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꽃 남쪽 지방에 와야 차꽃을 만난다. 북쪽에 사는 나에게는 귀한 꽃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본다. 꽃술이 엄청 많고 풍성하다. 끝에 달린 노란 꽃밥도 마찬가지다. 꽃이 동백과 닮았는데 차나무가 동백나무속이니 둘은 아주 가까운 관계다. 주위에는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고 연신 꿀벌이 찾아든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꽃이지만 누구에게는 특별한 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차꽃처럼. 꽃들의향기 2024.11.17
팔손이 거제도 바닷가에서 본 팔손이나무 꽃이다. 화분에서 키우는 팔손이는 봤으나 노지에서 자라는 팔손이는 처음이다. 좁은 땅이지만 남쪽에 내려오니 식물 생태가 다르다. 팔손이는 말 그대로 잎이 여덟 갈래로 갈라져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홉 개로 갈라져 보인다. 지금은 꽃봉오리가 맺혀 있고 좀 있으면 활짝 필 것이다. 형태가 산수유와 비슷하며 흰색이다. 꽃들의향기 2024.11.17
동강 코스모스 동강시스타 앞 강변에 코스모스가 활짝 폈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가 만난 코스모스 꽃밭이다. 전날 정선의 단풍이 아쉬웠는데 뜻하지 않게 이곳 코스모스에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여기처럼 키 작은 코스모스를 '왜성코스모스'라 부르는가 보다. 키가 작으니 훨씬 더 귀여워 보인다. 어릴 적 추억 속 코스모스는 몸이 파묻힐 정도로 컸다. 이 코스모스는 높이가 4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코스모스 산책로를 걸으며 소년 시절 신작로를 따라 피어 있던 코스모스를 떠올렸다. 코스모스 꽃잎을 따서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 보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짧았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얄미운 꽃, 코스모스다. 꽃들의향기 2024.11.02
구리 토평 코스모스(2024) 구리 코스모스 축제가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축제 시작 전날 코스모스 꽃밭을 미리 찾아보았다. 축제 기간은 도떼기시장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코스모스만큼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꽃이 있으랴.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면 아늑한 유소년 시절의 품으로 돌아가 안기게 된다. 연말에 1단계가 개통하는 세종포천고속도로에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고덕토평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덕토평대교는 한강의 33번째 다리다. 이 다리 공사로 전에 비해 코스모스 꽃밭이 많이 줄어들었다. 올 겨울에는 이 다리를 이용하면 두루미를 보러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4.10.11
불갑사 꽃무릇(2024) 올해는 불갑사 꽃무릇의 개화가 늦었다. 예년 같으면 9월 중순에 꽃무릇 축제를 여는데 더위가 늦게까지 지속된 탓에 때가 맞지 않았다. 열흘 넘게 미뤄진 하순에서 10월 초순이 한창이 되었다. 마침 이 시기에 전주에 있던 차라 2024년의 불갑사 꽃무릇을 구경할 수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속에서 빨강의 물결을 헤치듯 거닐었다. 선운사 꽃무릇과 쌍벽을 이룰 만한 광경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10.07
올림픽공원 벌개미취 30분 정도 올림픽공원을 산책했다. 모임에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공원에 핀 꽃을 느긋하게 살펴 볼 여유는 없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눈맞춤을 한 벌개미취다. 아침에 내린 비의 흔적이 아직 꽃잎에 남아 있었다. 벌개미취를 보니 가을이 한 발짝 더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벌개미취는 가을이 왔음을, 구절초는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준다. 올가을은 고운 보라색 벌개미취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맞는다. 더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너 또한 아름답다고 여린 벌개미취가 가만히 내 귀에 속삭여주는 말을 들었다. 꽃들의향기 2024.09.02
습지생태공원의 늦은 연꽃 시내에 나간 길에 잠깐 습지생태공원에 들렀다. 올 여름 들어 습지생태공원에 들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 연꽃이 늦게 핀다는 소문대로 넓은 연밭에는 연꽃이 만개해 있었다. 한창때가 지나기는 했으나 8월 하순에 이 정도의 연꽃을 볼 수 있다니, 감사했다.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길에 떨어진 낙엽만 봐서는 벌써 가을이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쨌든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너는 오늘도 참 예쁘다!"가만히 따라서 속삭여본다. 입술에는 살포시 미소가 감돈다. 꽃들의향기 2024.08.28
보훈공원 무궁화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주변에서 무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무궁화는 나라꽃이라는 특별한 지위만큼 사랑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예전에 무궁화를 키우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말렸다. 진드기 같은 벌레가 많이 꼬여서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무궁화는 꽃은 아름답지만 꽃나무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가로수로도 심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동네 보훈공원에 가면 조형물 둘레로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지난달부터 두 달 가까이 연이어 피고지고 하는 무궁화를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새 꽃봉오리가 만들어지고, 일찍 피었던 다른 쪽에서는 씨가 맺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무궁화는 '무궁'하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 쉼 없이 피고지고 또 피고 하는 것이 우.. 꽃들의향기 2024.08.09
물무궁화 동네 골목길 빈터에 몇 송이가 자라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부용인가 싶었는데 네이버 렌즈로 검색해 보니 물무궁화라 부르는 꽃이다. 원산지는 미국 남동부 지역이고 아욱과 무궁화속이다. 무궁화, 부용 등과 사촌 쯤 된다.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한다고 앞에 '물'자를 붙인 듯하다. 이 꽃은 단풍잎촉규화로도 불린다. 촉규화(蜀葵花)를 직역하면 '촉나라 해바라기꽃'이다. 촉규화는 접시꽃으로 알려져 있다. 다들 같은 아욱과이니 생김새가 비슷하다. 물무궁화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여름꽃이다. 진한 붉은색은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닮았다. 물무궁화는 지금 같은 장마철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반가울 것이다. 곁을 지날 때마다 이제는 네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겠다. 꽃들의향기 2024.07.29
도로변 자귀나무 자주 이용하는 버스정류장 옆에 자귀나무 한 그루가 있다. 차가 쌩쌩 달리는 4차선 도로변에서 소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다. 여름이 되니 분홍색 꽃을 피워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지나가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꽃잎은 쉼없이 흔들린다. 자귀나무 꽃은 비단이 연상될 고운 색깔을 띄고 있다. 미풍에도 한들거릴 만큼 가늘고 부드럽다. 자귀나무는 꽃만 아니라 가지런한 잎도 예쁘다. 기품 있고 우아한 모습이 고급 정원수에 어울리건만 험한 도로변이 있을 곳은 아닌 것 같다. 분별을 일삼는 인간의 생각이겠지만. 원뜻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귀나무의 '자귀'를 나는 '自貴'로 읽는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긴다" - 꽃 이름에서도 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꽃들의향기 2024.07.27
2024 세미원 연꽃 올해 세미원 연꽃은 끝물에 가서인지 시원찮았다. 넓은 연밭에서 제대로 형태를 갖춘 연꽃을 찾기 힘들었다. 꽃이 그래선지 세미원 관리도 엉성해 보였다. 아내와 같이 가서 세미원에서 두물경까지 왕복 걸음을 했다. 수련, 빅토리아연, 빗물 담은 연잎.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장마철이어선지 팔당호 주변은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앞 벤치에 귀여운 조형물이 생겼다. 양평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봄처럼 따스한 양평'이라는 뜻의 '양춘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손에 핫도그를 들고 있다. 옆에 앉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포근한 모델이다. 꽃들의향기 2024.07.23
원추리 밤골에 살 때 집 주변에 원추리를 심었다. 노란색의 각시원추리였다. 이웃에서 구근을 줬는데 밤골 생활 초기만 해도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괜찮았다. 원추리 꽃은 좋았는데 줄기에 진드기가 까맣게 붙어 징그러웠다. 원추리를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원추리가 한자로는 훤초(萱草)다. '훤' 발음이 '원'으로, '초'가 '추'로 변한 뒤 접미사 '리'가 붙어 원추리가 되었다는 추론이 그럴듯하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원추리'라고 발음하면 어쩐지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원추리의 다른 이름이 망우초(忘憂草)다. 비슷한 글자인 '훤(諠)'이 '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옛날에는 원추리를 집안 깊숙한 내당 뜰에 심었다고 한다. 아녀자들이 이 꽃을 보며 근심과 걱정을 잊었다는 의미일지 모른.. 꽃들의향기 2024.07.07
꽃아까시 서후리숲에서 붉은색 꽃이 피는 아까시나무를 처음 보았다. 공식명이 '꽃아까시나무'다. 아까시를 흔히 아카시아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아카시아는 호주 원산의 상록수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북미가 원산인 흰 꽃의 아까시나무는 1891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번식력이 좋고 잘 자라 전역에 급속도로 퍼졌다. 붉은 꽃을 피우는 꽃아까시나무는 그로부터 30년 후에 관상용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꽃아까시도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었다. 꽃아까시는 흰색의 아까시보다 꽃이 크고 화려하다. 관상용으로 기르면 색다른 맛이 날 것 같다. 붉은색의 아까시꽃이라는 게 아직까지는 신기하니 말이다. 꽃들의향기 2024.05.28
씀바귀 & 고들빼기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구별할 때 종종 헷갈린다. 꽃은 거의 똑같아서 분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을 나누자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우선 꽃에서 다른 점은 씀바귀는 꽃 가운데에 있는 꽃술에 검은색을 띠는 부분이 있지만 고들빼기는 전부 노란색이다. 윗 사진에서 왼쪽이 씀바귀이고 오른쪽이 고들빼기다. 잎을 보면 더 정확하게 차이가 난다. 고들빼기 잎은 줄기를 감싸고 달려 있어 씀바귀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씀바귀와 고들뻬기는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해가 되면 또 긴가민가해진다. '감싼 잎 = 고들빼기'라는 등식을 그 사이에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물어보거나 도감을 찾아보는 일이 상례가 되었다. 전주 처갓집에 가면 장모님이 해 주시는 음식 중에 고들빼기무침이 맛있.. 꽃들의향기 2024.05.20
탄천 붉은토끼풀 요사이 탄천 둔치에는 붉은토끼풀(red clover)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한참을 걸어도 끊어질 줄 모르는 붉은토끼풀 꽃밭이다. 우리가 클 때는 거의 흰색의 토끼풀이었는데 이제는 붉은토끼풀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붉은토끼풀은 토끼풀에 비해 키나 꽃이 더 크다. 이만한 생장력이면 목초지의 사료용 식물로는 최상일 것 같다. 붉은토끼풀은 연등을 닮았다. 마침 붉은토끼풀 꽃이 필 때가 부처님 오신 날과 겹친다. 5월이면 자연이 만든 붉은토끼풀 연등으로 산책길이 환하다. 굳이 네 잎 클로버를 찾지 않아도 이 아름다운 연등 꽃밭을 볼 수 있음이 하늘이 우리에게 준 행운이 아니겠는가. 꽃들의향기 2024.05.18
집 앞 산딸나무 아파트 단지 안에는 여러 꽃나무가 있어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을 볼 수 있다. 5월은 산딸나무 꽃과 함께 하는 시기다. 왜 이름이 '산딸'인지 가을이 되면 알게 된다. 삘갛게 익는 열매가 딸기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은은한 백색의 꽃잎은 넉 장으로 십자 모양을 이룬다. 기독교의 상징과 비슷해서 서구인이 사랑할 만한 꽃이다. 그런데 여어로는 '도그우드(Dogwood)'로 불린다. 아무리 그래도 '개나무'라니, 이 나무 껍질 즙으로 개의 피부병을 치료해서 그리 명명되었다고 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식물 이름은 좀 엉뚱한 데가 있다. 꽃만 본다면 더 멋진 이름을 가져도 좋으련만. 꽃들의향기 2024.05.16
꽃댕강나무 청와대의 오운정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코를 흠흠거리며 향기를 따라가니 꽃댕강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 가까이 다가가니 라일락 닮은 진한 향내가 코를 찔러 흠칫 뒤로 물러나야 했다. 친구가 꽃댕강나무에 대한 자료를 찾아줬다."꽃댕강나무는 이른 봄, 진한 녹색의 작은 잎을 단 가느다란 가지가 나올 때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여름에 들어서면 가지 끝에 꽃이 피는데, 길이 2cm 정도의 작은 나팔 모양의 붉은보랏빛 꽃통은 녹색 잎과 대비된다. 이 꽃통은 끝이 다섯 개로 갈라지면서 지름 1cm 정도의 하얀 꽃이 피어 늦가을까지 꽃피기를 계속한다. 꽃에서 강한 향기를 내뿜어 금방 꽃댕강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꽃댕강나무는 다른 댕강나무가 낙엽이 지는데 반해 반상록이므.. 꽃들의향기 2024.05.12
국수나무꽃 경복궁 건청궁 옆에 있는 녹산에서 꽃으로 덮인 국수나무를 봤다. 이렇게 무더기로 화려하게 핀 국수나무꽃은 처음이었다. 식물 공부를 하던 초창기에 꽃 선생이 국수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던 기억이 난다. 산길을 헤매다가 국수나무를 만나면 인가가 가까웠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된다는, 옛사람에게는 고마운 나무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열면 되겠지만. 국수나무꽃은 귀엽고 앙증맞다. 가운데 노란 수술이 꽃잎 같이 보이면서 국수나무꽃의 포인트가 된다. 꽃 이름에 음식이 들어가면 과거 선조들의 배 고팠던 시절이 떠올라 애틋한 감정을 갖게 한다. 이름 때문일까, 뭔가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국수나무꽃이다. 꽃들의향기 2024.05.10
비 온 뒤 마가렛 어떤 꽃을 보면 특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에게 마가렛은 흰 복장을 한 정결한 수녀를 연상시킨다. 오래전 어느 수녀원 뜰에서 본 마가렛 꽃밭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사흘 동안 계속 봄비가 내렸다. 남쪽 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컸다는 보도를 봤다. 이런 험한 봄비는 이례적이어서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꼴이 아니길 바라지만.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짧은 산책을 했다. 근린공원에는 비에 젖은 마가렛 꽃이 몸을 말리지 못한 채 피어 있었다.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더욱 청초해 보이는 비 내린 뒤의 마가렛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05.08
애기말발도리 수원 자동차등록소 화단에서 만난 꽃이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꽃 무더기를 이루며 하얗게 피어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특정할 수 없었는데 네이버 렌즈로 검색해 보니 애기말발도리가 맞는 듯했다. 다른 말발도리에 비해 더 귀여우니까 '애기'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키도 낮은 편이다. 애기말발도리는 작은 흰색 꽃이 가지에 오밀조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꽃말이 '애교'로 이 꽃과 잘 어울린다. 집에서 화분에 키워도 좋을 것 같은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4.05.04
소래풀 소래풀꽃은 유채꽃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 겉보기로는 유채와 닮은 점이 많아 '보라유채'라고도 불린다. 유채와 소래풀은 같은 십자화과에 속하니 계통상으로는 근연관계에 있는 종이다. 유채처럼 나물로 먹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소래풀도 유채처럼 넓은 면적에 대량으로 기르면 비슷한 분위기를 낼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채와 섞어서 꽃밭을 만들면 좋을 듯하다. 유채나 소래풀이나 낱개보다는 군락으로 있어야 더욱 빛이 나는 꽃이다. 전주천에서 처음 만난 소래풀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04.18
문수사 겹벚꽃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문수사(文殊寺)는 겹벚꽃으로 유명하다.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마침 겹벚꽃 때와 맞아 문수사를 찾았다. 봄비 내리는 평일이라 겹벚꽃 명소지만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비를 맞은 벚꽃 색깔이 더 진해 보여 나에게는 안성맞춤의 날이었다. 겹벚꽃은 벚꽃이 지고나서 핀다. 꽃 색깔은 분홍색이다. 문수사 겹벚꽃은 대략 4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활짝 핀다. 같은 종류지만 겹벚꽃은 벚꽃과는 완연히 느낌이 다르다. 화려하고 풍성한 복사꽃을 보는 듯하다. 올해는 이곳저곳 아름다운 봄꽃을 자주 만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24.04.16
정충묘 자목련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있는 정충묘(精忠廟)는 병자호란 때 나라를 위해 순국한 장군들의 절의를 기리고 제를 드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당시 남한산성에 포위되어 있는 인조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서 청나라 군사들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허완을 비롯한 4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정충묘에는 자목련 숲이 있어 봄이 되면 목련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차를 타고 지나다가 갓길에 세우고 들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목련 숲을 만나기가 흔치 않다. 마침 때가 제일 잘 맞을 때 찾아본 정충묘 자목련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04.11
우리 동네 벚꽃(2024) 2024. 4. 8, 해가 갈 수록 나무가 자라면서 벚꽃이 풍성해진다. 단지 안에서 열리는 화려한 봄 잔치다. 2024. 4. 9, 근린공원의 벚나무는 초록잎이 돋아나며 꽃이 지기 시작한다. 바닥에는 하얀 꽃잎이 눈처럼 쌓여간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떠나가려는가 보다. 무상한 인생사처럼. 꽃들의향기 2024.04.10
남한산성 얼레지(2024/4/8) 얼레지가 지고 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남한산성을 찾았다. 사기막골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 능선 왼쪽으로 가면 검단산이 나오는데 이 주변에 얼레지가 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피는 얼레지다. 얼레지를 처음 본 것이 30년 전 천마산에서였다. 그때 첫 느낌이 "참 당돌한 꽃이구나"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꼿꼿이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과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꽃 모양이 연 날릴 때 실을 감는 도구인 얼레와 비슷하다고 해서 얼레지란 이름이 붙었다고 옆의 선배가 설명해 주었다. 나는 내심 마를린 먼로가 떠올랐다.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간 명장면 말이다. 얼레지의 젖혀진 꽃잎이 꼭 그러했다. 그 뒤로 거의 매해 여러 산에서 얼레지를 만났다. 얼레지는 언제 봐도 찬.. 꽃들의향기 2024.04.09
아차산 벚꽃 아차산 등산을 계획했었으나 벚꽃에 취하는 바람에 산은 잊어버렸다. 워커힐 주변을 돌며 만개한 벚꽃 속에 묻혔다. 활짝 날개를 편 봄의 품에 안긴, 포근하고 아련했던 시간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04.06
탄천 벚꽃(2024) 모임이 있어 분당에 나간 길에 겸하여 탄천에 들렀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하면서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런 봄 풍경을 마주하고 어찌 생(生)을 찬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문장은 딱 이 하나로 족하다. "What a wonderful world!" 꽃들의향기 2024.04.05
뒷산 진달래(2024) 뒷산에도 진달래가 활짝 폈다. 진달래가 폈다는 것은 봄이 곁에까지 다가왔다는 신호다. 매화나 산수유가 봄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진달래가 펴야 제대로 봄이 온 것 같다. 이제 다음 차례은 벚꽃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농익은 봄이 기다린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에 진달래를 감상하며 뒷산길을 걸었다. 이른 봄철 뒷산에는 산길을 따라 진달래가 곱게 핀다. 아직 산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분홍색 진달래는 나무들에게 어서 빨리 잠에서 깨어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진달래를 보면 철없이 뛰놀던 소년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 고향 뒷산에도 봄이 찾아오면 진달래가 피어났다. 온 산을 돌아다니다가 허기가 지면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다시 내달렸다. 진달래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런 게 둔갑술.. 꽃들의향기 2024.03.31
동네 매화 우리 동네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녘 매화 축제는 보름 전에 열렸지만, 여기는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곳까지 찾아와 준 봄이 기특하고 고맙다. 동네에서 만나는 매화는 아파트 단지 안에 조경수로 심은 것이다. 백매가 제일 많고 홍매와 청매가 한 그루씩 있다. 그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홍매다. 수줍은 듯 발갛게 물든 색깔이 곱다. 올해 각 지자체에서 벚꽃 축제를 잡았지만 꽃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요사이 흐리고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벚꽃 개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벚꽃 축제를 일주일 연기하면서 이런 사죄 문구를 올렸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제 열흘 뒤면 총선이다. 집권당의 답답함도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죽을죄를 졌습.. 꽃들의향기 2024.03.29
우리 동네 첫 산수유꽃(2024/3/10) 우리 동네에도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했다. 남녘에서는 만개한 꽃소식이 들리지만 여기는 아직 봄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나무 꽃 중에서는 산수유가 제일 먼저 춘신(春信)을 전해준다. 옆에 있는 목련은 꽃봉오리가 기름칠을 한 듯 반들반들하다. 얼마 안 있어 터지기 시작하면 바라보는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 것이다. 겨울 잠바를 입고 외출했더니 등에 땀이 배었다. 봄이 성큼 가까이 왔다. 꽃들의향기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