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이 일흔을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무엇을 삼가거나 조심할 필요가 없을 게다. 보통 사람에게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경지다.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매사를 살피면서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인간 노릇을 하며 살 수 있다. 늙으면 '3노'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3노'의 첫 번째는 노여움이다. 늙으면 괜히 서러워지면서 화가 생기기 쉽다. 세상의 중심이었다가 변방으로 밀려난 소외감이 원인일 것이다. 전처럼 대우를 받지 못하니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이 든다. 그러므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주인공이 아니다. 기대심을 내던지지 못하면 노여움에 자신만 피곤할 뿐이다.
두 번째는 노파심(老婆心)이다. 노파심이란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다. 걱정하면 간섭하게 되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특히 자식이나 손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된다. 상당수 노인은 정치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 극단으로 치우치는 걸 자주 본다. 노인들의 나라 걱정도 빗나간 노파심 중 하나다.
세 번째는 노욕(老慾)이다. 젊었을 때의 욕심은 야망이지만, 늙어서의 욕심은 추태다. 노인의 미덕이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는 데서 나온다. 노인이 되면 '欲(하고자 할 욕)'과 '慾(욕심 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삶이 단순해진다.
나에게는 닿을 수 없는 공자님 말씀보다 이런 현실적인 조언이 유효하다. 노여움, 노파심, 노욕 - 이 '3노'만 잘 경계해도 손가락질받는 노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모두가 자격을 갖춘 노인이 되는 건 아니다. 노인이 넘쳐나지만 어른을 찾기는 힘들다. 사람살이가 쉽지 않은 건 젊어서나 늙어서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