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은 강직한 성격으로 거침없이 바른말을 했기 때문에 소하와 조참을 비롯하여 모든 신하가 그에게 몸을 굽히고 낮췄다. 주창은 일찍이 고조(유방)가 한가롭게 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말씀드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고조가 척희(戚姬)를 끌어안고 있어서 주창은 뒤돌아 달아났다. 고조가 뒤쫓아 와 붙잡더니 주창의 목을 타고 올라앉아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이냐?"
주창이 고개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폐하께서는 걸왕과 주왕 같은 임금이십니다."
이에 고조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일로 해서 주창을 더욱 꺼리게 되었다.
- 사기(史記) 36, 장승상열전(張丞相列傳)
한나라가 개국하고 나서 고조 유방을 보좌하며 나라를 이끌었던 승상들에 관한 열전이다. 장창, 주창, 신도가 등 여러 명이 나오지만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여기 나오는 주창(周昌)이다.
주창은 유방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유방이 군사를 일으킬 때부터 함께 했던 장수다. 이 일화를 봐도 그가 얼마나 강직하며 직언을 서슴치 않았은지를 알 수 있다. 유방이 부끄러운 일을 들키자 주창을 협박하며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이냐?"
보통 사람 같으면 목숨이 걸린 문제이니 아첨을 했을 법하건만 주창은 되레 큰소리를 쳤다. 걸왕과 주왕 같다는 말은 폭군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임금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명한 지도자라면 아부꾼만 옆에 두고 자만하기보다는 이런 직언이나 고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귀히 여겨야 할 것이다. 누구처럼 격노하고 내친 오만의 결말을 지금 우리는 겪고 있다. 유방을 보라. 속으로는 마땅찮았을지라도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는가. 옹졸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모두에게 불행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