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나갈 한국 대표를 뽑는 본선이 어제 있었는데 81세의 최순화 씨가 베스트 드레스상을 받았다. 올 가을에 열리는 세계 대회에 나갈 대표가 되지는 못했지만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미스 유니버스에 도전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1943년생인 최순화 씨는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어느 환자의 권유로 모델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나이 74세 때였다. 미스 유니버스에 출전하는 나이 제한이 없어지면서 최 씨의 목표는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이번에 32명이 겨루는 본선까지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한국 대표가 되지는 못했다. 만약 세계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면 지구촌의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특별한 사람들이 심심찮게 매스컴에 등장한다. 104세 김형석 교수도 대표적인 예다. 여전히 강의를 다니고 글을 쓰신다. 얼마 전에 또 신간 에세이를 출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선생의 대답이 걸작이다. "생각은 간절하지만 너무 바빠서 안 될 것 같네요."
뉴스에 나오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착각에 빠질 법도 하다. 나도 멋지게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예는 정말로 정말로 특수한 경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느니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 보통 사람이 따라 하다가는 도리어 노후를 망치고 만다. 하늘이 자기에게 내려준 분수대로 사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노년이 되면 자신을 얽매던 것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이렇게 되자면 많은 조건이 받쳐줘야 한다. 건강과 재력은 기본이고 여타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노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생기지만 더불어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타리를 부수고 날아오르는 영웅들이 있다. 늙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싱싱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특별하며 아름답다. 그들은 나이와 조건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보통의 노인을 주눅들게 한다. 그러나 삶에 표준이 있지 않다. 이런 색깔 저런 색깔의 삶이 어울려 인간세를 만들어 나간다. 우리 모두는 각자 아름답게 빛나는 한 송이 꽃이지 않은가. 그렇게 믿으며 살아간다. 자족(自足)과 자위(自慰)를 친구로 하지 못하면 노년은 쓸쓸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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