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인생은 독고다이

샌. 2024. 3. 20. 12:46

"여러분, 인생은 혼자입니다. 마음 가는대로 사십시오. 여러분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여러분 자신이고,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입니다.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세요. 누군가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길,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내 삶이 더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세요. 그런 사람들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세요. '인생 독고다이다' 생각하고 쭉 가세요."

 

지난달에 이효리 씨가 국민대 졸업식에 참석해 후배들에게 전한 인생 조언이다. '독고다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의 성격대로 직설적이면서 소탈한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한다.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 후배들을 위한 연설이었지만 7학년인 나는 내 식대로 해석해 본다. '인생이 독고다이'라는 것은 '인생은 나 혼자 살다 나 홀로 죽는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본원적으로 고독하다. 주변에서 노년의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을 본다. 관계의존형의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감이 필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하면 홀로 되었을 때 감당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일인가구가 전체의 45%가 된다는 통계를 보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게 틀림 없다. 늙어지면 이제 혼자 살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같이 산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서로 소통과 공감이 안 되면 더 외로울 게 분명하다. 살면서 받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피곤한 인간관계에서 온다.

 

늙으면 친구도 하나둘 사라진다. 저 세상으로 가서가 아니라 가치관이나 생활하는 환경의 차이로 점차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도 오랜 친구 몇이 곁에서 떠났다. 가치관이 너무 달라져서 대화를 해도 엇박자가 생기고 불편했다. 아무리 오랜 친구였어도 속이 부글거리면서 굳이 만나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그런 것도 오고가는 인연의 하나라 여긴다. 영원한 친구는 없다.

 

이젠 친구가 없다한들 아무렇지 않다. 청장년기까지는 친구가 소중했지만 이만큼 늙고 보니 친구가 없다 해도 별 문제 되지 않는다. 사실은 혼자일 때가 제일 편하고 좋다. 물론 다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활동적인 사람도 많다. 각자 성격의 차이가 크다. 나는 약간의 대인기피증이 있는 편이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노년이 되면서 빛을 발하는 측면도 있다. 나다운 삶을 소신 있게, 혼자서도 충분히 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다고 전혀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다.

 

공자의 말씀을 빌리자면 '위인지생(爲人之生)'이 아니라 '위기지생(爲己之生)'을 사는 것이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 친구는 물론 배우자나 자식에게라도 -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면 된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지만 자기 단련이 되어 있다면 충일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독고다이다. 이 사실만 받아들이면 내가 튼실하고 떳떳해지면서 최소한 외로움이나 쓸쓸함으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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