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8042)
먼. 산. 바. 라. 기.
전북 김제시 부량면 용성리에 있는 팽나무다. 옛 마을 이름은 갯다리로 벽골제 옆에 있다. 안내문에 보면 옛날 이곳 마을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는데, 이후 나무다리를 놓으면서 마을 이름이 '갯다리'로 불렸다고 한다. 1996년에 홍수가 나서 마을이 잠기고 주민들이 모두 이주했으나, 마을의 수호목이었던 이 팽나무만 남아 있다. 이 나무 수령은 약 100년 정도 되었다. 원래 마을 당산나무는 아카시아였으나 태풍으로 쓰러지자, 주민들이 새로운 수호목으로 이 팽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 나무만 덩그러니 남아 옛 사연을 전하고 있다.
장모님을 뵙기 위해 아내와 전주에 다녀왔다. 내려가는 길에 벚꽃을 보러 보령 화산천에 들렀다. 여기는 늦게까지 벚꽃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문이 틀리지 않아 만개한 벚꽃길을 감탄하며 드라이브할 수 있었다. 벚꽃 축제는 이틀 전에 끝났으나 먹거리 장터는 계속 운영중이어서 시끌벅적했다. 축제장을 중심으로 세 갈래로 뻗은 도로에 핀 벚꽃은 대단했다. 바람이 지나가자 함박눈처럼 꽃잎이 떨어졌다. 지나가는 차 뒤로 하얀 꽃바람이 일었다. 시골 교회 마당에는 동백꽃이 환했다. 전주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전주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저녁 하늘에는 두루마리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내일 날씨가 흐려지는가 보다.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을 밝히는 불빛이 따스했다. 다음날, 장모님을 모시고 김제..
동네 벚꽃이 지고 있다. 벚나무 아래는 눈이 내린 듯 하얀 꽃잎으로 덮였다. 사람이 다닌 자리로 바닥이 드러난 길이 생겼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롱하롱 벚꽃이 떨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아이들 몇이 벚나무 밑에서 놀고 있다. 한 아이가 말한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그러면서 나무줄기를 발로 차니 응답하듯 하얀 벚꽃이 쏟아진다. 떠나가는 벚꽃은 작은 진동에도 이리 가볍게 낙하를 한다. 벚꽃은 질때조차 아름다워 더욱 안타까운지 모른다. 애처롭기도 하다. 미련 없이 제 몸을 떨구는 모습이 숙연하다. 생의 무상이랄까, 지는 벚꽃이 주는 감상이 남다르다. 벚꽃 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자 분분한 벚꽃, 오늘이 그런 날이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
10대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여 닐 암스트롱이 첫 발을 디디는 장면을 들떠서 보았는데, 70대가 되어 다시 인간이 달에 내리는 장면을 보게 될 것 같다. 그 준비 단계로 지난 2일에 아르테미스 2호가 4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떠나서 달을 돌고 어제 지구로 귀환했다. 달을 왕복하는 동안 아르테미스는 많은 지구 사진을 보내왔다.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언제나 신기하고 경이롭다. 어느 보석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동시에 작은 입김만으로도 불려갈 듯 연약하고 위태롭기도 하다. 아르테미스에 탑승한 우주인이 직접 눈으로 본 지구는 어떠했을까. 저 귀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의 의미가 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칭 호모 사피엔스는 내 것 네 것을 다투며 서로 상처내고 죽이고 한다. 인간으로 인해 지..
신성모독적인 이름을 가진 데니스 존슨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느낌은 '이게 뭐야?'였다. 이상한 문양의 어지러운 패턴이 처음 여러 장을 채우더니 제목도 없이 소설이 시작되었다(제목은 소설이 끝나면 자그마하게 적혀 있다). 목차도 책 끝에 있다. 형식부터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정작 작품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데 그것마저 없다. 소설 내용도 험상궂다. 술과 마약에 취한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이 그려져 있다. 갱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기말의 타락한 풍경이 펼쳐진다. 어찌 보면 사이코패스의 독백 같다. 읽기에 매우 거북하다. 이 소설이 문학적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지만 내 이해 범위 밖이다. 사실 중간쯤 읽다가 책을 덮었다. 데니스 존슨은 을 꾼 작가로 알고..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Museum SAN)'에 들렀다. '뮤지엄 산'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문화 공간으로 본관을 중심으로 워터가든,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 안토니 곰리관, 명상관, 빛의 공간, 조각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과 예술 속에서 마음을 달래며 휴식하기에 좋은 장소다. '뮤지엄 산'의 특징은 워터 가든의 물이다. 물과 어우러진 구조물과 자연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끝 경계가 없는 이곳의 고요한 물은 사람의 마음과 공명을 일으킨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미니멀한 공간 구성이다. 주로 직선으로 이루어진 조형미가 번잡함을 떠난 단순함을 보여준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마음써야 하는지를 ..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다. 마을 이름이 괴곡리(槐谷里)인 걸 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느티나무가 더 있을 것만 같다. 어쨌든 마을 이름과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다. 자료를 찾아보니 괴곡리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마을 대부분이 수몰되었다고 한다. 지금 보면 산자락을 따라 몇몇 집들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옛날 마을과 함께 많은 나무들도 사라졌을지 모른다. 다행히 이 나무는 위쪽에 있어 살아남았을지도. 나무 수령은 300년쯤 되었고,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5.6m이다.
고향에 내려가며 남제천IC에서 빠져 청풍호 벚꽃길을 드라이브했다. 경기 지역은 벚꽃이 절정기를 지나고 있는데, 여기는 이제 피기 시작했고 일부만 만개했다. 벚꽃 피는 시기는 종잡을 수가 없다. 도리어 고향에서 만개한 벚꽃을 만났다. 동양대학교 앞길이 이렇게 벚꽃이 풍성한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꽃이 살랑살랑 웃는 것처럼 피어 있다." 미소지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생의 마지막 때를 보내면서 화려한 봄꽃을 보는 어머니 심정이 어떨까. 연약해진 마음에 꽃은 어떤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이어서 금계저수지를 가봤는데 여기는 이제 꽃몽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소백산 바로 밑이라 기온이 낮은가 보다. 꽃이 피면 멋진 벚꽃 길이 될 것 같다. 아쉬워 단양 소금정공원으로 갔다. 활짝 핀 벚꽃이 푸른 강물과 어우..
도서관 1층에 '미갤러리'가 있는데, 연중 쉬지 않고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지금은 '선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캘리그래피 봄' 회원전이 열리고 있다. 자그마한 소품부터 수준 높은 작품까지 여러 솜씨를 살펴볼 수 있다. 마침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던 터라 반갑게 둘러보았다. 이 정도로 붓을 자유자재로 휘두르자면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할까, 까마득하게 느끼면서. 우리 지역에 이런 캘리그래피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다. 연습을 더 한 다음에 문을 두드려봐야겠다. 권영아 작가의 작품을 변형시켜 써 보았다. 큰 글자보다 작은 것을 쓰기가 어렵다. 초보자 냄새가 풀풀 난들 어떠리, 재미로 즐기고 자족하면 되는 것을.
온 세상이 봄꽃으로 충만하다. 그중에서 백미는 벚꽃이다. 봄 분위기를 만드는 시각적 느낌의 태반은 벚꽃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꽃에 비해 눈에 많이 띄기도 하지만 화사한 색깔이나 바람이 불 때마다 하염없이 흩날리는 꽃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히 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벚꽃 아래 돗자리를 펴고 인생을 음미하며 봄을 만끽한다. 우리 동네 벚꽃은 절정기를 지나고 있다. 순백의 색깔이 조금 바래졌다. 일부는 벌써 나뭇잎이 나오려 한다. 이제부터는 바람 부는 날 찾으면 좋을 때다. 그렇게 벚꽃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