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한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열어주시니까

샌. 2025. 1. 27. 10:49

당구와 바둑, 비슷한 또래가 만나는 두 개의 취미 모임이 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모임에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본다. 대체로 의견은 비슷하다.
"뭘 하더라도 길어야 10년이겠지."
 
여든이 넘어서도 계속 모임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당구장이나 기원에서 봐도 80이 넘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패키지여행을 가더라도 이미 내 나이는 최고령자다. 건강하더라도 대외 활동의 분기점이 대략 여든 전후라고 보면 무방할 것 같다. 억지로 나간다 한들 타인에게 신경을 쓰게 만들고 폐를 끼치는 나이다. 자연스레 발을 끊게 된다.
 
그렇다면 10년도 채 안 남은 셈이다. 일흔줄에 든 지도 한참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10년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인생이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사람이 있긴 하다. 전에 나가던 탁구장에서는 80대 중반인 분이 누구보다 활기차게 운동을 하는 걸 봤다. 엄청난 노익장이었다. 초등학교 동기인 H는 몇 달 전에 양주에서 당구장을 오픈했다. 사업을 접는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친구도 있다. 오늘 아침 TV에서는 105세인 김형석 교수가 출연했다. 여전히 강연을 다니고 신문 칼럼 등 글을 쓰신다니 과연 사람인가, 묻고 싶을 정도였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고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존경과 함께 질투가 나는 인간들이다.
 
노쇠해져서 모임에 못 나간다고 세상이 끝난 듯 암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노인이 되면 무슨 재미로 살까, 하고 젊었을 때는 의아해했다. 그러나 노년의 즐거움도 있음을 늙어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나이에나 그 나잇대에 맞는 삶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임에 못 나간다고, 예전처럼 걷지 못한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흘러가는 나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된다.
 
10년 뒤에 살아있을지 아닐지 장담 못하는 게 인생이다. 그때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는 것은 사치일지 모른다. 과거는 사라졌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서만 의미가 있다. 인생의 가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카르페 디엠'이다. 그러므로 아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스스로를 토닥인다. 신은 한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열어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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