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100

뒷산 진달래(2024)

뒷산에도 진달래가 활짝 폈다. 진달래가 폈다는 것은 봄이 곁에까지 다가왔다는 신호다. 매화나 산수유가 봄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진달래가 펴야 제대로 봄이 온 것 같다. 이제 다음 차례은 벚꽃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농익은 봄이 기다린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에 진달래를 감상하며 뒷산길을 걸었다. 이른 봄철 뒷산에는 산길을 따라 진달래가 곱게 핀다. 아직 산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분홍색 진달래는 나무들에게 어서 빨리 잠에서 깨어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진달래를 보면 철없이 뛰놀던 소년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 고향 뒷산에도 봄이 찾아오면 진달래가 피어났다. 온 산을 돌아다니다가 허기가 지면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다시 내달렸다. 진달래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런 게 둔갑술..

꽃들의향기 2024.03.31

뒷산에 스며드는 봄

봄이 가까이 다가왔다. 스며드는 봄기운을 느끼려고 뒷산에 올랐다. 두꺼운 점퍼를 벗고 가벼운 바람막이 옷을 입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간질이고 바람은 땀을 식혀주기에 적당했다. 어느 해나 그러하듯이 뒷산의 봄은 생강나무꽃이 제일 먼저 보여준다. 진즉에 피었을 것이지만 당분간은 진노랑 색깔을 뽐내며 봄의 도래를 알릴 것이다. 꽃에 코를 대니 고운 향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흰털괭이눈도 수줍게 꽃을 피웠다. 얘는 해가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어 안타깝다. 어린 솔잎도 새 봄을 맞아 윤기로 반들거린다. 지금은 키가 두 뼘 정도 되지만 올해가 지나면 훌쩍 커 있을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박새의 지저귀는 소리도 연신 따라온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으로 뒷산에 찾아온 봄을 느껴본다. 봄..

사진속일상 2024.03.18

넉 달만에 뒷산을 걷다

어제는 갑자기 봄이 찾아온 듯 날씨가 따뜻했다. 전국의 낮 기온이 20도에 이르렀고, 곳곳이 2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길거리에는 반바지 차림의 젊은이도 있었다. 밖은 완연한 봄기운이었다. 따스한 기운에 이끌려 뒷산을 걸었다. 얼마나 겨울잠이 깊었는지 넉 달만이었다. 적당한 눈비가 찾아준 올 겨울이어서 물기 촉축한 산길은 폭신했다. 맨발 걷기를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났다. 아직 산의 나무들은 겨울 모습이었지만, 오감으로 느껴지는 봄소식이 날 이토록 설레게 하다니... 쯔쯧, 박새가 나뭇가지를 옮겨가며 노래 부르는 소리가 정겨웠고 양지바른 곳에 봄꽃이 피지 않았을까, 자꾸 두리번거렸다. 지지난주에는 홍릉에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인간 세상이 하 수상해도 어김없이 봄은 온다.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다.

사진속일상 2024.02.15

잎 떨군 자작나무

자주 다니는 나지막한 뒷산에서 길을 잃었다. 자작나무를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귀신에 홀리듯 진입로를 착각한 것이었다. 눈에 익은 데서도 이럴진대 큰 산이라면 어떠하겠는가. 늙어 총기가 흐려진다는 걸 산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뒷산에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다. 주 등산로에서 벗어난 3부 능선쯤에서 자란다. 수령이 오래 되지 않아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자작나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나는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밤골 생활을 할 때는 집 뒤에 자작나무를 10그루 정도 열을 맞춰 심었다. 오류선생(五柳先生) 도연명의 흉내를 내 본 것이다.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게 많이 내려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랫마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올라가..

사진속일상 2023.11.20

하찮은 것이 소중하다

아침에 비가 살짝 뿌리고 지나갔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다행히 곧 하늘이 개고 가을 양광이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자석에라도 끌리듯 밖으로 나가 뒷산길을 걸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을 몸과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면서. 8년 전에 일본 야쿠시마 트레킹을 할 때였다. 일본 사람들은 좁은 산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나면 길에서 비켜나 멈춰 서서 먼저 가도록 양보를 했다. 수십 명을 만났지만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너무 예의가 발라 황공할 정도였다. 하찮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적잖은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깨를 부딪치는 걸 마다하고 서로의 갈 길을 간다. 그때 일이 떠올라 오늘은 나도 산길에서 일본 사람 흉내를 내 보았다. 너댓 사람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반응이 재미있었다. 말로 표..

사진속일상 2023.10.21

가을 젖는 뒷산

가을이 안개비 내리듯 산하를 적신다. 뒷산에도 가을 기운이 스며들어 촉촉이 젖고 있다. 이 계절에는 혼자 산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누구라도 철인(哲人)이 되기에, '고독한 산보자'의 흉내를 내기에, 딱 알맞은 때가 아닌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겸허해 보인다.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함부로 라디오를 틀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계절의 분위기를 닮아갈 수밖에 없는가 보다. 가을 속에 잠겨드는 뒷산을 조심스레 걸었다. 소멸을 앞둔 존재들과 눈맞춤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래, 더 외로워도 괜찮은 거지!

사진속일상 2023.10.07

뒷산의 오색딱다구리

뒷산에서 자주 만나는 새는 오색딱다구리다. 뒷산에 오색딱다구리가 특별히 많이 서식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새에 비해 눈에 잘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다. 우선, 오색딱다구리는 몸집이 크다. 다음으로는, 내는 소리가 분명해서 쉽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오색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온 산을 울릴 정도로 크다. 또, 오색딱다구리는 사람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 할 일만 집중한다. 어제 뒷산에 들었다가 여러 차례 오색딱다구리를 만났다. 이번에는 오색딱다구리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봤다. 드문 광경이었다. 사전에는 '딱따구리'가 표준어로 나와 있지만, 학술 서적이나 새 도감에는 '딱다구리'라고 주로 쓴다. 사전과 상용어가 일치하지 ..

사진속일상 2023.09.24

여름 지나가는 뒷산

맨발 걷기 바이러스가 아내마저 감염시켰다. 저녁이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맨발 걷기를 하더니 오늘은 뒷산으로 진출하겠단다. 뭔가가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 유행처럼 번져 너나없이 따라 한다.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사람들이 쏠리는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삐딱이과니까. 맨발 걷기에 적당한 길을 안내해 줄 겸 아내와 함께 뒷산에 들었다. 석 달만이다. 여름이면 산모기 때문에 뒷산에 가질 못한다. 산길도 좋지만 산모기의 성가심을 나는 도저히 감내하지 못한다. 오늘도 어지간하면 되돌아오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은 정상까지 갔다. 대신 산모기를 쫓던 손수건은 어딘가에 흘려버렸다. 아내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뒷산에 올라 오랜만에 산기운을 쐬었다. 몸이 나른하면서 가뿐해졌다..

사진속일상 2023.08.27

맑고 바람 좋은 날

노동절 연휴의 끝, 맑고 바람 좋은 5월의 첫날이었다. 오랜만에 뒷산에 오르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금은 신록(新綠)을 지나 성록(盛綠)의 계절을 앞두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여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날은 내 마음도 하늘 높이 올라가는 풍선이 된다. 하늘 높은 데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지구별이 아닐까.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끝없이 끝없이 올라가보고 싶다. 꽃들은 서로 화내지 않겠지 향기로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싸우지 않겠지 예쁘게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겠지 사랑만 하니까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바람 불면 함께 흔들리며 어울려 피는 기쁨으로 웃기만 하네 다불어 사는 행복으로 즐겁기만 하네 꽃을 보고도 못 보는 사람이여 한철 피었다 지는 꽃들도 그렇..

사진속일상 2023.05.02

괭이눈 핀 뒷산

뒷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풀꽃은 괭이눈(흰털괭이눈)이다. 올해는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는 빠른 것 같다. 3월 중순인데 벌써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었다. 낮 기온은 15도까지 올라서 완연한 봄날씨다. 오전에 뒷산을 올라갔다 왔다. 봄기운이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는 이미 제비꽃, 꽃다지, 냉이꽃, 개불알풀꽃 등이 피어났다. 조금 더 있으면 봄맞이꽃도 보일 것이다. 내 곁에 성큼 다가온 봄에 어리둥절하다. 뒷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진달래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어치를 자주 만났다. 지저귀는 소리가 특이해서 귀여겨들었다. 건너편 산자락을 따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자꾸 연기되더니 내년 중반이 되어야 개통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이 열리면 북쪽으로는 포..

사진속일상 2023.03.18

봄의 초입에 뒷산 한 바퀴

어느덧 3월이 시작되었다. 남쪽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니 여기도 봄이 멀지 않았다. 뻣뻣해진 몸을 풀 겸 뒷산을 한 바퀴 돌았다. 구름이 잔뜩 낀 꾸무룩한 날씨였다. 올라갈 때는 작은 경사에도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이제 산과 가까워지기 위해 기지개를 켤 때가 된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산 풍경은 봄이 아직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낙엽 사이로 괭이눈 초록잎이 벌써 이만큼 자라 있다. 대지는 이미 생명의 약동으로 꿈틀대고 있다. 나무를 쪼고 있는 오색딱따구리도 만났다. 톡 톡, 하는 경쾌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 역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의 신호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뒷산의 진달래길은 곧 연분홍 꽃으로 장식되리라. 뒷산을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오늘만큼 몸이 무거웠던 적이 없었..

사진속일상 2023.03.02

뒷산 자작나무

동네 걷기를 하다가 산 능선을 넘어 이웃 동네로 가는 길을 택했다. 처음 가 보는 길이었는데 내려가는 산길에서 자작나무 군락지를 발견했다. 약 300평 정도 되는 면적에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줄기가 굵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라자면 10년은 족히 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밤골 집 뒤에 울타리 겸 해서 10여 그루를 심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면 벌써 20년도 더 되었으니 상당한 크기로 자랐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심었던 그 나무만은 다시 만나보고 싶다. 어쨌든 뒷산에서 뜻밖에 만난 자작나무가 무척 반가웠다. 처음 걷는 길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길 위에 나도 발을 포개며 동참한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다져지는 것이다..

사진속일상 2023.02.14

뒷산에서 겨울바람을 맞다

날이 풀어졌지만 새벽 기온은 -10도를 오르내린다. 낮기온 역시 영상으로 치고오르기는 벅차 보인다. 춥지는 않지만 싸늘하다. 겨울 냉기를 맞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응달진 산길에는 눈이 녹지 못하고 사람들 발에 밟혀 얼어 있다. 뒷산은 경사가 급한 곳 없이 온순해 걷기에는 지장이 없다. 일흔 줄에 들어서니 새해를 맞는 심사가 심드렁하다. 또한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슬픔이 짙다.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How sad it makes one feel to sit down quietly and think of the flight of the old year, and the unceremonious obtrusion oh the new year upon our notice! How many thing..

사진속일상 2023.01.04

10월 하순의 뒷산

10월 하순의 뒷산은 선방처럼 고요하다. 여름 지나 초가을까지 요란하던 풀벌레 소리도 희한하게 딱 그쳤다. 바람이 스치면 바싹 마른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길에 깔린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멀리 나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올해 단풍은 칙칙하다. 뒷산에 있는 단풍나무는 붉은 색깔이 드는 듯하다가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강수량이 적어서 많이 건조한 탓일까. 지난 두 주일은 바쁘게 지냈다. 둘째 주는 고향에 나흘간 가 있었고, 셋째 주는 바둑, 당구, 이웃 모임이 있었다. 평소에 비하면 나들이가 잦은 셈이었다. 그래선지 안정이 되지 못하고 뭔가 붕 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혼자의 산길이 고마웠다. 이때에야 비로소 위안을 받으면서 충만해진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무엇인지, 사람..

사진속일상 2022.10.24

가을을 기다리는 뒷산

여름이 떠나가기 싫은가 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높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를 조심해야 할 날씨다. 한 달만에 뒷산에 올랐다. 8월 이후로 코로나에 걸리고, 허리를 삐끗해서 몸이 많이 부실해졌다. 일흔이 넘으니 노화 현상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느낌이다. 이젠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도 쓰지 못하겠다. 산 입구의 햇빛을 잘 받는 나무에는 단풍물이 들기 시작했다. 산속은 여전히 여름이다. 가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산길의 사색을 끊는다. 가느다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숲에서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는 천둥만큼 크다. 한 친구가 단톡방에 새무엘 얼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올렸다. 이 시를 애송했다는 맥아더는 일흔 살에 한국전에 참전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다고 ..

사진속일상 2022.10.02

조심스레 산책하다

허리가 결린 지 일주일째다. 차도가 아주 느리다. 어제는 밖으로 나가 마을 주변을 조심스레 산책했다. 올해 후반부는 너무 어렵게 시작된다. 8월에는 코로나로 두 주일, 9월 지금에는 허리 통증으로 한 주일 넘게 힘들어하고 있다. 연례행사로 잊지 않고 날 찾아오는 병이 셋 있다. 감기, 허리 결림, 어지럼증이다. 셋의 공통점은 예고도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번 허리 결림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허리가 뻐근하며 몸을 제대로 굴신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꿈을 꾸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심하게 뒤척이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었다. 얼마 전의 꿈에서는 상대와 싸우다가 실제로 발차기를 하는 바람에 침대에 부딪힌 소리에 놀라 아내가 달려오는 소동이 있었다. 감기..

사진속일상 2022.09.15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다

뒷산 동쪽 구역에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넓이가 35만㎡나 되는 큰 공원이다. 그동안 시민의 휴식처가 없었는데 이제 제대로 된 공원이 생기는 셈이다. 공사 현장에 가 보니 산허리를 지나는 통행로가 나 있고, 시설이 들어설 부지 조성도 하고 있다. 자연 보존과 개발은 늘 딜레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을 만들자면 일정 부분 자연 훼손은 피할 길이 없다. 이 공원을 만드는 데도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70%가 넘어서 새로 개발하는 곳은 대부분 산림 파괴를 수반한다. 나 역시 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반기지만, 맨흙이 드러난 공사 현장을 보는 마음은 심란하다. 산 능선의 등산로도 사라졌다. 자주 쉬던 벤치가 전에 길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산 가운데로 진입하는 터..

사진속일상 2022.09.09

뒷산으로 쫓겨나다

이웃집 공사 소음이 심해서 뒷산으로 피난을 가다. 덕분에 오붓하게 초가을의 산길을 걷다. 계절이 변하니 산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숲에는 늦은 매미들의 세레나데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가 나지막이 울려퍼진다. 한여름의 주체할 수 없는 생명력은 부드러워지면서 전체적으로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산길을 따라 연이어 배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다가올 태풍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강력한 태풍으로 예고된 태풍 '힘남노'가 6일 오전에 남해안에 상륙한다고 한다. 3일 오후 1시 현재 힘남노의 위성사진이다. 대만 동쪽 해상에 있다. 중심기압 940hPa, 최대풍속 48m/s인 매우 강한 태풍이다. 내일은 더 발달하여 중심기압이 920hPa까지 내려간다. 초강력 태풍으로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6일에..

사진속일상 2022.09.03

녹음 속을 걷다

사람의 감정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상태는 완연히 다르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멜랑콜리해진다. 당기는 음식이 달라지면서 소화 기능도 연동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 며칠간은 날씨에 따라 희비의 진동폭이 컸다. 흐렸다 개였다를 반복하는 날, 뒷산에 올라 짙은 녹음 속을 걸었다. 습도가 높아 땀을 상당히 흘렸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했고 고개를 들면 환한 녹색의 나뭇잎이 살랑이며 반겼다. 뒷산의 털중나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피어났다. 청딱다구리 암수 한 쌍이 열심히 모이를 찾고 있다. 청딱다구리는 개미를 잘 잡아먹는다는데 소문대로 땅을 열심히 쪼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나를 별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이번에는 영상 위주로 뒷산을 기록해 봤다. 재미는 ..

사진속일상 2022.06.18

바람 좋은 날에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늘도 맑고 파랗다.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날씨의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다. 작은 배낭을 메고 가벼운 걷기에 나선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가 끝나고 1층이 올라가고 있다. 산길로 들어선다. 이쁜 산길이어서 뒤돌아 다시 갔다가 온다.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해가 다르게 변한다. 모두가 근래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이다. 내가 이사왔을 때 전부 공터였던 곳이다. 집을 저렇게 지어대는데도 집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세상 일은 참 불가사의하다. 산에서 내려와 경안천으로 향한다. 천 건너편의 아파트 역시 신축된 단지다. 이젠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 일생은 우리 국토가 아파트로 뒤덮이는 걸 ..

사진속일상 2022.06.14

5월 끝날에 뒷산 한 바퀴

5월 끝날에 뒷산 한 바퀴를 돌았다. 맑고 바람 선선한 날이었다. "좋다!" 산길을 걸을 때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 어제저녁에는 남파랑 걷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중학 동기 S,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고 온 지인 G와 통화를 했다. 둘 다 대단한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존경스러운 마음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나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다. 지금의 뒷산길에서는 S도 G도 부럽지 않다. 성취감이 없는 자족이 오히려 더 풍요롭다.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숲의 향기를 전해주고, 옆에 찾아온 새가 노래를 불러준다. 내 마음도 봄의 숲만큼 부풀어 오른다. 머리 위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새를 겨우 찾았다. 나무와 같은 보호색이어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확실하진 않으나..

사진속일상 2022.06.01

꽃 향기에 취해도 보고

이맘때 숲에 들면 꽃향기가 가득하다. 벚꽃이나 진달래 꽃잎은 떨어졌지만 향기의 여운은 아직 숲에 배어 있다. 아니면 새싹이 뿜어내는 향기인지 모른다. 나는 궁금해서 새로 돋아난 잎에 코를 바투 대 본다. 순한 뒷산길을 따라 느리게 걸었다. 이런 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따라서 순해진다. 세상의 각박한 다툼이 사라지는 길이다. 길가에 있는 돌탑에는 지나갔던 사람의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다. 사는 게 뭐 별 것 있겠는가. 돋아나는 초록잎, 그 사이로 살랑거리며 스치는 바람,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 자연은 그렇게 살아가라고 하지 않는가. 고개를 들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빈 공간을 본다. 나무들은 무슨 신호를 보내면서 타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걸까. 숲은 조화의 세계다. 깔개가 있다면 나무 아래 오래 누워..

사진속일상 2022.04.22

뒷산과 시내 야경

며칠간 바람 불고 비 흩뿌리며 봄날이 궂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였다. 아침을 먹고 상쾌하게 뒷산에 오르다. 식사를 하고 바로 나와선지 오르막 산길에서 몸이 무겁다. 한창 초록색 옷으로 단장 중인 뒷산은 봄 향기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에 아직 산벚꽃이 남아 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코로나 시절이 되면서 산길 인사가 줄어들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이런 날의 산길 걷기는 마냥 설레고 행복하다. 저녁에는 시내에 나간 길에 S22의 야경 테스트를 해 보았다. S22 카메라의 특장 중 하나가 야경 사진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장면에 따라 노이즈가 눈에 거슬리는 사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ISO가 굉장히 올라가고 셔터 타임이 느려질 텐데 이 정도..

사진속일상 2022.04.16

봄 맞는 뒷산

산 입구에서부터 박새가 맞아준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겨울철과 달리 맑고 경쾌하다. 산 중턱에서는 어치 네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있다가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날아간다. 어치는 깃털의 고운 색깔과 달리 목소리는 억세다. 어치의 지저귐 역시 활기에 차 있다. 산의 봄은 청각과 촉각으로 온다. 살짝 맺힌 땀을 씻어주는 바람의 느낌이 부드럽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봄이 한결 가까워져 있다. 저쪽에서 연치가 높으신 분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온다. 저분에게도 겨우내 간절히 기다린 봄이었을 것이다. 산길에는 사람의 발을 닮은 나무가 있다. 나무도 걷고 싶은 걸까, 꼭 껴안아준다.

사진속일상 2022.03.09

2022년 첫 뒷산

새해에 든 지 벌써 반 달이나 지났다고 푸념을 하는 동기에게 나는 속으로 한 마디 한다. 넌 참 재미나게 사는가 보다. 나에게는 새해의 시작이 한참 전의 과거로 멀게 느껴진다. "아직 반 달밖에 안 지났다고",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반 달이나'와 '반 달밖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생사에는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새해가 되었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올 들어 처음 뒷산을 오르면서 탐, 진, 치(貪, 嗔, 痴)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나이를 더할수록 또렷해지는 어두운 그늘이면서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다. 산길은 꼬불꼬불 이어진다.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온다. 꼭대기라고 여긴 곳이 눈을 들면 작은 봉우리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끝은 아니다. "나는 과..

사진속일상 2022.01.16

묵언수행 중인 뒷산

초겨울 뒷산은 묵언수행 중인 선방처럼 고요하다. 그 적요(寂寥)를 방해할까 저어되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처남 부부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연락이 왔다. 열이 나길래 미심쩍어 검사를 받았더니 부부가 동시에 확진이란다. 다행히 목이 간지러운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한다. 이웃의 한 분은 몸살기가 있어 약을 먹고 일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심해져서 병원에 갔는데 다음날 사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뒤에 확인이 되었는데, 원인 불명의 폐 손상에 의한 급사였다. 가까이 지냈던 한 분이 인생이 허무하다면서 엉엉 우는 걸 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곁에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졸지에 위급한 환자가 되기도 한다. 백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비..

사진속일상 2021.12.17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랐다. 그냥 집에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오랜만에 올라본 뒷산은 이미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뒷산에는 단풍나무가 없다. 8할 이상이 참나무 종류다. 그래서 가을 단풍은 황색이 주종을 이룬다. 같은 황색 계열이더라도 나무에 따라, 단풍 드는 시기에 따라 색깔이 무척 다양하다. 일 년 중 숲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단장을 할 때다. 뒷산은 가볍게 오른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오르니 다이어트를 한 뒤 마냥 가뿐하다. 그동안 등산으로 몸을 길들여놓은 원인도 클 것이다. 산 속은 온통 가을의 한복판이다. 이런 때 시 몇 편 꺼내 읽어보는 건 또 어떠리.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

사진속일상 2021.11.03

뒷산에서 본 가을 하늘

추석 연휴 첫날, 뒷산을 한 바퀴 돌다. 청명한 날씨에 초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이 정도면 뉴질랜드의 하늘이 부럽지 않다. 미세먼지 걱정을 잊은 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아직은 한낮 기온이 높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 탓인가 보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로 공기가 좋아진 걸 체감한다. 코로나와 미세먼지와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간 활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때문인지, 어쨌든 코로나 이후로 미세먼지나 황사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앉아 구름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산모기가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산길에서도 연신 수건을 휘두른다. 그래도 팔에 앉는 놈은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해야 한다. 10월은 ..

사진속일상 2021.09.18

늦여름 뒷산

입추가 지나니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시원하다. 가을이 다가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한여름 동안은 쉬었던 뒷산을 이제 다시 걸어본다. 산길은 새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로 가득하다. 이 역시 가을의 전령사다. 새와 달리 풀벌레는 날개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인간의 악기에 비유하면 현악기에 해당한다. 숲을 가득 채우는 풀벌레 소리는 제 짝을 찾으려는 간절한 아우성일 것이다. 새들은 이미 번식기를 지났고, 이제는 풀벌레들 차례다. 온갖 소리가 요란하지만 누가 내는 소리인지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바람이 땀을 식혀주지만 늦여름 산길은 덥고 빨리 지친다. 더해서 작은 날벌레와 산모기가 덤벼들어 성가시다. 내가 가는 길의 훼방꾼을 무시할 정도로 나는 관대하지 못하다. 손수건을 휘젓지만 금방 다시 앵앵..

사진속일상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