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27

거제도, 통영 여행(2)

이틀에 걸쳐 수박 겉핥기로 거제도와 통영 지역을 둘러보았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비례하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아쉬운 대로 거제도와 통영 여행을 마치고, 셋째 날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합천 해인사와 영동 월류봉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둘 모두 첫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새벽부터 하역 작업을 준비하느라 숙소 앞 통영항은 시끄러웠다. 조금 지나니 냉동 참치가 배에서 끝없이 내려졌다. 참치가 금속 상자에 담길 때 쇳덩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덕분에 일찍 잠을 깨었고 해 뜨는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올 가을 제일 화려한 단풍을 만났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앞 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절을 단체로 찾아온 외국인들의 몸가짐이 경..

사진속일상 2024.11.16

거제도, 통영 여행(1)

아내와 2박3일 일정으로 거제도와 통영을 다녀왔다. 옛 기록을 찾아보니 이 지역 여행을 다녀온 게 2005년이었으니 어느새 19년이 되었다. 그때 일은 단편적으로 두세 장면이 떠오를 뿐이어서 마치 처음 가 보는 곳처럼 새로웠다. 옛 추억을 되새김하기에는 너무나 긴 세월이 되었다. 처음 찾은 곳은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였다.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까지 1.5km 길이로,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 전경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시설이 깔끔한 걸 보니 개통한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다음은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을 찾았다. 몽돌 위에 앉으니 자갈 위를 들고나는 파도소리가 귀를 채웠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명상에 잠겼다.  도장포선착장 옆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유일하게 옛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다. 왜 명소로 이..

사진속일상 2024.11.15

정선, 영월 단풍 여행

아내와 함께 정선과 영월로 1박2일의 단풍 여행을 다녀왔다. 단풍만으로는 결과가 시원찮았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시기가 늦어져서 두 지역 단풍은 아직 절정이 되지 못했다. 된다 한들 색감이 예년처럼 곱지 않을 것 같다. 제일 먼저 정선의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올랐다. 눈에 그렸던 울긋불긋 산하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래전 아내의 추억이 어린 정선성당에 들렀다.  점심은 정선읍내에 있는 군언송어횟집에서 송어회와 매운탕으로 했다. 반찬으로 나온 번데기에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갔다.  오후에는 동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였다. 할미꽃마을에 정차하여 마을 뒤편의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가수분교와 미리내폭포(와인잔폭포)를 지나고,  문치재 정상에서 사행의 도로를 보고, 후진하다가 가드레일 모서리와 격한 키..

사진속일상 2024.11.01

씨엠립(6) - 반띠에이쓰레이, 반띠에이쌈레

씨엠립 북동쪽에 있는 이 두 유적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유적에 어지간한 관심이 없으면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보석은 눈에 잘 안 띄게 숨겨져 있는 법이다. 반띠에이 쓰레이(Banteay Srei)는 10세기 후반 라젠드바라만 2세 때 세워졌다. 규모가 작지만 정교한 조각이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적인 사원이다.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성소에 이르는데 가장 바깥 대문에서부터 섬세한 조각이 눈길을 당긴다. 문 상단에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드라가 보인다. 성소로 향하는 참배로가 100여 미터 정도 뻗어 있다. 양쪽에 남아 있는 기둥으로 보아 원래는 회랑이 있었을 것이다. 참배로 옆에 있는 작은 건물 문 위에는 칼라가 선신을 잡아먹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성소에 들어가는 입..

사진속일상 2024.01.26

씨엠립(5) - 똔레삽

어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한 탓에 오늘 오전은 휴식이다. 늦잠을 푹 자고 아침 식사 전 숙소에서 가까운 공원을 가볍게 산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똑 같다.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공원에서는 조깅이나 걷기를 하는 현지인의 발걸음이 상쾌하다. 이 모든 풍경을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감싼다. 물놀이하는 손주를 보며 풀장의 파라솔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 손님은 대부분이 서양인들이다. 가끔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을 만나는데 그때뿐이다. 낮에는 관광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은 낮에도 풀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쉬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긴 하다.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다. 그들한테서는 삶의 여유가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24.01.25

씨엠립(4) - 앙코르와트, 쁘레아칸, 네악뽀안, 따솜, 이스트메본, 쁘레룹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와트 입구까지 가서 휴대폰 불빛을 의지해 일출을 보는 장소인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과 주변은 이미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너무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관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곳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에 부대끼며 굳이 연못에 비치는 반영 앞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일출을 보고 그저께에 이어 다시 앙코르 와트에 입장했다. 일출을 본 사람들은 돌아가기도 하고 우리처럼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눈 앞에서는 서양인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양인은 혼자나 둘씩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패키지로 오는 경우는 드문드문 눈에 띈..

사진속일상 2024.01.24

씨엠립(3)

사흘째는 쉬는 날로 잡았다. 오전에는 씨엠립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손주는 숙소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다. 씨엠립(Siem Reap)은 캄보디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다른 무엇보다 앙코르 유적지가 곁에 있어 유명해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화려하고 활발한 도시다. 씨엠립은 '씨엠(태국)을 물리친 도시'라는 뜻이다. 시내 관광이라지만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숙소 가까이 있는 왕실정원에 들렀다. 왕실정원은 캄보디아 국왕 별장이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이 정원은 박쥐가 사는 나무가 있어 유명하다. 박쥐는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서 쉬고 있었다. 동굴 안의 어두컴컴한 곳이 아니라 햇빛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가 신기했다.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사진속일상 2024.01.23

씨엠립(2) - 앙코르톰, 따프롬, 앙코르와트, 프놈바켕

앙코르 유적 입장권은 필요에 따라 1일권(37$), 3일권(62$), 7일권(72$)을 구입하면 된다. 유적 입장료가 캄보디아인은 무료지만 외국인한테는 비싼 편이다. 우리는 3일권을 끊었다. 열흘 동안에 아무 날이나 사흘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날은 앙코르 유적의 중심인 앙코르 톰, 따 프롬, 앙코르 와트, 프놈 바켕을 찾기로 했다. 한국어 가이드와 차량은 미리 예약해 두었다. 첫날만 가이드를 이용하고 나머지 날은 우리끼리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다닐 것이다. 앙코르 톰(Angkor Thom)은 12세기에 인도차이나를 지배하던 앙코르 제국의 수도였다. 당시에 무려 백 만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남문으로 향한다. 다리 양쪽에는 54개의 신이 뱀 몸통을 잡고 있는 모습이 세워져..

사진속일상 2024.01.22

씨엠립(1)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 캄보디아 씨엠립에 6박7일 동안 다녀왔다. 아내와 둘째 딸, 손주와 함께 했다. 이번 해외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지 5년 만의 재개였다. 오랜만에 바다 밖으로 나가는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귀찮고 부담도 되었다. 여행도 젊을 때 하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앙코르 유적은 오래 전부터 가고 싶던 곳이었다. 그동안 한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이제야 가족과 함께 가게 되었다. 씨엠립으로 결정된 것은 가족이 내 뜻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5시간 30분이 걸려 '씨엠립 앙코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10월에 문을 연 신공항으로 우리는 스카이 앙코르 항공을 이용했다...

사진속일상 2024.01.21

강원도 가을 여행(3) - 십이선녀탕, 박인환문학관

여행 셋째 날, 따뜻한 아침 식사를 지어먹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돌아올 때는 인제를 지나는 국도를 타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금방 설악산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했다.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므로 계곡 초입부를 한 시간여 여유롭게 산책했다. 입구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계곡에 드니 한산해졌다. 수수한 갈색 계열의 계곡 단풍이 예뻤다. 바위에 앉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쉬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가 볼까 했으나 날이 흐려져서 포기했다. 일기 앱에는 비 예보가 떴다. 대신 시간 여유가 생겼고, 인제읍에 있는 박인환문학관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관 1층에는 시인과 관련된 옛날 거리를 재현해 놓아 특이하면서 흥미로웠다. 시인은 해방 후 20세 때 종로 3가에 '마리서사(茉莉書舍)..

사진속일상 2023.10.29

강원도 가을 여행(2) - 성인대, 중앙시장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밖에 나오면 잠을 설친다. 익숙한 잠자리가 아닌 탓이다. 특히 베개가 문제다. 다음부터는 내 베개를 갖고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겠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단숨에 잠들었는데 늙어서는 잠이 까다로워졌다. 외부 잠자리의 불편은 여행을 다니는 것이 귀찮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일찍 잠을 깨서 빈둥거리다가 바깥 산책에 나섰다. 마침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숙소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였다. 여행 둘째 날은 울산바위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성인대에 오르는 날이다. 이쪽은 외설악이나 내설악만큼 단풍이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성인대(聖人臺, 645m)는 화암사(禾巖寺)에서 오른다. 절 안내문에는 '금강산 화암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산줄기는 금강산에 속하는가 보..

사진속일상 2023.10.28

강원도 가을 여행(1) - 발왕산, 낙산해변

아내와 2박3일의 강원도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용평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發王山, 1458m)에 올랐다. 천년주목숲길을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케이블카 캐빈은 8인승인데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대기 없이 바로 탈 수 있어서 둘이서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케이블카는 3.7km 길이에 20분 정도 걸렸다. 꼭대기에는 스카이워크가 있어 약간의 스릴을 즐기면서 사방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발왕산 높은 곳은 단풍의 끝물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발왕산 정상부에는 약 3km 길이의 천년주목숲길이 있다. 길은 경사가 완만한 나무데크로 되어 있어 노약자도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오래된 주목들을 지나게 되어 있어 갖가지 형상의 주목을 만나는 길이다. 여기서 만난..

사진속일상 2023.10.27

아내와 강화도에 다녀오다

가을을 맞아 아내와 바람 쐴 겸 강화도에 다녀왔다. 먼저 들린 곳은 연미정(燕尾亭)이었다. 연미정은 조선 시대 무신이었던 황형(黃衡, 1459~1520)의 무공을 치하하여 중종이 하사한 정자다. 황형은 여기서 살며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제비 꼬리 모양으로 돌출한 지형이어서 '연미'라고 부른다. 그 뒤에는 월곶진이 설치되어 관아로 사용하였다. 연미정에서 내려다보면 황형의 집터를 표시하는 비와 월곶진의 문루인 조해루가 보인다. 두 번째는 교동도의 연산군 유배지로 갔다. 이곳은 최근에 화개정원을 만들고 뒷산 꼭대기에는 화개산전망대를 세웠다. 정원에서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이 운행한다.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만 하고 싶었던지라 정원만 둘러보고 전망대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대룡..

사진속일상 2023.09.05

셋이서 강릉 1박2일(2)

B가 전세로 얻은 숙소는 강릉 시내에 있는 10평형대의 소형 아파트다. 상시 거주하는 것은 아니고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와서 지낸다고 한다. 견물생심이라고 나도 이런 집 하나 가져볼까,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마음만 맞는다면 두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경비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둘째 날은 먼저 허난설헌 생가에 들렀다. 여기서는 언제나처럼 생가 주변의 솔숲이 제일 마음에 든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로 아침 산책을 즐겼다. 난설헌의 묘가 우리 고장에 있어서 더욱 애정이 가는 여인이다. 만날 때마다 애잔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허난설헌기념관을 둘러보다가 한 액자에 이름을 '虛'난설헌이라고 잘못 적은 걸 보고 실소했다. 이런 무신경을 어찌 할꼬. 다시 바닷가를 찾았다...

사진속일상 2023.06.14

셋이서 강릉 1박2일(1)

콧구멍에 바닷바람을 쐬러 가자는 제안에 셋이서 길을 나섰다. 마침 B가 강릉에 마련해 둔 작은 아파트가 있어서 숙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구름 많고 바람 선선한 초여름의 한 날이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점심은 강릉 초당순두부를 맛봤다. 초당순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근래에는 찾지 않았는데 이번에 B가 추천한 '차현희순두부청국장'은 그런 선입견을 불식해줬다. 다음에는 청국장 맛도 보고 싶어지는 집이었다. 먼저 강문해변에 들렀다. 강문해변은 작은 천을 경계로 경포해변과 나란한 곳이다. 강문해변과 송정해변은 아름다운 솔숲길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길을 보면 걷지 않을 수가 없다. 경포해변, 강문해변, 송정해변, 안목해변으로 이어지는 푸른 바다와 백사장, 송림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멋진 풍경..

사진속일상 2023.06.14

한강회의 영주 나들이

한강회 네 명이 1년 만에 만나서 영주 나들이에 나섰다. 부석사와 무섬마을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향이랍시고 내가 안내하는 꼴이 되었다. 9시에 곤지암역에서 합류하여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무섬마을로 향했다. 나로서는 영주댐이 완공되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댐이 영향이 어떤지 궁금했다. 모래사장은 변함이 없었으나 물은 많이 탁해 보였다. 사람들이 무섬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 위해서다. 외나무다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무섬마을은 이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외부와 연결되었다. 내성천 모래사장은 정말 아름답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풍경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

사진속일상 2023.05.31

신안 여행(3)

셋째 날, 볼일이 있는 처제네는 아침 식사 후 장모님을 모시고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퍼플섬을 구경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숙소 가까이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5만 평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명품 분재와 수목,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원의 중심은 애기동백숲이다. 겨울에 애기동백이 필 때 와야 공원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온실에서는 이 주목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물경 1,500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자태가 웅장하다. 그러면서 잎이 달린 가지는 싱싱하고 균형 잡혀 있다. 옆 온실에는 2,000살 된 주목도 있는데 개방을 하지 않아 멀리서 흐릿하게만 봤다. 이어서 퍼플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좌도로 갔다. ..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2)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가만히 숙소 앞 바닷가에 나갔다. 하루도 안 지났지만 벌써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걸었다. 이곳 신안 압해도 송공리 바다는 김 양식과 낙지잡이가 주업인 것 같다. 갯벌 낙지 맨손 어업이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압해도(壓海島)는 신안에서 제일 큰 섬이라는데 무식하게도 신안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닷가에는 압해도를 사랑한 노향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인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낼 때 목포에서 건너다 보이는 압해도가 무한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시인은 수십 편의 압해도 연작시를 지었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 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1)

처제 부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이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과 어긋났다.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긴 했으나 엉뚱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다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안에 들어가는 길에 목포에 들러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여 유달산을 지나 고하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되었고 길이는 3.2km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고하도 둘레로 해상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섬 가운데 있는 것은 전망대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목포에 온다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유달산승강장에서 내리면 유달산 정상에도 다녀올 수 있다. 30분 정도 일등봉까지 오가는 산길을..

사진속일상 2023.05.18

평창 생태마을에 다녀오다

평창에 있는 생태마을에 아내와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정식 명칭은 '성필립보 생태마을'이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환경 생태 농원으로 황창연 신부님이 담당하고 계신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신자들을 위한 피정 시설도 있다. 아내가 생태마을 회원이어서 신청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태마을은 예상했던 대로 규모가 상당했다. 생태마을의 주 생산품은 우리 콩으로 만드는 간장, 된장, 청국장 가루다. 참나무 장작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킨다. 생태마을에는 300개의 장독이 있다. 생태마을 옆으로 평창강이 흐른다. 생태마을을 조성하기까지 애쓴 여러 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휴식과 힐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방은 두 명씩 사용한다. 이번에는 여덟 명이 참가했..

사진속일상 2023.04.27

손주와 2박3일 여행(2)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대숲길을 걷고 난 뒤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 대왕암공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출렁다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대왕암으로 가는 주 산책로 대신 왼쪽 방향의 출렁다리길로 향했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길이가 300m 정도로 2021년에 만들어졌다. 전국에 출렁다리 건설 붐이 한창일 시기였다. 출렁다리 부근의 해송 숲도 좋았다. 산책로에서 동백꽃도 만났다. 해안을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대왕암을 경유해서 걷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경주로 돌아오면서 읍천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들렀으나 주차장에서 거리가 멀어 포기했다. 어제 스페이스 워크를 걸은 뒤 손주는 다리가 아프다 하고, 바닷가 날씨도 바람이 세고 차가웠다. 동해안을 따라 올아오면서 감포에도 들렀다. 손주는 보는 경치보다 조개껍질을..

사진속일상 2023.02.26

손주와 2박3일 여행(1)

어렵게 시간이 났다. 손주가 방학중이어도 함께 여행을 갈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2박 동안 숙소는 경주에 정해두고 포항, 울산 등을 겸하여 돌아보기로 했다. 출발 전에 손주에게 뭘 제일 먹고 싶으냐니까 대뜸 대게를 말한다. 경주로 가는 길에 일차로 영덕에 들렀다. 음식점에서 대게 코스를 시켰는데 세 마리(홍게 포함)에 30만 원이었다. 대게 요리 전후에 회와 탕이 나왔지만 금액에 비해서는 가성비가 떨어졌다. 그래도 손주가 맛나게 먹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더구나 자식보다 더 귀여운 손주가 아닌가. 영덕 삼사공원 해상산책로에는 살짝 실망하고, 바다를 끼고 내려가다가 장사 해안을 잠깐 산책했다. 바람이 심하게..

사진속일상 2023.02.25

모든 요일의 여행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 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글을 만난 것만으로도 책을 든 본전은 뽑은 셈이다. 나에겐 '여행'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면서, 사람마다 여행의 색깔이 다르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지은이가 모든 여행의 끝에 내린 결론이란다. 분명 같은 곳으로 떠났지만 우리는 매번 다른 곳에 도착한다. 은 카피라이터인 김민철 작가가 쓴 여행기다. 유명 관광지나 풍물을 소개하는 대신 여행지와 나와의 내면적인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기록이다. 낯선 뒷골목, 우연히 만난 사람, 의외의 풍경이 주는 기쁨 등이 정감 있는 사진과 ..

읽고본느낌 2022.09.23

손주와 여름휴가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

사진속일상 2022.07.29

무주 모임

무주에서 장모님의 구순 기념을 겸해 처갓집 형제들이 모였다. 불가피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가족이 빠져 단출해진 모임이 되었다. 숙소는 무주리조트 내 진달래동이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20m)에 올랐다. 걸음이 되는 사람은 내친김에 향적봉으로 향했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1,614m)은 설천봉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고산지대 날씨는 먹구름이 몰려왔다가 햇볕이 났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원래는 나 혼자 덕유산 등산을 하려고 했으나 궂은 날씨 예보 때문에 포기했다. 막상 비는 오후가 되어서야 내렸으니 일찍 나섰으면 지장이 없을 뻔했다. 향적봉에는 여러 꽃들이 있었지만 그중 함박꽃이 제일 눈에 띄었다. 오래된 주목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오후에는 무..

사진속일상 2022.06.11

속초, 춘천 여행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다녀온 여행이었다. 1박 2일 중 첫째 날은 춘천, 둘째 날은 속초를 계획했으나 중부 영서 지방은 날이 궂어서 바로 속초로 직행했다. 처제네가 동행했다. 처음 들린 곳은 영랑호였다. 울산바위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부교로 된 영랑호수윗길을 건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멀리 설악산과 깨끗한 호수, 그리고 속초 시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영랑호의 동쪽 데크길은 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반 바퀴를 돌고 왔더니 하늘은 말끔하게 개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부교는 잘 만들어놓은 것 같다. 환경 단체가 부교 설치를 반대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혹 철새의 도래에 악영향을 주는지는..

사진속일상 2022.05.20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탁현민 씨가 쓴 여행 수상집이다. 글을 쓴 시점이 문재인이 대선에 패배했던 직후인 2013년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일한 탁현민 씨는 패배의 충격으로 파리에서 석 달간 자발적 유폐 생활을 한다. 이때의 감상을 글로 적어서 책으로 냈다. 탁현민 씨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된 후 이름을 알게 되었다. 뛰어난 공연 연출가로 중요한 대통령 행사를 지휘했다. 대표적인 게 남북 정상이 만난 판문점 회동이다. 고식적인 형식을 탈피한 파격적인 연출이었다. 금방 남북 화해가 이루어질 듯 가슴을 뛰게 했으나 지나고 보니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당시 야권에서 보여주기식 쇼는 그만두라고 했는데 일부 맞는 말이기도 했다. 에는 선거 결과에 상심한 한 사람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나도 그때 허탈한 기분을 달..

읽고본느낌 2022.04.02

베틀바위와 울산바위

어쩌다 베틀바위를 가게 되었다. 자리 하나가 있다길래 좋은 기회라 여겨 꼽사리를 끼게 된 것이다. 베틀바위와 울산바위를 보러 가는 1박2일의 일정인데, 두 곳 다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선뜻 승낙했다. 둘째가 동해에 살 때 두타산은 여러 차례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베틀바위 코스는 그때보다 한참 뒤인 작년에 개방이 되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게 아니라 베틀바위는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멀리 제주도에서 단체로 온 탐방객이 있었다. 두타산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를 중심으로 다섯 구간의 산성길이 있다. 우리는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전체 구간을 돌지는 못하고 A, B, E 구간을 거쳐 D구간 계곡길..

사진속일상 2021.11.14

가을 여행(3) - 두륜산

사흘째 날, 일행은 관매도 섬 트레킹을 하지만 나는 두륜산에 오르기로 한다. 등산 후에는 바로 귀가할 예정이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다.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친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백 호 가까이 되는 큰 동네였다는데, 지금은 40호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중부 지방은 빈 밭으로 변했는데, 여기 배추는 아직 싱싱하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진도타워 전망대에 잠깐 들린다. 울돌목을 지나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올 9월에 개통했다. 주차장에서 대흥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단풍을 만끽한다. 대흥사와 두륜산은 30년 전 쯤에 직장 동료들과 찾은 적이 있다. 전날 여관에서 밤새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노느라 두륜산을 오르다가 포기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라도 올라보고 싶었다. 두륜산(..

사진속일상 2021.11.11

가을 여행(2) - 진도

친구 집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고 둘째 날 일정을 시작한다. 어젯밤에 나는 오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친구들은 읍내에 나가 당구를 치고 돌아와서는 또 카드 게임인 마이티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마이티는 그 시절 대학생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던 추억의 놀이다. 나는 아예 배우지를 않았으니 그 자리에 끼지도 못했다. 각자의 개성이나 지향점에 따라 어울리는 그룹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때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노는 걸 별로 마땅치 않게 여겼다. 우리가 묵은 친구 집, 마당의 야자수가 남도 지방임을 말해준다. 아침에 잠시 고구마 캐는 작업을 거들다. 먼저 찾은 곳은 용장성(龍藏城)이다. 여기는 고려 삼별초가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여 나라를 지키고자 원종 11년(1270)부터 14년(1273)..

사진속일상 2021.11.10