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685

1407a(6)

석양을 보러 왔을까두 연인 오래 서 있다 꼭 잡은 손놓을 줄 모르고 바닷물과 땅이줄다리기하는 해변 제부도 매바위는천만년째 묵언수행 중 (140701)   시멘트 틈흙 알갱이 몇 개 품고 나는 세상에 나왔어 왜 하필 여기가 내 자리야불평하지 않아그냥 최선을 다할 뿐 싹을 틔우는 그곳이 내 터전거기서 시작하는 거야 언젠가는단단한 시멘트 벽도 무너질 거야내 힘으로 그렇게 하고 말 거야 (140702)  "나마스떼""비스따리 비스따리" 그 목소리 귓전을 울린다 그리워라히말라야! 다시 가고 싶다히말라야! (140703)   신기하다 이 고운 빛깔이여태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게 (140704)   만화경에 홀린 때 있었지 뜯어보니색종이 몇 장 속았구나! 세상도 이렇게시시한 걸까, 라는 의문 지금까지도 (14070..

포토앤포엠 2025.03.29

여수천 개나리

분당 여수천과 탄천에 개나리가 활짝 폈다. 봄은 풍경을 시시각각 바꿔놓는다. 지난주에는 마른 나뭇가지더니 한 주만에 노란 꽃무리로 변했다. 약속 시간만 아니었다면 여기서 한참을 놀았을 것이다. 100년 전에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한탄했다. 개나리 핀 여수천을 걸으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상심에 젖었을 시인을 생각했다. 지금은 우리 가슴 속에서 '봄'이 더욱 빛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라고 절망할 일인가. 시의 끝 대목은 이러하니...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꽃들의향기 2025.03.28

소년의 시간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4부작 영국 드라마다. 각 에피소드가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하여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영화 '1917'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남아있어서다. 원테이크는 촬영 난이도가 높은 반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해 준다. 몰입해서 본 '소년의 시간(ADOLESCENE)'이었다. 제이미라는 13세 소년이 동급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드라마는 집에 있는 제이미를 긴급 체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cctv에 범행 장면이 찍혔기 때문에 경찰은 주저없이 체포한다. 그 뒤로 구금하고 심문하며 심리 상담을 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진다. 경찰은 범행의 동기를 밝히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 조사를 벌인다. 드라마를 보면서 SNS에 의한 학교 내의 폭력과 왕따가..

읽고본느낌 2025.03.28

설렘을 잃은 봄

봄이 왔건만 봄의 설렘을 잃었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매해 버릇처럼 쓰는 말이지만 올해는 각별하다. 왜 그런지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헌재 밀실에 숨어서 그분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뒷산에 올랐다. 산길 초입에서부터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가 반겼다. 아무리 시절이 수상해도 봄이 되면 피는 꽃이 반갑지 않으랴. 인간 세상의 혼탁과 무관하게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박새 소리도 정겨웠다. 너희들은 여전하게 그 모습 그대로구나.  영남 지역에는 산불 피해가 크다. 스무 명이 넘는 인명 피해에다가 사라진 삼림과 숲의 생명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뒷산 정상부의 괭이눈도..

사진속일상 2025.03.27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여부 선고를 석 달 넘게 끌고 있다. 변론이 끝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법 위반 사안이 워낙 분명해서 어렵지 않게 인용 결정을 할 줄 알았다. 그 사이에 기묘한 법리 해석으로 윤석열이 풀려났다. 이러다가는 탄핵 기각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마저 든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에 망조가 든 게 아닌가 싶다. 드러나지 않은 어둠의 세력에게 나라가 잡아먹히는 것 같다. 거룩한 법복을 입은 판사님들의 방망이만 지켜봐야 한다니 슬프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어찌 좌우 진영의 문제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오만방자한 자를..

길위의단상 2025.03.26

사기[40]

난포가 사신으로 제나라에 갔을 때 한나라는 팽월을 불러 모반죄를 물어 삼족을 멸하고, 팽월의 머리를 낙양에 매달아 놓고 다음과 같인 조서를 내렸다."감히 그의 머리를 거두어 돌보려는 자가 있으면 체포하라."난포는 제나라에서 돌아오자, 팽월의 머리 앞에서 사신으로 갔던 일을 아뢰고 제사를 지내며 통곡했다. 관리가 난포를 체포하고 그 사실을 고조에게 아뢰었다. 고조는 난포를 불러 꾸짖어 말했다."네놈도 팽월과 같이 모반하였느냐? 내가 그놈의 머리를 거두지 못하도록 했거늘 네놈만이 제사를 지내 주고 통곡하니 팽월과 함께 모반한 것이 분명하다. 저놈을 빨리 삶아 죽여라." - 사기(史記) 40, 계포난포열전(季布欒布列傳)  계포와 난포 두 사람의 열전이다. 둘 중 난포는 한나라 개국공신인 팽월과 친구 사이였다...

삶의나침반 2025.03.25

1406(6)

허덕이고 삐걱대던 삶흘려보내고 너에게로 가고픈 바람도날려버리고 이젠 정물의풍경이 되었다 편안하다 (140601)   사람들은 모를까햇빛만 쨍쨍하면세상이 사막으로 변한다는 걸 사람들은 기도한다맑은 날만 계속되고먹구름은 다가오지 않기를 조물주는 인자하시다그림자가 없으면 빛이 아니라고우리의 어리석은 청에는 고개를 돌리시니 (140602)   깨끗이 닦아가지런히 놓아 둔누군가의 손길 같은 마음으로살고 싶다 (140603)   감미로운 추억과는결별하기로 했다 쓸쓸함도 아름답다는 걸배우기로 했다 그대를 떠나보낸 뒤 (140604)   장마중에 태어나는하루살이도 있다 이 세상에태양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눈을 떠서는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거센 물결에 휩쓸려 사라진다 흔적도 없다 (140605)   내 노동으로살아가겠..

포토앤포엠 2025.03.24

봄의 노래 / 챗GPT

차가운 겨울 지나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새싹이 고개를 내밀어세상의 숨결을 깨운다 바람은 살랑살랑꽃망울을 흔들며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온갖 색깔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늘은 더 푸르고구름은 솜사탕처럼부풀어 오르며우리의 마음도 함께 뛰어오른다 작은 생명들이땅을 뚫고나와자연의 리듬에 맞춰소중한 존재를 노래한다 봄은 설레임의 시작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는 때우리는 그 속에서새로운 꿈을 꾼다 이제, 함께 걸어가자봄의 길을 따라생명의 약동을 느끼며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 봄의 노래 / 챗GPT  심심풀이로 챗GPT에게 시를 하나 짓도록 해 보았다. 지시어는 "봄을 소재로 해서 시를 한 편 만들어 줘. 봄을 맞는 설렘과 생명의 약동을 잘 나타내주면 좋겠어"였다. 3초 정도 지나니 이런 시가 나왔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시읽는기쁨 2025.03.23

인어공주

요사이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16부작인데 완성되면 몰아서 볼 예정이다. 지인이 이 드라마와 배경이 같고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라며 '인어공주'를 먼저 보라고 추천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 있었다. '인어공주'는 2004년도에 나왔으니 어느덧 20년도 더 된 영화다. 전도연과 고두심이 주연으로 나온다. 이런 오래된 영화는 배우들의 옛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인어공주'에는 고인이 된 이선균의 젊었을 적 모습도 보인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나영(전도연)은 억척스러운 엄마(고두심)와 너무 착해서 갈등을 빚는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 아빠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대학을 가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어느 날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읽고본느낌 2025.03.22

토지(17, 18)

일제가 진주만을 기습해서 미국에 도전하지만 전세는 기울어진다. 국민총동원령을 내려 조선인 강제 징용과 징병제를 실시한다. 요주의인물에 대한 예비검속령으로 김길상, 서의돈, 유인성, 선우신 등이 감옥에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숨 죽이며 사태를 관망한다. 일제의 패망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쭉 그래 왔지만 소수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방관자로 살아간다. 민족의식을 가진 지사들은 대부분 시대의 제물이 되어 망가진다. 17, 18권에 나오는 여옥과 명빈이 대표적이다. 둘은 운동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몸이 점차 회복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등장인물은 2, 3세대가 주역이 된다. 자주 나..

읽고본느낌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