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762

49 : 41

두 주일 전인 6월 3일에 실시된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만들어진 선거라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난 상태였다. 단지 이재명 후보가 몇 %로 득표 차이로 이기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과는 이재명 대 김문수의 득표율이 49:41이였다. 나는 이재명 후보가 50%를 넘을 거라 봤고, 김문수 후보는 많아야 30%대 중반쯤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견과 동떨어졌다. 탄핵을 반대하면서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는 김문수가 4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반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경상도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윤석열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이재명 같은 나쁜 놈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경상도만 아니라 많..

길위의단상 10:49:50

1408g(4)

꽃잎 둘 띄워놓고돌아서는 보살님 댕그랑홀로 매달린풍경이 울었다 (140835) 부끄러울 때가 있다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가만히 자신을 토닥여주기 그래 괜찮아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지이만하면 잘 살아내고 있는 거야 (140836) 아무리 얼굴을 맞대도 너의 목소리를들을 수 없어 너의 깨진 가슴도안아볼 수 없어 (140837) 풍경 앞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된 경험이우리 생애에 몇 번이나 될까 그랜드 캐니언과 마주했을 때가 그랬다 (140838)

포토앤포엠 2025.06.16

오늘 / 메리 올리버

오늘 나는 낮게 날고 있어.말 한 마디 하지 않고모든 야망의 주술을 잠재우고 있지. 세상은 갈 길을 가고 있어,정원의 벌들은 조금 붕붕대고,물고기는 뛰어오르고, 각다귀는 잡아먹히지.기타 등등.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쉬고 있어.깃털처럼 조용히.나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사실은 굉장히 멀리여행하고 있지. 고요. 사원으로 들어가는문들 가운데 하나. - 오늘 / 메리 올리버 시집 에 실려 있는 메리 올리버의 시다.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으면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집의 시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표지 뒷면에 실린 시인의 사진을 훔쳐보는 버릇이 있다. 시의 분위기와 시인의 얼굴이 잘 매치되어 시를 읽는 효과가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 시에서도 모든 단어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생명..

시읽는기쁨 2025.06.15

다읽(25) - 순교자

작년에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고은, 황석영 등이 후보에 회자되었으나 정작 엉뚱한(?) 분이 노벨상을 받게 되어 더욱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에 근접했던 분은 김은국 작가라고 알고 있다. 영어로 소설을 쓰는 탓에 아무래도 국내 작가들보다는 세계 문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23살 때인 1955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작품 활동을 했다. 대표작인 이다. 오래전에 접한 는 읽으면서 상당히 거북했던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들어 이번에 다시 읽어 보았다. 작가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는 왠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

읽고본느낌 2025.06.14

남한산성 걷기

용두회의 이번 달 트레킹은 남한산성 걷기였다. 남문에서 만나 수어장대를 거쳐 산성마을로 하산하는 가벼운 코스였다.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청명한 하늘에다 초여름에 걸맞게 그리 덥지도 않은 걷기 좋은 날이었다. 수어장대가 위치한 청량산 정상은 482m이고, 123층인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이다. 산 꼭대기에서 타워를 올려다보는 셈이다. 친구들이 간식을 즐기는 동안 잠시 수어장대에 들렀다. 이번에는 D750에 20mm를 물려서 들고나갔다. 장롱에서 감방살이를 하고 있는 카메라에 바깥바람을 쐬어주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전적인 셔터음에 기분이 좋았다. 산성마을에서 두부, 파전에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성남으로 내려가 당구를 즐겼다. 여사장님과 함께 친 복식 게임이 재미있었다. 생맥주집에서..

사진속일상 2025.06.13

초여름 뒷산

우리 부부는 서로가 과하다고 느낀다. 아내는 지나쳐서 과(過)하고, 나는 모자라서 과(寡)하다. 아내는 바깥 활동이 많고, 나는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 아내는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부지런하다. 내 활동량의 서너 배는 될 것이다.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는데, 2만 보를 찍는 날도 가끔 있다. 나는 매일을 평균하면 2천 보쯤 될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경고한다. 나는 아내에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심한 움직임은 해가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아내는 내 게으름을 탓하며 나무늘보가 되지 말라고 한다. 오전에 아내는 뒷산에 가서 맨발 걷기를 하고 왔다. 나는 집안에서 빈둥거리다가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밖으로 쫓기듯 나왔다. 정처 없이 나왔다가 마을을 지나 뒷산을 걸치고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뒷산은 산모기를 ..

사진속일상 2025.06.12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지난 9일 미국에서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했다. 이번에 수상한 부문은 뮤지컬 작품상, 남우주연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이었다. 토니상은 연극과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번 토니상은 한국 문화계가 세운 대단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이 시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4대 대중문화 시상식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이 된 '기생충'2022년 에미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2025년 토니상 6관왕의 '어쩌면 해피엔딩'그래미는 오래전에 소프라노 조수미가 '베스트 오페라 레코딩상'을 받은 적이 있다. 가까운 시일에 우리나라 K팝 가수가 ..

길위의단상 2025.06.11

사기[45-1]

편작은 제자 자양에게 쇠침과 돌침을 갈게 한 뒤 그것으로 몸 살갗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렀다. 한참 뒤 태자가 깨어났다. 그러자 제자 자표에게 10분지 5의 고약과 10분지 8의 약제를 섞어 달여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번갈아 붙이도록 하니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음과 양의 기운을 조절해 가며 탕약을 스무 날 동안 먹게 하니 태자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하여 세상 사람들은 모두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편작이 말했다."나 진월인은 죽은 사람을 살려 내지는 못한다. 이는 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날 수 있게 한 것뿐이다." - 사기(史記) 45-1,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편작은 춘추시대 때의 명의로 이름은 진월인(秦越人)이..

삶의나침반 2025.06.10

춘분 / 정양

출근하면서 연구실 문을 잠근다누가 문을 두드려도 시늉도 하지 않으리라마침 강의도 없다 밖에 안 나가려고쉬야도 세면대에 하고 점심 저녁 쫄쫄 굶고앉았다 일어났다 눈 감았다 떴다 어둡도록불도 안 켜고 무슨 쭘뼝인지 나도 모르겠다나를 위해서든 누굴 위해서든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세월이 옹골질 것 같다봄날이 오든 가버리든 밤낮이 길든 짧든내버려둬라 내비둬라 냅둬라 낯익은 말투로시간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나도세월을 포기하면서 뒨전거렸다퇴근은 해야지 싶어 하루 종일아무도 두드린 일 없는 문을 멋쩍게 열고 밖에 나선다갈 데가 집뿐인가 집뿐인가 주억거리는 주차장 불빛에산수유꽃 몇 그루 빈 주차장보다 더 적막하게 피어 있다 - 춘분 / 정양 지난주에 정양 시인이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은 우석대..

시읽는기쁨 2025.06.09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의 산문집이다. 제목처럼 작가가 그간 살아왔던 집을 소재로 해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 '나의 집과 시간들'은 작가가 성장기를 보낸 고향의 시골집에 대한 이야기다. '내 미운 부로꾸집' '아궁이에 물을 푸며 책을 읽다' 같은 제목처럼 가난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 애틋하고 안스럽다. 작가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내가 과연 행복했던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몸을 가눌 길 없이 행복에 겨워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행복했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2부 '집을 찾아서'에서는 성인이 되어 내 집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현재 작가는 전남 담양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집에 살면서도 내 집인 적이 없었던 집, 집이란 무엇인가를..

읽고본느낌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