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1

중대동 느티나무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중대동 (中垈洞)은 국수봉 산줄기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다. 광주 안씨 세거지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광주 안씨의 시조가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18세기 실학자였던 안정복(安鼎福) 선생이 세운 서재인 '이택재(麗澤齋)'가 있다.  이 나무는 마을에 있는 여러 느티나무 고목 중 하나로 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는 마을 길 쪽으로 너무 붙어 있어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몸체도 기울어져 있어 힘겨워 보인다. 수령은 250년이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3.4m다.

천년의나무 09:12:12

의림지 소나무

제천에 있는 의림지(義林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용 저수지다.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니까 거의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충청도를 호서(湖西), 전라도를 호남(湖南)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수가 바로 의림지를 가리킨다는 설마저 있을 정도다. 저수지 둘레는 1.8km인데 제방 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원래는 버드나무도 많았다는데 지금은 몇 그루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종인 적송이고 수령은 대략 100년에서 300년 사이로 보인다. 주로 남쪽 제방을 따라 서거나 눕거나 하며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의림지 제방을 따라 걸으며 소나무의 사열을 받는 것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24.03.14

경안버들과 고니

경안버들 부근에 고니와 오리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경안버들 주변은 산책로가 가까이 있어 새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 곳이다. 이때만큼은 경안버들도 적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소리에 민감한 고니는 이내 경계 태세를 갖췄다. 보초병은 고개를 곧추 세우고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살그머니 되돌아나왔다. 이날 이후로 경안천에서 고니를 만나지 못했다. 경안버들도 나만큼 서운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24.02.19

경안천 버들(231218)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탓인가, 오랜만에 찾아간 경안천 버들이 너무 추워 보였다. 주변 풍경도 스산하고 쓸쓸했다. 나목은 크기마저 줄이려는 듯 잔뜩 웅크린 자세로 서 있었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다. 나무는 혹독한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견딜 뿐이다. 오랜 진화를 거치며 환경에 적응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겨울은 긴 인고의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약하지 않아도 봄은 찾아오고, 겨울의 시련이 있어 나무는 더 단단해진다. 경안버들이 외롭게 보여서 세 차례 다중노출을 해서 찍어보았다. 내 마음의 위안일지 모르지만 조금은 더 포근해졌다.

천년의나무 2023.12.18

발왕산 주목

발왕산 정상부에 있는 천년주목숲길에서 만난 주목들이다. 이 길에서는 수령 1,800년의 '아버지왕주목'을 비롯해 10여 그루의 주목을 만날 수 있다. 각 주목마다 그들의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 붙어 있다. ▽ 아버지왕주목: 줄기 둘레가 4.5m이며 수령은 1,800년이다. 왕수리부엉이 가족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품처럼 넉넉한 주목이다. 하지만 길이 만들어지고 사람들로 북적대면서 왕수리부엉이가 여전히 살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 어머니왕주목: 주목 안에 마가목이 함께 자라고 있어 푸근한 어머니의 품을 연상시키는 나무다. ▽ 동생봉황주목 ▽ 참선주목: 속이 텅 비어 있어 참선을 하고 있는 고승을 연상시키는 나무다. ▽ 왕발주목: 뿌리를 뻗은 모양이 왕발을 닮아 있다. ▽ 삼두근주목 ▽ 고뇌의주목 ▽..

천년의나무 2023.10.27

연미정 느티나무

강화도 연미정(燕尾亭)에 있는 느티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500년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게 오래 돼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으나 하나는 4년 전 태풍 때 허리가 부러져서 죽고 말았다. 그래선지 짝을 잃은 이 느티나무가 더 외로워 보인다. 나무는 부러졌지만 둥치에서는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다. 아직 뿌리는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목이 죽더라도 다시 생긴 줄기가 성장하여 2세대 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천년의나무 2023.09.06

경포호 솔숲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소나무와 동해 바다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나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강릉시에서도 '솔향 강릉'이라는 네이밍으로 강릉을 알리고 있다. 강릉에 갈 때면 자주 들리는 곳이 경포호 솔숲이다. 경포호와 허난설헌 생가 사이에 잘 생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를 산책하면 기분이 상큼해진다. 강릉의 소나무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심기 시작했다는데 나무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멋진 품종의 소나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산불이 소나무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 올해도 경포해변의 소나무를 비롯해 인근 산의 소나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과거 기후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이만한 숲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

천년의나무 2023.06.15

우전리 팽나무

분재처럼 완벽한 수형을 갖춘 팽나무다. 그러나 줄기를 들여다보면 역시 팽나무의 자유분방한 특징이 드러난다. 여러 개의 줄기가 얽히고설키면서 재미있는 형상을 만들고 있다. 잘 찾아보면 남근 모양도 보인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팽나무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나무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4.3m다.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23.05.19

지도읍사무소 팽나무

신안군 지도읍사무소 안에 있는 팽나무다. 사무소가 있는 자리는 과거에는 지도군 관아가 있던 곳이다. 그래선지 오래된 팽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이 팽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로 가족 중 제일 맏형이다. 고목이 된 팽나무 줄기는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팽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나무는 남향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23.05.19

두원리 느릅나무

강원도에는 오래된 느릅나무가 많다.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에 있는 이 느릅나무도 연륜에서 상위권에 드는 나무다. 수령이 400년 정도이고, 나무 높이는 23m, 줄기 둘레는 5.4m에 이른다. 이 나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한 노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느릅나무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이같은 거목이 되었다 한다. 어느 해인가 느릅나무가 잎이 피지 않고 시들해져 갔다. 경북 풍기에서 한 소년이 병으로 죽으면서 어머니께 말하기를, 제가 죽으면 강원도 두원리에 있는 느릅나무를 찾아가 보라고 한 후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이 느릅나무를 찾아오자 잎이 다시 피어나고 살아났다는 것이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서낭신을 모시고 매년 정월 초하룻날에 지성을 드린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23.04.28

약수리 느릅나무(2023)

10년 만에 다시 만난 평창 약수리 느릅나무다. 이번에 옆을 지나갈 때는 구면인 줄 몰랐다. 뭔가 눈에 익은 구석이 있어 자료를 찾아봤더니 꼭 10년 전에 대면했던 나무였다. 어찌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나 책이나 나무나 마찬가지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인연이 있었음을 알아챈다. 나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 다만 도로와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너무 옹색하게 느껴진다.

천년의나무 2023.04.28

양동마을 향나무

경주 양동마을 송첨 종택 마당에 있는 향나무다. 세조 5년(1459)에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무는 500년이 넘었다. 우람한 줄기로 봐서는 그 정도의 연륜이 되어 보인다. 나무이 수세도 엄청 싱싱하고 멋지다. 이 종택에는 '서백당(書百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참을 인(忍)자를 매일 백 번씩 쓰며 살겠다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풍이 장수하고 있는 향나무의 기품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나오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명품 향나무다. 경북 기념물 제8호이며 높이가 7m, 동서 폭은 12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23.02.26

단촌리 느티나무(5)

동네를 지나며 느티나무 주위를 어슬렁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요사이 시골 풍경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부 집에서 테레비만 벗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리 추워도 동네 골목과 얼음이 언 논에는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다. 이 마을에서나 저 마을에서나 몰락의 징후를 읽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단촌리 느티나무는 고향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다. 7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목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인간의 얄팍한 헤아림부터 벗어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천년의나무 2023.01.28

경안천 버들(221227)

경안버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경안버들은 겨울 동안에만 잠시 대면을 허락한다. 올해는 지난 2월에 만나고 처음이니 10개월 만이다. 늘 같은 자리를 늠름하고 의젓하게 지키고 있어서 고마웠다. 아직 한 번도 나무 아래까지 가 보지는 못했다. 개천이 얼기는 하지만 안심이 될 정도로 단단하지 않아서 시도할 수 없었다. 이번 추위로는 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멀리서 보니 나무 밑에 애기곰 한 마리가 있다. 지난여름 홍수 때 상류에서 떠내려와 이곳에 정착했는가 보다. 나무 지킴이로 잘 자라줬으면 한다.

천년의나무 2022.12.28

물빛버즘(221206)

우리가 나무에 시선을 줄 때 내 마음/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바라본다. 행복한 사람이 보는 나무와 불행한 사람이 보는 나무는 같은 나무더라도 같지 않다. 목수는 재목감이 될 것이냐는 관점에서 볼 것이고, 바람이 스치며 소리를 내는 나무를 음유시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들이라면 나무를 자신들의 놀이터라 여길지 모른다. 이렇듯 생물의 개체에 따라 같은 나무더라도 수만, 수십만 가지의 나무가 존재한다. 나무는 오직 나무일뿐인데 말이다. 눈이 살짝 내린 초겨울 오전에 물빛버즘과 마주했다. 오늘 물빛버즘은 겨울에 맞서는 결연한 의지로 서 있었다. 북풍한설아, 올 테면 오라고 버티고 선 모습이 당당했다. 반면에 나는 나무 앞에서 자꾸만 초라해졌다. 작은 외풍에도 꺾여서 시들어가는 유약함이라니, 좀 더 담..

천년의나무 2022.12.06

전주향교 은행나무(2022/11/4)

늘 노랗게 물든 이 은행나무를 보고 싶었다. 전주향교에 있는 은행나무는 여러 차례 대면했지만 이번처럼 가을에 만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도 완전한 절정기는 아니다. 며칠 더 있어야 샛노랗게 물들 것 같다. 은행나무 밑에서는 아기 돌사진을 찍으러 나온 어느 가족의 웃음소리가 낭랑했다. 가족 모두 한복을 입고 전문 사진사의 요청에 따라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은행나무 낙엽 위를 기어 다니느라 바쁘다. 가을의 막바지에 새로 태어난 생명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가고오는 순환의 원리를 가을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쓸쓸하면서 동시에 흐뭇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천년의나무 2022.11.08

광한루원 팽나무(2022/11/3)

광한루원에는 오래되고 멋진 버드나무가 많지만, 이 팽나무도 버드나무에 못지 않게 인기가 있다. 지나는 사람마다 나무의 위용에 감탄하면서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가을이 되어 노란 옷으로 갈아입으니 더 멋지고 당당해 보인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조선 명종 13년(1558)에 심었다고 한다. 나무를 심은 연대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드문 일이다. 아마 기록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이 팽나무는 광한루원을 조성하기 전 옛 '남산관' 마당에 있던 정원수였다고 한다. 남산관이 어떤 건물이었는지는 설명이 없다.

천년의나무 2022.11.07

소학동 느티나무

공주시 소학동에 있는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옆에 효자향덕비(孝子向德碑)가 있다. 향덕은 신라 경덕왕(742~756) 때의 효자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려(旌閭)를 받은 인물이다. 향덕은 흉년으로 부모가 굶주림과 병고에 시달리자 자신의 살을 베어 봉양하는 등 부모를 정성껏 모셨다고 한다. 충효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조선에서 향덕은 모범적인 교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500년으로 추정한다. 나무는 몸통의 많은 부분이 보형재로 채워져 있고, 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노구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잎을 보면 수세는 왕성하다. 아마도 효자 향덕의 넋이 깃들인 나무가 아닐까 싶다.

천년의나무 2022.11.06

적성리 황장목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작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다. 동로면 소재지 마을과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동로면의 상징이 될 만한 나무다. 이 나무가 유명한 건 뿌리가 거북처럼 생긴 바위를 휘감고 있어서다. 안내문에는 '황장목을 업은 거북바위'라고 적혀 있어 나무보다 거북바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내가 명명한다면 '거북바위를 감싼 황장목'이라고 할 것 같다. 황장목(黃腸木)은 금강송(金剛松)의 다른 이름이다. 춘양목(春陽木), 적송(赤松), 미인송(美人松)이라고도 한다. '황장'과 '춘양'은 지역 명칭이다. 황장목이 유래한 황장산이 바로 인근에 있다. 이 소나무는 수령을 약 300년으로 추정한다. 황장목이 있는 언덕 위에 점촌동성당 동로공소가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분위기가 아늑했다. 공소 뜰에 이런..

천년의나무 2022.10.22

대하리 반송(2022)

의도치 않았는데 15년 만에 다시 만난 소나무다. 문경 도로를 지나다가 우연히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야 이 나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때보다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송이다. 400년 된 노목으로 내뿜는 기상이 범상치 않다. 둘로 갈라진 줄기가 우산을 편 듯 넓게 펼쳐져 있다. 펼쳐진 지름이 20m나 된다. 한 바퀴를 돌면서 봐도 흠결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다. 마을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에 영각 동제를 지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실 만한 신령한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10.21

적성리 소나무

문경시 동로면을 지날 때 도로 옆에 눈에 익은 소나무가 있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15년 전에 찾아왔던 소나무였다. 조선의 명당인 연주패옥(連珠佩玉)의 전설이 전해지는 말무덤 자리에 있는 소나무다. 나무 모양이 춤추는 사람 같다 하여 '무송(舞松)'이라 불리는 소나무다. 수령은 약 300년 가량 되었다. 나무는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제일 균형 잡힌 모습은 도로 쪽에서 볼 때다. 무송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어디서 보더라도 춤추는 형상은 넉넉히 상상해 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리드미컬한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10.20

봉암리 느티나무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이모 집에 자주 놀러 갔다. 방학 때면 며칠씩 묵곤 했다. 이모 동네에는 사촌 형제만 아니라 학교 친구들도 있어서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며 놀았다. 동네 뒤에는 큰 산이 있어서 들어가면 정글 탐험하는 것처럼 모험심을 자극했다. 한 번은 뒷산에서 놀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이모 집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오가는 길 역시 놀이터였다. 길 중간쯤에 넓은 사과 과수원이 있었는데 조롱조롱 매달린 사과나무의 풍경이 지금도 선명하다. 60년대였던 그 시절에는 사과는 대구 지역에서 많이 났고, 우리 지역에는 귀할 때였다. 지금은 사과가 고향의 주작물이 되었다. 이모네 동네는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경사가 진 데다가 바위가 많았다. 이모 집 마..

천년의나무 2022.10.18

토성 느티나무(2022)

고향에 내려가서 마을 둘레를 산책하다 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이 나무로 향했다. 멀리서만 봐도 어린 시절이 왈칵 밀려오는 나무였다. 60년이 흘러도 여일하게 같은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는 나무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어머니나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서 풍기장에 갈 때면 꼭 이 나무 밑에서 쉬어가곤 했다. 장에 가는 어머니나 할머니는 머리에 늘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있었다. 돈이 귀하던 시절이라 곡식을 가지고 가서 팔고 필요한 물건을 사 왔다. 장으로 가는 길에서 이 나무에 오면 발품을 쉬어야 했다. 집에서 장터까지는 4km 정도 되었는데, 풍기에 가까운 이 나무는 목적지에 다 왔다는 신호와 마찬가지였다. '토성'이 공식 행정명칭은 아니지만 어릴 때 우리는 이 나무를 토성 느티나무라 불렀다. 이번에 어머니와 이..

천년의나무 2022.10.15

물빛버즘(220816)

물빛버즘에게 가장 생명력이 왕성할 때가 여름이다. 초록 잎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은 생명의 환희를 온몸으로 노래하는 몸짓이며 춤이다. 해마다 수족이 잘려 나가는 도시의 가로수와는 다르다. 옆에만 서 있어도 나무의 싱싱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물빛버즘은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쯤 될 것이다. 한창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나이다. 이제 황혼녘에 접어든 나는 부러운 눈길로 너를 바라본다. 인생의 각 시절마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어찌 청춘의 찬란함에 비길 수 있으랴. 약동하는 생명이라는 사실만으로 너는 충분히 아름답다. 물빛공원에 나온 날, 폭우로 산 아래 산책로는 폐쇄되었지만 잠시 너를 만난 것으로 충분하였다.

천년의나무 2022.08.17

와운마을 천년송

와운(臥雲)마을은 구름도 누었다가 쉬어갈 만큼 높고 험한 지리산 깊숙이 숨어 있는 마을이다. 뱀사골 계곡을 따라 한 시간 넘게 올라가야 나온다. 공식 주소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다. 약 500년 전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고 한다. 와운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반송 종류인데 마을 사람들은 각각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로 부른다. 당산제를 지내는 큰 소나무가 이 할머니 소나무다. 별칭이 '지리산 천년송(千年松)'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송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단아하고 미끈한 생김새를 보면 이쪽이 여성스러운데 이름은 반대로 할아버지다. 와운마을은 마을 자체보다 천년송 때문에 유명하다. 마을 방문객들..

천년의나무 2022.07.30

구성동 느티나무B

용인시 구성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변에 있는 느티나무다. 구내에 있는 싱싱한 느티나무와 달리 이 나무는 처참할 정도로 모양이 일그러지고 속살이 깎여 나갔다. 온갖 풍상을 견디고 이만큼 살아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 정도 되면 나무 보호 차원에서 보형재를 채워주는데 이 나무는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이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일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줄기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훤히 보인다. 90도로 꺾인 줄기가 언제 부러질지 불안하다. 도로 때문에 지지대를 못 세우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냥 두는 건지 모르겠다. 나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도로 등 나무의 생육 환경은 열악하다. 그러함에도 버텨내고 살아내는 생명력에 경탄하게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06.22

구성동 느티나무A

용인시 구성동행정복지센터 구내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주변은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면서 나무는 잘 관리되고 있다. 설명문에는 이 나무에 얽힌 전설이 적혀 있다. "옛날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자 아내는 마을 어귀인 이곳에서 날마다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죽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끝내 세상을 떴다. 마을 사람들은 아내의 사랑을 기려 이 자리에 느티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자라면서 한쪽 가지가 유난히 길어져 아내가 발돋움한 채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과 닮아갔다." 나란히 선 두 나무를 보면서 전설을 보노라면 부부가 나무로 변해서 함께 백년 해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무의 수령은 약 200년 정도다.

천년의나무 2022.06.22

삼공리 반송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반송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영예에 어울리게 멋진 나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 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우람한 풍채가 대단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살짝 마을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구천동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구천송(九千松), 또는 만지송(萬指松)으로도 불린다. 이 반송의 나이는 약 200년쯤 되었고,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5.3m다.

천년의나무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