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5

토지(15)

15권은 4부의 마지막 권이다. 소설의 무대는 1930년대 후반으로 일제의 중국 침략이 시작되어 남경 학살이 벌어지면서 세계대전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시기다. 국내 정세도 전시 분위기로 바뀌면서 폭압이 심해진다. 그와 함께 어두운 시대를 극복하려는 조선인들의 고투도 이어진다. 고향에 내려온 길상은 은인자중하며 지낸다. 서희와 두 아들이 있기에 함부로 앞장설 수도 없다. 이 시기에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폭탄 투척이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인 배화(排華) 폭동이 일어났다. 만주에서 일어난 중국과 조선 농민의 충돌을 조선일보가 과장되게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화교를 습격하고 학살하는 만행이 일어난 것이다. 일제의 농간에 놀아난 참극이었다. 군중들이 얼마나 쉽게 사악한 정치 세력들에 ..

읽고본느낌 2025.03.05

임계장 이야기

제목에 나오는 '임계장'이 직책인 줄 알았더니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어서 씁쓰름했다. 이 책은 공기업에서 퇴직한 후 시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조정진 씨의 노동 일지다. 그는 버스 회사 배차계, 아파트 경비원을 거쳐 빌딩 주차 관리 및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그를 힘든 노동 현장으로 내몰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동네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아파트 경비원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게 되었다.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딴판의 현실이 숨어 있었다. 노동의 강도만 아니라 관리사무소나 입주민 사이에 생기는 심적 갈등이 그분들을 힘들게 했다. 소수지만 어디에나 못된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만 횡포를 부리거나 갑질을 하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 임시계약직은 좋은 먹잇..

읽고본느낌 2025.03.04

오우가 / 윤선도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동산에 달 떠오르니 그 또한 반갑구나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바람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많은지라좋고도 그칠 때가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풀은 어찌하여 푸르듯 누르나니아마도 변치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땅속 깊이 뿌리가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저러고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추니밤중에 밝은 빛이 너만 한 것 또 있겠는가보고도 말이 없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 오우가(五友歌) / 윤선도  꽃을 품평하여..

시읽는기쁨 2025.03.03

사기[38]

고조가 직접 나서서 진희를 치려고 하자, 주설이 울면서 말하였다."일찍이 진나라가 천하를 칠 때 황제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간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언제나 직접 나가시는데 쓸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러십니까?"고조는 '나를 아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궁궐 문을 들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걷지 않아도 되고, 사람을 죽여도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는 특전을 내렸다.효문제 5년에 주설이 타고난 수명을 누리고 죽자 시호를 정후라고 했다. - 사기(史記) 38, 부근괴성열전(傅靳蒯成列傳)  이 편은 유방을 보좌한 세 명의 장군(부근, 근흡, 괴성후/주설)에 대한 짧은 전기다. 셋 중에서 주설(周緤)은 유방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평생을 유방 곁에서 주군을 지킨 사람이다. 그는 유방이 싸움터에 나갈 때마..

삶의나침반 2025.03.02

양양, 속초 여행(2)

방음이 잘 안 되어 잠을 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밤 10시가 넘으니 시끄럽던 옆방도 조용해져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온돌방 바닥도 따스했다.  일어나서 리조트 15층에서 바라본 영랑호 주변의 속초 풍경이 아스라했다. 아침 해는 빌딩 사이로 솟아오른 뒤였다.  리조트에서 나오는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영랑호를 걸었다. 역시 바닷가에서는 아침과 저녁에 부는 해풍이 차고 거셌다. 그럼에도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영랑호 풍경은 아름다웠다.  원래는 한 바퀴를 돌 생각이었으나 날씨가 망설이게 했다. 결국 반 바퀴만 도는 것으로 수정했다.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가 도열해 있는데 봄에 오면 참 멋질 것 같다.  이번에는 범바위에 올라가 보았다. 위에는 거인의 공깃돌 같은 바위들과 영랑정(永郞亭)이 있었다. ..

사진속일상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