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갔는데 약속 시간에 30여 분 일찍 도착했다. 약속 장소가 20년 전에 살았던 동네라 옛 추억을 되살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살았던 아파트 단지 안에도 들어가 보고, 자주 왕래하던 길도 걸었다. 골목길 모퉁이의 편의점은 그대로였고, 음식점은 간판만 바뀌었을 뿐 그때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치고는 변화가 적은 동네였다. 20년의 중첩된 세월을 경험하는 기분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씁쓰레한 추억이 몇 개 떠올랐다. 그때는 내 잘못으로 서울 집을 잃고 전세살이를 하던 시기였다. 마침 계약이 만료되어 가는데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치솟았다.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값을 올려서 같은 집에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작은 집으로 가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