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199

한수정 느티나무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한수정(寒水亭)이 있다. 중종 때 문신으로 예조판서를 지낸 권벌(1478~1548)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다. 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라는 뜻으로 '한수정'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운곡천과 이웃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수정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되었다. 줄기 아랫부분만 남아 있어 기형적인 모양을 한 괴목이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 묘하게 흙담이 나무를 지나가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한다.

천년의나무 2014.11.25

야탑동 느티나무

서울에 오갈 때면 이용하는 전철역이 야탑역이다. 역 광장에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되는 느티나무가 있다. 분당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시골 마을의 정자나무였을 것이다. 다행히 안내문에 이 나무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원래 이 자리에 큰 전나무가 있었는데 바람에 쓰러져 죽자 당시 오야소 주민들이 인근 심의진 묘에 있던 느티나무를 옮겨 심었고, 이후 재난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정자목으로 삼았다는 사연이다. 현재 야탑동이라는 지명은 일제에 의해 명명된 것이고, 본래 마을 이름은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야소(梧野所)였다고 한다. 오동나무가 많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오야소의 '야'자와 부근 탑골의 '탑'자를 따서 야탑동이 되었다. 야탑보다는 오야소라는 이름이 훨씬 멋지게 들린다. 도심 빌딩에 갇혀 답답해 보이기는 하지..

천년의나무 2014.09.09

도곡리 느티나무

제천시 백운면 도곡1리(道谷里, 도장골)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다. 세 그루가 있는데 그중 한 그루가 수령 400년이 된 보호수다. 마치 두 자식과 함께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이 마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왠지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느티나무 세 그루 때문이다. 만약 나무가 없었다면 입구가 굉장히 황량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지나며 포근한 모성적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늘 함께 있으니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정자나무다.

천년의나무 2014.06.22

동화사 느티나무

동화사(桐華寺)라는 이름대로 절 주변에는 오동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심지대사 오동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큰 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찾지 못하고, 대신 절 입구에서 이 느티나무를 만난다. 이 나무에는 '인악대사(仁嶽大師)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인악대사에 대한 안내문 설명은 이렇다. '법명이 의소(義沼)인 대사는 용연사에서 공부를 하다가 스님이 되었다. 스승인 벽봉(碧峰) 스님으로부터 불교 경전을 배우고 비슬산 등에서 불경을 설파하다가 동화사에 머물렀다.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지은 용주사를 주관하는데 뽑혔으며, 여러 글을 지어 바치니 정조가 크게 감탄하여 홍제(弘濟)라는 호를 내렸다. 1796년 용연사 명적암에서 세수 51세로 입적하였다.' 대구에서는 고목..

천년의나무 2014.05.17

능원리 느티나무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가 있어서 동네 이름에 '능(陵)'이 붙었다. 용인시 모현면에 있다. 태종 6년(1406)에 선생의 묘를 개성에서 이곳으로 옮긴 뒤 후손들이 묘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이래로 능원리는 영일 정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이 느티나무 옆에는 선생의 후손 중 한 분의 효자비각이 있다. 주변이 어수선하긴 하지만 느티나무는 마을을 대표하는 나무로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로 우뚝 서 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4m다. 수령은 250년가량 되었다.

천년의나무 2014.05.03

거돈사지 느티나무

천 년의 거목이다. 원주시 부론면 거돈사지에 있다. 거돈사(居頓寺)는 신라 시대에 창건되고 고려 초기에 번창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넓은 절터에는 삼층석탑만이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다. 폐사지 입구 축대 가장자리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예전에는 절을 찾아오는 순례객을 제일 먼저 맞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이 무너진 지 400년이 넘었다. 수많은 인간의 사연들이 허공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본 느티나무의 심정은 어떠할까. 느티나무 옆에 서 있으면 덧없는 생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흥하고 쇠하는 만물의 이치를 온몸으로 터득한 성자처럼 느티나무는 묵묵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14.04.15

진관동 느티나무

수령 200년 전후의 느티나무 네 그루가 모여 있다. 주변은 '은평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넓은 공터다. 진관사 들어가는 입구인데 집터로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몇 년째 빈터로만 남아 있는 걸 보니 사업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오래된 느티나무로 보아 옛날에는 이곳에 큰 마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진관사가 흥했던 시절이었다면 사하촌이 있었을 법도 하다. 새 주택단지를 만들겠다고 옛 흔적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쓸쓸한 느티나무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4.03.31

경희궁 느티나무

경희궁공원에 있는 느티나무로 생김새가 흥미롭다. 나무줄기의 가운데는 사라졌고 한쪽 껍질 부분만 남았다. 평면으로 된 2차원 모양이어서 기이하게 느껴진다. 철제 버팀대로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종로구의 아름다운 나무라고 되어 있는데, 아름답다기보다는 안스러운 측면이 강하다. 수령은 400년가량 되었다. 다시 복원되고 있는 경희궁 고난의 세월을 이 나무가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4.03.02

흥국사 느티나무

경기도 고양 노고산 자락에 흥국사(興國寺)가 있다. 전에는 흥성암이었는데 영조가 나라를 흥하게 하는 사찰이라며 흥국사로 이름을 고치고 직접 대웅전 현판을 내렸다 한다. 사찰 경내에 수령이 4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줄기가 45도로 기울어져 있는데 버팀대 없이 지탱되고 있는 게 대단하다. 속도 거의 썩어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더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저렇게 삽과 빗자루를 기대 놓듯 무심하게 대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과잉 보호가 도리어 나무의 자연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천년의나무 2014.01.12

오관리 느티나무

홍성군청 마당에 있다. 이곳은 홍주관아(洪州官衙)가 있던 자리로 홍주성이 둘러싸고 있다. 주위에는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가 산재해 있는데 대표적인 게 이 두 그루의 나무다. 이 나무는 고려 공민왕(1358년) 때에 심었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650년이나 되었다. 그래서 전해오는 전설도 많다. 고을에 액운이 낄 것 같으면 느티나무가 밤을 새워 울었고, 이때마다 관리는 서둘러 예방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역대 목민관들이 홍주에 부임하게 되면 제일 먼저 이 나무 아래에 제물을 차려 놓고 군민의 무고과 평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는데 그 제단이 지금도 남아 있다. 아마 홍성을 대표하는 나무인 것 같다. 나무 높이는 각각 17m, 11m이고, 두 나무가 덮고 있는 길이만도 40m가 된다. 오누이처럼 다정한 모습이 보기..

천년의나무 2013.11.11

둔리 느티나무

수덕사로 가기 위해서는 수덕고개를 지나야 하는데, 고갯마루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된 나무들이다. 이곳에 예전에는 주막이 있었음 직한 위치다. 지나던 길손이 이 느티나무 아래서 막걸리를 마시며 다리를 쉬었으리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주변에 육괴정(六槐亭)이 있다는 안내문도 있다. '괴(槐)'가 원래 회화나무를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느티나무의 뜻으로 쓰인 것 같다. 느티나무 옆에는 지금 현대식 2층 상가가 들어서 있지만 차라리 옛날 주막집을 복원해 놓는다면 더 나을 것 같다. 음식점 네온사인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천년의나무 2013.11.04

수덕사 느티나무

수덕사(修德寺) 느티나무에 가을물이 들고 있다. 대웅전 앞 마당 좌우에 두 그루가 있는데 수령이 300년 정도 된 나무들이다. 10여 년 전 수덕사가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했을 때는 절 분위기가 썰렁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고풍스런 분위기를 되찾았다. 오래된 이 두 그루 느티나무 덕분이기도 하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미가 독보적이다. 고려 충렬왕(1308) 때 지은 건물이다. 이 대웅전 기둥도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3.11.03

명재고택 느티나무

명재고택(明齋古宅)은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의 노성산 남쪽 자락에 있다. 명재 윤증은 가까이 있는 다른 마을에서 살았다고 하나, 말년 쯤인 1700년대 초에는 이곳으로 옮기지 않았나 추정한다. 명재고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한옥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집이다. 명재고택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티나무가 세 그루 있다. 그중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400년 정도 되었으니 이 집의 역사와 함께 하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명재고택이 제일 멋지다. 많은 항아리와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고 다정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천년의나무 2013.10.29

하련리 느티나무

하련리는 전북 고창군 해리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다. 하련리에서 청용산을 지나 선운사로 연결되는 옛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을 뒤 산자락을 살폈으나 길을 찾지는 못했다. 길 흔적은 보였으나 사람 발길이 끊어진 탓인지 풀만 무성해서 들어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 느티나무는 하련리의 당산나무다. 정월 대보름이면 한 해의 액운을 물리쳐 줍시사고 이 나무에 기도했다고 한다.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그런 전통도 다 사라졌을 것이다. 수령은 300여 년이 되었고, 키는 20m, 줄기 둘레는 3.6m다.

천년의나무 2013.10.21

남한산성행궁 느티나무

작년에 남한산성 행궁이 완전 복원되었다. 병자호란 시 인조가 피난했고, 그 뒤에도 여러 임금이 순행 때 묵어간 곳이다. 전에는 행궁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민가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남한산성 호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궁이 옛 모습을 되찾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행궁 주변에 보호수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다. 각각 300년, 400년 된 느티나무다. 나이로 볼 때 행궁의 역사와 함께하는 나무들이다. 둘 중에서 400년 된 느티나무는 줄기가 통째로 썩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고, 가지는 철제 지지대로 버텨 놓았다. 그래도 여름에 보는 나뭇잎만은 싱싱하다. 최근에 복원된 새 건물의 생뚱함을 이 고목들이 그나마 중화시켜 준다. 이 느티나무 그늘에 앉으니 1636년의 현장이 안타깝게 그려졌..

천년의나무 2013.08.17

남한산성 연무관 느티나무

남한산성 연무관(演武館)은 군사 훈련을 위하여 인조 2년(1624) 남한산성을 쌓을 때 함께 세워졌다. 옆에 있는 남한산성초등학교 운동장이 훈련하던 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연무관 주변에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둘 다 수령이 500년 내외로 안내문에는 적혀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두 나무는 수령 차이가 꽤 나는 것 같다. 첫 번째 느티나무는 흙을 찾아 뻗어나가는 뿌리의 모양이 그로테스크하다. 아무튼 500살이 되었다면 병자호란의 현장도 이들 느티나무는 지켜보았다는 얘기다.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 주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3.08.13

세간리 현고수

현고수(懸鼓樹)란 '북을 매단 나무'란 뜻으로 선조 25년(1592) 4월 13일에 왜군이 부산포에 침입하자 당시 41세 유생이던 곽재우가 4월 22일 이곳 유곡면 세간리에서 이 느티나무에 큰 북을 매달아 놓고 치면서 전국 최초로 의병을 모아 훈련시켰다고 전해 온다. 나무는 북을 매달기 좋게 줄기가 꺾어져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로 인하여 현고수는 2008년에 천연기념물 493호로 지정되었다.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500여 년으로 추산되며,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8.4m다. 생김새부터가 범상치 않은 느티나무다. 해마다 열리는 의병제전 행사를 위한 성화를 이곳에서 채화한다.

천년의나무 2013.06.10

이사리 느티나무

줄기 속은 텅 비었고 둘레만 남아 있다. 그래도 큰 몸집을 지탱하면서 초록잎을 무성히 피웠다. 나무 아래 서니 수관이 부채살처럼 넓고 환하다. 고목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 느티나무의 키는 13m, 줄기 둘레는 5.6m다. 안내문에는 나이가 220살로 나와 있다. 그런데 특별한 모양 때문인지 훨씬 더 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이사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3.05.06

하회마을 느티나무(2)

하회마을에 들를 때면 이 나무는 꼭 보고 간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하회마을의 중심 나무다. 이곳에 삼신당(三神堂)이 있는데 마을에 있는 세 사당 중 하나다. 정월 대보름 밤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洞祭)를 상당과 중당에서 지내고, 다음 날 아침에는 여기서 제를 올린다. 그리고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된다. 우리 민속에서 삼신할미는 출산과 육아를 관장하는 조상신이다.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삼신께 비는 모습을 어릴 때 보았다. 하회마을의 삼신당도 그런 기능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외지인이 들락거리는 지금은 나무 둘레에 온갖 소원을 적은 흰 종이가 빼곡하다. 삼심할미가 계신다면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고용해서 저 민원을 처리해야 할 것 같다. 거대한 나무의 밑동을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천년의나무 2013.05.04

효종왕릉 느티나무

효종왕릉 재실 뜰에는 회양목 외에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나무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 재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관리하시는 분이 말하길 잎이 돋아나면 더 멋있다고 하신다. 특히 첫눈이 내리면 최고로 환상적이라고 덧붙이신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효종왕릉 재실(齋室)은 여느 가정집과 비슷하다. 아담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아늑하고 포근하다. 뜰에 있는 이 느티나무가 그런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옆에 있는 세종왕릉인 영릉과 달리 이곳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늘 조용하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느티나무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13.04.21

창평리 느티나무

담양군 창평면 창평리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이다. 삼지내마을이라고도 하는데 1900년대 초에 세워진 한옥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주변에는 명옥헌 등 문화유산도 많다. 역사가 깊은 마을인 만큼 고목이 없을 리 없다. 면사무소가 위치한 길을 따라 오래된 느티나무 일곱 그루가 늘어서 있다. 예전에도 이곳이 관청로가 아니었나 싶다. 수령은 200년쯤 되었는데 이미 수명을 다한 듯 노쇠한 모습이다. 주변에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어 슬로시티로서 마을이나 고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더 세심한 관리 및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3.01.12

무등산 느티나무

무등산을 오르다 보면 증심사(證心寺)를 지나 중머리재로 가는 길에서 큰 느티나무를 만난다. 등산로 한복판에 있어서 경사로를 오르다가 고개를 들면 시야 가득 느티나무가 반긴다. 이런 높이에서 이만한 느티나무를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느티나무 주변은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랑 넓은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한쪽에는 송풍정(松風亭)이라는 정자도 있다. 얼마나 오래된 정자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느티나무로 보아 옛날에 이곳은 분명 사람의 활동과 관련된 장소였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450년이고,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4.8m다. 마치 무등산을 호위하는 지킴이처럼 우뚝하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13.01.11

심곡서원 느티나무

용인에 있는 심곡서원(深谷書院)은 조광조 선생을 기리기 위해 1650년에 건립되었다. 이 느티나무는 서원이 세워질 때 같이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다. 옆에 있는 향나무와 V자를 만들며 서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선생 당시의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립 같아 보여서 재미있다. 서원 뒤편에는 또 다른 느티나무가 있다. 역시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수령이다. 더 뒤편에는 오래된 은행나무도 보이는데 서원 땅이 아닌지 담장 밖에 있다. 심곡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되었다고 한다.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속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전하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2.12.01

삼옥리 느티나무

강변에 있으면 무슨 나무든 멋있게 보인다. 특히 이런 고목이 강물과 어우러진 풍경은 아름답다. 흐르는 물이 상징하는 세월을 나무는 고스란히 받아 안고 서 있다. 영월 부근의 동강을 지나다가 건너편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보고는 강을 건너 가까이 가 보았다. 수령 500여 년이 된 마을 성황당목이었다. 옆에는 쉼터도 있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당집이 있었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7.3m다.

천년의나무 2012.11.12

지경리 느티나무

이런 나무를 보면 너무 안스럽다. 옛날에는 마을 어귀에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나무였을 것이다. 앞길로는 고작 달구지나 마차가 지나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게 되었다. 통행에 방해된다고 도로 쪽 나뭇가지는 잘려나갔다. 밤낮없이 소음과 불빛에 시달려야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나무 주변은 온통 시멘트로 발랐다. 더는 나무 밑에 와서 쉬는 사람도 없다. 농촌의 많은 당산나무가 이런 신세로 전락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11.02

미천리 느티나무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는 대청호 옆에 있다. 문의면사무소에서 약간 들어가 있는데 관광객으로 소란한 분위기가 일변한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다. 나무 밑에는 주민들이 쉬기 위한 작은 정자도 있다. 한여름에 이 정자에 누워 매미 소리를 벗삼아 낮잠이라도 청하면 제격일 것 같다. 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사이좋게 올라와서 균형 잡힌 모양을 이루었다. 수령은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천년의나무 2012.10.30

육괴정 느티나무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육괴정(六槐亭)은 남당(南塘) 엄용순(嚴用順)이 세운 정자다.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로 조광조를 중심으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류들이 크게 몰락하자 남당도 난을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이곳에는 엄용순, 김안국을 비롯한 여섯 선비가 모여 시회와 학문을 논하였다. 그들이 우의를 기르는 뜻으로 각각 한 그루씩 모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데서 육괴정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지금은 세 그루가 남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5m, 줄기 둘레가 4.3m에 이른다. 수령은 500년으로 몸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년의나무 2012.10.14

원정리 느티나무

들판 한가운데 있어서 분위기가 색다른 느티나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더 유명해졌다. 찍은 사진을 보면 가을에 황금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을 때가 제일 아름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함께 찍어보면 멋있을 것 같다.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에 있다. 키는 15m, 줄기 둘레는 4m로 단아하게 생겼다. 수령은 500년이다.

천년의나무 2012.08.30

오가리 느티나무(2)

4년 만에 다시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 곡식, 인심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오가리 우령마을 역사도 800년이나 되었다. 처음 이 느티나무를 만났을 때 800여 년이라는 나이뿐만 아니라 굵은 줄기와 우람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 뒤로 느티나무 하면 바로 이 오가리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이번에는 괴산을 지나다가 우연히 다시 들리게 되었다. 그때는 앞 도로가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넓게 뚫려 있다. 공원 안에는 두 그루가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아래에 있다고 하여 하괴목(下槐木)이라고 한다. 품새가 단정해서 곱게 늙으신 할아버지 같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성황제를 지내는 곳도 이 나무 앞이다. 상괴목이다. 하괴목에 비해 키는 더..

천년의나무 2012.08.26

두물머리 느티나무(2)

두물머리는 옛 지도에 양수리(兩水里), 또는 이수두(二水頭)로 나온다. 이중 '이수두'는 두물머리를 억지로 한자로 쓴 듯하여 어색하다. 어찌 됐든 이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풍광 좋은 곳이다. 옛날에는 수륙 교통의 요충지였을 것이다. 머리에 해당되는 맨 끝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다. 아마 팔당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강물 경계가 훨씬 아래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강물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다. 댐의 물이 이 나무를 덮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댐이 건설되면서 두물머리의 나루터 역할도 사라졌다. 이곳은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갈등의 지역이 되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 정리를 하면서 이곳에 있는 유기농 단지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천주교에서는 2년 넘게 현장에서 매일 미사를 드..

천년의나무 201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