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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나만 힘든 게 아냐. 쉽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어.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파서 그래. 도시의 불 켜진 창들을 봐. 불빛마다 어떤 사연들이 있을지 상상해 봐. 반짝인다고 다 화려하진 않아. 슬픔은 눈에 안 보이는 데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진짜야. 그러니 울지 마. 눈물을 닦아. 바람 불지 않는 들판은 없잖아. 바람이 불면 신나게 맞아주는 거야. 옷자락 휘날리면서 한바탕 웃어주는 거야. (140914) 격렬한 마찰 뒤의달콤한 후희 안단테안단테 (140915) 바람이 불면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차르르 차르르 웃었지 둑방에강변에신작로에 우린 언제 저렇게 키가 클까까마득히 올려다 보던 뒷밭에서 고추를 따오던 어머니가손수레를 놓고 땀을 식히기도 하던 어린 시절그 많던 미루나무는다 어디로 갔..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간 길에 배롱나무꽃을 보러 병산서원에 들렀다. 어머니가 병원 진료를 받는 동안 마침 적절한 시간이 주어졌다. 서원에 도착하니 아침 9시 반경이었는데 꽃사진을 찍으러 온 서너 명 외에는 관람객이 없었다. 한적한 가운데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 즈음의 서원은 배롱나무꽃에 묻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롱나무꽃은 꽤 오래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이곳 배롱나무도 8월 중순까지는 화사한 꽃 무더기를 선물할 것이다. 서원에는 많은 배롱나무가 있지만 제일 오래된 것은 수령이 380년이 되었다. 서원에 배롱나무가 심어진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을 알겠다. 다른 서원에도 배롱나무가 흔한 걸 보니 서원에는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던 것 같다. 병산서원의 중심인 만대루(晩對樓)는 개방이 되지 않아..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나흘을 지내고 왔다. 그동안은 건강했는데 이번에는 다리에 이상이 와서 걷기가 많이 불편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신단다. 차도가 보인다면 좋겠다. 걱정 외에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도 어머니의 일과는 여전하시다. 한시도 가만 계시지 않고 움직이는 양도 전과 다르지 않다. 있는 동안 같이 텃밭의 고추를 따서 건조기에 넣었다. 어머니를 볼 때마다 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어머니에게 삶이란 곧 일과 동의어다. 평생의 관성으로 굳어버려서 일이 곧 감옥이 되었다. 머릿속은 온통 자식 먹일 일로 가득하다. 자식이 바라지 않아도 아랑곳없다. 이 일을 어찌할꼬. 이웃집 고양이 가족이 늘 어머니 주변을 맴돈다. 먹을 것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어머니..

큰 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 시즌이 시작되었다. 햇볕을 쬐기 위해 일부러 한낮 시간을 골라 밖에 나섰다. 한 시간 정도 짧게 동네를 산책했다. 자주 고개를 들어 하늘의 여름 구름을 구경하면서~

추리소설 작가가 쓴 작품이어서 잔뜩 스릴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부를 넘어가니 완전히 다른 장르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가슴 훈훈한 휴먼 스토리에 빠져 들었다. 좀도둑으로 살아가는 세 아이가 도망을 가다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다. 가게는 문을 닫은지 30년이 되었다. 이곳에서 셋은 시공간이 교차하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과거의 사람이 보낸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 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멋진 기적을 만들어낸다. 은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썼다. 도서관에 갔더니 이 작가의 작품이 서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놀랐다. 엄청난 다작의 작가로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 따스한 인간애에 바탕을 둔 이 소설..

마른장마라고 했더니 지난주에 전국적으로 폭우가 퍼부었고 피해가 속출했다. 인명 피해만 30명이 넘었다. 산청 지방은 이틀 동안에 800mm가 쏟아졌다. 여러 지역의 강수량이 200년 만에 한 번 있을 정도로 많았다. 언론에서는 '괴물 폭우'라고 명명했다. 어쨌든 기상청에서는 이번 비를 마지막으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엿새만에 난 햇빛을 맞으러 밖으로 나갔다. 배낭에는 물과 과자를 챙겼다. 아직 다스려지지 않은 허리 결림을 걷기로 완화시켜 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약간의 자극이 왔다. 통증이 일주일 째니까 이제 가라앉을 때도 되었다. 이번 비로 목현천이 깨끗해졌다. 비 오기 전에는 녹조와 청태가 끼어 지저분했는데 비가 모두 쓸어내렸다. 이태 전까지 우리가 텃밭을 하던 곳에..
이런저런 근심 속에서 살아가는 게 인생살이다. 이 사바세계에서 근심 걱정을 떠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로가 서로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는 모두 근심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아닐까. 자잘한 개인사부터 집안 문제, 더 나아가 이웃과 크고 작은 공동체까지 우리가 접촉하는 대상은 많다. 문명은 그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현대인은 그만큼 머리가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뜻이다. 더구나 내 뜻대로 되는 세상사는 별로 없다. 욕망은 크지만 결과는 미흡하다. 아는 게 많을수록 근심 걱정은 늘어난다. 그러니 옛사람이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근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도 온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도 많다...
오이밭에는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산에 오면 산 소리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큰솔밭에 뻐꾸기 소리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논두렁에 물닭의 소리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定州 동림東林 구십여 리 하루 길에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 적막강산 / 백석 "동네에 있어도 적막강산이로구나!" 외할머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한탄하듯 자주 중얼거리셨다. 치매에 걸리기 전 고향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실 때였다. 사실이 그랬다. 집이 동네 가운데 있었지만 하루 종일 쳐다봐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농민들은 잠깐 들에 나갈 때도 차를 이용했다. 누구 하나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50%의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보우소나루에 대한 박해를 중지하라고 압박했다. 보우소나루는 룰라 정권에 의해 쿠데타 음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의 룰라가 자유당의 보우소나루를 아슬아슬하게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보우소나루는 근본주의 기독교의 지원을 받아 이전 대선에서 대통령에 뽑혔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브라질에 구현한다면서 엉뚱한 정치로 실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로나에 대한 대처였다. 예방이나 백신에 의존하는 대신 전 국민을 기도에 의지토록 하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되었다. 코로나로 무려 70만 명이나 희생되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열대의 묵시록(APOCALYP..
허리에 담이 왔다. 허리를 굴신하기 힘들고 걸으면 통증이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사흘 전에 증상이 나타나더니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우습게 봤는데 이번에도 만만찮은 놈이다. 왜 담이 왔는지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날 다른 때보다 과하게 걸었긴 했다. 그렇다고 담에 걸리다니, 그 정도의 유리몸이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과거에도 여름이면 가끔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추측건대 잠잘 때 과하게 몸을 뒤척인 결과라고 여겼다. 여름밤은 더워서 몸을 엎치락뒤치락하고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과한 몸동작이 근육에 자극을 주고 이상을 생기게 했을 수 있다. 이번 허리 담도 여름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사소한 계기로 인해 바깥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에 탈이 생긴다. 사는 게 그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