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 뒤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다. 초등 1년 선배인 이웃 형이 가꾸는 과수원이다. 형은 밭을 일구어 직접 묘목을 심고 이 과수원을 가꾸었다. 지금 과수원 복숭아나무에는 분홍색 복사꽃이 활짝 폈다. 그런데 정작 주인은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다. 올해는 복숭아 농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복숭아나무를 캐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인이 아프거나 말거나 복숭아나무는 때가 되니 도발적인 색깔로 꽃을 피웠다. 얼마 뒤에 다가올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도 모를 것이다. 오늘이 내가 볼 복숭아 과수원의 마지막 봄이 될지 모르겠다. 하물며 주인의 심정은 어떠할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