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3

TAO[43]

언뜻 보기에는 단단하고 강한 것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것이 이 세상 가장 단단한 것을 부수고 깨뜨려 조각조각 만들어 버린답니다. 공기나 물과 같이, 타오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곳에 깊숙이 스며 들어가 어느새 그것을 조각조각 깨뜨려 버린답니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그래요,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움직임은 티 나지 않게 그렇게 우리를 도와주고 있답니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 모르게 하니까 더 대단하고 더 존경할만 하지요.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흔해 빠져 아무 값어치 없어 보이는 공기나 물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삶의나침반 2006.07.30

TAO[42]

타오의 시작은 카오스였습니다. 그것을 하나라고 하세요. 그 하나에서 음(陰)과 양(陽)이 태어났답니다. 그것을 둘이라고 하세요. 그 둘 사이에서 이 세상 모든 만물, 셋이 태어났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 음과 양이 곱게 섞이면 큰 조화를 이룬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아나 미망인의 삶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훌륭한 임금이 스스로를 낮추어 부모 잃은 고아, 남편 잃은 여인네라고 불렀듯이 지위가 높은 사람, 많이 가진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겸손해지면 거기에 하나의 조화가 이루어진답니다. 그래요. 낮추면 높아지고 높이면 낮아지지요. 버리고자 마음을 비울 때 오히려 얻을 수 있답니다. 얻고자 욕심을 낼 때는 오히려 잃게 된답니다. 예로부터 이런 진리를 가르쳐 주는 ..

삶의나침반 2006.07.30

TAO[41]

참 재미있게도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랍니다. '타오는 정말 대단한 거구나' 타오를 타오 자체로 받아들이는 사람. '글쎄,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타오의 존재를 반신반의하는 사람. '쳇, 있긴 뭐가 있다는 거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이 고마울 따름이예요.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며 비웃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기에 타오는 진정한 타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진짜 타오는 거꾸로 보인답니다. 그것은 밝지만 어둡게 보이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로 물러나는 듯하며 평탄한 아스팔트지만 울퉁불퉁 산길로 보이고 고귀하지만 천박해 보이며 순결하지만 불결해 보이고 소중한 힘이지만 하찮아 ..

삶의나침반 2006.07.20

TAO[40]

타오의 중심에 있는 근본 원리는 바로 Returning입니다. re-turn 즉 되돌아감. 달리 표현하자면 '되돌리다', '돌아오다', '돌다'와 같은 단어로 대신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그 움직임은 크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천천히 돌아갑니다. 마치 물과 같이 부드럽게. 타오가 돌고 돌아 돌아가는 곳은 이름 없는 세계. 이름 없는 세계로, '없음'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있음'은 모두 이름 없는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다시 이름 있는 세계로, '있음'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없음'은 '있음'으로 '있음'은 '없음'으로 돌고 도는 것이지요. 그래서 타오의 움직임을 크다고, 깊다고 한답니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

삶의나침반 2006.07.14

TAO[39]

하나는 숫자 중에 가장 작은 숫자지요. 하지만 하나는 모든 수의 시작이며, 모든 수의 바탕이랍니다. 타오는 모든 것을 낳아 기르는 힘. 타오에서 하나를 받은 하늘은 맑고 맑은 푸른 하늘이 되었답니다. 하늘에서 하나를 받은 땅은 넓고 넓은 대지가 되었답니다. 대지에서 하나를 받은 신은 순수 그 자체, 골짜기에는 물이 넘쳐흐르고 그곳에 사는 모든 것은 생명력으로 충만했답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하나의 길을 걸어갔답니다. 그런데 차츰차츰 욕망의 문명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타오의 하나를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를 잃은, 맑고 맑은 푸른 하늘은 점점 시꺼멓게 되었답니다. 이러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죠? 넓고 넓은 대지는 점점 황폐해졌답니다. 이러다 땅이 갈라지면 ..

삶의나침반 2006.07.10

TAO[38]

덕(德)이라고 함은 변화무쌍한 타오의 에너지가 이 세상에서 빛을 발하는 힘(power)을 말합니다. 타오의 힘, 덕과 맺어진 사람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만 바라본답니다. 다른 데 한눈팔지 않으니 내면의 에너지가 가장 환한 빛을 발할 수 있지요. 가장 빛나는 힘, 이것이 가장 밝은 덕이지요. 하지만 세상의 도덕가들은 덕을 의식하며 자신이 아닌, 덕만 바라보니 에너지가 부드럽게 흐르지 못한답니다. 에너지가 부드럽게 흐르지 못하니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없지요. 이것은 가장 어두운 덕이지요. 하루하루의 생활도 마찬가지랍니다. 억지로,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에너지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답니다. 타오의 힘을 믿고 억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힘을 얻어 그것이 삶의 희망으로 이어집..

삶의나침반 2006.06.30

TAO[37]

타오는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 주지요. 그리고 그 새로움은 저절로 균형을 잡아 가지요. 그러니 굳이 사람들에게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답니다. 마찬가지로 타오와 함께 하는 리더가 타오의 움직임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아랫사람들에게는 절로 평화가 찾아온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달라붙은 욕망의 덫을 쓸데없이 헤집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덫에서 빠져나와 소박한 삶을 누리게 될 테니까요. 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化而欲作, 吾將鎭之以無名之樸. 無名之樸, 夫亦將無欲, 不欲以靜, 天下將自定. 노자는 천성에 대한 낙관주의자이다. "그대로 두어라!" - 이 말은 천도(天道)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가까이는 가정에서 내 자식들에게 하는 간..

삶의나침반 2006.06.23

TAO[36]

타오는 움직입니다. 아주 신비롭게 움직이지요.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신비로움 속에서 이 세상 돌아가는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답니다. 날뛰는 것은 더 날뛰게 하세요. 그럼 기어갈 테니. 강한 권력에는 더 강한 힘을 쥐어 주세요. 그럼 약해질 테니. 퍼지고 있는 것은 더 퍼지게 놓아두세요. 그럼 수그러들 테니. 그러니 만약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먼저 많이 주어야 하지요.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녹인다는 진리, 약함이 강함을 누른다는 진리, 그것은 모두 타오의 신비로운 움직임 때문이지요. 아름답지만 눈부시지 않은 부드러움 때문이지요. 아름다운 물고기가 깊은 연못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눈부시도록 서슬 퍼런 칼날은 칼집을 떠나면 금새 무디어진답니다. 그러니 제발 눈부신 칼은 제자리에 넣어 두세요. 아름답지..

삶의나침반 2006.06.15

TAO[35]

삶에 지칠 때 타오를 가슴에 품고 여행을 떠나 보세요. 어딜 가더라도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할 거예요. 기나긴 인생길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음악도, 맛있는 음식도 즐겨야겠지요. 하지만 인생길이 한없이 힘들게만 느껴질 때는 타오를 가슴에 품어 보세요. 비록 그것이 너무 담백해서 맛이 나지 않더라도 너무 은은해서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원한다면 마음의 비타민이 되어 줄 거예요. 기꺼이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힘이 되어 줄 거예요.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우리 마음 속에는 보물이 숨어있다. 그러나 그 보물은 눈에 보이지도,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속에 들어있는 보물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너와 ..

삶의나침반 2006.06.07

TAO[34]

커다란 타오의 몸짓은 물과 닮았답니다. 물은 이리저리 흘러 흘러 가다 가다 온갖 것을 낳아 기르지만, 물은 '내가 낳았으니 내가 길렀으니 내가 어미요' 하고 소리치지 않는답니다. 그것이 바로 타오의 몸짓이랍니다. 모든 것을 낳아 기르지만, 타오는 '내가 낳았으니 내가 길렀으니 내가 어미요' 하고 소리치지 않는답니다. 타오는 모든 것을 이루지만 '타오, 내가 했소이다' 하며 제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드러내지 않으니 아무도 타오를 모르지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타오의 큰 몸짓이랍니다. 모든 것을 이루고도 이루었다고 하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으면서 다 이루었다고 떠벌리는 우리와 다른 위대한 몸짓이 아닐까요?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

삶의나침반 2006.06.05

TAO[33]

세상의 지식만이 앎이 아니랍니다. 남을 알고 사회를 아는 것이 어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희미한 앎이라면, 나를 아는 것은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난 밝은 앎이랍니다. 남을 이기려면 강함이 필요하지만 나를 이기려면 부드러움이 필요하답니다. 얼치기 부자는 세상의 부를 잡으려 하지만 진짜 부자는 자신의 마음을 잡으려 한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그런 족함을 알 때, 당신의 마음은 타오의 에너지로 충만해지고 당신의 육체는 죽어도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타오의 에너지는 영원으로 이어지니까요.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대부분의 철학이나 종교의 가르침은 '자신을 아는 것'[自知]과 '넉넉함을 아..

삶의나침반 2006.05.26

TAO[32]

타오의 세계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 세계에 굳이 이름 붙이라면 '영원한 에너지가 샘솟는 세계'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 마음에 굳이 이름 붙이라면 '나뉨 없는 하나 된 마음' 만약 리더가 '나뉨 없는 하나 된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가 침묵해도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그를 따르겠지요. 땅과 하나 된 하늘은 촉촉이 단비를 뿌려 주겠지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뿌려 주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름 없는 타오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름으로 세계를 나누기 시작했답니다. 모든 것을 쪼개고 또 쪼개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지요. 하나가 둘이 되니까 한마음이 두 마음이 되고, 두 마음은 서로 많이 가지려고 다투기 시작했지요. 두 마음은 두근두근 언제나 불안하네요. 잠깐만요, 한마음으로 돌..

삶의나침반 2006.05.23

TAO[31]

모든 무기는 흉기라는 사실 잊고 사는 요즘 사람들, 참 무서워요. 하지만 모든 무기는 흉기, 흉기는 사람 죽일 때 쓰는 도구지요. 그러니 멀리해야 마땅하지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무기를 쓰지 않아요. 물론 어쩔 수 없이 정말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할 때도 있겠지요. 강도가 들어와서 칼을 들이밀 때, 그럴 때는 정말 어쩔 수 없을 거예요. 대항하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라도 최소한 정말 최소한으로 그저 내 한 목숨 구했으면 그것으로 그칠 줄 알아야 하지요. 싸움에 이겼다고 해서 뭐 잔치라도 난 것처럼 좋아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건 살아남은 자의 도리가 아니니까요. 사람 죽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요?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는 십중팔구 망할 ..

삶의나침반 2006.05.16

TAO[30]

사람들은 정치나 경영이나 어깨에 잔뜩 힘주고 힘껏 밀어붙이는 것이 제일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하네요. "강한 힘으로 억누르는 자, 그 힘에 죽음을 당할 것이며, 전쟁이 할퀴고 간 자리, 가시덤불만 하늘을 찌르리라. 그래도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누군가 총칼을 들이밀 때, 나 살아야 할 때만 해야 하느니라." 그러니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힘자랑하지 않는답니다. 싸움에 이겼다고 해서 좋아하며 떠벌리지도 않는답니다. 어쩔 수 없을 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하는 게 싸움이니까요. 그리고 그저 내 한 목숨 구했으면 그것으로 그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정말로, 폭력과 무력으로 얻은 것은 오래가지 못한답니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삶의나침반 2006.05.11

TAO[29]

'나'를 경영하거나 '나라'를 경영하거나 매한가지랍니다. 하늘이 내려준 몫을 내 마음대로 흔들면 실패하기 쉽지요. 나라님 마음대로 흔들면 망하기 쉽지요. 지나치게 이기려고만 한다면 질 것이고, 지나치게 얻으려고만 한다면 잃을 거예요. 그것이 타오의 진실이랍니다. 앞장서는 사람도 있지만 뒤따르는 사람도 있지요. 호호 입김 불어 차가운 손 데워 줄 수도 있지만 호호 입김 불어 뜨거운 국물 식혀 줄 수도 있지요. 악착같이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요. 위에 있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아래 있는 게 편할 때도 있지요. 그러니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지나침을 경계한답니다. 특히 인간의 오만한 교만과 끝없는 탐욕을.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

삶의나침반 2006.05.08

TAO[28]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자는 물론 여자도 그 내면에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답니다. 자신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킨다면 당신은 흐르는 강물과 같이 이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넘치는 힘을 지닌 이 세상 가장 행복한 갓난아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요, 당신에게는 새하얀 마음도 있지만 시까만 마음도 있어요. 당신에게는 겸손도 있지만 허영도 있어요. 하지만 새하얀 마음과 새까만 마음이 함께하는 삶, 바로 그런 삶이 세상의 본보기랍니다. 세상의 온갖 명예와 사치를 알면서도 언제나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세상의 골짜기가 되어 영원히 흐르는 강물과 이어지겠지요. 다듬기 전의 통나무와 같은 소박함을 잃지 않겠지요. 나무는 쪼개어 다듬으면 수많은 ..

삶의나침반 2006.05.05

TAO[27]

타오는 대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 속삭임을 따르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답니다. 남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는 계산기 없이도 큰 셈을 할 줄 안답니다. 열쇠 없이도 더 큰 힘을 빌려 여닫을 수 있답니다. 마치 끈으로 꽁꽁 동여매지 않아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부모와 자식간 같이, 일부러 묶지 않아도 영원히 이어진답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있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있어도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합니다. 그는 사람을 가려서 좋아하거나 물건을 가려서 취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타오의 자연을 따르기 때문이지요. 그는 '착한 사람'은 '못된 사람'의 본보기요, '못된 사람'은 '착한 사람'의 거울이라는 타오의..

삶의나침반 2006.05.01

TAO[26]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대지를 따릅니다. 대지를 따른다는 것은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뿌리, 뿌리는 꽃잎의 화려한 재잘거림을 묵묵히 지켜볼 따르입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먼 여행을 가서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봐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남 앞에 서는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뿌리의 중심을 잃고 남들과 같이 가벼워진다면 당신의 자리가 흔들흔들하겠지요. 왜냐하면 참된 힘power은 묵묵히 지켜보는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重爲輕根, 靜爲躁君. 是以聖人, 終日行, 不離輜重, 雖有榮觀, 燕處超然. 奈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輕則失本, 躁則失君. 노자가 우선하는 가치는 말[末]이 아니라 본[本]이다. 잎이 아니라 뿌리다. 유가(儒家)의 인[仁], 의..

삶의나침반 2006.04.26

TAO[25]

타오가 있었답니다. 하늘과 땅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상상해 보세요. 하늘도, 땅도 보이지 않는 혼돈(chaos)의 세계를. 그곳은 절대 고독과 절대 침묵에 휩싸여 모든 것이 서로 뒤섞이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답니다. 모든 공간을 넘나들며 모든 존재를 잉태하고 있답니다. 마치 대자연의 '어머니'처럼. 그 원초적인 혼돈의 세계를 뭐라고 부르냐고 묻는다면 타오라고 말할래요. 그 타오의 특징을 묻는다면 크다고 말할래요. 크니까 멀리까지 흘러가고 멀리까지 흘러가니까 다시 되돌아오지요. 위대한 타오를 가슴에 품은 하늘은 위대합니다. 위대한 하늘을 가슴에 품은 땅은 위대합니다. 위대한 땅에 사는 인간, 인간 또한 위대한 타오를 가슴에 품고 있다면 위대하겠지요. 위대한 인간을 땅을 본보기로 살아가며 위대한 땅은 하늘을..

삶의나침반 2006.04.24

TAO[24]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서서 뛰어 보세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납니다. 멀리뛰기 선수처럼 다리 벌려서 뛰어 보세요. 100m도 못 가서 가랑이 찢어집니다. '나 예쁘죠!'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미워 보여요. '나 잘났어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못나 보여요. '내 말이 옳아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틀려 보여요. 잘난 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느끼면 남도 그렇게 느끼는 거예요. 타오의 눈으로 보면 그런 건 다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삶을 충분히 누린 후에 남은 찌꺼기, 삶의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그러니 타오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손을 대지 않는답니다 - 그런 군더더기에는.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

삶의나침반 2006.04.21

TAO[23]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흉봐도 신경 쓰지 마세요. 태풍이 휘몰아쳐도 반나절이면 지나가게 마련이잖아요. 장대비가 쏟아져도 이틀이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게 마련이잖아요. 타오와 이어져있는 대자연조차 적당한 때에 그칠 줄 아는데 하물며 얼키고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 따위는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상대가 타오와 손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시 타오를 모른다 해도 어찌겠어요? 당신이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아 주어야지요. 상대가 부족한 만큼 당신이 채워 주면 그 또한 기쁨이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이런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타오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道者同於道, 德..

삶의나침반 2006.04.19

TAO[22]

그래요, 언뜻 보면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그 속에 더 큰 플러스를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혼자 잘난 척 툭 튀어나온 건 잘리기 쉽지요. 나를 굽혀 수그리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지요. 이리 저리 헤매는 것 같아도 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낡음은 새로움의 다른 이름, 비움은 채움의 다른 이름, 적음은 많음의 다른 이름이예요. 그러니 적게 가졌다고 슬퍼 마세요. 많이 가졌다고 기뻐 마세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타오를 가슴에 품고 오직 타오와 하나 됨을 꿈꾸며 살아가는 법. 타오와 함께하며 나를 굽히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세워 주던걸요. 나 못났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잘났다 하던걸요. 내 자랑 안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날 자랑해 주던걸요. 남 무시하지 않으니까 나 무시당하지..

삶의나침반 2006.04.18

TAO[21]

타오를 따라 움직이는 힘power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막상 그 생김새를 설명하려니까 좀 막연하네요. 아득히 넓고, 아득히 깊어서 닿을락 말락 손에 잡히지 않는 것. 너무 어렵나요? 이렇게 얘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모든 것의 원형. 그것은 모든 것을 키워 주는 씨앗,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랍니다. 실제로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타오와 더불어 살아왔지요. 당신도 동참하고 싶다고요? 글쎄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지금now, 여기here에 그대로 멈춰서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나요?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삶의나침반 2006.04.14

TAO[20]

세상 사람들은 늘 머릿속에 뭔가 채워 넣기 바쁘지요. 머리는 하루도 쉼 없이 돌아가지요. 그러지 말고, 머리만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마음을 한번 닦아 보세요. 그러면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줄어들 테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들 그게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지요? 착하다는 칭찬이 못됐다는 비난이 차이가 나 봤자 얼마나 나겠어요? 사람들이 벌벌 떤다고 나도 꼭 벌벌 떨어야 되나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남들이 웃을 때 웃고 남들이 울 때 울면 그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며 단체로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언제나 외톨이 신세로 주위를 맴돌 뿐이지요. 모두들 지갑이 두둑한데 나만 빈털터리 신세랍니다. 모두들 똑똑한데 나만 멍청하답니..

삶의나침반 2006.04.12

TAO[19]

아주아주 옛날에는 성인인 체하며 지혜를 설법하는 이 없어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답니다. 도덕이니 정의니 내세우며 위협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정신을 빼앗겨 이리 저리 머리 굴리지 않으니까 악덕 기업가, 조직 폭력배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뭐 그렇다고 지혜를 버리고 도덕을 버리고 호랑이 담배 피던 그 옛 시절로 돌아가라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그저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타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소박한 소질을, 그리고 아집과 욕심보다는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더불어 사는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랄 뿐이죠.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삶의나침반 2006.04.11

TAO[18]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타오의 큰 움직임은 조금도 변함없이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쑤랍니다. 정말로 타오의 공든 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간은 스스로를 휴머니스트라고 자처하기 시작한답니다. 인간애니 정의니 하는 것들이 필요해지니까요. 어설픈 정보나 지식은 거짓과 위선과 사기를 키우기 일쑤랍니다. 도덕가들은 효자를 칭송하지만, 자식 버리는 몹쓸 부모가 있으니까 세상에 효자가 나오는 것이지요. 백성들 괴롭히는 못쓸 임금이 있으니까 세상에 충신이 나오는 것이지요. 大道廢有仁義, 慧智出有大意. 六親不和有孝慈, 國家昏亂有忠臣. 충[忠], 효[孝], 인[仁], 의[義], 노자는 이런 것들을 군더더기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근본이지 곁가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

삶의나침반 2006.04.10

TAO[17]

타오와 리더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리더가 있대?" "어, 리더가 있긴 있는 것 같아." 존재하나 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라는군요. "와, 우리 리더는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너무 멋져." 사람들이 흠모하며 칭찬하는 리더가 그 다음 순위의 리더라는군요. "아이고 무서워, 호랑이보다 더 무섭네, 우리 리더는." 사람들이 벌벌 떨며 무서워하는 리더가 세 번째 리더라는군요. "뭐, 저 딴 게 리더야. 세상 리더 다 죽었군." 사람들이 콧방귀 뀌며 무시하는 리더가 제일 형편없는 리더라는군요. 오늘날의 정치가와 아주 흡사하지요. 만약 리더가 아랫사람을 믿지 못하면 규칙만, 말만 넘치거나 괜한 허세만 부리게 된답니다. 최고의 리더는 다스림이 끝났으면 조용히 물러날 줄 안답니다. 그러면 아랫사..

삶의나침반 2006.04.07

TAO[16]

비움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흐름을 받아들이려면 비움으로 고요한 마음을 가지세요. 고요하게 비워진 마음에는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심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답니다. 만물은 태어나서 자라고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법. 조용히 돌아가지요. 물이 흘러 흘러 이르는 곳은 - 바다 초목이 뻗어 뻗어 이르는 곳은 - 대지 고요한 바다, 고요한 대지로 돌아가지요. 모든 것은 커다란 흐름을 따라 정해진 곳으로 돌아간답니다. - 그리고 다시 태아남을 기다리지요. 아주 조용히. 이것이 지혜이지요. 모든 번뇌의 싹은 이 지혜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한답니다. 정해진 곳으로 돌아가 조용히 다시 태어나는 지혜를 얻는다면 마음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마음이 넓어지면 행동이 너그..

삶의나침반 2006.04.06

TAO[15]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타오를 깨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신비로우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깊이는 자로 잴 수 없을 만큼 그윽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요? 글쎄요, 언어로 표현하려면 비유를 들어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의 신중한 몸짓은 살금살금 살얼음 강을 건너는 아낙네 같으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산길을 지나는 나그네 같으며, 다소곳한 모양새는 남의 집을 처음 방문한 손님 같으며, 남과 노니는 모습은 얼음이 녹아 물 흐르듯 부드럽네요. 그 소박한 모습은 산에서 갓 빼어내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으며 그 마음의 깊이는 탁 트인 계곡을 연상케 하네요. 고여 있어서 희끄무레한 탁류 같다가도 흘러 흘러 어느새 깨끗한 청정수 - ..

삶의나침반 2006.04.02

TAO[14]

다섯 가지 감각으로 느낄 수 없어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답니다.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보려고 발버둥 쳐도 보이지 않지요. 도둑 발자국 소리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들으려고 발버둥 쳐도 들리지 않지요. 스르르 미끄러지는 실크보다 더 부드러운 것은 아무리 만지려고 발버둥 쳐도 만져지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작은 것보다 더 작은 것은 작으니까 서로 잘 섞인답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부드럽게 녹아있는 공간, 그곳이 '무(無)' 혹은 '공(空)'으로 보일지라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곳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곳은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고 이 세상 환히 비추는 밝음만 있는 게 아니고,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고 이 세상 시커멓게 물들이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하얗다가 까맣..

삶의나침반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