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TAO[11]

샌. 2006. 3. 27. 08:09

놀이동산의

우뚝 솟은 회전 풍차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수많은 날개를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심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풍차가 돌아간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공방에 있는

그릇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오목한 것, 넓적한 것

모두 모두 안은 텅텅 비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그릇이 그릇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방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작은 방, 큰 방

작더라도 두 발 뻗고 누울 빈 공간이 있지요.

자, 그럼 비었기에

방이 방으로 쓸모 있다는 말, 믿으시겠어요?

그래요.

꽉꽉 찬 것이 근사해 보이지만

실은 중심의 텅 빈 공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이젠 믿으시겠죠?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선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유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그릇에 들어있는 물은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덜어주지만,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그릇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노자가 무[無]를 강조하고, 장자가 무용[無用]을 얘기하는 것은, 인간 세상이 유[有]나 용[用]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 탓이지 그것이 상대적 가치가 우월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한때는 무에 치우치며 유의 세계를 경멸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불편부당한 사람이라면 그가 어디에 처해 있든 그 자리가 진리의 자리다.

 

色卽是空 空卽是色. 무[無]와 유[有]는 음과 양처럼 서로 혼융되어 이 세계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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