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3

TAO[23]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흉봐도 신경 쓰지 마세요. 태풍이 휘몰아쳐도 반나절이면 지나가게 마련이잖아요. 장대비가 쏟아져도 이틀이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게 마련이잖아요. 타오와 이어져있는 대자연조차 적당한 때에 그칠 줄 아는데 하물며 얼키고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 따위는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상대가 타오와 손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시 타오를 모른다 해도 어찌겠어요? 당신이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아 주어야지요. 상대가 부족한 만큼 당신이 채워 주면 그 또한 기쁨이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이런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타오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道者同於道, 德..

삶의나침반 2006.04.19

TAO[22]

그래요, 언뜻 보면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그 속에 더 큰 플러스를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혼자 잘난 척 툭 튀어나온 건 잘리기 쉽지요. 나를 굽혀 수그리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지요. 이리 저리 헤매는 것 같아도 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낡음은 새로움의 다른 이름, 비움은 채움의 다른 이름, 적음은 많음의 다른 이름이예요. 그러니 적게 가졌다고 슬퍼 마세요. 많이 가졌다고 기뻐 마세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타오를 가슴에 품고 오직 타오와 하나 됨을 꿈꾸며 살아가는 법. 타오와 함께하며 나를 굽히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세워 주던걸요. 나 못났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잘났다 하던걸요. 내 자랑 안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날 자랑해 주던걸요. 남 무시하지 않으니까 나 무시당하지..

삶의나침반 2006.04.18

TAO[21]

타오를 따라 움직이는 힘power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막상 그 생김새를 설명하려니까 좀 막연하네요. 아득히 넓고, 아득히 깊어서 닿을락 말락 손에 잡히지 않는 것. 너무 어렵나요? 이렇게 얘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모든 것의 원형. 그것은 모든 것을 키워 주는 씨앗,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랍니다. 실제로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타오와 더불어 살아왔지요. 당신도 동참하고 싶다고요? 글쎄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지금now, 여기here에 그대로 멈춰서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나요?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삶의나침반 2006.04.14

TAO[20]

세상 사람들은 늘 머릿속에 뭔가 채워 넣기 바쁘지요. 머리는 하루도 쉼 없이 돌아가지요. 그러지 말고, 머리만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마음을 한번 닦아 보세요. 그러면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줄어들 테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들 그게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지요? 착하다는 칭찬이 못됐다는 비난이 차이가 나 봤자 얼마나 나겠어요? 사람들이 벌벌 떤다고 나도 꼭 벌벌 떨어야 되나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남들이 웃을 때 웃고 남들이 울 때 울면 그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며 단체로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언제나 외톨이 신세로 주위를 맴돌 뿐이지요. 모두들 지갑이 두둑한데 나만 빈털터리 신세랍니다. 모두들 똑똑한데 나만 멍청하답니..

삶의나침반 2006.04.12

TAO[19]

아주아주 옛날에는 성인인 체하며 지혜를 설법하는 이 없어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답니다. 도덕이니 정의니 내세우며 위협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정신을 빼앗겨 이리 저리 머리 굴리지 않으니까 악덕 기업가, 조직 폭력배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뭐 그렇다고 지혜를 버리고 도덕을 버리고 호랑이 담배 피던 그 옛 시절로 돌아가라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그저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타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소박한 소질을, 그리고 아집과 욕심보다는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더불어 사는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랄 뿐이죠.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삶의나침반 2006.04.11

TAO[18]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타오의 큰 움직임은 조금도 변함없이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쑤랍니다. 정말로 타오의 공든 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간은 스스로를 휴머니스트라고 자처하기 시작한답니다. 인간애니 정의니 하는 것들이 필요해지니까요. 어설픈 정보나 지식은 거짓과 위선과 사기를 키우기 일쑤랍니다. 도덕가들은 효자를 칭송하지만, 자식 버리는 몹쓸 부모가 있으니까 세상에 효자가 나오는 것이지요. 백성들 괴롭히는 못쓸 임금이 있으니까 세상에 충신이 나오는 것이지요. 大道廢有仁義, 慧智出有大意. 六親不和有孝慈, 國家昏亂有忠臣. 충[忠], 효[孝], 인[仁], 의[義], 노자는 이런 것들을 군더더기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근본이지 곁가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

삶의나침반 2006.04.10

TAO[17]

타오와 리더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리더가 있대?" "어, 리더가 있긴 있는 것 같아." 존재하나 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라는군요. "와, 우리 리더는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너무 멋져." 사람들이 흠모하며 칭찬하는 리더가 그 다음 순위의 리더라는군요. "아이고 무서워, 호랑이보다 더 무섭네, 우리 리더는." 사람들이 벌벌 떨며 무서워하는 리더가 세 번째 리더라는군요. "뭐, 저 딴 게 리더야. 세상 리더 다 죽었군." 사람들이 콧방귀 뀌며 무시하는 리더가 제일 형편없는 리더라는군요. 오늘날의 정치가와 아주 흡사하지요. 만약 리더가 아랫사람을 믿지 못하면 규칙만, 말만 넘치거나 괜한 허세만 부리게 된답니다. 최고의 리더는 다스림이 끝났으면 조용히 물러날 줄 안답니다. 그러면 아랫사..

삶의나침반 2006.04.07

TAO[16]

비움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흐름을 받아들이려면 비움으로 고요한 마음을 가지세요. 고요하게 비워진 마음에는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심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답니다. 만물은 태어나서 자라고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법. 조용히 돌아가지요. 물이 흘러 흘러 이르는 곳은 - 바다 초목이 뻗어 뻗어 이르는 곳은 - 대지 고요한 바다, 고요한 대지로 돌아가지요. 모든 것은 커다란 흐름을 따라 정해진 곳으로 돌아간답니다. - 그리고 다시 태아남을 기다리지요. 아주 조용히. 이것이 지혜이지요. 모든 번뇌의 싹은 이 지혜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한답니다. 정해진 곳으로 돌아가 조용히 다시 태어나는 지혜를 얻는다면 마음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마음이 넓어지면 행동이 너그..

삶의나침반 2006.04.06

TAO[15]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타오를 깨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신비로우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깊이는 자로 잴 수 없을 만큼 그윽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요? 글쎄요, 언어로 표현하려면 비유를 들어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의 신중한 몸짓은 살금살금 살얼음 강을 건너는 아낙네 같으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산길을 지나는 나그네 같으며, 다소곳한 모양새는 남의 집을 처음 방문한 손님 같으며, 남과 노니는 모습은 얼음이 녹아 물 흐르듯 부드럽네요. 그 소박한 모습은 산에서 갓 빼어내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으며 그 마음의 깊이는 탁 트인 계곡을 연상케 하네요. 고여 있어서 희끄무레한 탁류 같다가도 흘러 흘러 어느새 깨끗한 청정수 - ..

삶의나침반 2006.04.02

TAO[14]

다섯 가지 감각으로 느낄 수 없어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답니다.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보려고 발버둥 쳐도 보이지 않지요. 도둑 발자국 소리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들으려고 발버둥 쳐도 들리지 않지요. 스르르 미끄러지는 실크보다 더 부드러운 것은 아무리 만지려고 발버둥 쳐도 만져지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작은 것보다 더 작은 것은 작으니까 서로 잘 섞인답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부드럽게 녹아있는 공간, 그곳이 '무(無)' 혹은 '공(空)'으로 보일지라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곳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곳은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고 이 세상 환히 비추는 밝음만 있는 게 아니고,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고 이 세상 시커멓게 물들이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하얗다가 까맣..

삶의나침반 2006.03.31

TAO[13]

우리는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며 살아가지요.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쳐다보는 '남'의 시선에 마음의 자유를 구속 당하지요. 하지만 그런 '나'는 진짜 내 모습이 아니랍니다. 그저 세상과 얽히고설킨 존재일 뿐이지요. 여기 또 하나의 '나'가 있지요. 하늘과 땅 저편의 타오와 손잡고 있는 내가 있어요. 이것이 '나'의 진짜 모습이랍니다.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되찾는다면,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지 않겠지요. 혹시라도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세상이 무시하면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타오의 눈으로 보세요. 세상은 돌고 돌고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타오의 커다란 눈으로 본다면 한 점에 불과한 '나'처럼 세상도 역시 한 점에 불과할 뿐이랍니다...

삶의나침반 2006.03.30

TAO[12]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앞 다투어 돌진합니다. 당신이 그 강렬한 총천연색에 마음 뺏길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빛깔 고운 색의 자연스런 조화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레미파솔라시 일곱 음계가 찢어질 듯이 울립니다. 당신의 그 찢어지는 소리에 마음 산란해질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그윽한 소리의 자연스런 조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다섯 가지 맛이 한꺼번에 뛰어듭니다. 당신이 그 고약한 맛에 입맛 잃을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군침 도는 맛의 자연스런 조화를 맛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예전에는 사냥에, 지금은 스포츠 경기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돈벌이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돈의 노예가 ..

삶의나침반 2006.03.28

TAO[11]

놀이동산의 우뚝 솟은 회전 풍차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수많은 날개를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심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풍차가 돌아간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공방에 있는 그릇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오목한 것, 넓적한 것 모두 모두 안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그릇이 그릇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방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작은 방, 큰 방 작더라도 두 발 뻗고 누울 빈 공간이 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방이 방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그래요. 꽉꽉 찬 것이 근사해 보이지만 실은 중심의 텅 빈 공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이젠 믿으시겠죠?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선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유以爲室,..

삶의나침반 2006.03.27

TAO[10]

타오와 손잡으면 몸과 마음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된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를 닮았어요. 그 꾸밈없는 마음은 '호-호-' 윤나게 닦은 거울과 같이 한 점 부끄럼이 없답니다.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저 사람들을 넘치게 사랑할 뿐이지요. 하늘과 땅이 태어난 신비의 문, 그 문을 열면 어머니와 뛰어놀 수 있답니다. 그곳은 일부러 까치발 딛고 보지 않아도 온 세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지요. 그래요. 타오와 손잡은 사람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낳고 사랑하며 기른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인 양 내세우는 법이 없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도 '내가 했소이다' 하고 큰소리치지 않으며, 혹 선두에 서서 리드하더라도 결코 ..

삶의나침반 2006.03.26

TAO[9]

활시위를 힘자랑하듯 잡아당기면 피식 끊어질 따름이지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면 줄줄 넘쳐흐를 따름이지요. 번쩍번쩍 예리한 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 금세 무디어진답니다. 금고를 금은보석으로 꽉꽉 채워도 나라에 세금도 내야 하지요.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지요. 그것도 아니면 우둔한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탕진해 버릴지도 몰라요. 부나 명예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그막에 좋은 소리를 못 들어요. 끊어질 때까지 넘쳐흐를 때까지 부여잡고 있지 말고 할 일을 마쳤으면 조용히 놓아 주세요. 그것이 타오를 따르는 길이랍니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취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모든 것은 변한다' - 우주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는 이 세계는 ..

삶의나침반 2006.03.24

TAO[8]

타오의 모양새와 가장 닮은 것은 하늘과 땅의 모양새랍니다. 타오의 몸짓과 가장 닮은 것은 물의 몸짓이랍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이 근사한 이유는 물과 같은 몸짓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물은 모든 것을 살리고, 모든 것을 키웁니다. 그래도 그것들과 다투지 않으며 뽐내지도 않는답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제일 먼저 달려갑니다. 물은 곧, 타오의 몸짓이랍니다. 타오와 같이, 물과 같이 사는 사람은 지금 살고 있는 그곳, 그곳이 제일이라고 여기지요. 마음은 심연과 같이 심오하고요, 사귀어 나쁜 사람 없다며 사귀는 벗 모두를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 여기지요. 말을 할 때는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언제나 거짓 없는 참말만 한답니다. 타오와 같이 물과 같이 사는 사람은 물의 몸짓처럼 나라를 다스린답니다..

삶의나침반 2006.03.22

TAO[7]

하늘은 높고 또 높고 땅은 깊고 또 깊어 하늘 그리고 땅은 그 높이가 그 깊이가 끝이 없네요. 하늘 그리고 땅은 하늘, 제 자신을 위해 땅, 제 자신을 위해 욕심내지 않아요. 그저 있는 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 살아가니까 더 높고, 더 깊은 거지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자도 하늘 그리고 땅의 모습과 같아요. 한 발 앞서 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으며 언제나 뒤에서 천천히 따라갈 뿐이지요. 다툼에 몸을 두어 무리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오래오래 몸을 지킬 수 있지요. 그래요. '나'를 죽이는 것이 영원히 '나'를 살리는 길이랍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길은 '있는 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데에 있다. ..

삶의나침반 2006.03.21

TAO[6]

타오의 계곡에 사는 신은 그 생명이 다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분은 모든 것을 잉태하는 신비로운 여신입니다. 그분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면 하늘과 땅, 그 시작에 도달할 수 있답니다. 타오의 계곡에 샘솟는 물은 퍼도 퍼도 다하는 법이 없습니다. 타오의 생명은 죽어도,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답니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생명이 깃드는 곳은 산마루가 아니라 골짜기다. 거기에는 낮게 낮게 흐르는 물이 있고, 나무가 우거지고, 그리고한 해의 첫 꽃도 계곡에서부터 피어난다. 노자는 이 계곡을 여성성의 상징으로 본 것 같다. 그곳이 생명을 품에 안고 기를 수 있는 것은 수동적 수용성과 부드러움 때문이리라. 문명의 위기도 이 여성성을 통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구원(久遠..

삶의나침반 2006.03.20

TAO[5]

이름 없는 세계에서 태어난 하늘과 땅은 모든 것을 똑같이 여긴답니다. 특별히 사람만을 예뻐하지 않는답니다.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살려 주거나 짐승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지 않고 모든 것을 똑같이 여긴답니다. 하늘과 땅의 몸짓은 거대한 요술 주머니 같습니다. 속은 텅 비었지만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술사의 마술처럼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마구 마구 생겨납니다. 그러니 당신도 쓸데없는 말로 채우려 하지 말고 침묵으로 비움을 소중히 여기는 건 어떨까요?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 其猶탁약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모든 존재는 다 자신이 만물의 척도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고 다툼이 생긴다. 천지가 불인(不仁)하다는 것은 천지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 있..

삶의나침반 2006.03.18

TAO[4]

타오는 공(空)에서 시작해요. 그곳은 아무리 퍼 올리고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신비의 우물. 모든 것이 나오는 고향일지도 몰라요. 타오의 몸짓은 섬뜩하게 솟은 예리한 칼날을 두루뭉술하게 갈아 주고요, 딱딱하게 엉킨 실을 술술 풀어 주고요, 잔뜩 화가 나서 쭈뼛쭈뼛 솟은 머리를 살살 어루만져 주고요, 하늘하늘 가볍게 춤추는 티끌을 조용히 잠재우지요. 그러니 타오는 깊은 숲 속 깊은 계곡과 같답니다. 그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면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가게 되지요. 그곳은 흘러 흘러 이제 다 왔겠지 하면 또 앞이 보이는 곳이지요. 그러니 누가 저에게 '넌 누구의 자식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타오의 자식이에요'하고 대답할래요. 道沖而用之, 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삶의나침반 2006.03.14

TAO[3]

세상은 머리 좋은 사람이 최고라고 하네요. 그러니 남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알려고 아둥바둥할 수밖에요. 세상은 금은보석이 최고라고 하네요. 그러니 남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안달복달할 수밖에요. 세상은 더 똑똑해지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살아가는데 필요 없는 것까지 욕심내라고 재촉하지요. 그러니 아둥바둥, 안달복달할 수밖에요. 하지만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헛된 욕심과 부질없는 야망을 모두 잊어버린답니다. 그저 배부르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세상이 더 똑똑해지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으면 철면피 정치가, 악덕 기업가 발붙일 틈 없겠지요. 그래요. 헛된 욕심과 부질없는 야망일랑 접어 두고 타오의 문을 열어 보세요. 그려면 분명 타오의 길이 보일 거예요. 비록 좁다란 골목길일지라도. 不尙賢, ..

삶의나침반 2006.03.13

TAO[2]

하늘과 땅이 태어나고 그 사이에 이름이라는 것이 붙여졌지만, 이름이란 겉모습을 말하는 그저 이름일 뿐.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 다른 몸이 아니랍니다.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기에 아름답다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좋음과 나쁨도 마찬가지랍니다. 좋은 게 있으니까 나쁜 게 있지요. 나쁜 게 있으니까 좋은 게 있지요. 맞아요. 세상의 모든 '있음'은 '없음'이 존재하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서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편만 존재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렇다면 긴 건 어떨까요? 짧은 게 있어서 긴 게 있지요. 높은 건 어떨까요? 낮은 게 있어서 높은 게 있지요. 앞뒤는 어떨가요? 앞이 있어야 뒤가 있지요. 그러니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조금 아는 걸 많이 안다고 떠벌리지 않아요. 그저 세상의 중심에 ..

삶의나침반 2006.03.12

TAO[1]

'이것이 타오랍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타오가 아니랍니다. '이 이름이 타오랍니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진정한 타오가 아닙랍니다. 그것을 타오라고 말하거나 타오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이유는 타오라고 말하기 이전에 타오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에 이름 없는 타오의 세계가 아득히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자, 그럼 이름 없는 세계로 떠나 볼까요? 옛날 옛날에 이름 없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 없는 세계에서 하늘과 땅이 태어났지요. 바로 그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이루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름들이 태어났답니다. 그러니 하늘과 땅은 이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지요. 본디 이름 있는 것에는 욕심이라는 녀석이 딱 달라붙어 있답니다. 욕심이 달라붙으면 이름 있는 것의 겉모습만 보인..

삶의나침반 200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