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4

논어[353]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 같다. 잘못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고치게 되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게 된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人皆見之 更也人皆仰之 - 子張 15 이 말의 방점은 군자는 잘못을 고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못을 저지른다. 군자나 소인이나 마찬가지다. 군자는 제 허물이 무엇인지 알고, 허물을 고쳐 나가면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 허물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반면에 소인은 제 허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알더라도 변명하기 급급하다. 아예 제 허물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흔하다. 예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 위선자, 먼저 당신 눈에서 들보를 빼내시오. 그때에야 당신은 똑똑히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

삶의나침반 2019.09.15

논어[352]

자공이 말했다. "주의 잘못도 이렇듯 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참된 인물은 밑으로 내려가기를 싫어하는 것이니, 천하의 악이란 악은 다 그리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子貢曰 紂之不善 不如是之甚也 是以君子 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 - 子張 14 국가 관계에서는 승자가 선이고 패자는 악이다. 새로 창업한 나라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멸망한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 기술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군주는 음란하고 잔인한 폭군으로 만들어진다. 나라가 망한 게 어찌 한 사람의 잘못만이겠는가. 누대에 걸친 적폐가 쌓여서 그때 곪아 터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공이 주왕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말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 번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똥에 구더기가 들끓듯 천하의 악이 다 그..

삶의나침반 2019.09.01

논어[351]

맹씨가 양부로 재판관을 삼았다. 그가 문의한즉, 증자가 말했다. "윗사람이 도리를 그르쳤고 백성들이 흩어진지 오래다. 그들의 정상을 살피게 되거든 불쌍히 여겨 주되 기뻐할 것은 없느니라." 孟氏使陽膚爲士師 問於曾子 曾子曰 上失其道 民散久矣 如得其情 則哀矜而勿喜 - 子張 13 "윗사람이 도리를 그르쳤고 백성들이 흩어진지 오래다[上失其道 民散久矣]." 정치는 민심을 얻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된 원인을 증자는 윗사람이 도리를 그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야당의 지나친 발목잡기와 정치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동시에 후보자에 대한 실망도 크다. 합법만을 강조할 일이 아니다. 지도자란 백성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자..

삶의나침반 2019.08.27

논어[350]

증자가 말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들었는데 '맹장자의 효도 중에 다른 것은 할 수 있으나 아버지의 신하를 갈지 않고 아버지의 정책을 바꾸지 않는 그 점은 본받기가 힘들다'고." 曾子曰 吾聞諸夫子 孟莊子之孝也 其他可能也 其不改父之臣 與父之政 是難能也 - 子張 12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효(孝)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부모의 뜻을 거스리는 일은 천륜에 어긋난다. 머리카락도 잘라내지 못하니 구한말 단발령 소동이 생겼다. 위정자의 경우 아버지가 편 정책은 바꾸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 여기 나오는 맹장자는 노나라 대부였다. 좋은 제도라면 계승하는 게 맞다. 그러나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조상과의 연결된 고리의 일부로 보느냐, 아니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체로..

삶의나침반 2019.08.19

논어[349]

자유가 말했다. "내 친구 자장은 남 못하는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사람답게 된 것이 아니야." 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증자가 말했다. "당당하구나. 자장은! 함께 사람 구실하기가 무척 힘든다." 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 子張 11 자장에 대한 인물평이다. '선진'편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자공이 물었다. "자장과 자하는 누가 더 잘났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지근하다." "그러면 자장이 더 나은가요?" "지나친 것도 미지근한 것과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나오는 대화다. 공자는 자장의 행동에 대해 '지나치다'고 말한다. '위정'편에서는 자장의 질문에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말에 빈틈이 적고, 행동에 거침새가 적어야 한다." 이런 걸..

삶의나침반 2019.08.13

논어[348]

자유가 말했다. "상례는 슬퍼하면 그만이야." 子游曰 喪致乎哀而止 - 子張 10 장례식장에 가면 통로를 따라 조화가 즐비하다. 조화의 수는 그 집안의 권세에 비례한다. 무엇을 자랑하려는 것일까? 조화를 보낸 사람의 이름과 직책을 커다랗게 게시하는 꿍꿍이가 뻔하다. "상례는 슬퍼하면 그만이야." 상례의 기본은 진정으로 슬퍼함이다. 거기서 그쳐야 한다.

삶의나침반 2019.08.07

논어[347]

자하가 말했다. "벼슬살 때 틈이 나면 학문을 닦고, 학문을 닦다가 여유가 생기면 벼슬을 살지." 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 子張 9 자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유가(儒家)는 학문과 벼슬살이를 거의 동의어로 본 듯하다. 도가(道家)와는 반대다. 세속에 발을 담그면 검은 물이 들 수밖에 없다. 아예 뒤돌아서는 게 최선이다. 유가는 지식인이라면 현실에 참여하여 바른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이득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함정에 빠지기 전까지는 옳은 소리다. 무어라 해도 학문의 목적은 인간의 자기 완성을 향함에 있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이 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자하의 이 말이 정치 야망을 가진 폴리페서의 자기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9.08.01

논어[346]

자하가 말했다. "위대한 인격자는 매사에 엇나가지 않지만, 사소한 인물들에게는 다소의 차는 있을 수 있다." 子夏曰 大德不踰閑 小德出入可也 - 子張 8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하지 않는다[從心所慾不踰矩]'고 한 공자는 대덕(大德)의 경지에 이른 것일 게다. 반면에 소덕(小德)은 경계를 들락거린다. 일탈했더라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과제일 것이다. 벗어났으면서도 벗어난 줄 모르는 자가 제일 병통이다. 그 무지를 깨우쳐주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삶의나침반 2019.07.27

논어[345]

자하가 말했다. "참된 인간은 세 번 변한다. 바라다 보면 위엄이 있고, 마주치면 부드럽고, 그의 말을 들으면 엄정하다." 子夏曰 君子有三變 望之儼然 卽之也溫 聽其言也려 - 子張 7 군자는 큰 산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가까이서 볼 때와 들어가서 볼 때도 다르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군자 언행의 특징을 보여준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만나면 부드럽고, 말을 들으면 엄정하다. 군자는 어느 한 모습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군자불기(君子不器)와도 통하는 말이다.

삶의나침반 2019.07.21

논어[344]

자하가 말했다. "하찮은 사람은 그르치면 기어이 꾸며댄다." 子夏曰 小人之過也 必文 - 子張 6 유아일 때는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 못한다. 성장하면서 잘못을 인식하게 되고, 더 크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 자하의 말처럼 잘못임을 알면서도 핑계 대고 변명한다면 소인(小人)이다. 소인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 흠이나 결점이 없는 인간은 없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을 꾸며대지 않고 성장을 위한 반성의 계기로 삼는 사람이 군자다. 이것이 소인과의 차이다.

삶의나침반 2019.07.14

논어[343]

자하가 말했다. "널리 배우면서 목표를 굳게 세우고, 똑똑 끊어 물으면서 자신의 일을 생각하면, 사람값은 절로 그 안에 있을 거야." 子夏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 子張 5 오늘의 내용에서는 '근사(近思)'에 주목한다. 직역하면 '가까이를 생각한다'이다. 제 자신이나 주변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멀리 있는 타인과 비교할 게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훌륭한 인품은 우선 가족에게서 인정받는다. 내향(內向)의 힘이 인간을 성숙시킨다.

삶의나침반 2019.07.08

논어[342]

자하가 말했다. "비록 하찮은 도리일망정 한 가닥 봄직한 점은 있다. 그러나 먼길을 가자면 방해가 되므로 참된 인간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子夏曰 雖小道 必有可觀者焉 致遠恐泥 是以君子不爲也 - 子張 4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나 '대도무문(大道無門)' 같은 말이 떠오른다. 여기 나오는 자하의 '하찮은 길[小道]를 멀리 하라'는 말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소인을 넘어 군자가 되는 것이 유가의 목표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대도(大道)라면, 나머지는 소도(小道)에 불과하다. 쓸모 있는 점도 있겠으나, 진흙탕처럼 발목을 잡을 위험도 있다. 그에 대한 경계로 보이는 말이다. 그러나 소도를 배척한 것이 실용 지식의 발전에는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봐도 조선 후기가 되어서야 실학이 등장한다. 유가..

삶의나침반 2019.06.18

논어[341]

자하의 제자가 자장에게 사귀는 법에 대하여 물은즉, 자장이 말했다. "자하님은 무어라 하던가?" 대답하기를 "자하님은 '좋은 이와는 사귀되 좋잖은 이와는 멀리하라' 하십니다." 자장이 말했다. "내가 듣고 배운 것과는 다르다. '참된 인간은 잘난 이를 존경하면서 많은 이를 받아들이고, 착한 이를 좋게 여기되 무능한 사람은 불쌍히 여긴다'고 하는데, 내가 잘났다고 하면 누군들 용납 못할 바 없고, 내가 못났다면 남이 나를 멀리 할 것이니 어떻게 남을 멀리 할 수 있을까!" 子夏之門人問 交於子張 子張曰 子夏云何 對曰 子夏曰 可者與之 其不可者拒之 子張曰 異乎吾所聞 君子尊賢而容衆 嘉善而矜不能 我之大賢與 於人 何所不容 我之不賢與 人將拒我 如之何其拒人也 - 子張 3 아마 공자 사후의 일일 것이다. 제자들 사이에 스..

삶의나침반 2019.06.12

논어[340]

자장이 말했다. "인격을 쌓는 데 안목이 좁고, 도리를 믿는 마음이 부실하면 할 수 있다고 할 것인가! 할 수 없다고 할 것인가!" 子張曰 執德不弘 信道不篤 焉能爲有 焉能爲無 - 子張 2 도(道)와 덕(德)이 나온다. 에서 '도'는 우주와 인간 삶을 지배하는 원리이며 인간이 나아갈 길이다. 반면에 '덕'은 도의 실천적 측면이 있다. 에 나오는 도와 덕 개념도 비슷할 것이다. 진리에 대한 믿음과 일상에서의 실천, 그것이 '신도집덕(信道執德)'이다. 자장의 이 말은 유학자가 평생 간직해야 할 지표이지 싶다.

삶의나침반 2019.05.31

논어[339]

자장이 말했다. "선비는 위험에 직면하여 목숨도 바치고, 소득이 있는 일에는 옳은가 그른가를 생각하고, 제사 때는 경건할 것을, 상례 때는 슬퍼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야." 子張曰 士 見危致命 見得思義 祭思敬 喪思哀 其可已矣 - 子張 1 '자장' 편은 공자 제자들의 어록이다. 자장의 이 말에서는 먼저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가 떠오른다. 의사는 '見利思義 見危授命'이라 적었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옛 선비들의 삶의 지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안중근 의사는 이를 올곧게 실천했다. 은거해 있다가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의병을 일으켜 일어나는 것이 유교의 선비 정신이다. 이득도 의롭지 않으면 받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

삶의나침반 2019.05.24

논어[338]

주공이 노공더러 이르기를 "참된 인물은 자기 친족을 버리지 않고, 대신들로 하여금 씌어주지 않는다는 원망을 안 하도록 하며, 오래 된 분들은 큰 실수가 없는 한 버려서는 안 되며, 한 사람이 무엇이나 다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周公謂魯公 曰 君子不施其親 不使大臣怨乎不以 故舊 無大故 則不棄也 無求備於一人 - 微子 7 공자가 제일 존경하는 주공(周公)의 말이니 공자의 말과 다름 없을 것이다. 노공(魯公)은 주공의 아들로 노나라를 다스린 인물이다. 주공이 노나라로 떠나는 자기 아들에게 준 당부로 봐도 될 듯 싶다. 전체적인 내용은 권력자의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공자가 존경하게 된 주공의 인품이기도 하다.

삶의나침반 2019.05.07

논어[337]

버림받은 사람은 백이, 숙제, 우중, 이일, 주장, 유하혜, 소련이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기 뜻을 버리지 않고 몸을 더럽히지 않는 사람은 백이, 숙제일거야!" 유하혜와 소련을 평하여 말씀하시다. "자기 뜻을 버리고 몸을 더렵혔지만 말씨는 결(理)에 맞고 행동은 생각대로 맞아갔다는 그 점일 거야!" 우중와 이일을 평하여 말씀하시다. "숨어 살면서 함부로 지껄이되 처신이 깨끗하고, 그만두는 태도도 좋았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내게는 좋은 것도 없거니와 좋지 않은 것도 없다." 逸民 伯夷 叔齊 虞仲 夷逸 朱張 柳下惠 少連 子曰 不降其志 不辱其身 伯夷 叔齊與 謂柳下惠 少連 降志辱身矣 言中倫 行中慮 其斯而已矣 謂虞仲 夷逸 隱居放言 身中淸 廢中權 我則異於是 無可 無不可 - 微子 6 여기 나오는 일곱..

삶의나침반 2019.04.29

논어[336]

자로가 따라오다가 뒤쳐졌다. 지팡이로 대바구니를 짊어진 어느 노인을 만났다. 자로가 묻기를 "여보시오! 우리 선생님을 만나셨습니까?" 그 노인은 말하기를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곡식조차 구별 못하는 사람을 누가 선생님이라 하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김을 맨다. 子路 從而後 遇丈人 以杖荷조 子路問 曰 子見夫子乎 丈人 曰 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爲夫子 植其杖而芸 - 微子 5 공자 일행에서 뒤처진 자로가 또 다른 은둔자를 만난다. 공자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자로에게 노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곡식조차 구별 못하는 작자는 선생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도 당시 유학파에 대한 비판의 하나였을 것이다. 육체적인 일을 천시하는 풍조가 유학에는 애초부터 배태되어 있는지 모른다. ..

삶의나침반 2019.04.20

논어[335]

초나라 거짓 미치광이 접여가 노래부르며 선생님 곁을 지나가며 말하기를 "봉황새야! 봉황새야! 왜 그처럼 인품이 시들었노! 지난 일은 따질 것이 없고, 시방도 따르면 되지. 그만두구려! 요새 정치란 위태위태하구려!" 선생님이 수레에서 내려와 마주 이야기하여 보려고 한즉, 총총걸음으로 달아나 버리니, 마주 이야기해 볼 수가 없었다. 楚狂接與 歌而過孔子 曰 鳳兮 鳳兮 何德之衰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已而 已而 今之從政者殆而 孔子 下欲與之言 趨而避之 不得與之言 - 微子 4 미치광이 접여는 세상을 발로 걷어차버린 은둔자다. 도가(道家) 사상과 가까운 인물이니 당연히 유가(儒家)와는 각을 세운다. 에도 접여 이야기가 나오는데 공자를 비판하고 심지어는 조롱까지 한다. 에 등장하는 접여는 매우 순화되어 있다. 공자가 접..

삶의나침반 2019.04.11

논어[334]

제나라 경공이 선생님의 대우에 대하여 말하기를 "계씨처럼 할 수 없고, 계씨와 맹씨의 중간으로 하지." 또 말하기를 "나도 늙었어. 쓰기가 힘들 거야." 선생님은 떠나 버렸다. 齊景公 待孔子 曰 若季氏 則吾不能 以季孟之間待之 曰 吾老矣 不能用也 孔子 行 - 微子 3 공자가 제나라에 가 있었던 때가 BC 517년, 공자 나이 35세였다. 아마 그때 일이 아닌가 싶다. 공자를 어느 수준으로 대우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경공이 공자를 얻은 것을 기뻐했다. 그러나 당시 제나라의 실력자인 재상 안영이 공자의 등용을 반대했다. '공자세가'에 나오는 안영이 경공에게 간언한 말의 일부다. "유자(儒者)는 입만 번지레할 뿐 본받을 만한 것이 없고, 속으로 거만하면서 겉으로 공손한 척하니 수하에서 부..

삶의나침반 2019.03.31

논어[333]

유하혜는 재판관이 되었다가 세 번 쫓겨났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선생은 아직도 떠나실 판국이 아닌가요?" "도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사람을 섬기면 어디를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을까! 도리를 굽혀가면서 사람을 섬기면 하필 고국을 떠날 것까지야 있나!" 柳下惠 爲士師 三黜 人曰 子未可以去乎 曰 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 - 微子 2 유하혜는 공자보다 150년 정도 앞선 시대를 산 노나라 사람이다. '위영공'편에도 현인으로 나온다. 공자와 제자들이 존경한 사람인 듯하다. 재판관이 되어서 세 번이나 쫓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올곧은 처신 때문일 것이다. 그런 대우를 받을 바에야 왜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는지 사람들이 물었다. '도리를 꼿꼿이 세우면서[直道]' 살면 어디 간들 쫓겨나지 않겠느냐고..

삶의나침반 2019.03.23

논어[332]

미자는 홀연히 떠나고, 기자는 종이 되고, 비간은 간하다가 죽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은나라에는 사람 구실한 이가 세 분 계셨느리라." 微子 去之 箕子 爲之奴 比干 諫而死 孔子曰 殷有三仁焉 - 微子 1 은나라 주(紂)왕의 폭정에 항거한 셋을 공자는 인자(仁者)라고 말한다. 공자의 인(仁)에는 의(義)의 개념이 들어 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인이다. 불의한 왕조라면 타도할 수도 있다는 혁명 사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자의 인(仁)은 '어질다'보다 '사람 됨'으로 이해하는 게 맞겠다.

삶의나침반 2019.03.11

논어[331]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이 사십이 되어도 미움만 받게 되면 인제 그만이지." 子曰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 - 陽貨 24 사십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사십은 인생의 분기점으로, 공자는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자신이 걸어갈 인생길의 푯대가 분명해지는 때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십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십을 전후해서 정신적 사춘기(思春期)가 있었고, 오십을 전후해서 사추기(思秋期)를 길게 겪은 뒤였다. 분명한 사실은, 혹(惑)에 깊게 빠져야 불혹(不惑)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회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혹도 없다.

삶의나침반 2019.03.02

논어[3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무래도 계집애와 심부름꾼은 취급하기가 곤란해. 가까이하면 멋대로 하고, 멀리 하면 투덜거리거든." 子曰 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 陽貨 23 공자 역시 가부장적 봉건 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이런 발언을 하면 공동체에서 뭇매를 맞으리라. 지금의 잣대가 아닌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기준으로 봐야 할 발언이다. 허나, 아껴주면 기어오르는 게 여자(女子)와 소인(小人)만이겠는가. '불가근 불가근(不可近 不可遠)'의 원칙은 모든 인간, 모든 타자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삶의나침반 2019.02.22

논어[329]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일이 있지. 남의 허물을 도리어 칭찬하는 자를 미워하고, 밑바닥에 깔린 사람이 윗사람을 헐어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용감할 뿐 예법을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으면서 숨막히는 짓을 하는 자를 미워한다." "사야,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 "남의 말을 받아서 제 것인 체하는 자를 미워하고, 함부로 하는 것을 용기인 양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남의 잘못을 들추되 곧은 일을 하는 양하는 자를 미워합니다." 子貢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산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 亦有惡乎 惡요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알以爲直者 - 陽貨 22 사제간에 쿵짝이 잘 맞는다. 우리는 군자, 어..

삶의나침반 2019.02.14

논어[328]

자로가 말했다. "지도적 인물도 용기를 숭상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정의를 으뜸 삼지. 지도적 인물이 용기만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반란을 꿈꾸고, 덜된 인간이 용기만을 뽐내면서 정의감이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 爲亂 小人有勇而無義 爲盜 - 陽貨 21 자로가 용기[勇]를 물은 건 자로에 어울리는 질문이다. 군자는 정의[義]를 으뜸으로 삼는다고 공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선지 정의를 내세우지 않는 무리가 없다. 부글거리는 욕망을 가리는 명분으로 정의만 한 게 없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는 모든 관공서에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한때 높이 들었던 정의의 깃발 또한 젊음의 객기나 멋있어 보이기 위한 만용이 아니었는..

삶의나침반 2019.02.07

논어[3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종일 처먹기만 하고 아무것도 뜻이 없는 인간은 할 수가 없다. 장기나 바둑 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을 하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이다."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 陽貨 20 향상을 위한 노력! 공자가 제일 강조하는 내용이다. 빈둥거리느니 차라리 장기나 바둑이라도 두란다. 바둑이나 장기 놀이 역시 공자는 마땅찮게 본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무 뜻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허나 쓸데 없는 데 '용심(用心)'을 쓰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인간의 행위 중에 순수하게 내적 향상을 위한 마음씀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제 이익을 챙기려는 분투가 아니던가. '용심(用心)'의 해석에 따라 다..

삶의나침반 2019.01.30

논어[326]

재아가 물었다. "삼년상은 너무 기한이 긴 듯합니다. 웃자리에 있는 분이 삼 년 동안 예법을 그만두면 예법이 시들어지고 삼 년 동안 음악을 그만두면 음악이 부스러집니다.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햅쌀이 나오면 불씨도 새로 갈아넣게 마련이니, 일 년이면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처럼 쌀밥을 먹고, 그처럼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거든 그대로 하려무나! 대개 성실한 인물들은 상 중에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집안에서도 편안한 줄 모르므로 그렇게 않는 것이다. 네가 괜찮거든 그렇게 하려무나!" 재아가 나간 후에 선생님 말씀하시다. "재아는 사람 구실을 못하는 아이다. 사람이 나면 삼 년이 지난 뒤라야 부모의 품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삶의나침반 2019.01.21

논어[325]

유비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 선생님은 병을 핑계로 거절했다. 전갈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 陽貨 18 이 대목은 읽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병을 핑계로 거절했으면 됐지, 굳이 노랫소리를 듣게 해서 놀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픈 사람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병을 핑계 댄 것은 거짓이고, 실제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매몰찬 공자의 모습이다. 유비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대우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공자는 호오(好惡)가 분명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일부 무리..

삶의나침반 2019.01.16

논어[32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들은 무엇을 받아서 전하오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시는 오고 가고, 만물은 거기서 자라는데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陽貨 17 노자의 불언지교(不言之敎)가 떠오른다. 가르침은 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말의 한계 또한 공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이 많아지면 핵심에서 멀어진다. 나아가 말로 전해질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왠지 공자의 지친 모습이 보인다. 공자의 제자라고 해서 하나 같이 가르침 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선생으로서 공..

삶의나침반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