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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가진 것 다 보내고몸 안의 수분마저 버린 채혹한의 계절을 견뎌내는 지난밤 폭설에가지 하나를 내주고도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더욱 단단하게나이테를 키우는 겨울나무를 보아라 (141231) 이제야네가 보여 고마워.... (141232) 얼마나 덜어내고비워야 저 능선처럼순해질 수 있을까 (141233) 누구는 날 보고욕심쟁이라 한다 누구는 날 보고욕심 없이 산다 한다 아무런들 어떠랴 나는 나일 뿐! (141234) 비가 내리자마법의 세계가 열렸다 건물이 흔들리고자동차가 춤을 춘다 잠시 브러시를 오프하고내 곁에 찾아온 평행우주를 즐긴다 (141235)
겨울은 모든 생명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동물을 땅속으로 피신하거나 따뜻한 곳으로 옮겨갈 수가 있다. 그러나 나무는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제자리에서 온몸으로 추위에 맞서며 버텨내야 한다. 나무는 인고에 관한 한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다. 겨울 강변에 서서 경안버들을 바라본다. 경안버들은 강 한가운데서 거칠 것 없이 불어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서 있다. 참으로 당당하고 의젓하다. 히터를 틀고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도 쩔쩔매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경이롭기만 하다. 영하 30도의 기온도 나무 세포는 견뎌낸다. 나무의 겨울나기는 자연의 신비 중 하나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
닷새째 이어지는 추위에 경안천 대부분이 얼었다.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가운데 부분만 일부 남아 있다. 물이 남아 있는 좁은 영역에 고니와 기러기가 모여서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안쓰럽다. 대다수 개체가 머리를 어깻죽지에 파묻고 미동도 않는다. 몸을 웅크려서 체온 상실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리라. 강추위 속 경안천 고니는 보통 때 숫자에 비해 1/10밖에 되지 않는다. 다수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남아 있는 개체들은 게을러서일까, 추위를 견뎌낼 자신이 있어서일까. 조금만 견디면 날이 풀릴 것이라는 사실을 얘들은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남은 고니들은 경안천 이곳저곳에 작은 무리를 이루어 이 혹한을 버텨내고 있다. 시베리아 추위를 피해 내려왔더니 어째 여기도 마찬가지냐고 갸웃하고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승무(僧舞) / 조지훈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담임이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래선지 아침 조회시간이면 무작위로 ..
겨울 소백 능선은맹수의 포효다 다시 그곳에서야겠다 진토에서 뒹굴며묻은 때들 시베리아 칼바람으로날려버려야겠다 (141223) 저절로 된 거라고가벼이 말하지 마 씨앗 속 간절함이 있어꽃이 핀 거야 우주에 충일한생명 의지를 보아 네 마음자리에도고이 심어져 있는 (141224) 어떤 시련에도부스러지지 않기를 내면의 온기를잃지 말기를 겨울 새벽의청정 마음 (141225) 천상의 날개를 떼놓고지구별을 찾아온 천사 (141226) 가늠쇠에 목표물정렬 완료 숨 죽이고격발 퍼져가는붉은 기운 (241227) 망설이는 아이야,하나씩 딛고 가다 보면 어느덧 건너편에닿아 있을 거야 인생의 징검다리도그렇게 건너는 거야 너무 멀리 보지 말고지금에 집중하면서 (141228) ..
친구가 지난가을부터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있다며 단톡방에 자신이 쓴 글씨를 올렸다. 붓펜으로 쓴 귀엽고 예쁜 글씨였다. 석 달 배운 결과가 대단했고 폭풍 칭찬을 아니할 수 없었다. 갑자기 캘리그래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나도 배우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우리 동네에도 3개월 과정의 강좌가 있고, 마침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12명 정원인데 마감이 되니 30명 가까이 신청해서 2:1이 넘는 경쟁률이었다. 나는 떨어졌지만 예비 2순위라는 연락이 왔다. 혹시나 하며 기다렸는데 개강 전날에야 결원이 생겼으니 등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래서 운 좋게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게 되었다. 캘리그래피라는 특성상 수강생은 여자가 많을 줄 알았지만 교실에 들어가니 웬걸 남자는 나 혼자였다. 그것도 70대 할아버지인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으로 이름에서 나타나듯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의 부모는 1966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캐시는 1976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시인으로 시를 쓰며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성장하면서 경험한 인종차별과 그로 인해 내면화된 트라우마를 고백한다. '소수적 감정'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마이너 필링스'는 일상에서 겪는 인종적 체험의 앙금이 쌓이고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한 인종화된 감정이다. 이를테면 어떤 모욕을 듣고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뻔히 알겠는데도 "그건 전부 너의 망상일 뿐"..
장건이 외국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여 존귀한 신분이 된 뒤로, 그를 따라갔던 관리와 병사들은 모두 다투어 글을 올려 외국의 기이하고 괴이한 것과 그 나라와 왕래할 때의 이로움과 병폐를 말하며 사신이 되기를 원했다. 천자는 그 나라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들이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부절을 주고, 따르는 자는 관리와 민간에서 모집하되 그들의 출신은 묻지 않았다. 모집한 사람을 모두 보냄으로써 사자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넓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가면서 폐백과 재물을 훔치고 사신으로서 천자의 뜻을 어겨 천자는 그들이 이러한 일에 길들어 있음을 알고 조사하여 무거운 벌로 다스렸고, 공을 세워 죄를 씻도록 격려하여 다시 사신으로 나가도록 했다. 그러므로 외국으로 나간..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면서 감금되어 있던 마차도가 작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녀가 상을 받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과정도 극적이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침공,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서 미국으로 압송했다. 마두로에게는 비극이었지만 마차도에게는 정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며칠 전에 백악관을 찾은 마차도가 자신이 받은 노벨 평화상 메달을 트럼프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희한한 보도가 나왔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농담이겠지, 했다. 그러나 둘이 메달을 넣은 액자를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지 않은가. 주는 년이나 받는 놈이나 염치 없기가 이를 데 없다. 시절이 수상하다 보니 기이한 일이 수시로 벌어진..
2026년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세계정세가 어수선하다. 새해가 열린 직후인 1월 3일에 미국이 군사 작전을 펼쳐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해 갔다. 그 여파로 쿠바 정권은 붕괴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도 조심하라고 겁박하는 중이다. 더해서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공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세계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 같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불안하다. 21세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