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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 곽재구

어릴 적에강 건너 산비탈 마을기차가 지나갈 때손 흔들었지창밖으로 모자를 흔들던 이가바람에 모자를 놓쳤을 때보기 좋았지 어른이 되어 기차를 타면창밖으로 모자를 흔들고 싶었지강 건너 앵두꽃 핀 마을아이들이 손을 흔들면창밖으로 하얀 모자를 흔들다명주바람에 놓아주고 싶었지 모자를 열 개쯤 준비해강마을의 아이가 손을 흔들 때하나씩 바람에 날리는 거야 KTX는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달리지손을 흔드는 아이도 없지 기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해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사람이 기차고기차가 사람이야미친 듯 허겁지겁 사는 거 부끄러워 시속 삼십 킬로미터면 강마을아이들과 손 흔들 수 있어시속 이십 킬로미터 구간에선초록의 꽃들과 인사 나눌 수 있지시속 십 킬로미터면 초원의 소들에게안녕, 무슨 풀을 좋아해? 물을 수 있어 목포에..

시읽는기쁨 2025.05.09

아차산 둘레길을 걷다

용두회에서 아차산 둘레길을 걸었다. 여섯 명이 함께 했다. 3년 전만 해도 아차산 정상을 지나는 코스를 잡았을 텐데 이제는 힘들게 걷지 말자는 분위기다. 세월이 더 흐르면 이런 길마저 벅차게 다가올 거다. 산길을 걷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데크와 흙길로 된 둘레길은 우리 같은 나잇대가 걷기에 딱 적당했다.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는 서울 시내가 펼쳐져 보였다.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이 눈부셨다. 아까시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산길이었다. 걸은 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이었다. 긴고랑골에서 걷기를 마치고 마을버스를 타고 군자역으로 나와 해물탕으로 점심을 했다. 안주가 좋아서 소주가 빠질 수 없었다. 루틴대로 당구 한 게임을 하고 일정을 마쳤다. 요사이 당구는 연승 중이다. 스트로크에 신경..

사진속일상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