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199

중대동 느티나무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중대동 (中垈洞)은 국수봉 산줄기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다. 광주 안씨 세거지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광주 안씨의 시조가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18세기 실학자였던 안정복(安鼎福) 선생이 세운 서재인 '이택재(麗澤齋)'가 있다.  이 나무는 마을에 있는 여러 느티나무 고목 중 하나로 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는 마을 길 쪽으로 너무 붙어 있어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몸체도 기울어져 있어 힘겨워 보인다. 수령은 250년이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3.4m다.

천년의나무 2024.04.25

연미정 느티나무

강화도 연미정(燕尾亭)에 있는 느티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500년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게 오래 돼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으나 하나는 4년 전 태풍 때 허리가 부러져서 죽고 말았다. 그래선지 짝을 잃은 이 느티나무가 더 외로워 보인다. 나무는 부러졌지만 둥치에서는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다. 아직 뿌리는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목이 죽더라도 다시 생긴 줄기가 성장하여 2세대 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천년의나무 2023.09.06

단촌리 느티나무(5)

동네를 지나며 느티나무 주위를 어슬렁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요사이 시골 풍경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부 집에서 테레비만 벗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리 추워도 동네 골목과 얼음이 언 논에는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다. 이 마을에서나 저 마을에서나 몰락의 징후를 읽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단촌리 느티나무는 고향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다. 7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목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인간의 얄팍한 헤아림부터 벗어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천년의나무 2023.01.28

소학동 느티나무

공주시 소학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옆에 효자향덕비(孝子向德碑)가 있다. 향덕은 신라 경덕왕(742~756) 때의 효자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려(旌閭)를 받은 인물이다. 향덕은 흉년으로 부모가 굶주림과 병고에 시달리자 자신의 살을 베어 봉양하는 등 부모를 정성껏 모셨다고 한다. 충효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조선에서 향덕은 모범적인 교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500년으로 추정한다. 나무는 몸통의 많은 부분이 보형재로 채워져 있고, 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노구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잎을 보면 수세는 왕성하다. 아마도 효자 향덕의 넋이 깃들인 나무가 아닐까 싶다.

천년의나무 2022.11.06

봉암리 느티나무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이모 집에 자주 놀러 갔다. 방학 때면 며칠씩 묵곤 했다. 이모 동네에는 사촌 형제만 아니라 학교 친구들도 있어서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며 놀았다. 동네 뒤에는 큰 산이 있어서 들어가면 정글 탐험하는 것처럼 모험심을 자극했다. 한 번은 뒷산에서 놀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이모 집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오가는 길 역시 놀이터였다. 길 중간쯤에 넓은 사과 과수원이 있었는데 조롱조롱 매달린 사과나무의 풍경이 지금도 선명하다. 60년대였던 그 시절에는 사과는 대구 지역에서 많이 났고, 우리 지역에는 귀할 때였다. 지금은 사과가 고향의 주작물이 되었다. 이모네 동네는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경사가 진 데다가 바위가 많았다. 이모 집 마..

천년의나무 2022.10.18

토성 느티나무(2022)

고향에 내려가서 마을 둘레를 산책하다 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이 나무로 향했다. 멀리서만 봐도 어린 시절이 왈칵 밀려오는 나무였다. 60년이 흘러도 여일하게 같은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는 나무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어머니나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서 풍기장에 갈 때면 꼭 이 나무 밑에서 쉬어가곤 했다. 장에 가는 어머니나 할머니는 머리에 늘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있었다. 돈이 귀하던 시절이라 곡식을 가지고 가서 팔고 필요한 물건을 사 왔다. 장으로 가는 길에서 이 나무에 오면 발품을 쉬어야 했다. 집에서 장터까지는 4km 정도 되었는데, 풍기에 가까운 이 나무는 목적지에 다 왔다는 신호와 마찬가지였다. '토성'이 공식 행정명칭은 아니지만 어릴 때 우리는 이 나무를 토성 느티나무라 불렀다. 이번에 어머니와 이..

천년의나무 2022.10.15

구성동 느티나무B

용인시 구성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변에 있는 느티나무다. 구내에 있는 싱싱한 느티나무와 달리 이 나무는 처참할 정도로 모양이 일그러지고 속살이 깎여 나갔다. 온갖 풍상을 견디고 이만큼 살아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 정도 되면 나무 보호 차원에서 보형재를 채워주는데 이 나무는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이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일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줄기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훤히 보인다. 90도로 꺾인 줄기가 언제 부러질지 불안하다. 도로 때문에 지지대를 못 세우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냥 두는 건지 모르겠다. 나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도로 등 나무의 생육 환경은 열악하다. 그러함에도 버텨내고 살아내는 생명력에 경탄하게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06.22

구성동 느티나무A

용인시 구성동행정복지센터 구내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주변은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면서 나무는 잘 관리되고 있다. 설명문에는 이 나무에 얽힌 전설이 적혀 있다. "옛날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자 아내는 마을 어귀인 이곳에서 날마다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죽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끝내 세상을 떴다. 마을 사람들은 아내의 사랑을 기려 이 자리에 느티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자라면서 한쪽 가지가 유난히 길어져 아내가 발돋움한 채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과 닮아갔다." 나란히 선 두 나무를 보면서 전설을 보노라면 부부가 나무로 변해서 함께 백년 해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 정도다.

천년의나무 2022.06.22

만일암 느티나무

전남 해남군 두륜산 중턱의 만일암(挽日菴) 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200년에서 1,500년 사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일명 '천년수(千年樹)라고 부른다. 이 천년수에 얽힌 전설은 이러하다. "옛날 옥황상제가 나는 천상에 천동(天童)과 천녀(天女)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어느 날 계율을 어겨 하늘에서 쫓겨나게 되는 벌을 받았다. 이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것은 하루 만에 바위에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일이었다. 둘은 하루 만에 불상을 조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해가 지지 못하도록 만일암 앞 천년수 나무에다 끈으로 해를 매달아 놓고, 천녀는 북미륵암 바위에 앉은 모양의 불상을, 천동은 남미륵암 바위에 서 있는 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천녀가 먼저 ..

천년의나무 2021.11.11

이포리 느티나무

여주시 금사면 이포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이포리(梨浦里)를 이름 그대로 풀면 '배나무가 많은 포구 마을'이 된다. 실제로 마을 가까이 남한강이 있으니 나루터가 있었을 법하다. 이 나무는 금사농협 옆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이 건국할 때 새 도읍지를 알아보던 무학대사가 여기를 지나다가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안내판의 수령은 500년으로 되어 있다. 고목을 두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허리가 아픈지 나무는 구부정하게 서 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2.8m다.

천년의나무 2021.08.25

중산동 느티나무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영종도 구읍뱃터 근처에 있다. 마을 당산목으로 당제를 지내던 나무라는데 옛 마을은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만 우뚝하니 나무를 압도한다.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지켜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영종도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 나무는 어리둥절한 채 지켜볼 것 같다. 중산동 느티나무의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1m다. 작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천년의나무 2020.12.29

수청리 느티나무

참하게 생긴 나무다. 별 고생 없이 곱게 자란 듯 외모가 단정하다. 경기도 광주시 수청리 한강변에 있다. 건너편의 양평과 오가는 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나루터였던가 보다. 나루터에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는 충분히 상상할 만하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 배는 일반인을 태우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필요할 때 이용한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300년이고,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5.2m다. 주변은 작은 공원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관리가 잘되고 있는 수청리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20.12.18

소천리 느티나무

부석사 가는 길(영주시 부석면 소천6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부석사까지 죽 이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이지만 실제는 두 그루가 부부처럼 꼭 붙어 있다. 피부도 하나는 울퉁불퉁하고 다른 하나는 매끈한 것이 어느 쪽이 남편이고 아내인지 금방 확인 된다.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10.27

가천리 느티나무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요동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요동마을은 옛날에는 신거랭이, 또는 신그랭이로 불렸다. 요동마을은 전주와 금산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관리와 수행원들, 장꾼,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이 쉬었다 가는 쉼터 마을이었다. 자연스레 주막이 밀집해 있었는데, 주민들이 짚신을 삼아 걸어놓으면 갈아신고 갔다 하여 '신거랭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지금은 에코 빌리지로 유명하며, 특산품은 곶감과 두부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목으로 정월 보름에는 주민이 당산제를 올린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약 500년,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5.8m다.

천년의나무 2020.10.21

단촌리 느티나무(4)

고향집에 가까이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라 고향에 내려갈 때면 들러보곤 한다. 언제 어느 때 찾아보아도 외경심을 갖게 하는 큰 어른이시다. 유감인 건 아직껏 노란 단풍이 들 때는 맞추지를 못했다. 욕심을 부린다면 사계절의 모습을 모두 담아보고픈 나무 중 하나다. 이번 여름 태풍에 가지 하나가 부러진 것 같다. 끊어진 가지는 버리지 않고 나무 밑에 고이 모셔 놓았다. 휑하니 빈 줄기 속이 세월의 깊이를 말해 준다. 나무를 보면 늙는다기보다 잘 익어가는 것 같다. 줄기가 꺾어지는 것도 완성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아닌가 싶다.

천년의나무 2020.10.12

도봉동 느티나무

도봉산 입구 광륜사(光輪寺)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옆에 비슷한 나이의 은행나무가 있고, 인근의 도봉서원 터에는 더 오래 된 느티나무가 있다. 아마 옛날에는 이 주변에 고목들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산악박물관 등 등산 관련 시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느라 옹색하게 자리 잡은 느티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보호수 팻말이 있지만 눈길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라리 자리를 좀 더 확보하고 나무 밑에 쉼터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3.8m다.

천년의나무 2020.10.08

웅부공원 느티나무

안동시 동부동에 있는 웅부공원(雄府公園)은 옛날 안동대도호부(安東大都護府)와 안동군청이 있던 자리다. 공원 안에 안동 사람들이 '부신목(府神木)'이라 부르는 느티나무가 있다. 부신목은 '부(府)를 지켜주는 신을 모시는 나무'라는 뜻이다. 안동부사가 부임해 오면 먼저 이 나무에 신고했고, 또 제관으로 매년 정월 열나흗날 자정에 부의 안녕과 백성의 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다 한다. 현재는 시장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나무는 가지가 여럿 잘리고 상한 모습이어서 이름에 어울리는 위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느티나무의 높이는 10m, 줄기 둘레는 1.5m, 수령은 약 800년으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09.27

숭의전 느티나무

경기도 연천에 있는 숭의전(崇義殿)은 고려시대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1397년(조선 태조 6년)에 만들어졌다. 바로 앞에 임진강이 흐른다. 숭의전과 강 사이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령이 550년 정도 된 나무로, 조선 문종 2년에 왕씨 자손이 심었다고 한다. 고려 왕실을 지키는 나무다. 이 나무가 철따라 웅웅 소리를 내며 울면 비나 눈이 많이 오고, 이 나무에 까치가 모여들면 마을에 경사가 나며, 까마귀가 모여들면 초상이 난다는 속설이 있다. 두 나무의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m 가량 된다.

천년의나무 2020.09.15

오전동 느티나무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나무 옆에는 마을 유래와 이 나무를 설명한 비석이 있어서 이해를 도와준다. 마을 중심에 있는 이 느티나무 두 그루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매년 향사제를 단옷날에 거행하고, 겸해서 마을 노인분들을 위한 경로 잔치를 베푼다고 한다. 둘 중 한 나무가 더 오래돼 보이고, 이 나무는 큰 암반을 품고 있다. 모습으로 보건대 마을 주민의 쉼터와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같다. 나무 수령은 400여 년, 높이는 23m, 줄기 둘레는 5.5m다.

천년의나무 2020.08.19

안산객사 느티나무

안산시 수암동 옛 관아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현재 성곽을 비롯한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인데 객사만 복원되어 있다. 이곳 안산객사(安山客舍)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갈 때 하룻밤 묵어갔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관아 안에 있던 나무였다. 가까이에 더 오래된 은행나무도 있지만 공사 중이라 울타리로 막혀 있어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뒤로 수암봉이 보이는 전망 좋은 터에 느티나무만이 옛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서 있다. 수령은 400여 년 정도로 추정한다.

천년의나무 2020.07.23

우만리 느티나무

여주를 지나가는 여강의 우만리 나루터에 있는 느티나무다. 우만리 나루터는 우만리와 강 건너 강천면을 잇는 곳이었다. 우만리 사람들은 땔나무를 하러 갈 때, 강천면 사람들은 여주장이나 장호원장을 보러 갈 때 이 나루터를 이용했다. 우마차를 싣고 건너는 큰 나룻배도 있었다고 한다. 우만리 나루터는 50년 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 느티나무는 300년간 나루터에서 뭇 사람들의 애환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은 배를 기다리며 느티나무 아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느티나무는 귀동냥으로 들은 사연들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이제는 나루터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적막한 땅이 되어 버렸다. 여강을 따라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가끔 나무 밑을 지나갈 뿐이다,

천년의나무 2020.06.09

여산동헌 느티나무

전북 익산의 여산 동헌(東軒) 앞에 있는 느티나무다. 여산은 현이었다가 세종 18년(1436)에 원경왕후의 외가가 있는 곳이라 하여 군으로 승격되었다. 아마 이 느티나무는 그 시기에 동헌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은 약 600년이다. 옆에도 다른 느티나무가 몇 그루 있다. 느티나무 아래엔 백지사 터가 있다. 백지사(白紙死)란 죄인의 얼굴을 백지로 덮고 물을 뿌려 질식사시키는 방법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백지사 처형을 당했다. 이 느티나무는 동헌 뜰에서 벌어진 잔인한 광경을 다 보았을 것이다. 150년 전의 상황이 아득하다. 세상은 일변했고, 느티나무만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20.05.13

내월리 느티나무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명곡마을)에 있는 느티나무다. 옆으로 741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칠월 칠석에는 이 느티나무 밑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마을의 화합을 다지며 행운을 비는 굿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나무 둘레에는 주민의 기원이 적힌 종이가 달려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 해 온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이고,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6m다.

천년의나무 2020.05.11

죽산리 느티나무

내비에 '죽산면사무소'를 치니 이 느티나무까지 데려다 준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죽산리에 있다. 수령이 450년인데 큰 가지가 여럿 잘려 나가서 우람한 줄기만 드러나 있다. 봄이 되었으나 새 잎을 내는 데도 벅차 보인다. 상대적으로 젊은 옆의 느티나무는 수세가 왕성하다. 안성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무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4.3m다.

천년의나무 2020.04.26

관음리 느티나무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나무를 보면 안쓰럽다. 옛날 소로일 때는 제 품은 자리가 넉넉했겠지만, 지금은 자동차에게 자리 다 뺏기고 나무 아래 사람이 쉴 틈 한 평 없다. 농촌 마을이었다가 도시 개발이 된 곳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그런 신세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도 마찬가지다. 낮밤 없이 자동차 소음과 불빛에 시달리니 편하게 자랄 수가 있을까.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쓴 나무껍질이 생기 잃고 꺼칠하다. 이제는 동네 사람도 별로 거들떠보지 않는 정자목이 된 것 같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이고,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2.8m다.

천년의나무 2020.04.02

고구리 느티나무

교동도 고구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행정 명칭으로는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고구리다. '고구리(古龜里)'는 고구려를 연상시키지만 한자를 보면 전혀 관계 없다. 고읍리와 구산리가 합쳐진 마을이라고 한다. 이 느티나무 주변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나무 하나가 이만큼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경우도 드물다. 주위는 돌담으로 둘러싸이고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다. 나무를 대하는 마을 주민의 정성이 읽힌다. 안내문에는 고구리 느티나무의 수령이 800년으로 나와 있다. 나무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7m다. 밑둥만 봐도 대단한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전에는 이곳이 마을 우물이 있는 주민의 공동 생활 터전이 아니었을까, 라는 추측을 해 본다. 주변이 잘 단장되어 돋보이는 느티나무다. 고구리에는 또 다른 느티나무가 있다...

천년의나무 2020.02.16

소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경북 울진군 온정면 소태리는 백암온천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 온천길에 소나무와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다. 소나무는 온정 119 안전센터 앞에 있다. 수령이 300년으로 미끈하게 잘 생긴 미인송이다. 키는 18m, 줄기 둘레는 3m로 줄기가 둘로 갈라져서 아름답게 뻗어 있다. 느티나무는 농협 백암수련원 앞에 있다. 세 그루가 있는데 그중 대표 나무는 수령이 400년이다. 높이는 19m, 줄기 둘레는 5m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평시임에도 제단에는 소주, 막걸리, 물병이 정성 들여 올려져 있다. 제단석에는 '洞主 道峴 水口 盤石'이라 적혀 있다. 잘 모셔야 할 나무가 너무 도로에 연해 있는 점이 아쉽다.

천년의나무 2019.12.10

산황동 느티나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일산이라고 하면 신도시가 연상되는데 아직 이런 시골 마을이 남아 있다. 나무는 둘레가 9m를 넘을 정도로 우람하지만 위로 뻗은 줄기는 많이 상했다. 한쪽 줄기는 험난했던 세월을 웅변하듯 용트림의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최근에 가지를 이어 붙인 흔적도 보인다. 이 느티나무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이성계의 명으로 무학대사가 새 도읍지를 찾아다닐 때 북한산 아래를 살피다가 이곳을 눈여겨보고 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그중 두 그루는 죽은 남은 한 그루가 이 나무라는 얘기다. 나무 수령은 자동으로 650년 정도 되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