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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작년에 덕진공원을 찾았을 때 여러 군데서 공사를 하더니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지면의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길도 곱게 단장되었다. 호수에서는 연꽃 면적이 준 대신 창포가 많이 심어졌다. 창포는 연꽃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곳보다 덕진공원 연꽃은 일찍 피는 것 같다. 6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벌써 활짝 핀 개체가 많다. 이미 꽃잎이 떨어지기도 한다. 정비해서인지 물도 깨끗하고 연꽃도 더욱 싱싱해 보이는 2026년의 덕진공원 연꽃이다.
전주천 산책로를 따라 기생초꽃이 활짝 폈다. 길을 따라 끝간 데 없이 피어 있다. 강렬한 색깔이 여름과 잘 어울린다. 흰색의 개망초꽃과 같이 피어 있는데 조화가 잘 맞는다. 기생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다. 어느새 많이 퍼져서 이젠 여름을 상징하는 꽃으로 되는 것 같다. 가을 코스모스와 비슷하게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 기생초 덕분에 두 시간 가까이 꽃길을 걷는 기분이 즐거웠다.
양가의 어머님 생신이 겹쳐 있는 6월이다. 이번에는 닷새에 걸쳐 전주와 영주를 이어 오가며 찾아뵈었다. 내려간 날은 전주에서 처가 쪽 형제들이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첫째 처남이 오래된 인삼주와 더덕주를 가지고 와서 잠시 금주령을 풀고 기분 좋게 마셨다. 술과 안주가 좋아서였는지 다음 날의 숙취가 덜 했다. 정신을 차릴 겸 전주천을 산책했다. 청명한 초여름날이었고 산책로에는 기생초가 만발했다. 셋째 날에는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덕진공원에 나갔는데 벌써 연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전보다 연꽃 면적이 준 대신 창포가 대신해 심어져 있었다. 둘의 조화도 괜찮았다. 넷째 날, 영주로 가는 길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쉴 겸 안동 봉정사(鳳停寺)에 들렀다. 그러나 영화 촬영 팀이 작업을 하는 통에..
고래 자료를 찾아보다가 혹등고래의 눈을 찍은 사진을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프랑스의 레이첼 무어(Rachel Moore)라는 사진작가가 고래의 눈을 초근접으로 찍은 사진이다. 해양 탐험가이자 프리다이버인 무어는 바닷속 생명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기통 없이 잠수해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이 날도 한 혹등고래를 만났는데 고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커다란 눈을 무어의 코 앞까지 가져다 대며 바라보더란다. 그리고 인간과 고래는 5분 동안 서로 눈맞춤을 하며 있었다고 한다. 무어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만났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시선'은 처음이었어요. 너무가 경이로워 숨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습니다." 고래 눈에도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있다. 원형의 신비한 비치색 안에는 해..
김민정 시인의 산문집이다. '김민정의 1월'이라는 부제에,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날짜별로 목차가 짜여 있다. 일기, 시, 에세이. 인터뷰 기사 등 마치 비빔밥 같이 여러 형식이 글이 섞여 있다. 이럴 거면 앞으로도 제목 걱정 없이 책을 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김화영 선생 인터뷰에 나오는 내용이다. 선생이 군대 군사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의 일화다. 문맹인 군인들을 모아 글을 가르쳤는데 어느 병사의 아내한테서 편지가 왔다. 글을 읽지 못하는 그 병사는 편지를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했다. 선생이 전하는 사연은 이렇다.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냈더니 양면 괘지라고 하는, 줄이 죽죽 그어진 종이 위에 손바닥을 펴서 짚고는 각 손가락의..
산다일한다공부한다 왜 살까?왜 일할까?왜 공부할까? '왜'을 빼먹으면 안 돼꼭 답을 찾으라는 게 아냐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그건 네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거든 (150307) 딸랑딸랑 은방울 소리 퍼져나가는숲 속 아침 사람 귀에만 안 들리고숲속 식구들은 다 듣고 있지 (150308) 콩 심은 데 콩 나고팥 심은 데 팥 난다 우린 둘 다 시원찮나 봐 도토리 열매를 말리다가 서로 마주보며 웃다 (150409) 언제 해도언제 들어도괜찮은 말 "괜찮아" (150310) 혼자집 지키며 기우는해 따라 먼산바라기 하던 내 여섯 살오후 (150311)
이번에는 남한산성을 중학 친구 둘과 동행했다. 둘은 양평과 수원에 살고 있어 하나는 자가용을, 다른 하나는 대중교통으로 왔다. 나는 버스를 이용했다. 셋이 만난 건 일 년 만이었다. 산성마을에서 수어장대에 다녀오는 짧은 코스를 걸었다. 북문과 서문을 거치는 쉬운 길이다. 서문 밖 전망대에서는 시원하게 서울이 펼쳐져 있다. 저 많은 집들과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들 자기들만의 사연들을 안고 바삐 살아가고 있을 터이다. 아무리 집을 지어도 여전히 집은 모자란다 하고. 걸으면서 쉬면서 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세상사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어서였다. 오늘 걸음은 15,000보였다. 어제와 합치면 4만 보에 달했다. 약간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생선구이로..
서울로 나가 대모산 둘레길을 걸었다.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4km 정도 둘레길을 따라 걸은 뒤 개포공원, 달터마을을 거쳐 양재천을 나가 매봉역에서 마무리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길이 길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구룡산까지 둘레길을 걸으려고 했으나 중간에서 시내로 꺾었다. 공사중인 양재대로를 지나 개포공원을 들어가 양재천으로 나갔다. 다행히 녹지가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달터마을이라는 특이한 광경을 보았다. 강남에서 마지막 남은 달동네라고 한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녹지대 안에 아직도 많은 가구가 살고 있다. 이 일대는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남은 주민들과의 보상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포위당한 판잣집 풍경이 착잡했다. 오랜만에 강남을 관통..
K는 유튜브를 많이 본다고 했다. 유튜브 속에는 세상의 온갖 정보가 들어 있어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유용성보다는 편향된 사고에 빠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말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편리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K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 분별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인간은 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닐까, 나는 회의에 무게를 두고 말했다. 불교에 분별망상(分別妄想)이라는 말이 있다. 산다는 것이 분별하고 주관을 세워 나가는 일인진대 결국 삶이 망상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슬프게도 망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게 인생이다. 불교적으로 보면 분별력도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무심(無心)이라는 말도 있다. 마음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분별과..
중앙공원에 미루나무 스무 그루가 도열한 길이 있다. 길이는 100m 남짓 된다. 미루나무를 따라 걷는 이 길이 좋아서 '미루나무 길'이라고 내가 명명했다. 미루나무 옆으로는 위쪽 인공폭포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이 흐르고 아래쪽에는 분수가 시원하다. 오늘은 미루나무 그늘 아래서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미루나무는 날 소년 시절로 데려간다. 집에서 국민학교를 오가는 길이 미루나무가 늘어선 신작로였다. 나는 미루나무와 함께 미루나무의 조잘거림을 들으며 성장했다. 미루나무를 보면 자연스레 옛 추억으로 아련해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미루나무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고향의 미루나무도 70년대에 이미 모두 베어지고 신작로는 확장되어 아스팔트로 덮였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공원이 생기면서 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