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3

TAO[13]

우리는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며 살아가지요.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쳐다보는 '남'의 시선에 마음의 자유를 구속 당하지요. 하지만 그런 '나'는 진짜 내 모습이 아니랍니다. 그저 세상과 얽히고설킨 존재일 뿐이지요. 여기 또 하나의 '나'가 있지요. 하늘과 땅 저편의 타오와 손잡고 있는 내가 있어요. 이것이 '나'의 진짜 모습이랍니다.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되찾는다면, 칭찬 한마디에 비난 한마디에 얼굴 붉히지 않겠지요. 혹시라도 타오와 손잡고 있는 진짜 내 모습을 세상이 무시하면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타오의 눈으로 보세요. 세상은 돌고 돌고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타오의 커다란 눈으로 본다면 한 점에 불과한 '나'처럼 세상도 역시 한 점에 불과할 뿐이랍니다...

삶의나침반 2006.03.30

TAO[12]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앞 다투어 돌진합니다. 당신이 그 강렬한 총천연색에 마음 뺏길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빛깔 고운 색의 자연스런 조화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레미파솔라시 일곱 음계가 찢어질 듯이 울립니다. 당신의 그 찢어지는 소리에 마음 산란해질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그윽한 소리의 자연스런 조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다섯 가지 맛이 한꺼번에 뛰어듭니다. 당신이 그 고약한 맛에 입맛 잃을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군침 도는 맛의 자연스런 조화를 맛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예전에는 사냥에, 지금은 스포츠 경기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돈벌이에 넋을 놓습니다. 당신이 그러다 돈의 노예가 ..

삶의나침반 2006.03.28

TAO[11]

놀이동산의 우뚝 솟은 회전 풍차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수많은 날개를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심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풍차가 돌아간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공방에 있는 그릇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오목한 것, 넓적한 것 모두 모두 안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그릇이 그릇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방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작은 방, 큰 방 작더라도 두 발 뻗고 누울 빈 공간이 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방이 방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그래요. 꽉꽉 찬 것이 근사해 보이지만 실은 중심의 텅 빈 공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이젠 믿으시겠죠?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선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유以爲室,..

삶의나침반 2006.03.27

TAO[10]

타오와 손잡으면 몸과 마음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된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를 닮았어요. 그 꾸밈없는 마음은 '호-호-' 윤나게 닦은 거울과 같이 한 점 부끄럼이 없답니다.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저 사람들을 넘치게 사랑할 뿐이지요. 하늘과 땅이 태어난 신비의 문, 그 문을 열면 어머니와 뛰어놀 수 있답니다. 그곳은 일부러 까치발 딛고 보지 않아도 온 세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지요. 그래요. 타오와 손잡은 사람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낳고 사랑하며 기른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인 양 내세우는 법이 없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도 '내가 했소이다' 하고 큰소리치지 않으며, 혹 선두에 서서 리드하더라도 결코 ..

삶의나침반 2006.03.26

TAO[9]

활시위를 힘자랑하듯 잡아당기면 피식 끊어질 따름이지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면 줄줄 넘쳐흐를 따름이지요. 번쩍번쩍 예리한 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 금세 무디어진답니다. 금고를 금은보석으로 꽉꽉 채워도 나라에 세금도 내야 하지요.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지요. 그것도 아니면 우둔한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탕진해 버릴지도 몰라요. 부나 명예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그막에 좋은 소리를 못 들어요. 끊어질 때까지 넘쳐흐를 때까지 부여잡고 있지 말고 할 일을 마쳤으면 조용히 놓아 주세요. 그것이 타오를 따르는 길이랍니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취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모든 것은 변한다' - 우주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는 이 세계는 ..

삶의나침반 2006.03.24

TAO[8]

타오의 모양새와 가장 닮은 것은 하늘과 땅의 모양새랍니다. 타오의 몸짓과 가장 닮은 것은 물의 몸짓이랍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이 근사한 이유는 물과 같은 몸짓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물은 모든 것을 살리고, 모든 것을 키웁니다. 그래도 그것들과 다투지 않으며 뽐내지도 않는답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제일 먼저 달려갑니다. 물은 곧, 타오의 몸짓이랍니다. 타오와 같이, 물과 같이 사는 사람은 지금 살고 있는 그곳, 그곳이 제일이라고 여기지요. 마음은 심연과 같이 심오하고요, 사귀어 나쁜 사람 없다며 사귀는 벗 모두를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 여기지요. 말을 할 때는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언제나 거짓 없는 참말만 한답니다. 타오와 같이 물과 같이 사는 사람은 물의 몸짓처럼 나라를 다스린답니다..

삶의나침반 2006.03.22

TAO[7]

하늘은 높고 또 높고 땅은 깊고 또 깊어 하늘 그리고 땅은 그 높이가 그 깊이가 끝이 없네요. 하늘 그리고 땅은 하늘, 제 자신을 위해 땅, 제 자신을 위해 욕심내지 않아요. 그저 있는 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 살아가니까 더 높고, 더 깊은 거지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자도 하늘 그리고 땅의 모습과 같아요. 한 발 앞서 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으며 언제나 뒤에서 천천히 따라갈 뿐이지요. 다툼에 몸을 두어 무리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오래오래 몸을 지킬 수 있지요. 그래요. '나'를 죽이는 것이 영원히 '나'를 살리는 길이랍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길은 '있는 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데에 있다. ..

삶의나침반 2006.03.21

TAO[6]

타오의 계곡에 사는 신은 그 생명이 다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분은 모든 것을 잉태하는 신비로운 여신입니다. 그분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면 하늘과 땅, 그 시작에 도달할 수 있답니다. 타오의 계곡에 샘솟는 물은 퍼도 퍼도 다하는 법이 없습니다. 타오의 생명은 죽어도,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답니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생명이 깃드는 곳은 산마루가 아니라 골짜기다. 거기에는 낮게 낮게 흐르는 물이 있고, 나무가 우거지고, 그리고한 해의 첫 꽃도 계곡에서부터 피어난다. 노자는 이 계곡을 여성성의 상징으로 본 것 같다. 그곳이 생명을 품에 안고 기를 수 있는 것은 수동적 수용성과 부드러움 때문이리라. 문명의 위기도 이 여성성을 통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구원(久遠..

삶의나침반 2006.03.20

TAO[5]

이름 없는 세계에서 태어난 하늘과 땅은 모든 것을 똑같이 여긴답니다. 특별히 사람만을 예뻐하지 않는답니다.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살려 주거나 짐승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지 않고 모든 것을 똑같이 여긴답니다. 하늘과 땅의 몸짓은 거대한 요술 주머니 같습니다. 속은 텅 비었지만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술사의 마술처럼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마구 마구 생겨납니다. 그러니 당신도 쓸데없는 말로 채우려 하지 말고 침묵으로 비움을 소중히 여기는 건 어떨까요?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 其猶탁약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모든 존재는 다 자신이 만물의 척도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고 다툼이 생긴다. 천지가 불인(不仁)하다는 것은 천지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 있..

삶의나침반 2006.03.18

TAO[4]

타오는 공(空)에서 시작해요. 그곳은 아무리 퍼 올리고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신비의 우물. 모든 것이 나오는 고향일지도 몰라요. 타오의 몸짓은 섬뜩하게 솟은 예리한 칼날을 두루뭉술하게 갈아 주고요, 딱딱하게 엉킨 실을 술술 풀어 주고요, 잔뜩 화가 나서 쭈뼛쭈뼛 솟은 머리를 살살 어루만져 주고요, 하늘하늘 가볍게 춤추는 티끌을 조용히 잠재우지요. 그러니 타오는 깊은 숲 속 깊은 계곡과 같답니다. 그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면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가게 되지요. 그곳은 흘러 흘러 이제 다 왔겠지 하면 또 앞이 보이는 곳이지요. 그러니 누가 저에게 '넌 누구의 자식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타오의 자식이에요'하고 대답할래요. 道沖而用之, 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삶의나침반 2006.03.14

TAO[3]

세상은 머리 좋은 사람이 최고라고 하네요. 그러니 남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알려고 아둥바둥할 수밖에요. 세상은 금은보석이 최고라고 하네요. 그러니 남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안달복달할 수밖에요. 세상은 더 똑똑해지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살아가는데 필요 없는 것까지 욕심내라고 재촉하지요. 그러니 아둥바둥, 안달복달할 수밖에요. 하지만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헛된 욕심과 부질없는 야망을 모두 잊어버린답니다. 그저 배부르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세상이 더 똑똑해지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으면 철면피 정치가, 악덕 기업가 발붙일 틈 없겠지요. 그래요. 헛된 욕심과 부질없는 야망일랑 접어 두고 타오의 문을 열어 보세요. 그려면 분명 타오의 길이 보일 거예요. 비록 좁다란 골목길일지라도. 不尙賢, ..

삶의나침반 2006.03.13

TAO[2]

하늘과 땅이 태어나고 그 사이에 이름이라는 것이 붙여졌지만, 이름이란 겉모습을 말하는 그저 이름일 뿐.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 다른 몸이 아니랍니다.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기에 아름답다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좋음과 나쁨도 마찬가지랍니다. 좋은 게 있으니까 나쁜 게 있지요. 나쁜 게 있으니까 좋은 게 있지요. 맞아요. 세상의 모든 '있음'은 '없음'이 존재하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서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편만 존재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렇다면 긴 건 어떨까요? 짧은 게 있어서 긴 게 있지요. 높은 건 어떨까요? 낮은 게 있어서 높은 게 있지요. 앞뒤는 어떨가요? 앞이 있어야 뒤가 있지요. 그러니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조금 아는 걸 많이 안다고 떠벌리지 않아요. 그저 세상의 중심에 ..

삶의나침반 2006.03.12

TAO[1]

'이것이 타오랍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타오가 아니랍니다. '이 이름이 타오랍니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진정한 타오가 아닙랍니다. 그것을 타오라고 말하거나 타오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이유는 타오라고 말하기 이전에 타오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에 이름 없는 타오의 세계가 아득히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자, 그럼 이름 없는 세계로 떠나 볼까요? 옛날 옛날에 이름 없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 없는 세계에서 하늘과 땅이 태어났지요. 바로 그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이루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름들이 태어났답니다. 그러니 하늘과 땅은 이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지요. 본디 이름 있는 것에는 욕심이라는 녀석이 딱 달라붙어 있답니다. 욕심이 달라붙으면 이름 있는 것의 겉모습만 보인..

삶의나침반 200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