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1

사기[15-2]

풍환이 말했다.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고 나서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이 지위를 잃자 빈객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고 해서 선비들을 원망하여 일부러 빈객들이 오는 길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빈객들을 대우하십시오." 맹상군..

삶의나침반 2024.03.23

사기[15-1]

"내 너에게 이 아이를 버리라고 했는데 감히 키운 것은 무엇 때문이냐?" 문(文)이 머리를 조아리며 어머니 대신 말했다. "아버님께서 5월에 태어난 아들을 키우지 못하게 한 까닭이 무엇입니까?" 전영이 대답했다. "5월에 태어난 아들은 키가 지게문 높이만큼 자라면 부모에게 해롭다고 하기 때문이다." 문이 또 물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운명을 하늘로부터 받습니까? 아니면 지게문으로부터 받습니까?" 전영이 대답하지 않자 문이 다시 말했다. "사람의 운명을 하늘에서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렇지 않고 운명을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입니다.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습니까?" 전영이 말했다. "너는 그만하여라." - 사기(史記) 15-1, ..

삶의나침반 2024.03.15

사기[14-2]

순경(荀卿)은 조나라 사람인데 쉰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나라에 건너와 학문을 닦았다. 제나라 양왕 때에는 순경이 가장 나이 많은 스승이었다. 제나라에서는 열대부 자리가 모자라면 그때마다 채워 넣었는데 순경은 세 차례나 좨주가 되었다. 제나라 사람 중에서 어떤 이가 순경을 참소하자 그는 초나라로 떠났다. 초나라의 춘신군은 그를 난릉의 현령으로 임명했다. 춘신군이 죽자 순경도 관직에서 쫓겨났지만 이 일로 집안 대대로 난릉에서 살았다. 이사(李斯)는 일찍이 순경의 제자였는데 훗날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순경의 시대에는 세상의 정치가 혼탁했으며 멸망하는 나라와 난폭한 군주가 잇달아 나오고, 성인의 기본적인 도리를 닦아 몸으로 실천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무속에 빠져 길흉화복의 징조를 믿고 못난 유학자들이 하..

삶의나침반 2024.03.04

사기[14-1]

맹자는 추나라 사람이다. 그는 자사(子思)의 제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맹자는 학문의 이치를 깨우친 뒤 제나라 선왕을 섬기려고 했지만, 선왕이 자신의 주장을 실행하지 않으므로 양나라로 갔다. 양나라 혜왕도 맹자의 주장을 입으로만 찬성하고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의 주장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실제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진나라는 상군(商君)을 등용하여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강화했으며, 초나라와 위나라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싸움에서 이겨 적국을 약화시켰다. 제나라 위왕과 선왕이 손자(孫子)와 전기(田忌) 같은 인물을 기용해서 세력을 넓혔으므로 제후들은 동쪽으로 제나라에 조공을 바쳤다.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

삶의나침반 2024.02.27

사기[13-2]

왕전은 병사 60만 명을 이끄는 장수가 되었다. 시황제는 몸소 파수 가까이 나와 왕전을 전송했다. 완전은 가는 도중에 훌륭한 논밭과 택지와 정원과 연못을 내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러자 시황제가 말했다. "장군은 빨리 떠나시오. 어찌 가난 따위를 걱정하시오?" 왕전이 말했다. "왕의 장군이 되어 공이 있어도 끝내 후(侯)로 봉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왕의 관심이 신에게 쏠려 있을 때를 빌려 신도 정원과 연못을 부탁드려 자손들의 재산을 만들어 두려는 것뿐입니다." 시황제는 크게 웃고 말았다. - 사기(史記) 13-2, 백기왕전열전(白起王翦列傳) 왕전( 王翦)은 전국시대 말기에 진시황을 섬기며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장군이다. 왕전은 조, 한, 위나라를 멸망시켰고 초나라에게까지..

삶의나침반 2024.02.18

사기[13-1]

진나라 왕은 사람을 시켜 백기를 함양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게 했다. 백기가 길을 나서 함양의 서문에서 10리 거리에 있는 두우에 이르렀을 무렵, 진나라 소왕은 응후와 다른 신하들과 상의한 끝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기는 사는 곳을 옮겨 가면서 속으로는 복종하지 않고 뼈 있는 말을 했소." 진나라 왕은 곧 사자를 보내 백기에게 칼을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백기는 칼을 받아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 명을 속여서 모두 산 채로 땅속에 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그러고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 진나라..

삶의나침반 2024.02.09

사기[12]

소왕 36년에 상국(相國) 양후는 객경 조(竈)와 상의하여 제나라를 쳐서 감읍, 수읍을 빼앗아 자기의 도읍을 넓히려고 했다. 이때 위나라 사람 범저(范雎)가 스스로를 장록(張祿) 선생이라 하면서 양후가 제나라를 공격하는데, 삼진을 넘어서 제나라를 치는 것을 비난하고는, 이 기회를 틈타 자기의 주장을 진나라 소왕에게 말했다. 이에 소왕을 곧바로 범저를 등용했다. 범저는 선 태후가 제멋대로 정권을 휘두르는 일, 양후가 제후들 사이에서 권세를 떨치는 일, 경양군과 고릉군의 무리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워 왕실보다도 부유한 일 등을 말했다. 이에 소왕도 깨달은 바가 있어 상국 양후를 파면시키고 경양군 등 그 일족을 모두 함곡관 너머 자기들의 봉읍으로 가서 살도록 했다. 양후가 함곡관을 나갈 때 짐수레가 1000대도 ..

삶의나침반 2024.01.30

사기[11-2]

시황제는 감라를 불러서 보고 조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조나라 양왕은 교외까지 나와서 감라를 맞이했다. 감라가 조나라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연나라 태자 단이 진나라에 들어와 인질이 되었다는 사실을 들으셨습니까?" "들었소." "장당이 연나라 재상으로 간다는 말을 들으셨습니까?" "들었소." "연나라 태자 단이 진나라에 인질로 들어온 것은 연나라가 진나라를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장당이 연나라 재상으로 간다는 것은 진나라가 연나라를 속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연나라와 진나라가 서로 속이지 않으면 조나라를 칠 테니 조나라에는 위험한 일입니다. 연나라와 진나라가 서로 속이지 않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조나라를 쳐서 하간의 땅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왕께서는 이 기회에 신을 통해서 진나라에 성 다섯 개를 넘..

삶의나침반 2024.01.11

사기[11-1]

"옛날 증삼이 비읍에 있을 때 일입니다. 노나라 사람 가운데 증삼과 이름과 성이 똑같은 자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증삼의 어머니에게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했지만 그 어머니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태연하게 베를 짰습니다. 조금 뒤 또 한 사람이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했지만 그 어머니는 역시 태연하게 베를 짰습니다. 그러나 조금 뒤 또다시 한 사람이 와서 증삼의 어머니에게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하자 그 어머니는 베 짜던 북을 내던지고 베틀에서 내려와 담을 넘어 달아났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어진 증삼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세 사람이나 그를 의심하자 겁을 먹었습니다. 지금 신은 증삼처럼 어질지 못하고, 왕께서 신을 믿는 마음도 증삼의 어머니가 아들을 믿는 마음만..

삶의나침반 2024.01.05

사기[10-3]

"일찍이 왕께 변장자(卞莊子)라는 이가 호랑이를 찔러 죽인 일을 들려 드린 사람이 있었습니까? 변장자가 호랑이를 찌르려고 하자, 묵고 있던 여관의 심부름하는 아이가 말리면서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먹어 봐서 맛이 좋으면 분명히 서로 다툴 것입니다. 다투게 되면 반드시 싸울 테고, 서로 싸우게 되면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을 것입니다.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면 한꺼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았다는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변장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서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정말 두 호랑이가 싸워서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었습니다. 이때 변장자가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니 한 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는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지금 한..

삶의나침반 2023.12.30

사기[10-2]

진나라가 제나라를 치려고 하자, 제나라와 초나라는 합종을 맺었으므로 이에 장의는 초나라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려고 했다. 초나라 회왕은 장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좋은 숙소를 비워 놓았다. 장의가 도착하자 회왕은 몸소 장의를 숙소로 안내하고 이렇게 물었다. "이곳은 외지고 누추한 곳입니다. 선생은 이 나라에 무엇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까?" 장의는 초나라 왕을 설득하여 말했다. "대왕께서 진정 저의 말을 옳다고 여겨 관문을 닫아걸고 제나라와 맺은 합종의 약속을 깨신다면 신은 상과 오 일대의 땅 600리를 초나라에 바치고, 진나라 공주를 왕의 첩이 되게 하며, 진나라와 초나라는 서로 며느리를 맞아 오고 딸을 시집보내는 사이가 되어 영원히 형제 나라가 되게 하겠습니다. 이는 북쪽으로는 제나라를 약화시키고 ..

삶의나침반 2023.12.20

사기[10-1]

장의는 학업을 마치자 유세하러 제후들을 찾아갔다. 장의는 일찍이 초나라 재상과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얼마 후 초나라 재상이 구슬을 잃어버렸다. 재상의 문하 사람들이 장의를 의심하고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좋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이자가 재상의 구슬을 훔쳤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모두 함께 장의를 붙들어 수백 번 매질을 했으나, 장의가 구슬을 훔쳤다고 말하지 않으므로 풀어 주었다. 장의의 아내가 말했다. "아! 당신이 글을 읽어 유세하지 않았던들 어찌 이런 수모를 겪었겠습니까?" 그러자 장의는 자기 아내에게 말했다.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지 아닌지 보시오." 장의의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혀는 남아 있네요." 장의가 말했다. "그럼 됐소." - 사기(史記) 10-1, 장의..

삶의나침반 2023.12.11

사기[9]

이렇게 하여 여섯 나라는 합종하여 힘을 합치게 되었다. 소진은 합종 맹약의 우두머리가 되고 아울러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하였다. 소진은 북쪽으로 조나라 왕에게 일의 경과를 보고하러 가는 길에 낙양을 지나게 되었다. 기마와 짐을 실은 수레를 비롯하여 제후들마다 사자를 보내 주어 전송하는 자가 매우 많아 왕의 행차에 견줄 만하였다. 주나라 현왕(顯王)은 이런 소문을 듣고 두려워 길을 쓸도록 하고 교외까지 사람을 보내 위로하게 하였다. 소진의 형제와 아내와 형수가 곁눈으로 볼 뿐 감히 고개를 들어 보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하였다. 소진이 웃으면서 그의 형수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전에는 오만하더니 지금은 공손합니까?" 형수는 몸을 굽혀 기어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사죄하며 말했다. "도련님의 지위..

삶의나침반 2023.11.26

사기[8]

법령에 따르면 백성을 열 집 또는 다섯 집을 한 조로 묶어 서로 잘못을 감시하도록 하고, 한 집이 죄를 지으면 그 조가 똑같이 벌을 받는다. 죄 지은 것을 알리지 않는 사람은 허리를 자르는 벌로 다스리고, 또 그것을 알린 사람에게는 적의 머리를 벤 것과 같은 상을 주며, 죄를 숨기는 사람은 적에게 항복한 사람과 똑같은 벌을 준다. 백성 가운데 한 집에 남자가 두 명 이상인데 세대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부세를 두 배로 한다. 군대에서 공을 세운 사람은 각각 그 공의 크고 작음에 따라 벼슬을 올려 주고, 사사로이 싸움을 일삼은 자는 각각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크고 작은 형벌을 받는다. 본업에 힘써 밭을 갈고 길쌈을 하여 곡식이나 비단을 많이 바치는 사람에게는 부역과 부세를 면제한다. 상공업에 종사하여 이익..

삶의나침반 2023.11.19

사기[7-6]

공자가 세상을 떠났어도 그를 우러러보는 제자들의 마음은 그치지 않았다. 유약의 얼굴이 공자와 닮았다고 하여 제자들은 그를 스승으로 추대하고 공자를 모시듯이 섬겼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예전에 공자께서는 밖에 나갈 때에 제게 우산을 준비시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 비가 내렸습니다. 제가 '선생님께서는 비가 올 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라고 물으니, 선생님께서는 에서 '달이 필(畢, 황소자리)에 걸려 있으면 큰비가 내린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제 저문 달이 필이라는 별에 없더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 달이 필에 걸려 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또 상구가 나이가 많도록 자식이 없으므로 그 어머니가 두 번째 아내를 얻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공..

삶의나침반 2023.11.10

사기[7-5]

공자가 죽은 뒤 자사(子思)는 세상을 등지고 풀이 무성한 늪가에 숨어 살았다. 어느 날 위나라 재상으로 있던 자공이 말 네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호위병과 함께 잡초를 헤치며 궁핍한 마을로 들어섰다. 지나가다가 자사에게 인사했다. 자사는 낡아빠진 옷차림으로 그를 맞이하였다. 자공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부끄럽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병이 들었습니까?" 자사가 말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었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가난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자공은 수치스러워하며 좋지 않은 마음으로 떠났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말이 지나쳤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 사기 7-5, 중니제자열전(仲尼第子列傳) 헌문편에 이..

삶의나침반 2023.10.22

사기[7-4]

자공은 말재주가 뛰어났지만 공자는 늘 이 점을 꾸짖어 경계시켰다. 한 번은 공자가 물었다. "너와 안회 가운데 누가 더 나으냐?"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안회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뿐입니다." 자공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을 좋아하여 때를 보아서 돈을 잘 굴렸다. 그는 남의 장점을 칭찬하기를 좋아하였으나 남의 잘못을 덮어 주지는 못하였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냈으며 집안에 천금을 쌓아두기도 하였다. 자공은 제나라에서 삶을 마쳤다. - 사기 7-4,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들을 소개하면서 자공에게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공자의 수제자라는 안회를 다룬 양의 10배나 ..

삶의나침반 2023.10.08

사기[7-3]

중유(仲由)는 자가 자로(子路)이고 노나라 변(卞) 지역 사람이다. 공자보다 아홉 살 아래이다. 자로는 성격이 거칠고 용맹한 힘을 좋아하며 뜻이 강하고 곧았다. 수탉의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수퇘지의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녔다. 그는 한때 공자를 업신여기며 포악한 짓을 했다. 그러나 공자가 예의를 다해 자로를 조금씩 바른길로 이끌어 주자, 자로가 나중에는 유자(儒子)의 옷을 입고 예물을 올리며 공자의 문인들을 통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자는 자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한쪽의 말만 듣고 옥사를 판결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용기 있는 행동을 좋아하는 데 있어 나를 능가하지만 재주는 취할 것이 없다." "자로와 같은 자는 제 명에 죽기 어려울 것이다."..

삶의나침반 2023.09.29

사기[7-2]

공자가 민자건을 두고 말했다. "효자로구나, 민자건이여! 그 부모와 형제들의 이런 말에 트집 잡을 사람이 없구나." 그는 대부를 섬기지 않았으며, 옳지 못한 일을 한 군주의 봉록을 받지 않았다. 일찍 노나라의 대부 계씨가 그를 벼슬에 앉히려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자에게 말했다. "만약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반드시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에 가 있을 것이오." 공자는 염백우의 덕행을 칭찬했다. 백우가 악질에 걸렸을 때 공자가 문병을 갔다가 창문 사이로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운명이구나! 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운명이구나!" 공자는 중궁에게 덕행이 있다고 하면서 말했다. "중궁은 임금을 시킬 만하다." 중궁의 아버지는 미천한 사람이었으나 공자가 말했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다..

삶의나침반 2023.09.19

사기[7-1]

공자가 안회에 대해 말했다. "어질구나, 회여! 한 통의 대나무 밥과 한 표주박의 마실거리로 누추한 뒷골목에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 내지 못할 텐데, 안회는 자기가 즐겨 하는 바를 바꾸지 않는구나!" "안회는 배울 때 듣고만 있어 어리석은 것 같지만 물러가 홀로 지내는 것을 살펴보면 또한 내가 해 준 말들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안회는 어리석지 않구나!" "등용되면 나아가고 버려지면 숨는 사람은 오직 나와 너뿐이구나!" 안회는 스물아홉에 머리가 하얗게 세더니 젊은 나이에 죽었다. 공자는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여 소리 내어 울면서 말했다. "네게 안회가 있은 뒤부터 제자들이 나와 더욱 친숙해졌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들 중에서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가 대..

삶의나침반 2023.09.07

사기[6]

오나라 왕은 사신을 보내 오자서에게 촉루라는 칼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이 칼로 자결하라." 오자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아! 참소를 일삼는 신하 백비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왕은 도리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나는 그의 아버지를 제후의 우두머리로 만들었고, 그가 임금이 되기 전 공자들끼리 태자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죽음을 무릅쓰고 선왕에게 간해 그를 후계자로 정하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는 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내게 오나라를 나누어주려고 하였을 때도 나는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간사한 신하의 말만 듣고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그러고는 가신들에게 말했다. "내 무덤 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짤 목재로 쓰도록 하라. 아..

삶의나침반 2023.08.28

사기[5-3]

"오기는 사람됨이 시기심이 많고 잔인하다. 그가 젊을 때 집안에는 천금이나 쌓여 있었음에도 벼슬을 구하여 유세하다가 이루지도 못하고 파산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비웃자 오기는 자기를 비방한 30여 명을 죽이고는 동쪽으로 위나라 성문을 빠져나왔다. 오기는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자기 팔을 깨물며 맹세하기를 '저는 공경이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다시 위나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드디어 오기는 증자를 섬겼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 그 어머니가 죽었지만 오기는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 증자는 오기를 야박하다고 하면서 그와 관계를 끊었다. 이에 오기는 노나라로 가서 병법을 배워 노나라 군주를 섬기게 되었다. 그런데 노나라 군주가 의심하자, 오기는 아내를 죽이면서까지 장군이 되려 하였다. 대체로 노나라는..

삶의나침반 2023.08.20

사기[5-2]

손빈은 길 옆에 있던 큰 나무의 껍질을 벗겨 내고 흰 부분에 이렇게 써 놓았다. "방연은 이 나무 아래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제나라 군사 중에서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을 골라 쇠뇌 1만 개를 준비시켜 길 양쪽에 매복시키고 기약하여 말했다. "저물 무렵에 불이 들려지면 일제히 쏘도록 하라." 방연은 정말 밤이 되어서 껍질을 벗겨 놓은 나무 밑에 이르러 흰 부분에 씌어 있는 글씨를 발견하고는 불을 밝혀 비추어 보았다. 방연이 그 글을 다 읽기도 전에 제나라 군사들은 한꺼번에 1만 개의 쇠뇌를 한꺼번에 쏘았다. 위나라 군사들은 우왕좌왕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방연의 자신의 지혜가 다라고 싸움에서 진 것을 알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죽으며 말했다. "결국 어린애 같은 놈의 이름을 천하에 떨치게 되었구나!"..

삶의나침반 2023.08.15

사기[5-1]

"신은 이미 명을 받아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군에 있을 때에는 군주의 명이라도 받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무는 결국 대장 두 사람을 베어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고는 그들 다음으로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을 대장으로 삼고 다시 북을 쳤다. 부녀자들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꿇어앉기, 일어서기 등을 모두 자로 잰 듯 먹줄을 긋듯 정확하게 하며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손무는 전령을 보내 오나라 왕에게 말했다. "군대는 이미 잘 갖추어졌으니, 왕께서는 시험 삼아 내려오셔서 보십시오. 왕께서 그들을 쓰고자 하신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것입니다." 오나라 왕은 말했다. "장군은 그만 관사로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과인은 내려가 보고 싶지 않소." - 사기 5-1, 손자오..

삶의나침반 2023.08.08

사기[4]

"어째서 약속 시간보다 늦었습니까?" 장가가 사과하며 말했다. "못난 저를 대부들과 친척들이 송별연을 열어 주어 지체되었소." 양저는 말했다. "장수란 명령을 받은 그날부터 그 집을 잊고, 군영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그 친척들을 잊으며, 북을 치고 급히 나아가 공격할 때에는 그 자신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지금 적국이 깊숙이 쳐들어와 나라가 들끓고 병사들은 국경에서 뜨거운 햇살과 이슬을 맞고 있으며 군왕께서는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음식을 드셔도 단맛을 모릅니다. 백성의 목숨이 모두 당신에게 달려 있거늘 무슨 송별회란 말입니까?" 그러고 나서 군정(軍正, 군대 법무관)을 불러 물었다. "군법에는 약속 시간이 되었는데 늦게 도착한 자에게는 어떻게 하도록 되어 있소?" 군정이 대답했다. "마땅히 베어야..

삶의나침반 2023.08.02

사기[3-2]

예전에 정나라 무공(武公)은 호나라를 칠 계획으로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내고 대신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어느 나라를 치면 되겠소?" 관기사(關其思)가 대답했다. "호나라를 칠 만합니다." 이에 관기사를 죽이며 무공은 이렇게 말했다. "호나라는 형제 같은 나라인데 그대는 호나라를 치려고 하니 어찌 된 일이오?" 호나라 군주는 이 소식을 듣고 정나라를 친한 친구 나라로 여기고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나라 군사들이 호나라를 습격하여 취하였다. 관기사가 한 말은 옳으나 목숨을 잃었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용은 잘 길들여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삶의나침반 2023.07.27

사기[3-1]

공자가 주나라에 가 머무를 때 노자에게 예(禮)를 묻자 노자는 대답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들은 그 육신과 뼈가 이미 썩어 없어지고 오직 그들의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오. 또 군자는 때를 만나면 달려가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모습이 되오. 내가 듣건대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초나라 위왕(威王)은 장자가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후한 예물을 주고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장자는 웃으며 초나라 왕의 사신에게 말했다. ..

삶의나침반 2023.07.19

사기[2-2]

안영은 제나라 재상이 된 뒤에도 밥상에 고기반찬을 두 가지 이상 놓지 못하게 하고,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조정에 나아가서는 임금이 물으면 바른말로 대답하고, 묻지 않을 때에는 곧은 몸가짐을 하였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명령을 따랐지만, 도가 없으면 그 명령만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3대(영공, 장공, 경공)에 걸쳐 제후에게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오늘날 안영이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 - 사기 2-2, 관안열전(管晏列傳) '관안열전'에는 제나라의 두 명재상인 관중과 안영이 나온다. 안영(晏嬰)은 관중보다 백 년 뒤의 사람으로 공자와 동시대 인물이다. 공자가 제나라를 찾았을 때 안영은 재상직에 있었다. 안영은 공자를 존중했지..

삶의나침반 2023.07.10

사기[2-1]

내가 가난하게 살 때 일찍이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지만, 포숙이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이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던 것은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이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졌을 때, ..

삶의나침반 2023.07.05

사기[1]

요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는 행동은 규범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편안하게 즐거워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 사기 1, 백이열전(伯夷列傳) 이제부터 을 읽는다. 우선 접근하기 용이한 '열전'에서 시작한다. '열전'은 전에 읽어본 적이 있어서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텍스트는 김원중 선생이 옮기고 민음사에서 나온 다. 총 70편의..

삶의나침반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