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38]

샌. 2025. 3. 2. 10:11

고조가 직접 나서서 진희를 치려고 하자, 주설이 울면서 말하였다.

"일찍이 진나라가 천하를 칠 때 황제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간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언제나 직접 나가시는데 쓸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러십니까?"

고조는 '나를 아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궁궐 문을 들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걷지 않아도 되고, 사람을 죽여도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는 특전을 내렸다.

효문제 5년에 주설이 타고난 수명을 누리고 죽자 시호를 정후라고 했다.

 

- 사기(史記) 38, 부근괴성열전(傅靳蒯成列傳)

 

 

이 편은 유방을 보좌한 세 명의 장군(부근, 근흡, 괴성후/주설)에 대한 짧은 전기다. 셋 중에서 주설(周緤)은 유방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평생을 유방 곁에서 주군을 지킨 사람이다. 그는 유방이 싸움터에 나갈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큰 전과는 없었지만 충성심 하나만은 대단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유방은 주설에게 다른 신하에게 없는 특전을 내리고 괴성후에 봉하며 대우했다. 주설은 타고난 수명을 누리고 죽었으며 사후에 정후(貞侯)라는 시호를 받았다. 한신처럼 큰 공을 세우고 인기가 높으면 황제의 경계의 대상이 되고 토사구팽을 당한다. 그렇지만 주설처럼 곁에서 심기보좌를 하는 사람은 총애를 받으며 천수를 누리는 경우가 흔하다. 능력과 복락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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