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2026년 설날 본문
2026 병오년(丙午年)을 맞아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뵙고 왔다. 20대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명절 귀향이다. 어머니는 겨울이라 바깥출입을 삼가고 주로 실내에서 지내는 탓에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어머니는 조각 퍼즐 맞추기에 진심이다. 노인임에도 조각을 맞추는 집중력이 대단하다. 난이도가 높은 그림도 기어이 해 낸다. 복잡한 그림은 완성하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리지만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집중한다. 나도 도전해 봤지만 너무 어려워 두 손 들고 말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동생이 권한 건데 이제는 퍼즐 맞추기의 달인이 되었다.

고향에 가면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경험한다. 이만하니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상시로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 나이에 노모가 살아계셔서 명절 귀향을 하는 사람은 주위에 없다. 다른 집은 찾아오는 자식들 맞을 준비로 들뜨지만, 나는 1순위가 어머니일 수밖에 없다. 설레는 귀향은 젊었을 때의 얘기이고, 지금은 마음 형편이 다르다. 노모가 계시면 단지 어머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 부수되는 여러 갈등이 더 힘들다. 지난 모임에서 옆에 앉았던 친구가 말했다. "명절이 되어 찾아갈 어머니와 고향이 있다는 게 부럽다"라고. 친구여, 너무 쉽게 말씀하시지 말게나~

설날 아침에 장모님이 갑자기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옆에 처남이 있어서 망정이지 큰일날 뻔했다. 의식 불명인 채 쓰러지신 걸 발견한 것이다. 상황을 관찰하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오후에는 아이들이 찾아왔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여차하면 급히 전주로 내려가야 했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서 의식이 돌아왔다.
언제 무슨 일이 급작스럽게 일어날지 모른다. 마음 속은 늘 근심이 자리잡고 있다. 연세 많은 부모가 계신 모든 자식들의 심정이리라. 명절에는 집안 분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콘스라스트가 커지는 때다. 밝은 집안은 더 환하게 웃고, 어두운 집안은 더 그늘이 짙어진다. sns에는 행복한 명절을 자랑하는(?) 소식이 올라오고, 반면에 함묵하며 쓸쓸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우수(憂愁) 속의 2026년 설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