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14

폭싹 속았수다

한 달 전쯤 넥플릭스에서 몰아보기로 본 16부작 드라마다. 워낙 입소문을 탄 드라마라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다. 이런 류의 눈물에 호소하는 영상을 애호하는 편이 아니지만 아이유가 나온다고 해서 모니터 앞에 앉게 되었다. 아이유의 연기는 역시 눈을 사로잡았다. '나의 아저씨' 만큼은 못하지만. 너무 칭찬이 자자했던 드라마라 딴지를 걸자면 '폭싹 속았수다'는 21세기 신파극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가족애를 앞세워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형식이다.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드라마 전체에 넘쳐난다.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 애착/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마다 품안의 사랑에 너울거린다." 누구의 말인지는 잊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이 대사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본다. "내가 너..

읽고본느낌 2025.05.16

1408d(6)

날아가는 것은꼬리가 있다 새도혜성도비행기도 해님도 다르지 않아 내 꼬리를 보는 건아마 처음일 걸 (140818) 내 웃음 뒤슬픔을 보렴 내 고움 뒤그늘을 보렴 내 화려함 뒤간절함을 보렴 그래야 나를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니 (140819) 마음 안에 무슨 꽃 피었길래이리 온화하게 웃으실까 그 꽃우리에게도 피어나기를 합장하며 빙그레~ (140820) 타박타박산들바람이 부는 속도로 타박타박개울물이 흐르는 속도로 타박타박봄이 오는 속도로 타박타박유유히 (140821) "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 그날시청 앞 그분이 생각난다 (140822) 하늘과 땅을 잇는평화의 심벌이 누구에게는찌르는 칼이 되었..

포토앤포엠 2025.05.15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84세의 모리스 씨가 생의 마지막 날에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호텔 바에서 흑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했던 사람들을 추억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백 형식의 소설이다. 청자는 미국에 사는 아들 케빈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의 앤 그리핀(Anne Griffin)이다. 여성 작가가 80대 남성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히려 여성의 감성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소설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과 끝 장을 뺀 중간 장에 다섯 명의 인물이 나오면서 건배를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첫번째 건배: 토니를 위하여(흑맥주)두번째 건배: 몰리를 위하여(부시밀스 21년 숙성 몰트위스키)세번째 건배: 노린을 위하여(흑맥주)네번째 건..

읽고본느낌 2025.05.14

고향에 다녀오다(5/9~12)

지난달에 이어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왔다. "요사이는 자주 내려오네"라며 옆집 친구가 반겼다. 내려가는 날은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더니 고향이 가까워지니 거센 비바람으로 변했다. 고속도로를 버리고 일부러 죽령 옛길을 탔는데 도로 위는 떨어진 나뭇잎과 잔가지로 어수선했다. 한 곳에서는 나무가 넘어져 도로를 가로막아 갓길로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수십 년간 다닌 길이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바람을 동반한 비는 이틀 내내 내렸다. 고사리를 뜯으러 뒷밭에 갔다가 졸지에 잡초 제거 작업을 하게 되었다. 손을 안 본 밭은 망초가 무성했는데 비가 오고 난 뒤라 손쉽게 뽑히는 것이었다. 그 재미에 둘이서 한 마지기 밭을 정리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는데 안 하던 노동이어선지 온몸이 뻐근..

사진속일상 2025.05.13

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 곽재구

어릴 적에강 건너 산비탈 마을기차가 지나갈 때손 흔들었지창밖으로 모자를 흔들던 이가바람에 모자를 놓쳤을 때보기 좋았지 어른이 되어 기차를 타면창밖으로 모자를 흔들고 싶었지강 건너 앵두꽃 핀 마을아이들이 손을 흔들면창밖으로 하얀 모자를 흔들다명주바람에 놓아주고 싶었지 모자를 열 개쯤 준비해강마을의 아이가 손을 흔들 때하나씩 바람에 날리는 거야 KTX는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달리지손을 흔드는 아이도 없지 기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해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사람이 기차고기차가 사람이야미친 듯 허겁지겁 사는 거 부끄러워 시속 삼십 킬로미터면 강마을아이들과 손 흔들 수 있어시속 이십 킬로미터 구간에선초록의 꽃들과 인사 나눌 수 있지시속 십 킬로미터면 초원의 소들에게안녕, 무슨 풀을 좋아해? 물을 수 있어 목포에..

시읽는기쁨 2025.05.09

아차산 둘레길을 걷다

용두회에서 아차산 둘레길을 걸었다. 여섯 명이 함께 했다. 3년 전만 해도 아차산 정상을 지나는 코스를 잡았을 텐데 이제는 힘들게 걷지 말자는 분위기다. 세월이 더 흐르면 이런 길마저 벅차게 다가올 거다. 산길을 걷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데크와 흙길로 된 둘레길은 우리 같은 나잇대가 걷기에 딱 적당했다.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는 서울 시내가 펼쳐져 보였다.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이 눈부셨다. 아까시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산길이었다. 걸은 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이었다. 긴고랑골에서 걷기를 마치고 마을버스를 타고 군자역으로 나와 해물탕으로 점심을 했다. 안주가 좋아서 소주가 빠질 수 없었다. 루틴대로 당구 한 게임을 하고 일정을 마쳤다. 요사이 당구는 연승 중이다. 스트로크에 신경..

사진속일상 2025.05.09

1408c(5)

되고 싶은 것도이루고 싶은 것도 없이홀가분하다 노년의 행복이이런 것이라고 조금씩배워가는 중 (140813) 혈기왕성 시절일식삼찬만으로뛰고 뒹굴며골짜기를 누볐는데 이 나이 되어일식오찬이라니 과분한 식탁이지 않은가 (140814) 바보의 넋두리 그 장단에 춤추는 어릿광대들 세상의 얼간이들에게 한 바탕 웃어나주자 (140815) 해님이 웃고시냇물이 노래하고나뭇잎이 춤을 춘다 세상이 환하다 네가 있어서 (140816) 노란 옷곱게 차려입고어디로 소풍 가시나 숲 속망태 가족오순도순 정겹다 (140817)

포토앤포엠 2025.05.08

백마산 등산

이틀 전 버스편이 연결되지 않아 못 간 백마산을 올랐다. 아침에 일어나니 봄햇살이 환하고 바람도 잦아들어 등산하기에 알맞은 날씨였다. 제대로 된 등산은 올 들어 처음이라 배낭을 꾸리는 손길이 설레었다. 백마산은 능선길이지만 나무가 빽빽해서 전망이 좋지 못하다. 오늘 등산로에서는 첫 쉼터인 이곳에서 유일하게 바깥 조망을 할 수 있다. 패러그라이딩 활공장이어서 나무를 정리해 놓은 때문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종합운동장은 골조가 세워지고 있다. 북능선을 타는 백마산 산길은 걷기에 좋다. 적당한 오르내림을 가진 부드러운 흙길이다. 정상에 오르자면 막바지에 500계단이 있다. 바위 위에 새 먹이로 쌀을 뿌려놓은 마음이 고마웠다. 될수록 천천히 걸었지만 오랜만의 등산이어선지 꽤 힘들었다. 높이가 500m도 안 ..

사진속일상 2025.05.07

사기[42]

장석지가 말했다."법이란 천자와 천하 사람들이 다 같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법에 의하면 이와 같이 하면 되는데, 고쳐서 더 무거운 벌로 다스린다면 법이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황상께서 그 자리에서 그를 베어 버리라고 하셨으면 그만입니다만, 지금 그를 이미 정위에게 넘기셨습니다. 정위는 천하의 법을 공정하게 다스리는 자인데 한쪽으로 기울면 천하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다 제각기 법을 무겁게도 하고 가볍게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성은 그들의 손과 발을 어느 곳에 두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이 점을 분명하게 살피시기 바랍니다."황제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정위의 판결이 옳소." - 사기(史記) 42, 장석지풍당열전(張釋之馮唐列傳) 장석지와 풍당은 한나라 문제(..

삶의나침반 2025.05.06

봄비 내린 뒷산

봄비가 촉촉이 내린 터라 산길 걷기가 최상일 터였다. 오랜만에 백마산 등산을 할 요량으로 김밥 도시락까지 챙겨 집을 나섰다. 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버스 안내 시스템에도 다음 버스 소식이 뜨지 않았다. 30분이 지나서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가까운 뒷산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정류장의 다른 사람들도 자리를 떴다. 최근에 읽은 에 보면 운명의 장난에 희롱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계획을 세운들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돌발 상황이 생겨 넘어지기도 한다. 마치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듯이. 오늘 같은 경우는 일상의 사소한 해프닝이지만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터닝포인트도 있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음의 연속인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접어든 길..

사진속일상 2025.05.05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2007년에 나온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읽어보니 제목만 봤을 때 예상되는 느낌과는 어긋났다. 읽기도 편치 않았다. 혼돈스럽다고 해야 할까, 소설의 분위기가 묘했다. 작가만의 글 쓰는 스타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소설의 무대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운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세계적으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혼돈의 시기다. 대학생인 주인공은 운동권 학생이다. 정민이라는 여학생과 사귀면서 학생 방북단의 예비대표로 비밀리에 독일에 가서 대기한다. 거기서 이길용을 만나는 데 그는 노동자였으나 분신자살하는 한기복 옆에 있다가 졸지에 민주투사로 대접받고, 뒤에는 안기부 프락치가 되어 있다. 주인공-정민-이길용은 우연히 만난 것으로 보이지만 선대부터 서로 연결..

읽고본느낌 2025.05.04

여주 출렁다리와 금은모래강변공원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5월 1일 개통했다. 봄바람도 쐴 겸 개통 다음 날 아내와 다녀왔다. 마침 여주 도자기 축제도 열리고 있었다. 현수교인 이 출렁다리는 길이 515m, 높이 30m로 남한강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출렁다리라고 한다. 우리는 금은모래강변공원에 주차하고 강변을 따라 왕복 걸음을 했다. 걷기 위해서 일부러 먼 곳에 주차를 한 것이다. 출렁다리보다도 오가는 강변 풍경이 오히려 더 좋았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신륵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강변을 따라 '여강길'이 있다. 국토종단 자전거길도 지나간다. 금은모래강변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공원 가운데로 여강길 1코스가 통과한다. 공원은 넓은 면적임에도 관리가 잘 되고 있..

사진속일상 2025.05.03

백철쭉

다채롭고 화려한 색깔을 가진 철쭉 중에서도 백철쭉은 담백하다. 눈길을 끄는 요염한 색깔이라면 분홍이나 진홍색 철쭉이지만 빨리 질리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희고 순결한 백철쭉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여자로 치면 요조숙녀쯤 될까, 드러나지는 않지만 바라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흰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백철쭉을 보면 달항아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우윳빛의 은은하면서 편안한 이 흰색을 나는 좋아한다.

꽃들의향기 2025.05.02

1408b(6)

봉우리를 넘어하늘 끝까지 이를 듯 온 산을 불태우며타오르는 그대 향한붉은 연심 (140807) 호수에 피어나는안개 꽃잎을 간질이는봄비 창문에 흔들리는대나무 그림자 마당에 사각사각 쌓이는새벽 눈 그리움... (140808) 오늘 이 숲에서잔치가 열리나 봐 향기가 진동하는 걸 보니음식도 푸짐히 장만하고 있겠지 축의금은 준비 안 해도 되고번거러운 축하 인사도 필요 없어 우리는그냥 구경만 하면 돼 이 멋진가을의 축제를 (140809) 너는 목 마른 이에게생수 한 잔을 주는 착한 그릇이 될 거야 (140810) "내비 둬라. 나중에는 하라고 해도 못 한다." 1000포기 넘던 고추 농사작년에 800포기로 줄더니올해는 400포기가 되었네 밭둑에서 쉬는 시간은자꾸 늘어나고 몰랐네 어머니의 '나중'이 ..

포토앤포엠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