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건만 봄의 설렘을 잃었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매해 버릇처럼 쓰는 말이지만 올해는 각별하다. 왜 그런지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헌재 밀실에 숨어서 그분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뒷산에 올랐다. 산길 초입에서부터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가 반겼다. 아무리 시절이 수상해도 봄이 되면 피는 꽃이 반갑지 않으랴. 인간 세상의 혼탁과 무관하게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박새 소리도 정겨웠다. 너희들은 여전하게 그 모습 그대로구나.
영남 지역에는 산불 피해가 크다. 스무 명이 넘는 인명 피해에다가 사라진 삼림과 숲의 생명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뒷산 정상부의 괭이눈도 어김없이 피어났다. 벌써 14년째 매해 봄이면 같은 곳에서 만나는 꽃이다.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다. 달라지면서도 여일한 그 모습에 감사한다.
올 들어 처음 뒷산 꼭대기까지 갔다 왔다. 오랜만의 걸음이었는데 크게 힘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산에 들 때는 울적했는데 산길을 걸으면서 피어나는 작은 생명들을 보며 큰 위안을 받았다. 내 의지 밖에 있는 세상사에 너무 괘념치 말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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