게 고마웠다. 바야흐로 도시의 봄은 산수유꽃과 함께 시작한다. 노란 산수유꽃과 겹쳐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그리 고울 수 없었다.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시인의 노래를 따라 하며 나도 시인의 마음이 되어보는 햇살 따스한 봄길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저자가 궁금한 경우가 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라고 나름대로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했다. 한정원이라는 이름만 보고는 의례 남자라 생각했다(내 친구 중에 정원이가 있다). 참 다정하고 감성적인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1/3쯤 지나서야 여자분일 걸 알았다. 그랬구나, 하면서 앞에 읽었던 글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다. 산책과 고양이를 좋아하고 은둔형이며 수도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점 등 저자는 나와 닮은 점이 많다. 에밀리 디킨슨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에밀리 디킨슨, 1830년생의 이 여성과 내가 이웃하여 살았다면, 가까운 친구가 되었을 거라고 넘겨짚어본다. 시대의 격차와 개인적인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혼은 몇몇 지점에서 겹쳐진다. 나는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