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관상은 과학이다

샌. 2025. 5. 30. 09:51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공감한다.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까지 여기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살아온 내력이나 생각이 얼굴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링컨이 그랬던가,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선입견이 있어선지 모르지만 범죄자나 사기꾼의 얼굴은 느낌이 좋지 못하다. 반면에 선한 행동으로 칭송을 받는 사람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따스한 기운이 전해온다.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얼굴에 스민 뭔가가 있는 것이다.

 

외모가 아름답다거나 잘 생겼다는 것이 아닌 얼굴에서 퍼져나오는 느낌을 말함이다. 아무리 곱게 꾸며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신체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난다. 복수심이나 살의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런 게 누적되어 악인의 얼굴을 만든다. 선한 마음을 품은 사람은 반대일 것이다. 인생이란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사람을 사귀는 데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한다. 심리 실험에 따르면 초면인 타인의 얼굴을 보고 0.3초 안에 호불호의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타인의 얼굴을 분석한다기보다 육감으로 알아채는 것이다. 이를 '첫인상 효과(Primary Effect)'라고 부른다. 그만큼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비중이 높다. 나중에 첫인상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채는 경우가 있지만 내 경험상 흔하지는 않다.

 

지금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TV 화면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나온다. 나는 그들이 내세우는 신조나 살아온 경력을 얼굴과 비교하며 살핀다. 그러면서 대체로 일치하는 데 놀란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타고나는 얼굴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얼굴을 가리킴이다. 타고나는 얼굴은 성형으로 고칠 수 있지만 만들어지는 얼굴은 감출 수 없다. 얼굴에는 식물의 나이테처럼 한 인간의 살아온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관상은 과학이다'는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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