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콜롬비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마존 정글 지대에 경비행기가 추락했다. 배행기에는 세 명의 성인과 네 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는 데 2주가 걸렸는데 파손된 비행기에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비롯해 세 명의 성인 사체가 있었다. 아이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열세 살(여), 아홉 살(남), 네 살(남), 한 살(여)짜리 남매들이었다. 콜롬비아 군과 원주민을 중심으로 수색대가 조직되어 아이들의 생존 흔적을 발견하고 추적에 나섰다.
40일간의 수색 끝에 생존해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추락 지점에서 직선으로 5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아이들은 맹수, 독사, 독충이 우글거리는 열대밀림에서 40일을 견디어 냈다. 한 살짜리 막내도 살아 있었는데, 수색대는 막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들을 찾아냈다. 기적의 생환에 콜롬비아를 비롯해 전 세계인이 환호했다.
이 이야기는 '사라진 아이들(The Lost Children)'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수색 과정의 생생한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군은 철수한 포기 단계에서 원주민의 한 팀이 아이들을 발견하는 장면은 극적이었다. 아이들은 정글에서 과일과 씨앗을 먹으며 생존하고 있었다. 대체로 건강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남자아이 하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만약 아이들이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 가까이에 있었다면 발견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밀림 속을 헤매고 다녔다. 수색대는 "한 곳에 머물러 있으라"는 외할머니 목소리를 녹음해서 확성기로 방송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도 수색에 참여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나오지 않지만 보도를 통해 들리는 생환 이후의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버지가 아동 성폭행 혐의로 구금되어 있으며,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외할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양육권 다툼이 있고, 아이들은 아동보호소에서 지낸다고 한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성금을 두고 어른들끼리 아귀다툼을 벌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왜 아이들은 밀림 깊숙히 숨어들어갔을까? 자기들을 지켜주던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아이들은 험악한 세상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돈과 권력으로 타락한 세상이라는 걸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치 권력, 검찰 권력만 위험한 게 아니다. 가정의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폭력도 인간을 황폐화시킨다. 어쩌면 더 직접적이고 처참하다. 인간이 겪는 많은 문제가 가정에서 연유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인간의 '권력에의 의지'는 의외로 강고하며, 강한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은 너무 위험하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며 공동체를 파괴한다. 돈에 대한 욕심도 권력 의지와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인간을 구속하는 것, 인간 존재의 한계를 결정하는 울타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예수가 말씀하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도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이해한다. 다큐멘터리 '사라진 아이들'을 보고 그 뒷 이야기를 접하면서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돈과 권력을 향한 집요한 욕망에 씁쓰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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