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68

경안천 버들(241219)

1년 만에 대면하는 경안버들이다. 한결 더 의젓해진 것 같다. 지난 폭설에 부러진 가지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멀쩡하다. 수평으로 누운 가지들이 엄청난 눈의 무게를 견뎌냈다는 게 신기하다. 경안천은 살얼음이 살짝 얼어 있다. 나무 너머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니 떼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강이 꽁꽁 얼면 올해는 나무 곁으로 가 볼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다. 한 번 정도는 된통 추웠으면 한다.

천년의나무 2024.12.20

오흥리 느티나무(2)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그때는 가을이었는데 이번에는 겨울이라 느낌이 다르다. 안성에서 금광호수로 가는 도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두 나무는 수령이 400년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한 나무에는 할아버지나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데,옆에 있는 나무는 할머니나무로 불러도 될 듯 싶다. 느티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이라 하는데, 어떤 나무는 '괴(槐)' 대신 '괴(怪)'가 먼저 떠오른다. 여기 나무도 그러하다. 주변은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24.12.05

구정리 느티나무

경남 합천군 야로면 구정리의 너른 들판에 있는 느티나무다. 대개 오래 된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정자와 함께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홀로 우뚝하다. 그래서 별명이 '나홀로 나무'로 불린다.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과 연결되는 길이 정십자 모양으로 나 있다. 이 나무가 주민들이 왕래하는 중심지인 셈이다. 잠깐 있는 동안에도 여러 대의 자동차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느티나무로 통한다고 해야 할 듯하다. 소통의 중심이며 상징이라 불러도 좋을 나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나무는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하고 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500년이고,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2.4m다.

천년의나무 2024.11.18

세병관 느티나무

통영 세병관(洗兵館)에 있는 느티나무다. 원래는 가지가 셋이여서 균형이 맞았던 듯한데 하나가 부러져서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군사 시설 안이여서인지 큰 새총을 보는 것 같다. 세병관은 옛날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이다. 통제영이 들어설 때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면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400여 년이 된다. 특이한 점은 세병관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느티나무를 썼다고 한다. 오래 된 느티나무는 소나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굵다. 통제영 본부의 위용을 나타내기에 느티나무가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천년의나무 2024.11.16

명진리 느티나무

거제도 명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마을 앞 너른 들판 가운데에 있다. 전체적으로 수형이 반듯하게 균형 잡혀 있다.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들이 왕관 같다. 나무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울타리가 세워져 있고, 둘레에 평상 네 개가 주민들 쉼자리로 마련되어 있다. 농사일을 하다가 이 나무 아래서 참을 먹고 낮잠을 자기도 할 것이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600년 가량 되었고, 나무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7.7m다. 마을로 다가서는 멀리서부터 이쁜 느티나무임을 알아볼 수 있는 명목이다.

천년의나무 2024.11.16

임난수 은행나무

세종시 세종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다. 고려말에 탐라 정벌에 공을 세운 임난수(林蘭秀, 1342~1407) 장군이 멸망한 고려를 안타까워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나무와 이웃하여 장군을 기리는 숭모각이 있다. 장군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은거하였는데 이성계가 벼슬을 주려 불렀으나 응하지 않고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켰다고 한다. 이때 심은 암수 한 쌍의 은행나무가 바로 이 나무로 충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600년이 흘러도 꿋꿋한 그 기상이 늠름하다.

천년의나무 2024.11.14

가수리 느티나무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운동장에 있는 느티나무다. 동강과 이웃하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어느 단체에서 이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을 동강 12경 하나로 정했다. 옛날 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던 때에는 오가는 주민들이 이 나무 아래서 다리쉼을 했다고 한다. 자연 풍광만 아니라 가수리(佳水里)라는 마을 이름도 아름답다. 가수분교는 아이들이 없어 폐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을 테지만 교사와 운동장은 적막했다. 느티나무를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만 들린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500여 년에 높이가 40m, 줄기 둘레는 7m에 이른다. 가을이 되어 황금빛으로 단장한 느티나무가 더욱 멋져 보였다.

천년의나무 2024.11.03

방절리 느티나무

영월읍 방절리 수변공원에 있는 느티나무다. 공원 내에서 우뚝 솟은 언덕 위에 있는데 저류지 공사를 하면서 주변을 파내어 이런 언덕이 생겼다고 한다.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이 공원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나무 둘레에 붉은색의 식물을 심어 나무에 더욱 시선이 가게 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꽃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나무였다. 검색한 결과 매자나무인 듯하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500년 정도 되고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6.3m다. 차를 몰고 가다가 눈에 띄어서 잠시 정차하고 찾아가 봤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렇듯 우연히 큰 나무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천년의나무 2024.11.03

보덕사 느티나무

영월 장릉 옆에 있는 보덕사는 조선 영조 때 단종의 보위 사찰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보덕사는 경내에 수령이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6.25 때 화재로 전소되고 건물은 새로 지었지만 나무들에는 고난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 장릉이 품은 비애와 더불어 아픔의 역사를 보여주는 느티나무들이다.

천년의나무 2024.11.01

단촌리 느티나무(2024/10)

단촌리 느티나무도 가을물이 들기 시작했다. 나무 끝 부분부터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닥에는 떨어진 낙엽이 고운 주단처럼 깔려 있다.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나무는 다른 모습을 띤다. 어떤 때는 근엄하고 어떤 때는 다정하다. 노거수에 다가갈 때마다 이번에는 나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를 기울인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나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해도 할 말은 없다. 단지 내 마음의 반영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무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의미는 있지 않겠는가. 어떤 말씀을 하시든 끝은 늘 "고맙습니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천년의나무 2024.10.29

순흥면 버드나무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의 옛 순흥부 관아 터에 있는 버드나무다. 수령 200년 정도로 추정하는데 노쇠하여 거구를 지탱하기가 힘겨워 보인다. 이곳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둘레에 버드나무를 심었던 것 같다. 남아 있는 나무 중에서는 이 버드나무가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 오랜 세월의 무게가 나무 전체에 드러나 보인다. 이 나무도 생명붙이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멀지 않은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24.10.29

불갑사 느티나무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다. 마침 꽃무릇 계절이라 느티나무 둘레에 붉은 화단이 펼쳐졌다. 이 나무의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4.5m이고 수령은 6백 년 정도다. 불갑사 느티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완연히 다르다. 사찰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치고는 살아온 역정이 많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절 주변에서는 참식나무 안내문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절 뒤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식나무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살펴봐야겠다.

천년의나무 2024.10.07

청와대 주목, 말채나무, 회화나무

2022년에 청와대에 있는 노거수 여섯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반송, 말채나무, 회화나무, 왕버들 등이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굳이 천연기념물이 아닌 보호수로 지정해도 무난한 나무도 포함되어 있다. 수령이 700년이 넘은 이 주목은 청와대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에서는 제외되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서 옮겨왔다는 게 감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너무 고령이라 줄기는 대부분 죽어버리고 폭이 한 뼘 남짓되는 껍질이 살아있어 겨우 연명하고 있다. 어쨌든 줄기는 이미 '죽어 천 년'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것 같다.    상춘재 앞마당에 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말채나무다. 말채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 것은 이 나무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나이는 150년 정도로 추정하는데 경..

천년의나무 2024.05.11

청와대 녹지원 반송

청와대 상춘대 앞 정원인 녹지원에 있는 반송이다. 균형 잡힌 단아한 모습이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답다. 청와대에 많은 나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빛나는 나무다. 수령은 170년 정도로 추정하고, 나무 높이는 7.4m에 이른다. 여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지내며 이 나무를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이 반송처럼 반듯하게 정치를 했다면 나라가 얼마나 좋아졌을까,를 생각한다. 반송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4.05.11

은산리 음나무

경북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에 있는 음나무다. 지금 은산리는 한적한 시골 동네지만 과거에는 풍기군 은풍현청 소재지였다. 나무 옆에는 옛날 풍기군수였던 권명규 등 네 사람의 선정비가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나무가 자리한 이곳은 은산시장이 있었고, 1919년 4월에 만세 운동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400년 된 이 음나무는 태풍으로 줄기가 부러졌고 외과수술한 흔적도 여러 곳에 보인다. 그래도 위로 눈을 돌리면 펼쳐진 봄의 초록이 풍성하다. 음나무는 엄한 가시가 있어 엄나무로도 불린다. 옛 사람들은 음나무의 억센 가시가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음나무를 집에서 기르거나 가지를 담에 걸오놓음으로써 잡귀들이 집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 은산리 음나무는 과거의 번성했던 시절을 간직한 채 도로변에 외롭게..

천년의나무 2024.05.03

중대동 느티나무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중대동 (中垈洞)은 국수봉 산줄기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다. 광주 안씨 세거지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광주 안씨의 시조가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18세기 실학자였던 안정복(安鼎福) 선생이 세운 서재인 '이택재(麗澤齋)'가 있다.  이 나무는 마을에 있는 여러 느티나무 고목 중 하나로 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는 마을 길 쪽으로 너무 붙어 있어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몸체도 기울어져 있어 힘겨워 보인다. 수령은 250년이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3.4m다.

천년의나무 2024.04.25

의림지 소나무

제천에 있는 의림지(義林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용 저수지다.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니까 거의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충청도를 호서(湖西), 전라도를 호남(湖南)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수가 바로 의림지를 가리킨다는 설마저 있을 정도다. 저수지 둘레는 1.8km인데 제방 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원래는 버드나무도 많았다는데 지금은 몇 그루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종인 적송이고 수령은 대략 100년에서 300년 사이로 보인다. 주로 남쪽 제방을 따라 서거나 눕거나 하며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의림지 제방을 따라 걸으며 소나무의 사열을 받는 것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24.03.14

경안버들과 고니

경안버들 부근에 고니와 오리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경안버들 주변은 산책로가 가까이 있어 새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 곳이다. 이때만큼은 경안버들도 적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소리에 민감한 고니는 이내 경계 태세를 갖췄다. 보초병은 고개를 곧추 세우고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살그머니 되돌아나왔다. 이날 이후로 경안천에서 고니를 만나지 못했다. 경안버들도 나만큼 서운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24.02.19

경안천 버들(231218)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탓인가, 오랜만에 찾아간 경안천 버들이 너무 추워 보였다. 주변 풍경도 스산하고 쓸쓸했다. 나목은 크기마저 줄이려는 듯 잔뜩 웅크린 자세로 서 있었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다. 나무는 혹독한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견딜 뿐이다. 오랜 진화를 거치며 환경에 적응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겨울은 긴 인고의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약하지 않아도 봄은 찾아오고, 겨울의 시련이 있어 나무는 더 단단해진다. 경안버들이 외롭게 보여서 세 차례 다중노출을 해서 찍어보았다. 내 마음의 위안일지 모르지만 조금은 더 포근해졌다.

천년의나무 2023.12.18

발왕산 주목

발왕산 정상부에 있는 천년주목숲길에서 만난 주목들이다. 이 길에서는 수령 1,800년의 '아버지왕주목'을 비롯해 10여 그루의 주목을 만날 수 있다. 각 주목마다 그들의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 붙어 있다. ▽ 아버지왕주목: 줄기 둘레가 4.5m이며 수령은 1,800년이다. 왕수리부엉이 가족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품처럼 넉넉한 주목이다. 하지만 길이 만들어지고 사람들로 북적대면서 왕수리부엉이가 여전히 살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 어머니왕주목: 주목 안에 마가목이 함께 자라고 있어 푸근한 어머니의 품을 연상시키는 나무다. ▽ 동생봉황주목 ▽ 참선주목: 속이 텅 비어 있어 참선을 하고 있는 고승을 연상시키는 나무다. ▽ 왕발주목: 뿌리를 뻗은 모양이 왕발을 닮아 있다. ▽ 삼두근주목 ▽ 고뇌의주목 ▽..

천년의나무 2023.10.27

연미정 느티나무

강화도 연미정(燕尾亭)에 있는 느티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500년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게 오래 돼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으나 하나는 4년 전 태풍 때 허리가 부러져서 죽고 말았다. 그래선지 짝을 잃은 이 느티나무가 더 외로워 보인다. 나무는 부러졌지만 둥치에서는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다. 아직 뿌리는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목이 죽더라도 다시 생긴 줄기가 성장하여 2세대 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천년의나무 2023.09.06

경포호 솔숲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소나무와 동해 바다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나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강릉시에서도 '솔향 강릉'이라는 네이밍으로 강릉을 알리고 있다. 강릉에 갈 때면 자주 들리는 곳이 경포호 솔숲이다. 경포호와 허난설헌 생가 사이에 잘 생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를 산책하면 기분이 상큼해진다. 강릉의 소나무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심기 시작했다는데 나무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멋진 품종의 소나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산불이 소나무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 올해도 경포해변의 소나무를 비롯해 인근 산의 소나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과거 기후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이만한 숲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

천년의나무 2023.06.15

우전리 팽나무

분재처럼 완벽한 수형을 갖춘 팽나무다. 그러나 줄기를 들여다보면 역시 팽나무의 자유분방한 특징이 드러난다. 여러 개의 줄기가 얽히고설키면서 재미있는 형상을 만들고 있다. 잘 찾아보면 남근 모양도 보인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팽나무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나무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4.3m다.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23.05.19

지도읍사무소 팽나무

신안군 지도읍사무소 안에 있는 팽나무다. 사무소가 있는 자리는 과거에는 지도군 관아가 있던 곳이다. 그래선지 오래된 팽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이 팽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로 가족 중 제일 맏형이다. 고목이 된 팽나무 줄기는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팽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나무는 남향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23.05.19

두원리 느릅나무

강원도에는 오래된 느릅나무가 많다.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에 있는 이 느릅나무도 연륜에서 상위권에 드는 나무다. 수령이 400년 정도이고, 나무 높이는 23m, 줄기 둘레는 5.4m에 이른다. 이 나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한 노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느릅나무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이같은 거목이 되었다 한다. 어느 해인가 느릅나무가 잎이 피지 않고 시들해져 갔다. 경북 풍기에서 한 소년이 병으로 죽으면서 어머니께 말하기를, 제가 죽으면 강원도 두원리에 있는 느릅나무를 찾아가 보라고 한 후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이 느릅나무를 찾아오자 잎이 다시 피어나고 살아났다는 것이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서낭신을 모시고 매년 정월 초하룻날에 지성을 드린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23.04.28

약수리 느릅나무(2023)

10년 만에 다시 만난 평창 약수리 느릅나무다. 이번에 옆을 지나갈 때는 구면인 줄 몰랐다. 뭔가 눈에 익은 구석이 있어 자료를 찾아봤더니 꼭 10년 전에 대면했던 나무였다. 어찌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나 책이나 나무나 마찬가지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인연이 있었음을 알아챈다. 나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 다만 도로와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너무 옹색하게 느껴진다.

천년의나무 2023.04.28

양동마을 향나무

경주 양동마을 송첨 종택 마당에 있는 향나무다. 세조 5년(1459)에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무는 500년이 넘었다. 우람한 줄기로 봐서는 그 정도의 연륜이 되어 보인다. 나무이 수세도 엄청 싱싱하고 멋지다. 이 종택에는 '서백당(書百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참을 인(忍)자를 매일 백 번씩 쓰며 살겠다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풍이 장수하고 있는 향나무의 기품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나오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명품 향나무다. 경북 기념물 제8호이며 높이가 7m, 동서 폭은 12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23.02.26

단촌리 느티나무(5)

동네를 지나며 느티나무 주위를 어슬렁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요사이 시골 풍경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부 집에서 테레비만 벗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리 추워도 동네 골목과 얼음이 언 논에는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다. 이 마을에서나 저 마을에서나 몰락의 징후를 읽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단촌리 느티나무는 고향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다. 7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목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인간의 얄팍한 헤아림부터 벗어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천년의나무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