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3

마르코복음[53]

일행은 예리고로 갔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많은 군중과 함께 예리고에서 다시 떠나실 때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걸인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말을 듣고 외치기 시작했다. "다윗의 아들 예수님, 불쌍히 여기소서!" 많은 사람이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으나 그는 더욱 크게 외쳤다. "다윗의 아드님,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께서 멈추어 서서 "그를 부르시오" 하셨다. 사람들이 맹인을 부르며 "힘내시오. 일어나시오. 그분이 부르십니다" 하자 맹인이 겉옷을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로 왔다. 예수께서 맞으며 "무엇을 바랍니까?" 하시니 맹인이 "랍부니,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가시오, 그대 믿음이 그대를 구원했습니다." 그러자 곧 그는 다시 보게 ..

삶의나침반 2022.08.18

마르코복음[52]

다른 열 제자가 듣고서 야고보와 요한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예수께서 그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알다시피 민족들을 다스린다는 자들은 그들 위에 왕노릇하고 높은 사람들은 그들을 내리누릅니다. 그러나 그대들 사이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크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인자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대신해서 속전으로 목숨을 내주러 왔습니다." - 마르코 10,41-45 앞의 장면에서 야고보와 요한 형제가 다른 제자들 몰래 예수를 찾아가서 얄미운 짓을 했다. 못마땅하게 여길 정도가 아니라 한 바탕 싸움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성질이 괄괄한 베드로가 가만있었을 것 같지 않다. 예수는 수준 미달..

삶의나침반 2022.08.02

마르코복음[51]

제베대오의 아들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다가와 여쭈었다. "선생님, 저희 소청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수께서 "무엇을 바랍니까?"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대답했다. "선생님이 영광스럽게 되실 때 하나는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혀 주십시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들 있구려.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까?"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과연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오른편이나 왼편에 앉는 것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 마르코 10,35-40 야고보와 요한이라면 예수의 수제자에 해당한다. 비장한 예루살렘 입성의..

삶의나침반 2022.07.18

마르코복음[50]

일행이 길을 걸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데 예수께서 앞장을 서시니 사람들은 놀라고 뒤따르던 이들은 두려워했다. 예수께서 다시 열두 제자를 데리고 당신께 닥칠 일들을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서 인자는 대제관들과 율사들에게 넘겨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이방인들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저들은 인자를 조롱하고 침을 뱉으며 채찍질을 한 다음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자는 사흘 뒤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 마르코 10,32-34 예수 운동은 예수의 예루살렘행 결단으로 대전환을 맞는다. 평화롭던 갈릴래아 시절이 끝나고 무대는 격동의 예루살렘으로 옮겨간다. 앞장선 예수를 따라가던 사람들이 놀라고 두려워했다는 기록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삶의나침반 2022.07.05

마르코복음[49]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 무릎을 꿇고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물려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왜 나를 선하다고 합니까? 하느님 한 분말고는 아무도 선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계명을 알고 있겠지요.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마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손해를 끼치지 말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그가 말했다. "선생님, 그런 것은 소년 시절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 보고 대견히 여기며 말씀하셨다. "한 가지가 모자랍니다. 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시오. 그러면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터이니, 그렇게 하고 와서 나를 따르시오."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슬..

삶의나침반 2022.06.27

마르코복음[48]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려와서 어루만지시게 하려 하자 제자들이 나무랐다. 예수께서 보고 언짢아하며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도록 그냥 두시오. 막지 마시오. 하느님 나라는 이런 이들의 것입니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어린이처럼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고는 어린이들을 껴안고 손을 얹어 축복하셨다. - 마르코 10,13-16 성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이 어린이들 역시 몸이 성치 못한 아픈 아이들이었는지 모른다. 예수와 닿으면 병이 낫겠다는 부모의 바람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이 막았다. 그만큼 당시에는 어린이들이 존중은커녕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수는 제자들의 행동을 언짢아하며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이의..

삶의나침반 2022.06.15

마르코복음[47]

예수께서 거기서 떠나 유대 지역으로 또한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가시자 군중이 또 모여드니, 늘 하시던 대로 다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다가와 그분을 떠보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하고 물었다. "모세가 어떻게 명했습니까?" 하고 되물으시니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모세는 당신네 마음이 모질기 때문에 그 계명을 적어 남겼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태초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서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입니다. 하느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 집에서 제자들이 다시 그 일에 대해 물으니 예수께서 말씀하..

삶의나침반 2022.05.28

마르코복음[46]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걸려넘어지게 하는 사람은 나귀가 돌리는 연자매를 목에 매단 채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손이 그대를 걸려넘어지게 하거든 끊어 버리시오. 두 손을 가지고 지옥으로, 그 꺼지지 않는 불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발이 걸려넘어지게 하거든 끊어 버리시오.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기보다는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눈이 걸려넘어지게 하거든 뽑아 버리시오.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기보다는 애꾸눈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지옥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습니다." "모두 불로 소금절이가 될 것입니다. 소금은 좋습니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는다면 무엇으로 그것을 제..

삶의나침반 2022.05.16

마르코복음[45]

요한이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 이름으로 귀신 쫓아내는 것을 보고 저희가 막았습니다. 그가 우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예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시오.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고 나서 곧 나를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대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이라서 그대들에게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사람은, 진실히 말하거니와, 보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마르코 9,38-41 이 당시에 갈릴래아 지방에서는 예수의 이름을 사칭하며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예수의 명성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제자 요한이 그들을 비난하자 예수는 다른 말씀을 하신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입..

삶의나침반 2022.05.06

마르코복음[44]

일행은 가파르나움으로 갔다. 집에 이르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길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길에서 자기네 가운데 누가 제일 큰 사람이냐를 두고 서로 다투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앉으신 다음 열두 제자를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모든 이 가운데 말째가 되어 모든 이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어린이를 데려다 그들 가운데 세우고 껴안으며 말씀하셨다.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가운데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 마르코 9,33-37 공자에게는 안회가 있었고, 붓다에게는 가섭이 있었다. 무릇 스..

삶의나침반 2022.04.23

마르코복음[43]

일행은 거기서 떠나 갈릴래아를 지나갔는데, 예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셨다. 실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자는 사람들 손에 넘겨지고 사람들이 그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자는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뒤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고 묻기조차 두려워했다. - 마르코 9,30-32 수난과 부활에 대한 두 번째 예고다. 이 부분은 예수의 말씀이 아니라 마르코복음의 기자가 포함된 초대교회의 케리그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수의 생애와 전체 말씀의 맥락을 살펴볼 때 예수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내다보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복음서에 삽입된 부활 예고 장면은 생뚱맞게 등장한다. 제자들조차 이 말씀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마르코는 적는다. 그렇다면 예..

삶의나침반 2022.04.13

마르코복음[42]

일행이 제자들에게 돌아와서 보니, 많은 군중이 둘레에 모여 있고 율사들이 그들과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군중이 모두 예수를 보고 몹시 놀라 달려와서 인사드렸다. 예수께서 "저들과 무슨 시비를 벌이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군중 가운데서 한 사람이 대답했다. "선생님, 벙어리 영이 붙은 제 아들을 선생님께 데려왔습니다. 어디서고 이 영이 아이를 사로잡으면 거꾸로뜨리는데, 아이가 거품을 내뿜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선생님 제자들에게 그놈을 쫓아내 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쫓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아, 믿음이 없는 세대로다. 내가 언제까지 당신들과 함께 있어야 한단 말이오? 언제까지 당신들에게 시달려야 한단 말이오? 아이를 데려오시오." 사람들이 아이를 데려왔다. 영이 ..

삶의나침반 2022.03.25

마르코복음[41]

제자들이 물었다. "어째서 율사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고요? 그러면 인자에 대해서는 성서에 어떻게 씌어 있습니까? 많은 고난을 겪고 멸시를 당하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말하거니와, 과연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성서에 씌어 있듯이 사람들이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습니다." - 마르코 9,11-13 예수가 메시아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던 것 같다. 예수의 입으로 앞으로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는다고 했으니 제자들 생각으로는 영광의 메시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아직 엘리야가 오지 않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예수는 세례 요한이 엘리야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말도 한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메시야라거나 하..

삶의나침반 2022.03.10

마르코복음[40]

엿새 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처럼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번쩍였다. 그때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드로가 예수께 여쭈었다. "랍비,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랍비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두들 겁에 질려 있었다. 이윽고 구름이 일어나 그들을 감싸더니 구름에서 소리가 울렸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들이 얼른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곁에 예수만 계셨다. 산에서 내려올 때 예수께..

삶의나침반 2022.02.28

마르코복음[39]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더러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마르코 9:1 다음에 나올 마르코복음 13장에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이 자세히 들어 있다. 여기서는 종말의 때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죽기 전에' 세상의 종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50 년 안에는 세상의 끝이 도래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예언은 틀렸다. 그때로부터 2천 년이 지나고 있건만 아직도 세상은 건재하다.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고대하는 한편 하느님의 심판으로 세상의 악을 쓸어버리는 종말의 때를 기다리기도 했으리라.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을 보면 예수도 종말을 믿었던 듯하다. 그것도 확고하게 곧 닥칠 사실에 대해 의심..

삶의나침반 2022.02.19

마르코복음[38]

그러고는 제자들과 군중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와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벌어들인들 목숨을 해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무엇을 목숨 값으로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간음하고 죄 짓는 이 세대 가운데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오게 될 때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 마르코 8,34-38 스승 예수를 따른다는 의미의 핵심이 여기에 나온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여러 말씀 중에서 제일 소중한 부분을 고르라면 이 말씀을 선택하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

삶의나침반 2022.02.07

마르코복음[37]

그리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곧,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와 대제관과 율사들에게 버림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뒤 다시 일으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분명히 하시자 베드로가 그분을 잡아당기며 책망하기 시작했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시고는 베드로를 꾸짖으셨다. "물러가라, 사탄아!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 마르코 8,31-33 이 장면에서는 갑자기 "쾅!" 하고 울리는 운명의 북소리가 들린다. 예수는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고, 베드로로 대표되는 제자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책망한다. 하느님의 길과 인간의 길이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이즈음에 예수는 예루살렘에 쳐들어가서 낡고 굳어진 유대교의 성(城)을 허물기로 결심했을 터였다...

삶의나침반 2022.01.30

마르코복음[36]

예수와 제자들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근처 촌락으로 떠났다. 길에서 예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하고 물으시자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이라고들 하는데, 더러는 엘리야라고도 하고 더러는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도 합니다" 하였다. "그러면 그대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베드로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 마르코 8,27-30 갑자기 복음서의 호흡이 급해지고 예수의 말씀도 비장해진다. 자신의 죽음을 이때부터 예견한 듯하다. 예수의 생애에서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평화롭게 보이던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은 끝났다. 예수를 따르던 군중이나 제자들은 주로 예수를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보았던 듯하다. 예언자는 메시아..

삶의나침반 2022.01.14

마르코복음[35]

그리고 그들은 베싸이다로 갔는데, 사람들이 맹인을 예수께 데려와서 만져 주십사고 간청했다. 예수께서 맹인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려가 눈에 침을 바르고 손을 얹어 주신 다음, "무엇이 보입니까?" 하시자 그가 보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무 같은 것이 걸어다니는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눈에 손을 얹어 주시자 그는 똑똑히 보게 되었다. 눈이 성해져서 모든 것을 훤히 보게 되었다. 예수께서 그를 집으로 보내며 "마을로 들어가지는 마시오" 하고 이르셨다. - 마르코 8.22-26 예수가 치유자였던 것은 분명하다. 복음서에 예수의 치유 활동이 다수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갈릴래아 민중에게 예수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치유자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예수 외에도 보수를..

삶의나침반 2022.01.06

마르코복음[34]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서 배 안에는 빵이 한 개밖에 없었는데, 예수께서 "주의하시오, 바리사이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시오" 하고 엄명하시자 "빵이 없구나" 하고들 서로 수군거렸다. 예수께서 알아차리고 말씀하셨다. "빵이 없다고 왜 수군거립니까?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합니까? 그토록 마음이 둔합니까? 눈이 있어도 못 보고 귀가 있어도 못 듣습니까? 생각나지 않습니까? 내가 오천 명을 위해 빵 다섯 개를 떼었을 때 남은 빵조각을 몇 광주리에 가득 담았습니까?"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였다. 또 "사천 명을 위해 빵 일곱 개를 떼었을 때는 몇 바구니에 가득 담았습니까?" 하시니, "일곱입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도 깨닫지 못합니까?" - 마르코 8,14-21..

삶의나침반 2021.12.29

마르코복음[33]

바리사이인들이 와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는데, 그분을 떠보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예수께서 당신 영으로 한숨을 쉬고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찾는가? 진실히 말하거니와, 이 세대에는 표징이 주어질 리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그들을 버려두고 다시 배에 올라 호수 건너편으로 떠나셨다. - 마르코 8,11-13 4천 명을 먹인 기적 뒤에 바로 이어 나오는 대목이다. 예수를 주목하고 있었던 바리사이인들이 이 기적을 몰랐을 리가 없다. 내가 보기에 예수의 특별함을 이보다 더 명징하게 드러내 보이는 기적이 없다. 그런데도 바리사이인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한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 마음이 닫혀 있으면 어떤 기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

삶의나침반 2021.12.24

마르코복음[32]

그 무렵 많은 군중이 다시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군중이 측은합니다.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굶주린 채 집으로 헤쳐보냈다가는 길에서 기진해 버리겠습니다. 더구나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했다. "여기는 외딴 곳인데 어디서 빵을 구해다가 이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그대들은 빵이 몇 개나 있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군중에게 명하여 땅바닥에 자리잡게 하시고, 빵 일곱 개를 들어 사례하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며 나누어 주게 하시니, 그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작은 물고기도 몇 마리 있었는데, 예수께서 역시 축..

삶의나침반 2021.12.16

마르코복음[31]

예수께서는 다시 띠로 지역을 지나 시돈을 거쳐 갈릴래아 호숫가로,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로 가셨다. 그런데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데려와서 손을 얹어 주십사고 간청했다. 예수께서 그를 군중 가운데서 따로 데리고 나오시어,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었다가 침을 뱉어 그의 혀를 만지셨다. 그러고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숨을 쉬시며 "에파타", 곧 "열려라" 하시자 그의 귀가 열리고 굳은 혀도 풀려 말을 제대로 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명하셨다. 그러나 엄히 명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매우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그분이 모든 일을 좋게 하셨구나. 저 귀머거리들은 듣게 하시고 저 벙어리들은 말을 하게 하셨구나." - 마르코 7,31-37 복음서에는 예..

삶의나침반 2021.12.06

마르코복음[30]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띠로 지역으로 가셨는데, 어떤 집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게 묵으려 하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 딸이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있다는 한 부인이 소문을 듣고 와서 예수 발치에 엎드렸다. 그리스 사람으로 시로페니키아 출신인 그 부인이 딸한테서 귀신을 쫓아내어 주십사고 간청하니 예수께서 "먼저 자녀들이 배불리 먹어야지, 자녀들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부인이 "예, 주님. 그렇지만 상 아래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돌아가시오. 바로 그 말로 말미암아 딸한테서 귀신이 떠났습니다." 부인은 집으로 가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귀신이 떠난 것을 알았다...

삶의나침반 2021.11.22

마르코복음[29]

바리사이들과 예루살렘에서 온 율사 몇이 예수께 몰려왔는데, 그분 제자들이 더러 부정한 손, 곧 씻지 않은 손으로 빵을 먹는 것을 그들이 보았다. 본디 바리사이와 모든 유대인은 조상 전통을 지켜, 한 웅큼 물로라도 손을 씻지 않고는 먹지 않는다. 시장에서 돌아와서도 몸을 씻지 않고는 먹지 않는다. 그밖에도 지켜야 할 전통이 많이 있으니, 잔이나 옹자배기, 놋그릇이나 침대 따위도 노상 씻는다. 그래서 바리사이와 율사들이 "어째서 당신 제자들은 조상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빵을 먹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사야가 위선자인 당신들을 두고 잘도 예언했으니,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섬기지만 마음은 멀리 떠나 있도다. 헛되이 나를 떠받드나니 사람의 계명을 가르..

삶의나침반 2021.11.04

마르코복음[28]

일행이 뭍을 향해 호수를 건너서 겐네사렛에 이르러 닻을 내리고 배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곧 예수를 알아보고 그 지방 일대를 두루 뛰어다니며 앓는 이들을 침상에 눕혀 가지고 그분이 계시다는 곳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촌락이든 고을이든 농가든 예수께서 들어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너른 터에 병자들을 데려가 놓고는 당신 옷단에 달린 술이라도 만지게 해 주십사고 간청했고, 만지는 사람마다 나았다. - 마르코 6,53-56 예수는 가파르나움과 겐네사렛 지역을 수 차례 왕복하며 활동하신 것 같다. 갈릴래아 호수를 중심으로 한 이곳이 예수 운동의 중심 지역이었다. 당연히 예수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 있었을 것이다. 일반 민중들에게 예수는 어떤 분으로 인식되어 있었을까. 이 대목을 보면 민중들은 병고에서 벗어..

삶의나침반 2021.10.25

마르코복음[27]

그리고 곧 예수께서 제자들을 재촉하여 먼저 배를 타고 건너편 베싸이다로 가게 하시고, 그동안 당신은 군중을 헤쳐 보내셨다. 그들과 헤어진 뒤에는 기도하러 산으로 물러가셨다. 날이 저물어 배는 호수 복판에 있었고, 예수께서는 홀로 뭍에 계셨다. 바람이 마주 불어와서 제자들이 노 젓느라고 몹시 고생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밤 사경에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로 가셨다. 그리고 곁을 지나쳐 가시려는데 제자들이 예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모두들 질겁을 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곧 말을 걸어 "힘내시오, 나요. 겁내지 마시오" 하셨다. 그리고 와서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그쳤다. 제자들은 몹시 질려 넋을 잃었다. 그들은 마음이 무디어 빵 기적에 대해 아직 깨닫지 못하..

삶의나침반 2021.10.17

마르코복음[26]

사도들이 예수께 돌아와 모여서 행하고 가르친 것을 모두 보고 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 "따로 외딴곳에 가서 좀 쉬도록 하시오" 하고 이르셨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가는 것을 보았고, 갈 곳을 알아챈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모든 고을에서 나와 잰걸음으로 함께 달려서 일행보다 먼저 그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배에서 내리며 많은 군중을 보고 측은히 여기셨다. 목자 없는 양떼 같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그들을 여러 모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제자들이 다가와 말씀드렸다. "이곳은 외딸고 이미 때가 지났으니 사람들을 헤쳐보내어 주변 농가와 마을에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도록 하시지요." 예수께..

삶의나침반 2021.10.06

마르코복음[25]

헤로데 왕이 예수 소문을 들었다. 그분 이름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 가운데서 살아났구나. 그러기에 기적을 이루는 힘이 솟아나지" 하였다. 더러는 "엘리야다"라고도 하고, 더러는 "옛 예언자 가운데 한 분과 같은 예언자다"라고도 하였다. 이런 소문을 듣고서 헤로데는 말했다. "내가 목을 벤 요한 그 사람이 살아났구나." 사실 헤로데가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다 감옥에 묶어 두었던 것은 동기간인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로 말미암은 일이었다. 헤로데가 그 여자와 결혼했는데 그래서 요한이 "동기의 아내를 데리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헤로디아는 앙심을 품고 요한을 죽이려 애썼으나 그럴 수 없었다. 헤로데가 요한이 의롭고 성스러운 사람임을 알아보고 ..

삶의나침반 2021.09.27

마르코복음[24]

예수께서는 촌락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르치셨다. 그리고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불러 둘씩 짝지어 보내며 더러운 영 제어하는 권능을 주셨다. 아울러 길을 떠날 때 지팡이말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 것을 명하셨으니, 곧 빵도 자루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 것이며 다만 신발은 신되 속옷도 두 벌 껴입지 말라고 하셨다. 이어서 말씀하셨다. "일단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곳을 떠날 때까지 머물러 있으시오. 또한 어느 곳이든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분의 말도 듣지 않거든 거기를 떠나면서 발밑에 붙은 티끌을 털어 증거로 남기시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선포했다. 또 많은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고쳐 주었다. - 마르코 6,7-13 제자를 파견함으로써 예수는 하느님 ..

삶의나침반 202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